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5화(5/405)
‘내 반포자인, 내 한남 드 힐, 내 림보르기니….’
나는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아, 미친 세상아….
머리 위에 퐁퐁 떠오르던 부의 상징들이 빠르게 파스스 흩어졌다.
띠로링-
불길한 효과음이 울려 퍼짐과 동시에 상태창이 떠올랐기 때문에.
「▶▶▶Error….」
「▶System
【노력 없이 얻는 것은 없다: 발생!】
미래에 대한 지식으로 인한 투자는 불가합니다. 주식, 복권, 코인 등의 투자는 제한되며, 정보를 타인에게 발설해 투자를 대신 권유할 시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 페널티▷ Random!」
눈앞에 뜬 상태창을 쳐다봤다. 재수 없게 색깔도 우중충한 회색이다.
난… 벌써 마음속으로 석유부자가 되어 서울에 건물 몇 채 사고 스포츠카 뽑는 상상으로 지난 30초를 행복하게 지냈는데. 난 천재라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벅찼는데….
‘잠깐, 페널티 있어도 그냥 해버려?’
당장이라고 거실로 박차고 나가서 엄마! 비츠코인 사재껴!!! 를 외치고 싶다. 카카오톡, 일성, 티슬라…. 아름다운 동학개미의 꿈이 순식간에 멀어진다. 영!차!영!차! 시스템 네가 뭘 아는데. 직장인의 마음가짐은 퇴사라고.
입술을 짓씹으며 아직 눈앞에 둥실 떠 있는 상태창을 노려봤다.
‘상태창에 뜬 ‘노력 없이 얻는 것은 없다.’ 이건 힌트일지도 몰라.’
미래의 정보로 투자를 제한하는 거라면, 그 투자하는 회사를 내가 만들면 되잖아.
내가 투자를 하고 싶어 하는 상태에서, 나에게 투자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대상을 바꾸면 되는 것.
띠링-
「▶System
【짝짝짝! 올바른 선택】
나아가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랜덤 보상 뽑기☜ Click」
상태창님이 최고십니다. 상태창님은 세상 둘도 없는 구원자시며 관대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뜬금없이 나온 보상에 두 손을 깍지 껴 마주 잡았다.
‘상멘, 믿습니다.’
작은 창이 반짝이며 뜨더니, 상자가 하나 나왔다. 누르라는 듯 표시가 되어 있어 클릭하자 상자 안에 들어있던 종이들이 폭발하듯 위로 날아 솟구쳤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하늘거리며 수많은 종이들이 비처럼 내렸다. 천천히 팔랑팔랑 떨어지던 종이들 중 내 손 가까이 오는 것을 잡았다.
‘제일 처음 받는 보상인데, 그래도 좀 좋은 거겠지…?’
바스락-
「▶[보상: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F) 획득!]
+30,000 골드」
…사랑을 이따위밖에 안 하니?
「현재 골드: 490,000」
* * *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하다 목이 말라 거실로 나갔다. 불이 꺼진 거실에는 누군가가 소리 죽여 우는 소리가 울렸다.
“흑….”
엄마가 쌓인 고지서들을 소파 앞에 두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잠깐 잊고 있었다.
내가 계속 SNS를 보며 열등감을 가졌던 이유.
[Youstargram]어버이날 기념 엄마 아빠랑 롼딩 😀 제주 왔는데 골프 안 칠 수 없다는 아빠 때문에 급하게 산 골프복이지만 맘에 든당ㅎㅎ 골린이 티 너무 나나?ㅠㅠ
타인의 화려한 일상에 내가 들어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Youstargram]오늘도 스시 고. 내가 아는 오마카세 중에서는 여기가 젤 맛있는데 쉐프님이랑 친하다 보니 계속 오도로 더 주셔서 배부르다 ㅠㅠ 샴펜 하나 더 따려다 배불러서 말았음~
우리 부모님을 넣고 싶었다.
[Youstargram]엄마 쇼핑 때 따라가서 나도 하나 겟. 담번엔 백 살 때를 노려야겠당! 엄마 VIP 유지하기 힘들쥬? 딸래미가 도와줄게~~
여유로운 일상. 특급 호텔, 기분 좋으면 가는 여행, 한 끼에 이십 만원을 넘는 식사, 회원권을 끊어놓고 쓰는 골프 리조트와 마사지.
그런 것들을, 내가 부러워하고 가끔은 비참해 마지않는 것들을 엄마 아빠에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어서.
지잉-
갑작스럽게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 아빠다.
[딸램! 오늘도 아빠가 집에 못 들어가서 미안해. 그래도 밥 잘 챙겨먹어야 하는 거 알어 몰러? 오늘도 사랑해~]띠링-
「[체력] 스탯이 상승합니다.
▶ +10」
띠링-
「[체력] 스탯이 상승합니다.
▶ +10」
띠링-
「[체력] 스탯이 상승합니다.
▶ +10」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던 체력이 복구되는 게 보인다.
기다려 아빠. 아빠는 분명 다시 잘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테니까.
어딘가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힘내자.
‘…잠은 나중에 자자.’
현재 HP는 80. 밤을 새우기 적당하다.
질끈 머리를 묶고 밤새 컴퓨터로 뉴스와 인터넷을 확인하며 현재의 트렌드를 체크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미래의 지식들도.
일단은 다 좋다. 하지만 지금의 신분은 학생이고, SNS를 운영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진짜 인플루언서들은 하루 종일 들여다볼 테니까, 그리고 가져올 수 있는 정보력에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쇼핑할 시간, 그만한 금액, 그리고 사진 업로드하는 시간까지.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텐데.’
탁탁, 펜을 쥔 손으로 작게 종이를 두드렸다. 굴러라, 머리야. 빨리 굴러라…!
머릿속으로 핸드폰 화면을 떠올리던 나는 번개처럼 뇌를 관통하는 아이디어에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내 몸이 열 개면 되지.”
SNS에 업로드되는 카드뉴스들, 홍보 계정, 그러니까 하나의 작은 커뮤니티.
지금 시기에는 에이스북 페이지만 한 게 없지. 마침 나타난 상태창도 인플루언서가 되라고 하잖아? 지금의 나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SNS로 빚을 갚는 것도,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도.
빠르게 옆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에이스북 앱을 접속했다.
[AceBook]▷[페이지]를 만드시겠습니까?
☞ Click
SNS 페이지는 팔로워 수가 곧 홍보비와 직결된다.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많은 광고가 들어오고, 그 광고는 또 팔로워를 부르고.
‘돈이 돈을 부른다는 가장 가까운 예시지.’
거친 좋좋소 생활로 인해 팔로워 당 광고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나다. 블로거 섭외, 인플루언서 섭외, 그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업로드를 하지 못하면 대신해서 글까지도 작성해주고는 했다.
[NEVER Blog]오늘은 포항 이모네 횟집에 방문 했어요. (대머리 눈 반짝반짝) 바닷가가 보여 마음 뻥~ 뚫리는 포항 맛집! 밑반찬도 넘넘 푸짐하고 가격대비 최고! (대머리 엄지 척) 쫄깃쫄깃한 조개까지 오빠랑 데이트 존맛~
물론 포항 이모네 횟집 가 본 적 없다. 그뿐일까. 로즈골드 괄사 써본 적 없다. 다이어트 효소 먹어본 적 없다.
그저 나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좋좋소 만년 사원이었을 뿐이다.
“이건 내 전문이지.”
나는 본격적으로 에이스북 페이지를 오픈하기 전, 올해 가장 유행할 앱을 깔아 가장 인기 있는 글 순서대로 훑기 시작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보이는 스타트업 어플. 키키 게스트.
[데일리 뉴스] 키키 게스트 다운로드 500만 돌파! 대세 앱으로 등극하나 콘텐츠 큐레이션 앱 키키 게스트 ‘kiki guest’ 가 출시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다.키키 게스트는 무수히 많은 정보 중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만을 엄선해 제공하는 앱이다. 사진이나 움짤, 음악, 짧은 텍스트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 뉴스 코리아
이때쯤 나도 재밌게 봤던 어플이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의미 없는 등교 시간에 친구들과 쉬는 시간마다 키키 게스트에 나오는 글을 봤었다.
SNS에 읽기 편하도록 올라오는 카드뉴스라는 건 혁명이었다.
‘몇 개는 요일을 기다려가며 챙겨 보고는 했지.’
몇 년 뒤 금수저, 명품 브랜드들이 휩쓸면서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로드샵 메이크업 제품들이 할인하거나 1+1이라도 하는 날이면 줄을 서서 구매하는 모습이 당연했었던 만큼 신제품이 나오면 모두들 찾아보고는 했었으니까.
나중에는 키키 게스트와 콜라보까지 해서 신제품을 발매하고는 했다.
“그런 키키 게스트에서 에디터가 된다면?”
생각보다 빚 갚는 속도가 빨라질지도 모른다.
반짝거리는 불빛을 내는 핸드폰을 잡고 어두운 방 안에서 밤새 빨간 눈으로 끝없이 스크롤을 내렸다.
* * *
며칠 뒤 나는 강남 아메리칸 어퓨어 매장으로 향했다. 이때쯤 10대에서 20대 초반이 가장 좋아했던 브랜드.
바디라인에 전부 핏 되는 레더 숏 팬츠, 무난한 핏의 래글런 티, 도톰한 피셔맨 니트. 이때쯤 개학 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샀던 맨투맨, 그리고 이때 다 입고 다녔던 이 브랜드 특유의 스커트.
“그럼 시작해볼까.”
시끄러운 팝송이 나오는 매장을 가볍게 둘러본 후 나는 인기 있던 품목별로 매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이즈 체크.
요즘 가장 인기 많은 품목은 나연이에게 연락해 따로 정리해뒀다.
유행에 빠삭한 나연이답게 줄줄이 나와 예상한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촬영한 후 또 다른 SPA 브랜드 매장으로 이동했다.
오늘 강남역에서 다섯 군데를 돌 예정이니까.
페이지를 운영하는 초기에 돈을 많이 들일 수는 없다.
「현재 골드: 490,000」
오늘 옷을 몇 벌 고르면 가지고 있는 골드의 절반이 나갈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내가 돈을 쓰는 콘텐츠가 아니야.
‘남이 물어오는 거지.’
* * *
그날 저녁, 내가 찍어온 사진에 가벼운 포토샵으로 폰트를 입혔다. 마침 새학기 전이라 대부분의 SPA 브랜드에서 세일을 하고 있었다.
세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세일 시작과 동시에 홍보를 하는 거지.
집까지 돌아갈 시간도 아까워 PC방에서 간단하게 카드뉴스를 만들었다.
“뭐야? 저 사람 타자가 왜 저렇게 빨라?”
“키배 뜨나 봐….”
[여긴 꼭 가야해! 강남역 아메리칸 어퓨어] [개강 전 필수 쇼핑 리스트 : 기본템 추천] [현재 미쳤다는 강남 일대 브랜드 세일들]혼자서 3인분의 일처리를 하던 실력. 녹슬지 않았다.
적당히 사진 위에 가독성 좋은 폰트로 글자를 입히고 뚝딱 카드뉴스들을 만들어 바로 업데이트했다.
‘아직 지금은 이런 페이지가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내 사랑스러운 돈줄, 아니… 팔로워들을 위해. 페이지에 이벤트를 걸었다.
[AceBook page]▶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첫 글 기념 🙂 좋아요와 댓글을 달면 추첨을 통해 10분께 오디야 핫초코 기프티콘을 보내드립니다.
…내 골드는. 당분간 여기에 다 쓸 예정이다. 좋아요를 위해.
「▶System
【미션: 일반】
▶백만 팔로워도 한 걸음부터
현재의 트렌드를 찾아 SNS에 첫 글 올리기!
보상
○매력 스탯 상승
▷성공적으로 ( 1 )번 완료하였습니다.
▷성공적으로 ( 10 )번 완료하면 보상 ☞‘첫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선물: Random!」
그렇게 페이지를 만들어 첫 게시글을 올린 지 며칠, 이제 하루가 다르게 팔로워가 늘어나고 있었다.
「현재 골드: 347,500」
* * *
아무래도 초반 이벤트 덕에 사람이 더 빨리 몰렸다. 그리고 댓글에서 서로를 언급하기 쉬운 주제다 보니, 한 명이 팔로우하면 주변 사람도 팔로우를 따라 하는 식으로 팔로워는 일주일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천 명 가까이 늘었다.
마침 입학식 전인 지금이 가장 페이지에 시간을 많이 쏟을 수 있는 시기라 내가 하루 종일 페이지 관리에 힘쓴 덕도 있다.
@김 민정: 이거 봐바 너가 사고 싶다 한 거
˪ㅠㅠㅠㅠ 사쥬
-좋아요 눌렀어요! 이벤트 참여
@김 석호: 자기얌 이거 봐바
˪치마 넘 짧아 울애기 이런 거 입으면 질투난다
@김 석호: ㅠㅠ맨날 질투해
˪어허 입지 말라면 입지 마
‘역시 페이지 이름으로 어그로 끌어 놓길 잘했다.’
에이스북 감성은 이런 게 먹히니까. 그리고 꼭 유스타랑 에이스북이랑 페이지 이름을 맞춰야 되는 것도 아니잖아?
똑같은 사진들로 하나는 에이스북에, 하나는 유스타에 올려 최대한의 홍보비를 뽑아낼 작정이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팔로우와 좋아요, 댓글 수에 왠지 모를 짜릿함이 명치를 간지럽힌다.
이전에는 아무리 팔로우를 모으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는데.
“상태창.”
내 상태창을 다시 확인했다.
요 며칠 사진을 몇백 장을 찍고, 편집했으니 훨씬 스탯이 늘어나 있겠지.
「<상태창>
체력: 45HP /999
매력: 100/999
사진촬영: 31(↑1)/999
사진보정: 35(↑2)/999
화술: 87/999」
…왜 이렇게 소박하게 늘지? 은행 정기 예금도 이것보다는 빠르게 이자를 붙여 줄 것 같은데.
새삼 최백휘의 스탯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몇백 장의 사진을 찍어서 그 정도로 올라간 걸까. 그 애는.
* * *
페이지를 개설한 지 일주일이 되는 날, 드디어 삼천 명을 모았다. 그리고 난 아메리칸 어퓨어 매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옷을 입으러.
[AceBook page]▶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대신 입어 드립니다 😀 집 근처에 매장이 없다? 신상이라 후기가 없다? 울지 마시고 가장 궁금한 옷을 댓글로 달아주시면 제가 대신 입어보겠습니다.
2월. 봄이 시작되기 직전. 의류 쇼핑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
회귀 전 인튜브에서 하울 영상이라는 영상이 그렇게 업로드가 활발했었던 걸 기억해 그대로 에이스북에서 실행했다.
결과는 뭐 당연히.
‘댓글 다 세어 보지도 못하겠다….’
-저 아메리칸 어퓨어 테니스 스커트요ㅠㅠ 진짜 꼭이요 화이트 비침 있는지 없는지 너무 궁금해요. 위의 옷은 피셔 니트 입어주세요!
-SPUO 후드 집업 사이즈별로 가능할까요? 제가 160에 53kg인데 L사야 할지 M 사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밑단 시보리 어느 정도 짱짱한지도 알려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아!
-@고 은재: 헐 은재야 여기 너가 사고 싶다던 옷 다 있엌ㅋㅋㅋㅋ
˪미쳤네 우리 후리스 실물 올라오면 살까?
댓글 속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와 몇 번에 걸쳐 시리즈로 제작할 생각이었다. 이 정도로 반응이 잘 온다면 조만간 브랜드에서 광고 제의가 올지도.
미리 통장에 입금될 숫자들을 생각하며 피팅룸에서 싱글벙글 사진을 찍는 도중, 상태창 알림 소리가 들렸다.
띠링-
「▶System
【미션: 히든】
▷하루에 ‘100’장 이상의 사진
사진촬영 연습을 성실히 진행하였습니다.
○히든 보상
[사진촬영] 스탯이 상승합니다.▶ +1
[사진보정] 스탯이 상승합니다.▶ +1」
히든으로 미션도 있었네. 근데 보상이 이게 뭐야?
‘진짜 쩨쩨해 죽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 *
며칠째 피팅한 사진들을 확인하며 집으로 가는 길. 댓글 요청대로 일반 옷 버전과 교복에 코디했을 때 버전 두 가지를 촬영하느라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소비됐다.
HP가 거의 바닥을 치기 일보 직전이다.
‘그래도 확실하게 좋아요가 늘고 있어.’
터덜터덜 힘없는 걸음으로 집 근처 편의점에 들어갔다.
며칠 전 여러 가지를 확인해 본 결과 게임에 아이템이 있는 것처럼 현실에서 아이템을 쓰면 체력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 내 손에 있는 박키스 500이라든지.
“엇.”
박키스를 꺼내려는데, 옆에서 똑같은 병을 집으려는 사람과 손이 맞닿았다.
“…먼저.”
키가 큰 남자는 짧게 두 글자만 내뱉고 슬쩍 몸을 뺐다.
회색 후드티를 머리에 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딱 보니 저쪽도 많이 피곤하구나. 피로에 찌든 현대인끼리 은은하게 다지는 우정. 아름답네.
나는 내 키보다 조금 높게 올라가 있는 박키스를 팔을 올려 하나 쥐고 비켰다.
‘기분 탓인가. 자꾸 쳐다보는 것 같네.’
매대를 비켜 계산대로 가려는데 후드를 쓴 남자는 가볍게 손을 뻗어 박키스를 집는 게 보였다.
키 진짜 크다.
띠링-
「▶[박키스] 아이템 사용으로 HP 스탯이 상승합니다 (↑10)」
체력 스탯이 오르는 소리에 다 마신 박키스 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나가려는데,
“어?”
「▶System
【미션: 일반】
▶백만 팔로워도 한 걸음부터
현재의 트렌드를 찾아 SNS에 첫 글 올리기!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이 수령됩니다.
[매력] 스탯이 상승합니다.▶ +1
○랜덤 선물 뽑기☜ Click
○히든 보상: 랜덤 협찬 뽑기☜ Click」
두 번째로 만나는 상자, 왠지 Hp가 미친 듯이 상승한 것처럼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힘든 만큼 눈앞에 바로 성과가 보인다는 건 알 수 없는 고양감을 주었다.
좋좋소에서 아무리 일하고 굴러도, 편의점에서 내내 바코드를 찍어도 바로 보이지 않았던 보상이라는 상자.
‘이번에는 제발, 제발 좋은 거 뽑혀라….’
「▶[랜덤 보상: ‘수고했어 오늘도’ (F) 획득!]
○‘박키스’ 기프티콘 (1회권)
축하합니다!
[지금 사용하기] [인벤토리에 넣기]」어 아드레날린 잘 가고. 대충 1+1 당해버린 것 같은 기분으로 인벤토리에 넣기를 눌렀다.
협찬도 거지 같은 거 나오겠지….
인벤토리에 넣어버렸을 때, 다시 한번 알림 소리가 들렸다. 상태창이 아닌 핸드폰 메일 어플이었다.
[E-Mail] [키키 게스트 담당자: 안녕하세요. 섭외 문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