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5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56화(56/405)
“뭐지?”
윤슬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좋아요 알림창이 터질 것 같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눈을 비볐다. 다시 봐도 하트가 만개 이상 늘어나 있었다. 심지어 지금도 화면에 끊임없이 좋아요 알림이 뜨고 있었다.
‘어디에서 유입이 된 것 같은데.’
윤슬은 빠르게 모든 커뮤니티에 들어가 어제 콘서트를 검색했다. 일단 팬이 아닌 대중 위주로.
입력: 그림 콘서트
그러자 바로 결과가 나왔다.
자고로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커뮤니티에 무대 영상이나 사진이 업로드되는 법.
[어제 그림콘서트 라이브 근황] [인이어 고장 난 아이돌 대처] [헤메코 존예였던 어제 디어즈] [스크린에 얼굴 나오자마자 사람들 소리 지르게 만드는 아이돌]윤슬은 댓글이 많은 순으로 클릭해가며 댓글을 훑었다.
A 아이돌 라이브 못함 여론이 흘러나가자 A 아이돌의 팬들이 인이어를 손에 대며 찡그리는 장면을 가져왔고, 지금 제일 인기 있는 여자 아이돌의 헤어 메이크업 코디 찬양글 그리고 코어는 약하지만 대중성이 좋은 비주얼 멤버의 얼굴을 보고 소리 지르는 영상들이 짧게 올라와 있었다.
‘여기가 아닌가?’
윤슬의 사진이나 어플이 언급된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트리터 쪽인가.’
잠시 고민하던 윤슬은 다른 글자로 입력한 뒤 재검색했다.
입력: 사진
그러자 이번에는 제대로 찾던 게 나왔다. 댓글과 조회수 모두 높은 글이었다. 스크롤을 내리던 윤슬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어제 자 인생 샷 찍은 아이돌]자신이 찍은 아이돌의 사진을 누가 업로드했다. 댓글 반응이 모두 좋았고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스크롤이 너무 길었다.
“뭐야 이거.”
자신이 찍은 아이돌 사진뿐만이 아니라 트리터의 아이돌 홈마들이 모두 자신과 비슷하게 한 보정 사진이 하나씩 끼어 있었다.
흑백 보정으로 뒤의 배경색만 남겨둔 보정 사진이. 한 명이 아닌 수십 명에 달했다.
아래 댓글로 줄줄이 달린 사진들이 문제였다.
-흑백 김커피ㅠㅠㅠㅠ 글쓴아 이것도 글에 추가해주면 안 돼?
˪추가했어!
-청현 넴드짤 가져옴 얼굴 하나로 실트 감ㅋㅋㅋ
˪더 풀린거 없지?ㅜㅜㅜㅜ 미친 진짜
˪응응ㅠㅠ 아직 하루밖에 안돼서 다들 거의 프리뷰 아니면 한장씩만 빨리 올렸더라!
-타팬인데 나도 모르게 저장함;; 이게 찐이야
친절하게도 글쓴이가 댓글에 있는 윤슬식 보정 사진들을 모두 추가했다. 이 인기 게시글은 널리 퍼지고 퍼져 밤새 모든 커뮤니티에 제각기 다른 제목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HOT 요즘 홈마 사이에서 유행하는 보정]“이러면 안 되는데…?”
갑작스럽게 윤슬의 어플이 아닌 ‘아이돌 홈마 사이 유행’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윤슬의 어플은 강제로 이름이 붙여져 버렸다.
그 아이돌의 이름을 딴.
‘하진 어플’로.
SNS를 누구보다 가까이하는 기자들이 그걸 놓칠 리가 없었다.
[인기 아이돌, 하진.. 흑백 감성을 말하다] [하진이 추천하는 새로운 어플, 곧 출시] [이제는 다시 느와르 감성의 시대.]* * *
“네, 좋아요-! 그 자세로. 한 번만 더 여기 봐주시고-!”
찰칵, 찰칵-!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리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한 스튜디오. 남성 잡지 ‘MQ’의 화보 촬영이 한창이었다.
인기 아이돌 하진의 단독 인터뷰와 촬영 현장. 하진의 사진은 며칠 전부터 SNS에서 활발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든 색을 흑백으로 한 다음 포인트 컬러 하나만을 눈에 띄게 그대로 두는 방식이었는데, 이 보정의 효과가 대중성을 움직였다. 치켜뜬 눈매에 삼백안. 그리고 큰 키.
씹덕들의 수요와 대중들의 수요 둘 다에서 빗겨 나갔지만 오히려 이 점이 커뮤니티에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
[요즘 유행보정 창시자 색깔별 모음]-하… 나 양아치상 사랑하네…
˪우리하진이 무섭게 생겼지만 속은 말랑이 아기 시베리안허스키에요 ㅠㅠㅠㅠㅠ 제발 하진이 해주세요
-이거 좀 팬성? 아님…??
˪ㅁㅈ 이슈 게시판 글 아닌 것 같은데
˪그 프사달고 이러니까 좀 웃긴다ㅋㅋ 김커피가 제일 팬성 게시글 많지않나…
˪글쓴이 눈치주기 금지
˪어떤 점이 팬성인지 말해줄 수 있어? 지금 이 보정 홈마 말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행인데 이슈게시판 맞지 않나 (그냥 내생각임)
일단 평소에 자신들은 은근하다고 생각하며 업로드했지만 일반인의 눈에는 뻔히 보이는 영업글이 없었던 멤버라 하진의 사진만이 올라와도 삭제당하지 않았다.
그리고 확실한 수요층이 있는 얼굴이었기에 오히려 억지 영업글이 아닌 자연스러운 영업글이 완성되었다.
-와 대박.. 그렇게 안 생겼었는데 갑자기 청순해보임ㅋㅋㅋ
˪222ㅋㅋㅋ 진짜 청량? 청순? 그런 분위기 생겨버림
˪333야 팬들 사랑 오졌다.. 가수 하나 때문에 어플도 만들고
˪ㅠ 윗댓아 나쁜 의도는 아닌 거 알겠는데 가수 하나 때문에 라는 워딩이 좀 그렇네;; 수정해줄 수 있을까~?
˪엥 왤케예민?…
-셀링 포인트 잘 잡은 듯. 옷 색이랑 맞춰서 뒤에 배경인 하늘도 파랗게 보이니까 더 보기좋다 ㅋㅋㅋ
˪222
거부감이 들지 않는 고도의 바이럴 마케팅으로 하진의 브랜드 주가가 놀랍게 뛰고 있었다. 어느 SNS에 들어가도 하진의 사진을 볼 수가 있었음에.
띠링-!
‘와… 좋아요가 진짜 많이 늘었네.’
며칠 새 SNS 좋아요와 팔로워가 빠르게 늘고 있던 하진은 내내 기분이 좋았다. 사진의 출처를 몇 개 찾아가 보기도 했다.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던 어플이 궁금했다.
그러자 ‘서윤슬’이라는 고등학생이 나왔다.
“야, 하진아. 팬 잘 뒀다. 그치!”
옆에서 그의 로드 매니저는 하진의 어깨동무를 하고 그를 띄워줬다. 하진은 낮게 웃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코디 담당, 헤어 메이크업 담당 그리고 그날의 포토그래퍼까지 모든 스태프가 하진에게 박수를 쳤다.
“팬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면 이렇게 어플도 만들어 줘, 진짜 사랑이다. 이거는!”
“하진 씨가 진짜 대단한 아이돌이긴 한가 봐. 누가 이렇게까지 해 줘?”
“진짜 인기는 있고 볼 일이다. 부러워~”
하진도 주변 스태프들이 띄워주는 것에 맞춰 기분이 둥실둥실, 천장까지 닿을 것 같았다. 댓글로 줄줄이 달리는 칭찬들, 늘어나는 하트들. 주변에서 보내는 부러움의 시선과 인정들….
“그러게요. 고맙네요. 제가 더 잘 해야죠.”
하진은 메이크업 수정을 해주는 스태프에게 살풋 웃었다. 사납게 생긴 눈매가 부드럽게 접히니 의외로 다정해 보였다.
“그, 그쵸….”
스탭은 잠깐 얼굴을 감상하다 다시금 프로페셔널한 정신으로 하진의 메이크업을 고쳤다. 오늘의 컨셉은 블루와 레드. 최근 하진을 상승세에 띄워 준 그 컬러들이었다.
하진은 그 감사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것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모르는 채로….
MQ [하진만의 색깔]
요즘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그 하진을 어렵게 만났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날것의 정제되지 않은 매력이 살아있는 그. 마치 베른사체의 화려함과 톤브라운의 절제, 그리고 떠오르는 오프와이트의 신선함까지. 누구보다 블랙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MQ 오랜만이에요. 지난 시즌 런웨이 백스테이지에서 만나보고 이렇게 인터뷰로는 처음인 것 같아요.
HJ 하하. 맞아요.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요.
MQ 요즘 SNS에서 하진 씨의 얼굴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주변에서도 오늘 하진과 촬영을 한다고 하니 다들 난리였는데.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HJ 그런가요. 제가 봐도 팬 분들이 보정을 굉장히 잘 해주셔서 놀랐어요. 저도 저장한 사진을 계속 꺼내 보게 된다니까요. 내가 내 얼굴을 보는 거라 부끄럽지만.
MQ 제가 하진 씨 얼굴이라면 매일 백 번은 봤을 것 같은데요. 하진 씨의 팬들이 어플을 만들었다는데, 이 자리를 통해 그 팬들에게 한 마디.
HJ 음…. 일단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까지 과분한 사랑을 받을 줄 몰라 아직도 얼떨떨해요. 데뷔를 했을 때가 엊그제 같기만 한데…. 이토록 오래 사랑해주시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팬분들을 만날 때면 여전히 심장이 뛰어요.
촬영장의 분위기가 좋았던 것만큼 훌륭한 사진들이 뽑혔다. 이제 MQ 이번달 호 완판은 걱정 없을 것이다. 포토그래퍼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모두 싱글벙글 웃었다. 그 자리에 있던 하진까지도.
“자, 그럼 이제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촬영 최고였어요!!”
화기애애한 촬영장, 모두가 웃는 얼굴. 그건 곧 MQ의 대박을 의미했다. 특유의 무거운 컨셉 때문에 그동안 밝고 청량한 SS 시즌 판매 부수가 저조했었는데, 이번에는 하진 덕분에 대박이 날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스태프들은 기뻐했다. 에디터들도 기뻐했다. 하진과 로드매니저도 기뻐했다. 하진의 팬들과 패션업계 담당자들도 모두 다들 기뻐했다.
…여기 잡지 ‘MQ’를 읽고 있는, 서윤슬 하나를 빼고.
“뭐야 이 새끼!!!”
윤슬은 지금 조용한 명풍문고 1층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손에는 하진이 커버를 장식한 MQ 잡지가 조금 구겨져 있는 채로.
저 멀리서 백휘와 재언이 놀란 표정으로 윤슬에게 뛰어왔다.
* * *
윤슬은 하진의 사진이 어딜 가나 보일 때부터 쭉, 예감이 안 좋았다. 하진의 사진을 올린 후 미친 듯이 오는 메시지나, 어플은 언제 출시되냐는 반응과, 영어를 비롯한 각 나라의 댓글들까지. 물론 다 윤슬이 바라던 것이었지만 하진은 한순간의 홍보 도구였을 뿐이지 그게 주가 되면 안 됐다.
-lovelovehazinnn 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hazinforever 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이 와중에도 윤슬의 SNS에는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아, 이러면 협찬 연락 잘 안 보이잖아…!”
본의 아니게 윤슬의 부업에 방해된 하진은 이제 윤슬에게 제법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흐음….”
이걸 어떡하지. 고민하던 윤슬은 잠시 얼굴에 차갑게 닿는 감촉에 깜짝 놀랐다.
“무슨 생각해?”
한 손엔 커피를, 한 손엔 팝콘을 들고 있는 백휘였다.
“…윤슬이 피곤해?”
그리고 한 손엔 콜라를, 한 손엔 나초를 들고 있는 재언과 함께 셋은 영화관에 있었다.
윤슬과 아이들, 그러니까 팀 최선은 엘더아머와 성공적인 계약을 마치고 이제 드디어 팀 회식을 하는 날이었다.
시험이 끝난 다음 하루도 쉬지 못한 셋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었다. 드디어 해방인데, 해방감이 별로 들지 않았기 때문에.
빰- 빠밤-
[당신의 피부를 위한다면, 언제든 숨쉴 수 있게 해주세요.]스크린에서는 요즘 가장 잘나가는 배우가 신제품 에센스를 광고하고 있었다. 영화관의 커다란 소리가 반가운 윤슬은 행복하게 빨간 카펫을 밟으며 입장했다.
“잠시만요.”
백휘가 이미 예매해 둔 자리는 제일 좋은 I열의 정 중앙이었다. 계약서가 마무리된 그날 저녁 엘더아머 사무실에서 집이 가까운 재언을 먼저 보내고 윤슬과 둘이 집으로 향하는 백휘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종목으로 승부했다.
“영화는 뭐가 보고 싶어?”
“나? 음… 지금 뭐가 나왔으려나….”
바로 머리 굴리기.
같이 보는 첫 영화인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윤슬이 옆에는 본인이 앉아야 한다.
티 나지 않게 백휘는 한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할 수 있다.
“아, 이거 재밌겠다!”
“음, 맞아. 내 친구들도 재밌다고 하더라고.”
“뭐야? 오늘 개봉한 건데?”
‘그거야… 윤슬이 네가 재밌어 보인다고 하면 그게 1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라도 재밌다고 볼 거니까….’
당황한 백휘는 빠르게 표정 관리를 하며 거짓말을 했다.
“하하, 내 친구 중에…. 그러니까 시사회. 같은 걸 다니는 친구들이 있거든.”
“아아~”
“먼저 봤는데. 음. 괜찮다고 해서. 재미와 감동을 한 번에….”
백휘는 말할수록 자신이 구차해지는 기분이라 심장이 더욱 크게 뛰었다.
거짓말인 거 들키면 어쩌지, 사실 시사회 안 했던 영화면 어떡하지 고민하며 윤슬의 시선을 살짝 피하던 백휘에게 윤슬은 흔쾌히 대답했다.
“그럼 이거 보러 가자!”
“그래, 그럼 예매할게.”
다정히 말하며 남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쉰 최백휘는 두 자리와 한 자리를 따로 예매하려다가 너무 속 보이는 것 같아서 사이좋게 세 자리를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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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검색 기록을 남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