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6화(6/405)
‘뭐지? 이것도 보상인가?’
눈앞 상태창에는 ‘인벤토리에 저장되었습니다!’라는 글자만 쓰여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내 힘으로 직접 이뤄낸 결과였다.
<안녕하세요, 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담당자님! 반갑습니다. 키키 게스트의 강 예지입니다.
이렇게 연락을 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페이지 담당자님의 역량에 감탄해 계약 제의를 드리려 해요. 자세한 계약 사항은 만나 뵙고 진행을 하고 싶은데, 가능하실까요? 소중한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회신 기다리겠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정도 뒤에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 * *
따르르릉-
“네, 키키게스트 전화 받았습니다.”
“대리님! 메일 확인해달라고 하시는데요!”
“전화 바꿔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키키 게스트 본사는 점심시간 직전에도 여전히 분주했다. 스타트업 회사답게 다들 열정은 넘치지만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마케팅 회사라는 게 다 고만고만하게 바쁘기 마련이지만.
“예지님 오늘 미팅 확인 픽스 되었나요?”
“넵 이따 두 시에 방문하시기로 하셨습니다.”
“이왕이면 이번 주 안으로 계약 진행하자고 해요. 저희 수요일 에디터 부족한 거 아시죠?”
키키 게스트가 더 바빠진 이유는 짧게 요약해 단 하나.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사이트 내부에서 다음 글로 이어서 클릭하는 로그 수는 줄어들었다. 한 번 클릭은 해도, 다음 글로 두 번 클릭은 안 한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SS 시즌을 맞이하기 전 어떻게든 신규 에디터를 공격적으로 영입하자는 회의를 마쳤을 때, 최근 트래픽이 확실하게 늘어난 회원 에디터가 본사 마케팅 팀의 눈에 띄었다.
‘확실히, 콘텐츠 볼만하네.’
깔끔한 사진 편집, 군더더기 없는 말.
그리고 요즘 10대와 20대 초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다. SPA 브랜드의 새로 나온 의류. 누구나 한 번은 클릭해보고 싶은 콘텐츠니까.
초반 팔로워를 모으는 감도 제법이고. 10대 팔로워 층을 노려 교복에 코디한 것과 20대 코디를 따로 준비한 것도 예리하다.
에이스북 페이지 운영까지 하고 있는 것까지 확인했다. 댓글을 갈퀴로 긁어모으는 실력자다.
‘아마 20대 중후반? 이 바닥에서 제법 굴러 본 솜씨인데.’
예지는 기지개를 한 번 피고 시계를 확인했다.
1시 55분. 곧 ‘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담당자가 방문할 때다. 그런데.
끼익-
“안녕하세요.”
예지의 눈에 놀랍도록 어린, 중학생이라고 할 법한 나이대의 여자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혹시 에이스북 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담당자님?”
“네. 맞습니다.”
* * *
‘놀랐구나, 너.’
회귀 전 내 또래로 보이는 담당자는 잠깐 나를 당황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자연스럽게 미팅룸으로 이끌었다.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선릉역, 빌딩 숲 거리에 있는 키키 게스트 본사. 몇 년 뒤에는 미친 듯이 성장해 도산대로에 가까운 빌딩에 위치하게 된다.
‘그만큼 빨리 클 테니까 일단 눈에 띄는 능력을 보여야지.’
일부러 에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하는 글들을 키키 게스트 회원 에디터로도 업데이트해 놨다. 에이스북 페이지만으로는 마케팅 팀 담당자 눈에 띄는 시간이 제법 걸릴 테니까.
“생각보다 많이 어리시네요. 음, 저희는 ‘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가 저희 키키 게스트에서 꾸준히 연재되기를 원해요. 지금은 담당자님 자유 연재로 진행하고 있어서 언제 올리셔도 되는, 일종의 취미잖아요?”
“네. 그렇죠.”
취미 아니다…. 누구보다 생계형으로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일주일간 나간 피 같은 골드를 생각하며 왠지 눈이 아련해졌다. 그거 내가 이 회사에서 전부 다 회수한다.
나는 담당자 머리 위 반짝이는 상태창을 클릭했다.
「<상태창>
이름: ? 예지
[스킬: 네 말도 맞고 네 말도 맞구나 (B)] [스킬: 직장인의 마음가짐 (D)] [스킬: 병아리의 열정 (C)]」잘 걸렸다.
첫 번째 스킬이 마음에 든다. 조금 이따 준비할 연극의 아주 좋은 방청객이 되어 줄 것 같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네. 병아리 담당자가 걸리고.
“저희는 정해진 요일에, 그러니까 일종의 작가처럼. 저희 사이트와 앱에 연재를 해주셨으면 해요. 충분히 재능 있으시고 또 저희들도 너무 재밌게 읽었거든요.”
“연재라면… 어떤 조건이 있을까요?”
담당자는 미리 준비한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 세 번째 장부터 보시면 되는데요. 읽다가 조금 어려우시면 저한테 바로 질문해주세요!”
친절하게도 어린 애가 처음 보는 서류일까 봐 배려를 해준다. 나는 빠른 속독으로 서류를 읽어 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 연재, 연재비는 글 하나에 이 정도 금액… 맞죠?”
“네네. 초반에는 이 금액으로 시작하지만, 더 조회 수가 오르고 나면 연봉 협상…. 그러니까 더 오른 금액으로 맞춰드릴 거예요. 제가 보기엔 금방 순위권 안착하실 것 같아요.”
나쁘지 않은 계약서다. 오히려 좋좋소 다닐 때보다 조금 더 나은 조건들이 붙어있다. 단순히 지금처럼 글만 작성한다면 시간 대비 고효율의 계약일 것이다.
‘하지만 안 되지.’
이 정도 푼돈으로 어림도 없다. 광고 한 번에 얼마를 받는지 내가 이 바닥 돌아가는 거 뻔히 아는데.
나는 계약서를 들고 순진한 눈으로 담당자를 쳐다봤다.
“부모님과 상의하고 연락드려도 될까요?”
“네 그럼요. 당연하죠.”
생글생글 웃으며 전해주는 명함을 가지고 본사를 나왔다.
물론 상의는 내 비어버린 잔고와 함께 합니다.
* * *
상태창에 뜨는 체력이 30을 간신히 웃돈다. 이유는 내가 며칠째 새벽에 자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뜬 미션 때문에.
띠링-
「▶System
【미션: 일반】
▶넘쳐나는 하트의 바다
Youstargram 글 하나당 좋아요 ( 500 )개 이상 받기!
보상
○유명세 상승
○어쩐지 이 페이지, 눈에 익은 것 같아…. 스쳐 지나가는 SNS 사용자가 당신을 팔로우할 확률이 20% 이상 상승합니다(상승률 랜덤: 2~50%).
수락하시겠습니까?
[ Yes ] [ No ]」‘보상을 이렇게 걸면, No를 누를 수가 없잖아….’
키키 게스트와 계약하기 전 높은 팔로워 수는 필수다. 반쯤 해탈한 마음으로 Yes 버튼을 누르고 인터넷에 아랍의 관광지를 검색했다.
그리고 유스타에 그 장소를 태그한 사용자들을 찾아 미친 듯이 좋아요를 누르고 다녔다.
Zayed Grand Mosque, Abu Dhabi
→장소 검색
얘네가 의리가 있어서 좋아요 반사를 참 잘 오더라고.
Avaneesovva
صْبَحَ عَلَى خَيْر
꾸욱-
akarmhankankn
Smile 🙂 hahaha
꾸욱-
marcobazzzaen
تكون عائلة سعيدة محظوظة لأنّ أفرادها يحبّون بعضهم
البعض وفيها يستمرّ صوت الضحك
꾸욱-!!!
새벽까지 아랍 시간에 맞춰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데 체력이 남아날 리가. 그리고 유스타그램 팔로워는 이렇게 모으는 게 훨씬 빠르다는 걸 며칠간 새로 알게 됐다.
띠링-!
-marcobazzzaen 님께서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또.’
이렇게 아랍인들에게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보면 열 명 중에 한 명은 메시지를 보낸다.
-Hello swetty 🙂
무시하면 다시 하나 더.
-안녕. 나에게 좋아요 줬니? 하하.
-친하게 놀자 지내고 싶어. 당신의 사진 보내줄래?
이러다 가끔은 사진을 보낸다.
-How are you doing-?
(아부다비 시민이 웃통을 벗고 진한 쌍커풀이 진 눈으로 갑작스레 윙크를 갈기는 셀카)
“좋아요 받기… 참 힘들다….”
셔츠 사이로 보이는 가슴 털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회피했다. 터키 아이스크림 아저씨라도 된 것처럼 좋아요를 눌렀다 메시지를 피했다 메시지를 피하면서 좋아요를 눌렀다를 반복했다.
새벽까지 엄지손가락 아프도록 좋아요를 누르고 다니며 좋아요와 팔로워를 모았다.
아직 유스타그램은 사진을 여러 장 묶어 올리는 기능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당연히 에이스북보다 좋아요가 늘어나는 속도가 다르다.
‘전달하는 정보의 차원이 다르니까….’
남은 골드. 마저 써야겠다.
[Ace Book]▶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요즘 입으면 제일 예쁠 나만의 데일리룩을 소개해주세요!
상, 하의, 액세서리까지 모두 기재해 메시지로 전달해주시면 이달의 데일리룩 베스트 3분을 뽑아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보내주신 사진을 업로드 할 때 페이지에 계정을 태그해드려요!
날짜: 2.15~3.15 한 달간
상품: 쇼네르 립스틱 (SS 시즌 신상/ 컬러는 채택 후 메시지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처음 봤을 땐 제법 고가의 선물을 증정하는 것 같지만, 초반 페이지 홍보를 했을 때 뿌렸던 커피 기프티콘 총합의 값보다는 더 저렴하다. 심지어 그때는 좋아요와 댓글뿐이었지.
이번엔 정말 콘텐츠로 써먹을 수 있는 거니까. 얼마를 써도 남는 장사다.
그래서 스쳐 지나가듯 보는 사람들도 멈칫, 할 수 있는 브랜드명이 필요했다.
나도 한번 보내볼까? 하는 마음이 한 번에 들게.
“이럴 땐 쇼네르만 한 게 없지.”
지금부터 몇 년 뒤, 사람들의 로망이자 꿈이 되어버린 쇼네르. 가방 하나 사려면 몇 달 내내 백화점이 오픈할 때 뛰어 들어가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 ‘오픈 런’의 명품이 된다.
그 덕인지. 업로드한 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아 메시지창에는 +17이라는 숫자가 새로 떴다.
이젠 남은 기간까지 팔로워를 한 번에 쓸어 모을 일만 남았다. 키키 게스트와 다시 만나기로 한 일주일 뒤, 그때까지 나는 유스타그램 팔로워 5,000명을 채울 생각이다.
…아랍인들을 좋아요하면서.
-New messege: (사진)
-marcobazzzaen: 수줍음 많은 소녀. 나의 윙크에 숨어버렸니?
-marcobazzzaen: 안녕, 꿀, 거기 있어?
* * *
제보가 온 사진들을 페이지와 유스타그램에 올렸다.
꼭 명품 립스틱이 아니더라도, 계정명을 걸어 약간의 홍보 대상이 되고, 사람들이 댓글로 칭찬을 하는 걸 본 뒤에는 메세지창에 실시간으로 더 많은 사진들이 들어왔다.
[AceBook page]▶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상의: 윤희클로 램스울 가디건
이너: 오프라인 (정보X:홍대에서 구매했어요)
하의 : AA
반지 : 판도르 하트링 실버
@김 예진님 예쁜 데일리룩 제보 감사드립니다 🙂
댓글: 682
-두 번째 코디 찍은 장소 어딘지 정보 알 수 있을까요..!ㅜㅜ
-첫 번째 스커트 AA정확한 품명이 뭐에요? 사이즈도 적어주세요ㅠㅠㅠㅠㅠ
@김 예진: 야 너 언제 제보함ㅋㅋㅋㅋ
˪다른 예진인디
@김 예진: 예지나 너랑 이름 똑같음ㅋㅋㅋㅋ
@김 예진: 여기 예진이 많다
@이 지선: 내 이름 여기 왜 이렇게 많아
˪전국 예진자랑
-중고차 찾으시나요? 어디서나 신뢰를 바탕으로 판매하는 저희 문신육수 중고차 페이지로 놀러오세요~^^
잘 찍은 사진은 사람을 불러 모으고, 사람을 불러 모은 곳에는 잘 찍은 사진들이 다시 불려왔다.
하루에 업로드할 수 있는 사진이 수십 장씩 늘어나 이제 알고리즘을 타 에이스북 추천 페이지에도 종종 ‘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가 뜨는 일이 잦아졌다.
댓글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건, 새로 올린 글이 한몫했다.
[따뜻한 페이지를 만들어요 🙂 한 달간 가장 많은 칭찬 댓글을 달아주신 10분께도 쇼네르 립스틱을 보내드립니다♥]이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면, 초반엔 상품을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새로 글을 올릴 때마다 줄줄이 칭찬 댓글만을 달기 마련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보면 나도 받고 싶어지기 쉬우니까.’
몇 년 뒤 대 인튜버 시대가 열리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 타인의 쏟아지는 호의가 탐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내가 저것보다 더 예쁜데? 내가 저것보다 더 잘 찍는데? 두 가지 마음을 부추기다 보면, 점점 더 사람이 몰린다.
물론 이게 한 달 내내 지속되지는 않을 테니 꾸준히 안 좋게 달리는 댓글들은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유스타그램은 외국인들이 더 많이 하지.’
아직은 에이스북이 강세인 한국이기에, 주로 외국에서 더 많이 쓰는 어플이었던 유스타그램에서 팔로워를 모으기 위해 태그를 영어로 걸어놓았다.
띠링-
-Jamesnotnerd: heyyyy 🙂
곧 또 상반신을 벗은 셀카 폭탄들이 다가올 것 같지만, 에이스북이 잠잠해지고 유스타그램이 본격적으로 뜰 때까지만….
-Jamesnotnerd: (사진)
-Jamesnotnerd: (사진)
조금 참자….
제임스는 그 뒤로도 종종 주머니에서 금방이라도 녹은 초코바가 나올 것 같은…. 낡은 체크무늬 남방에 회색 스니커즈와 등산 가방을 멘 상태로 아찔하게 치명적인 눈빛 셀카를 보내왔다.
이전에 마르코 역시 가슴 털을 뽐내 나의 심신을 어지럽혔다.
그만혀….
「▶▶▶Loading….」
「▶System
【미션: 일반】
▶넘쳐나는 하트의 바다
Youstargram 글 하나당 좋아요 ( 500 )개 이상 받기!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이 수령됩니다.
[유명세] 스탯이 상승합니다.▶ +10
○어쩐지 이 페이지, 눈에 익은 것 같아…. 스쳐 지나가는 SNS 사용자가 당신을 팔로우할 확률이 23% 상승하였습니다.
※ [유명세] 스탯은 정해진 포인트가 되면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현재 유명세: ???」
* * *
‘…대박이다.’
키키 게스트 병아리 담당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페이지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갓 중학교 졸업한 애가 이렇게 수완이 좋다고?’
다른 에디터들은 소재를 찾고, 사진을 찍고, 편집을 하고 글을 쓰는 시간에 서윤슬은 소재와 사진이 알아서 찾아왔다.
사진을 잘 추려 글만 적으면 되니 퀄리티도 키키 게스트에서 계약 연재를 하는 에디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예지님. 이 에디터 지난번에 온 그 중학생 맞죠?”
“네. 중학생 아니고 이제 막 고등학교 일학년 된대요.”
“아이고, 엊그제 태어났네.”
오늘 키키 게스트로 다시 한번 미팅을 오기로 한 엊그제 태어난 에디터, 윤슬은 담당자들 사이에서 ‘놓치면 안 되는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2월 가디건 데일리 룩 모음] [닥틴마터 코디 모음/ 3홀 특집] [사두면 매일 입는 윤희클로 램스울 니트 코디]키키 게스트 사용자들 트래픽 평균 7.2를 끌어내고 있었으니까.
하나의 글만 클릭하던 사용자들은 윤슬의 게시글을 통해 다른 것들까지 이어서 클릭하고,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떠 있는 광고 배너를 클릭했다.
돈 물어오는 기특한 강아지, 윤슬이. 심지어 페이지로 제보가 들어오는 사진들을 추려 글 올리는 속도마저 남달랐다. 천부적인 마케팅의 감을 가진 고등학생.
‘얘는 된다, 되는 애다.’
병아리 담당자는 주먹을 쥐었다. 절대 놓치지 않는다. 애초에 거절하지 않고 다시 본사에 방문한다는 거 보면 이미 마음이 80% 이상 넘어왔다.
‘어리면 더 구슬리기 쉽지. 내가 어른처럼 어디와 계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임팩트 있는 일이니까. 또 그 나이면 그 정도 금액에도 충분히 만족하다 못해 더 크게 느낄 테고.’
“나이가 어리니까, 에디터 나이 밝히고 친근하게 다가가면 더 잘될 것 같아. 그치?”
“네, 아무래도 공감대 형성이 초반부터 빌드업 잘되니까.”
잔뜩 들떠 머리 위에서 [스킬: 병아리의 열정 (C)]이 반짝거리던 병아리 담당자는 10분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계약을….”
“네, 안 합니다.”
‘대체 왜? 뭐가 부족해서? 이 정도면 한 시간에 시급 받고 알바하는 것보다 훨씬 조건이 좋잖아!’
당장이라도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 걸 사회적 체면으로 꾹 참았다. 입사 1년 하고 몇 개월 차.
‘나보다 어린 애 하나 못 구슬리면 내가 오늘 이 바닥 뜬다.’
불행하게도 병아리 담당자는 윤슬 쪽이 훨씬 더 경력이 길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 미팅룸 밖에서는 마케팅 1팀 팀장이 답답한 표정으로 시계만 바라보며 곧 이 계약에 참전할 준비를 한다는 것까지도.
“혹시 어떠한 조항이 마음에 안 드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가 최대한, 맞춰드리려고 하는데요. 아시다시피 워낙 저희 팀에서도 윤슬님 글을 재밌게 봐서요. 팬심 약간 섞어서?”
‘말이 길어지네. 초조하구나….’
그렇겠지. 아마 상반기 실적 나로 내려고 신나게 계획 세워두셨을 텐데.
블랙 기업 짬에서 나오는 슬픈 바이브를 이용해 나는 아쉬울 것 없다는 듯 표정 관리를 하면서 천천히 입을 뗐다.
“조항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고, 전속으로 계약하고 건 조금….”
“부모님의 반대가 있으셨나요?”
“저도 키키 게스트가 참- 좋은데요.”
“아휴. 감사해요.”
“저는 글을 연재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광고에 집중하고 싶어서요.”
“네?”
키키 게스트. 이제 브랜드에서 제품이 협찬으로 가득 쌓였을 시기다.
‘너희 돈으로 생색 좀 내겠다 이거지.’
내 골드, 이제 아까워서 더는 못 쓴다. 너희 골드 내놓을 차례야.
블랙 기업 중의 블랙 기업이었던 바이럴 회사. 3년 동안 야근에 주말 특근에 남의 업무까지 떠맡으며 구르고 구른 나. 브랜딩이고, 바이럴이고 다 내 손바닥 위라고.
이때다. 내 스탯을 써먹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