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7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72화(72/405)
“여고생들은 역시 밥 먹고 나면 바로 까~페에 가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래. 한창 많이 먹을 때니까.”
딸기 맛 마카롱을 먹은 돌쇠 아저씨는 끄덕거렸다. 사내는 자신도 어린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서 안다며 고등학생 때는 소도 한 마리를 먹을 나이라고 공감했다.
“형님 저 떡볶이랑. 튀김이랑…. 이 가게에서 또 잘나가는 거 싸악~ 포장해주십쇼.”
“어디다 쓰려고. 큼. 그냥 팔아주는 거면 됐다. 가게 잘 된다.”
무심하게 두 번째 바닐라 마카롱을 먹으며 돌쇠 아저씨는 말했다. 하지만 괜히 사가는 것이 아니었던지 험상궂은 사내는 손을 내둘렀다.
“아니 요즘. 복싱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가지고.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에이스, 그 녀석 성실하게 나오고 난 다음부터는 아주 그냥.”
험상궂은 사내는 복싱장의 귀염둥이를 생각했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한 달 전에는 나오지도 않더니 갑자기 이제 저녁 내내 복싱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자연스러운 자세는 남자가 봐도 멋졌다.
동네 중학생들이 귀염둥이를 몇 번 보고 난 다음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등록해서, 지금 복싱장은 개장 이래로 최고로 손님들이 많았다. 기세를 몰아 ★여름방학 특강★ ~교복 핏이 달라지는 3주~ 수업을 연 사내였다.
“더 넣었다…. 많이 먹어라.”
“감사합니다, 형님! 맞다. 그리고 이거 빌려 갈게요! 야, 이거 절판인데. 역시 형님이셔!”
“…거기 서지 못해!”
돌쇠 아저씨가 읽고 있던 책이 어느새 사내의 손에 들려있었다. 잽싸게 도망친 사내의 손에 들린 건….
『악당 공작님의 유일한 엽록소가 되었습니다』
#무심남 #오만남 #흑발적안 #햇살여주 #다정여주 #착각계 소설이었다. 깜방 동기가 아닌 ‘로맨스를 잊지 않는 사나이들’. 줄여서 로잊사 모임에서 만난 둘이었다.
“지금 데뷔탕트 막 시작했다!!!”
간절한 돌쇠 아저씨의 목소리가 좁은 골목길을 울렸다.
* * *
“재언아, 맛있냐?”
“네….”
“그래. 그만큼 먹는 거 보니까 맛있어 보이긴 해.”
“형이 많이 먹으라면서요.”
무겁게 들고 왔던 돌쇠네 아저씨 떡볶이는 복싱장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던 재언의 몫이 되었다. ★여름방학 특강★ ~교복 핏이 달라지는 3주~ 를 듣던 학생들은 단백질이 아니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모두가 재언 같은 핏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형. 어떻게 그만큼 먹고서도 몸을 유지해요?”
“몇 번 말해요. 저 열일곱이라니까요. 형….”
“아, 맞다. 자꾸 까먹네. 동생이었지.”
어느새 또다시 사람들의 중심이 된 재언은 ‘생각보다 어리네’를 오랜만에 질리도록 들었다. 나이를 밝힐 때마다 모든 사람이 놀라서 재언은 순간 자신이 나이가 아닌 세계 4대 미스터리의 비밀을 말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얘가 생각보다 애기예요. 가방 봐요.”
“저 귀여운 열쇠고리 설마 재언이 거야?”
“아… 손대지 마요! 보기만 해요.”
윤슬이 선물해 준 상어토끼 열쇠고리를 자랑스러워하던 재언은 만져보자며 다가온 손들을 빠르게 쳐냈다. 그리고 치사하다고 소리치는 녀석을 깔고 앉았다. 녀석은 몇 번 발버둥 치다가 그냥 얌전히 인간 의자 역할을 수행해냈다.
“미친…. 일주일 뒤에 개학이야.”
“넌 그나마 아직 수능 1년 남았잖아. 나약한 새끼야.”
“형도 1년 남았잖아요. 재수열차 타서.”
“뒤진다.”
다들 얼마 하지 않은 방학을 아쉬워하면서 개학의 목을 비틀려고 하는 사이. 재언만이 유일하게 개학을 기다렸다.
“나는 빨리…. 학교 갔으면 좋겠어. 시험 기간도 빨리 오고.”
“…쟤 왜 저래?”
“관장님~. 떡볶이 상했었나 봐요~”
“응 괜찮아. 재언이는 이겨낼 수 있어.”
관장 형은 재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악당 공작님의 유일한 엽록소가 되었습니다』를 정독했다. 재언은 조용히 뒷정리를 하며 덕현여고의 시험 기간을 생각했다. 방학 동안 단 한 번밖에 만나주지 않은 윤슬을 떠올렸다. 그래서 시험 기간만 되면 하루 종일 같이 있다시피 하는 그 주말이 좋았다.
‘물론 걔도 오기야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떨어뜨려 놓고 말겠다는 의지가 불타는 최백휘가.
어쩌면 방학 동안 둘의 집이 가까워 자신을 빼고 놀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으나 곧 괜한 생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ㅋㅋㅋ아니 얘는 맨날 복싱장에서 사네] [(운동하는 바보멈 이모티콘)] [백휘는 뭐해? 혹시 오늘도?]왜냐면 방학을 맞이해 둘의 거리가 굉장히 멀어졌기 때문이다. 적당한 거리감이라고 생각하며 재언은 만족했다.
[응. 나 오늘도…]최백휘는 경주에 내려가 있었으므로.
서울에서 339km. 이보다 바람직할 수는 없었다.
* * *
[경주 엑스포 등불축제]커다란 플래카드 아래 백휘는 더 이상 오지 않는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자신은 떡볶이를 먹었다며 자랑한 윤슬은 노래방에 간 듯했다.
“우리 큰~손~자~”
“네.”
손에 들고 있던 안내지를 탁탁 힘주어 정돈한 후 다시 쌓기 시작한 백휘는 ‘Mㅣ디어로 표현해, 너 Zㅏ신을!’ 대회와 맞바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었다. 방학 내내 온갖 행사와 봉사에 끌려다닌 백휘는 재언보다 더 간절하게 개학을 원했다.
바닷가를 가기 전엔 서울에서, 바닷가를 갔다 온 후엔 경주에서 열심히 노인정 봉사를 했다.
“최 장관님은 좋으시겠습니다. 이런 훤칠한 손자가 모범적이기까지!”
“별말씀을요. 의원님 큰아들이야말로. 이번에 크게 기사가 났던데요.”
껄껄 웃는 소리를 한 귀로 대충 흘리며 테이블에 놓인 자그마한 손풍기의 강도를 조절했다. 제아무리 ‘강’에 두어도 시원하지 않았다. 한여름 땡볕 아래 열악한 천막에서 봉사 시간을 백 시간도 넘게 쌓아가고 있었다.
“저기 번호….”
“혹시 여자친구….”
길 안내보다 번호 거절을 더 많이 하기는 했지만, 어찌 됐건 최백휘는 착실히 오늘의 노동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안내 테이블 위는 축제 자료가 적힌 책자보다 개인 정보가 적힌 음료수가 쌓이기 시작했다.
[첫눈에 반했는데 부담스럽지 않다면 연락하고 지내고 싶어요! ㅠ_ㅠ 010-XXXX-XXXX]“하이~. 뭐해.”
“숨 쉬어.”
“어 잘 쉬어. 나 이거 마신다?”
“개인정보 찢고 마셔.”
“어후. 마음이 찢기실 것 같은데….”
마침 포항 별장에 가족여행을 가 있던 재겸이 얄미운 얼굴로 방문했다.
“야, 봤냐?”
“어. 고맙다.”
“진심을 좀 더 담아봐.”
윤슬이 표절 어플에 남긴 리뷰. 그 멘트에 쌓여가는 수많은 공감은 대부분 재겸의 친구들이 해준 것이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새로운 부정적 리뷰까지 함께 써줬다.
> 별점 가장 낮은 순으로 보기 <
-☆☆☆☆★너무 에러가 심해요ㅠㅠ 그냥 지울래요 ㅃㅇ
-☆☆☆☆★흠… 너무 타 어플 생각나는데요ㅋㅋ 합리적 의심이 안 들 수 없는 부분
-☆☆☆☆★장난치나 물구나무서서 봐도 느와르필름 짭임ㅋㅋㅋ
하지만 재겸으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리뷰 멘트를 쓰기 위해서는 다운로드를 받아야 한다. 다운로드 수는 곧 어플의 핵심. 표절 어플은 어느새 위클리 베스트칸까지 올라갔다.
“근데 슬이 무슨 생각이래? 사용자 수를 많이 보여야 된다니.”
“…왜 슬이라고 불러? 이름 똑바로 말해.”
“슬이를 슬이라고 부르지 뭘 똑바로 말해. 내가 슬이 말고 박춘식이라고 불렀냐?”
“알 거 없어.”
“웅웅. 슬이 번호가….”
재겸이 꺼내려던 핸드폰을 잡아챈 백휘였다. 그리고서는 평소보다 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운로드 받아야, 망할 때 더 주목받으니까.”
이런 양심이라면 두 번째 어플도 똑같이 표절할 거라는 윤슬의 생각대로, 표절 어플을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려둔 다음에 끌어내리기로 했다.
* * *
지금 커뮤니티를 달군 하나의 글이 있다. 업로드한 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아 모든 커뮤니티에 베스트를 차지한 글. 처음의 제목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맛잘알 박사학위들은 모두 아는 서울 떡볶이 맛집 10]무난한 떡볶이 사진과 아래 있는 설명의 카드뉴스였다. 출처는 키키 게스트와 에이스북 ‘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줄여서 친없못. 오늘도 덕현여고의 방송부 부장 소영은 성실히 업로드를 한 친없못의 에디터에 감탄하며 스크롤을 내렸다.
[사과하우스]말캉한 밀떡에 어묵의 조합! 춘장과 고추장을 섞어 맵찔이들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떡볶이
특히 군만두 안 시키면 바보소리 듣는 곳.
특별한 고추장 소스로 버무린 무침 군만두는 여기만의 포인트!
“오, 대박…. 태그 걸어야지.”
@차유겸: 야 여기 ㄱ?
친구 유겸에게 태그를 걸었지만 재빠르게 답이 왔다.
@박소영: 재수할일 있음?ㅋㅋ 뭔 떡볶이를 먹자고 반포까지 가 정신 차리고 걍 돌쇠에 뼈를 묻어 그게 우리 운명임
“미친. 맞는 말….”
소영은 독서실에서 침을 삼키며 수능이 끝나자마자 떡볶이 투어를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소영과 마찬가지로 읽는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여기 다음에 가 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슥슥 스크롤을 내렸다. 원래 이런 글은 Top 3가 궁금한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대망의 1위가 이랬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맛집 중의 맛집. 에디터는 한번 간 다음 거의 매일같이 감.
(빼곡히 30장이 콜라주 되어있는 떡볶이 샷들)
(바닥까지 싹싹 비운 사진들도 마찬가지로 30개 콜라주)
설명은 있었다. 오히려 다른 곳들보다 월등한 사진의 양이 읽는 사람을 미치게 했다. 빨간 국물. 잘 졸여져 씹으면 떡볶이의 감칠맛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밀떡. 거기에 각종 사리…!
공감각적 심상으로 느껴졌다. 이곳은 진짜 맛집이라는 걸. 어느새 소영의 입안에서 떡볶이의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어디인지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한 번 더 내린 순간.
[?????]하지만 안 알랴줌ㅋ
“이런 미친…!”
독서실 안 휴게실에서 영단어를 외우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게 박혔다. 핸드폰을 집어던질 뻔한 소영은 자신도 모르게 포털 사이트로 들어가 검색했다.
검색: 서울 떡볶이 맛집
유명한 곳을 몇 개 클릭해 확인했지만 아까 전과 같은 삘이 오지 않았다. 맛잘알 인생 19년 차. 맛이 없는 것도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으로 먹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소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떻게든 저걸 알아야 마음 편히 수능완성을 마저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소영 하나뿐이 아니었다.
[Hot/ 사람을 미치게 하는 법] [떡볶이 오타쿠들 자존심 상하게 하는 오늘자 핫게 게시글] [자유게시판/ 여기 떡볶이 아는 서울익 있어?ㅠㅠ]모두가 ‘그 떡볶이 가게’를 찾고 있었다.
* * *
‘오, 평생 먹을 욕 다 먹는데….’
그렇게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방법으로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를 시전한 윤슬은 불타오르는 커뮤니티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키키 게스트 게시글에 달린 댓글은 영원한 1위인 것만 같았던 하진의 인터뷰 댓글수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었다.
‘역시 한국인이야.’
먹을 것에 누구보다 진심인 민족다웠다. 댓글창에서 자칭 떡볶이 박사들은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머꼬지에 아니에요?ㅠㅠ
˪아니에요 어묵 모양이 조금 다름.
-더보겠지 떡볶이…?
-ㅅㅂ 사람 미치게 만드네. 저기요 문좀 열어보세요 택배에요! 쾅쾅쾅쾅! 택배에요! 쾅쾅쾅쾅!
˪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 걍 알려줘요
-어그로 돌았누; 댓글 수 봐
“네 전부 오답입니다~”
어느 커뮤니티를 가도 여고 근처 작게 자리한 ‘돌쇠네 떡볶이’ 정답을 맞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슬은 추측이 불가하도록 가게 내부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진은 모서리를 전부 잘라냈기 때문이다.
‘아직 너네는 맛집을 알 자격이 없다.’
땡볕에서 한 시간 삼십 분을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먹고 싶다! 하는 그 마음가짐이 들 때까지 윤슬은 뜸을 들였다.
‘하지만 너무 오래 끌면 좋지 않지.’
윤슬은 느긋한 얼굴로 웃으면서 인간이 가장 배고픈 새벽 1시에 5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아주 단순한 영상이었다. 즉석 떡볶이가 보글보글 끓고, 매콤하게 잘 익은 라면 사리를 집게로 쭉 들어 올리는 영상.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고 당장 내 입 안으로 명령이 나오게 되는 고화질의 영상이었다. 에이스북 페이지에 올리자마자 빠르게 조회수가 늘었다.
‘자. 마침 도파민 중독자들이 가장 활발할 시간이다.’
윤슬이 노린 것은 도파민 중독자들의 끈기와 추리력, 그리고 행동력이었다. 떡볶이 TOP1 맛집을 찾아 헤매던 하이에나들은 영상을 확인하고 바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윤슬이 준 힌트를 기가 막히게 캐치해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