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7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74화(74/405)
입력: 혹시 최근에 모노로그 어플 다운받았어?
윤슬은 비밀댓글을 작성하면서도 이건 아니겠지, 그런 마음이 있었다. 혹시 이게 사실이라면, 자신이 추측하고 있는 게 맞다면 이런 피해자는 한둘에서 그칠 것이 아니었다. 그때 빠르게 답댓글이 달렸다.
-헉 맞아…ㅠㅠ 어떻게 알았어? 혹시 익둥이도 이런 일이 있었을까? 캐묻는 것 같았으면 미안해 근데 인터넷 검색 해봐도 이런 사례가 안 나와서… 고소할거라고 욕하던데 해킹 당했어도 내가 가해자가 될까봐… 혹시 가해자로 누명쓰면 나 이제 막 스무살이라 만으로는 미성년인데 좀 정상참작? 될 수 있을까?ㅠㅠㅠㅠ 지금 또 메시지 와서 어찌됐건 돈 물어내라고 난리라 손이 떨려…
“…맞네. 이거.”
바이럴마다 ‘셀카 보정하기 좋은’ 키워드를 넣은 이유를 이제 윤슬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료 어플 주제에 어디서 돈이 나 그렇게 많은 바이럴을 돌렸는지도.
어리고 순진한 여자애들의 얼굴을 팔아 채팅에서 쓰고 있었다. 또 다른 종류의 피싱이었다.
윤슬은 잠깐 고민했다. 자신이 너무 이 일에 깊게 관여하는 것은 아닌지. 이러다 사실적시로도 얼마든지 명예훼손을 당할 수 있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이라면 자신에게도 무슨 피해가 올지 몰랐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으나.
입력: 협박한 메시지 pdf 파일이랑 자세한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사실 나도 이전부터 그 어플 조사하고 있었거든… 아무래도 그 어플로 보정한 사진마다 전부 유출된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어린애잖아.”
스무 살짜리가 저러고 있는데, 고소를 당하더라도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윤슬은 다른 피해자들도 찾기 위해 아이템 숍에 들어가 박키스를 들이켰다. 아무래도 오늘 밤을 새야 할 것 같았다.
검색: 채팅에서 만난
검색: 여사친 구하는 채팅
검색: 요즘 여대생 채팅
일단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윤슬은 키워드를 바꿔가며 눈을 빛냈다. 아무래도 이 어플의 회사를 제대로 찾은 듯싶었다.
[요즘 여대생들 다들 힘들게 돈 벌기 싫어하더군요]호프집이나 힘쓰는 일 하는 곳 보면 다들 남자들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도 참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비싼 커피며 네일이며 돈이 다 어디서 나는지 원.
그런데 얼마 전에 회사 후임이 말해주기를 요즘 여대생들은 힘들게 돈벌기 싫어하고, 그렇다고 해서 씀씀이 줄이기는 더 싫어하고.
얼굴 좀 되는 여자들은 에프리카 방송 bj를 한다든지 하면서 짭짤하게 돈 번답디다. 만약 말을 잘 못 하는 편이다? 그러면 채팅 어플로 대화상대를 해준다더군요. 호구 낚아 용돈 받는 게 알바ㅋㅋㅋㅋ 저도 한번 깔아봤는데 야~. 이거… 잘못 걸리면 아주 돈 탈탈 털리겠다 싶었죠ㅋ 물론 저랑 대화하는 애는 참하긴 합니다만.
-ㅋㅋㅋ호구 납셨네
-왔능가…
-원래 호구는 자신이 호구인줄 모르는 법입니다 회원님 ㅠ 채팅어플 하는 여자가 참할리가요ㅋ 그리고 그게… 여자가 맞을까요…?ㅋ
˪이분 지난달에 게임정모에서 넷카마한테 당하신 분이시네ㅋㅋㅋㅋㅋㅋㅋ
˪(캡쳐 사진) 셀카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여자 맞아요ㅋ 그리고 갑자기 교통비 없다 해서 택시비와 알바 잘렸대서 월세 정도만 보냈습니다. 호구 아닙니다
˪요즘 유스타 하는 여자들 많아져서 거기서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어요… 아이고ㅜ
˪구글링 해봤는데 안 뜨는데요?
˪어 얘 나 아는 앤데ㅋㅋㅋ
https://www.youstagram_hyunjungvly0321 보니까 그 사진 없는걸로 봐서… 본인이 한거 맞는 듯요ㅋ
-저도 채팅어플 가봐야겠네요ㅋ 용돈 노리고 하는 꽃뱀 아니고 순진한 여대생과 오랜만에 풋풋한 정 나누고 싶습니다… 그 어플 이름이 뭡니까?
˪‘자긴어때’ 어플입니다
‘생각보다 심각하다….’
개인 정보가 속속들이 털리고 있었다. 사진부터 유스타 계정, 학교, 이름과 나이… 심지어 이런 글이 한두 개도 아니었다.
윤슬은 표절 어플의 SNS 공식계정을 클릭했다. 그리고 이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용자가 아닌, 이 계정이 팔로우하는 사용자 중에서 몇 명을 추려냈다. 윤슬은 사기 치기 좋을 만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일반인들의 조건을 생각해냈다.
1. 팔로워가 애매하게 많을 것. 천 이상, 만 이하.
2. 평소 셀카를 자주 찍어 올리는 사람일 것.
3. 나이가 어릴수록 돈이 부족하다는 얘기로 피싱을 할 테니 최소 10대 후반에서 최대 20대 중반.
그러자 약 스무 명이 나왔다.
윤슬은 하나하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최근 이상한 사람이 찾아온 적이 없냐는 메시지를. 하지만 밤이 늦어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아직 하나의 답장도 오지 않았을 때, 메시지를 보내려던 여성의 피드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Youstagram](집 안에서 찍은 셀카)
요즘 메시지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ㅠㅠ 그거 다 도용이고 저 에이스북이랑 유스타 두개밖에 안 해요 무슨 채팅? 한 적 없습니다. 제가 그런걸 대체 왜 해요. 지금도 모라구 오는데 당분간 메시지 안 읽을게요!(•̀ᴗ•́)و ̑̑
윤슬은 메시지를 보내려다 멈칫했다. 다행히 사용자 계정 아래에는 익숙한 문구가 하나 떠 있었다.
‘차재겸’님이 팔로우합니다.
* * *
“재겸~. 너 전화 오는데?”
“누구? 그냥 냅둬. 원카드!!! 어 내가 제일 먼저 말했어.”
“덕현 서윤슬이 누구냐?”
당장 내일 등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겸은 친구들과 노는 중이었다. 부모님이 여행을 간 친구의 집에 모여 열심히 원카드를 하고 있던 재겸은 잠시 카드를 덮어두었다. 테이블 아래에 어지럽게 놓인 보드게임들이 굴러다녔다. 벨벳 소파 위에 눕다시피 앉아있던 친구는 해적 통아저씨에게 칼을 하나씩 꼽아 보며 새벽 시간을 죽였다.
“보면 죽어. 절대 안 돼.”
“차재겸 하트 3. 야 누가 바꿔!”
“응 하트 7. 나 클로버로 바꾼다~”
[☎덕현 서윤슬]재겸은 냉정한 친구들을 향해 하나 남은 카드를 던졌다. 그리고 진동이 오는 핸드폰을 부드럽게 밀었다.
“뭐야 슬이~? 심심해? 잠 안 와?”
-재겸아, 혹시 지난번에 네 친구들… 아직 그 어플 쓰는 애들 있을까? 아니면 한 번이라도.
“이런 조사. 너무 갑작스러워요. 배신자 숙청 이런 거?”
-장난치지 말고. 중요한 일이라 그래. 써 본 애들 있는지 물어 봐줘. 그리고 지금 당장 삭제하라고도.
“뭐야 무섭게. 뭔지 말해줘야 나도 설명을 하지.”
-…그게.
그때였다. 소파에 있던 친구가 마지막으로 꼽은 칼에 통 안에서 해적 아저씨가 하늘을 향해 튀어 올랐다. 멋지게 포물선을 그린 해적 아저씨는 재겸의 머리 위로 안착했다.
“그거 진짜야?”
-확실해. 내가 지금 자료 수집 중이야. 인터넷 검색해보니까 얼추 맞는 거 같아. 채팅 어플 사이트에서 사진으로 피싱하는 거. 몇 명한테는 DM 보내서 확인해봤어. 자기들은 그런 채팅 한 적 없대. 입금받은 적도.
“음…. 일단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마.”
-네 친구들 몇 명이나 다운받았어? 많이는… 안 받았지? 일단 김유리? 얘한테는 삭제하라고 전화 좀 해줘. 누구냐고? 그 유스타 아이디… youryuri 이건데.
‘백 명 넘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어플 다운 받고, 리뷰 쓰고, 별점까지 1을 주는 것을 확인해야 보내줬던 재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대부분 남자라는 것. 그리고 눈앞에서 삭제하는 것까지 확인했다는 것.
“아, 그 유리~. 알겠어. 그거 걱정돼서 새벽에 전화했어요~. 야 슬이 착하네.”
-진짜 장난치지 말고… 혹시 사용한 애들 더 있을까? 있으면 안 되는데….
“당연히 다~ 삭제시켰지. 내가 매국노도 아니고 어떻게 다른 어플을 내 친구들 핸드폰에 오래 머물게 하겠어? 나 완전 사육신이야.”
-아,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내가 다운 받으라고 한 애들은 눈앞에서 다 지웠는데. 혹시 모르니까 아직 쓰고 있는 애들 있나 한번 물어도 볼게.”
마침 캐치콜 서비스로 문자가 왔다. 그리고 곧이어 통화 중인 핸드폰에서 또 한 번 진동이 울렸다.
[정신머리 빠진 녀석아. 너 지금이 몇 시냐? 그따위 행동거지가 집안에 먹칠을 한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나이가 아닐 텐데. 부모 그늘 아래에서 언제까지 마음대로 살 수 있나 한번 보자. 니 카드 다 정지했다. 죽기 전에 와라. -아버지-]“근데 슬아. 지금 이거 누구누구 알아?”
-아직은 너밖에 몰라.
“경찰 신고할 거지? 물론 해야지.”
-어. 할 거야. 근데 아직 잘은 몰라서…. 일단 증거만 수집 중이야.
“슬아. 우린 친구잖아. 그것도 정말 친한.”
-…우리가?
“요약집.”
-아, 그럼 친하지!
“그럼 나도 도와줄게.”
재겸은 손에 든 해적 아저씨 모형을 가볍게 던졌다 받았다. 아무래도 윤슬과는 정말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잠깐만, 자료는 이따 보내줄게. 나 지금 답장 오기 시작했어.
“알겠어. 기다릴게.”
통화를 끝낸 재겸은 바닥에 있던 가방 중 자기 것을 들어 어깨에 대충 걸쳤다. 그런 재겸을 본 친구들은 야유했다.
“야 밤 새자 했잖아~. 의리 없다~ 니.”
“내 미모 유지하려면 하루 여섯 시간은 숙면을 취해야 돼. 나 간다.”
“어 꺼져~”
“…야 근데 나 이만 원만. 애들한테 매점 사서 현금이 없네.”
“이게 웬 거지세요? 꺼지세요.”
“아 카드 정지됐어. 내일 바로 갚는다.”
“걍 뻐겨. 자고 아침에 들어가.”
친구들은 재겸이 지금 집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며 다시 한번 트럼프 카드를 섞었다. 컬러 조커와 흑백 조커가 가깝지 않게 중간에 섞은 패들을 착착 섞었지만 재겸은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었다.
“내일이면 정지 풀려. 현우 얼굴 걸고 맹세할게.”
“내 얼굴을 니가 왜….”
“그나마 가장 쓸 만해. 나 다음으로.”
“역시 재겸이는 참된 친구야. 윤리할 때 알아봤다. 내가 빌려줌.”
* * *
윤리라는 것은 성인이 되어도 받아야 하는 교육임을 확신하며 재겸은 현관에서부터 골프채를 쥐고 있는 아버지와 마주했다. 소파에 앉아있는 시퍼런 눈을 마주하자마자 재겸은 털썩 꿇어앉아 무릎걸음으로 들어갔다.
“…돌았지?”
“단독보도! 새로운 스마트폰 피싱!”
“헛소리하지 말고 이리 와. 이리 와 새끼야.”
“아 진짜!!! 잠깐만요 아! 머리 다 빠져!!!”
“이 새끼 머리는 안 본 새에 치렁치렁 길어 가지고. 가위 어디 있어? 오늘 아주 그냥 밀어버리게.”
“어 잠깐! 지금 안 보면 후회!!! 아 아버지 진짜!!!”
신논현 디자이너 숍까지 가서 청순한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던 재겸은 등골이 서늘했다. 마침 윤슬이 보내준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았더라면 운동부 같은 끔찍한 빡빡머리가 될 뻔했다. 재겸은 다급한 손으로 어두운 거실에서 밝은 빛을 뿜는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게 뭐야.”
핸드폰 화면 안에는 꽤 많은 자료가 들어 있었다. 갑작스레 여성들의 SNS에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는 악성 메시지들의 연속. 피해자는 미성년자부터 30대까지 다양했다.
손에 든 골프채를 내려놓고 안경을 다시 고쳐 쓴 재겸의 아버지는 진지한 눈빛으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너 아는 녀석이냐? 얘도 피해자야?”
“아니요. 그냥 조사만 했대요.”
“어쩌다 연관되게 된 건지 말해.”
“음, 일단 백휘네 어플 만든 거 아시죠? 얘가 같이 만든 앤데요, 어플이 표절당해서 한번 보니까 약관이 수상하더래요. ‘니 얼굴 들어간 사진을 SNS에서 사용하겠다. 동의하지?’ 뭐 이렇게. 그렇게 어플 사용한 사진들 전부 개발자한테 흘러 들어갔고.”
“그래서. 이 어플 피해자 대충 몇 정도 예상하냐.”
“지금 보면 다운로드 수가 3천 넘겼네요. 여기서 어림잡아 80% 여성이면… 약 2천 4백 명쯤. 근데 전부 셀카를 보정한 건 아닐 테니까 여기에서 또 줄여야죠. 그래도 심각한데요.”
핸드폰을 잡고 눈을 굴리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재겸의 아버지는 재빨리 윤슬이 보내온 마지막 대화까지 읽은 후에 모든 자료를 메일로 전달했다.
[차광천: ‘[email protected]’ 님에게 메일을 전송하시겠습니까?]캄캄하고 어두운 새벽, 태극일보의 사장 차광천의 머릿속에서는 빛나는 헤드라인이 빠르게 작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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