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7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76화(76/405)
하진의 도움과 더불어 재언은 범죄 조직 일망타진 기사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어플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윤슬은 꼭 시기를 맞춰도 된다고 하지 않았지만 재언은 시너지를 내고 싶었다.
“왜 자꾸 한숨 쉬어….”
“그냥, 걱정돼서.”
“음, 뭐가?”
윤슬이 계속해서 피해자들을 신경 썼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아예 모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기사 뜨고 뉴스에 나면, 사람들은 이럴걸? 그러니까 왜 아무 어플이나 다운받고 생각 없이 굴었냐고. 요즘 애들 셀카 많이 찍는 거 물고 늘어질 거야.”
“…피해자한테?”
“음, 그치. 그런 개새끼들 많지.”
“어. 그럼 이 사람들은 자기가 잘못한 건가, 그렇게 생각할 거 아냐! 아직 이렇게 어린데.”
평소에는 잘만 먹던 인절미 콩가루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려 우유처럼 될 때까지 윤슬은 깨작거릴 뿐이었다. 재언과 백휘는 힘이 빠진 윤슬을 바라보며 작업하고 있는 손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니까. 이왕이면 그 사람들 잘못 아니라고 생각하게 해주고 싶어. 으으으으!!! 그, 좀. 믿을 만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해야 되나. 물론 지금 일은 너네가 다 하지만….”
“…너도 같이 있잖아.”
“맞아. 그리고 아이디어는 전부 윤슬이 네 거고.”
“딱히 도움이 안 되잖아, 근데!”
“같이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
“맞아, 그런 말 하지 마.”
그렇게 재언이 코드를 짜고 백휘가 툴을 만드는 동안 윤슬은 박치즈에게서 받아낸 여자 아이돌 셀카를 보정했다. 립 컬러를 바꾼다거나 블러셔 색을 바꾸고, 눈동자에 빛을 담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퀄리티가 높아졌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필터를 입혔다. 아주 연하게, 하지만 확실히 더 예쁘게.
[Youstagram]히히 뮤비 촬영 중 한 컷 ( ღ’ᴗ’ღ ) 이번 곡도 사랑해주시는 우리 달콤이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기분도 새콤달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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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일상 사진을 보정해 ‘나도 저렇게 따라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게 했다. 여돌들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좋아요와 언니 예뻐요ㅠㅠㅠㅠㅠㅠㅠ에 마음이 녹았는지 더 많은 보정 전 사진을 보내왔다. 그중 사복을 잘 입기로 유명한 몇은 순식간에 팔로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한 이번 어플은 처음 출시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완성도가 높았다. 표절 어플에서 가져온 캠코더 스타일의 폰트부터, 달달한 향내가 날 것 같은 핑크빛 색감까지.
> 가장 추천수 높은 리뷰 순 <
-★★★★★역시 팀 최선 ㅠㅠㅠㅠㅠ 믿고 있었다구~! 윤슬언니 유스타보고 바로 다운받았어요 진심이 담긴 글 보면서 앞으로도 팀 최선 충성충성 맹세합니다 ^^777 다음 어플은 유료로 내주세요 꼭 살게요
-★★★★★지난번 느와르보다 훨배 마음에 들어요 이걸로 셀카 보정하니까 엥? 완전 봄 아니냐됨
-★★★★★로맨스 필름 다운받지 마… ㅇㅅㅇ뭐? 로맨스 필름 다운받지 말라고… ㅇㅅㅇ? 그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여기가 반포제이 포카로 만들어준다는 곳인가요 소문 듣고 찾아왔습니다(╹౪╹*๑)
이번 어플은 유료로 출시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이번에도 무료로 배포했다.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에 한참을 고민했지만 윤슬은 눈 딱 감고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돈이야 자신이 잠을 더 줄이면 얼마든지 더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돈과 양심 사이에서 무게추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는 확실했다.
“유료면, 또 어린 애들은 이상한 무료 어플 다운받을까 봐…. 사실 이런 범죄는 성인보다 어린애들이 타깃이 되기가 쉽고. 혹시 말인데 우리… 이번에도 무료로 풀면 안 될까?”
윤슬이 주저하며 혹시 정말 괜찮겠냐고 물었지만 금전이 아닌 오롯이 윤슬 때문에 어플을 만들던 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고마워 얘들아. 너네 고생한 거 다 아는데 미안…. 대신 내가 다음엔 맛있는 거 사줄게! 진짜로! 우리 이거 끝나면 회식하자.”
마음이 편해졌는지 다 녹아 우유가 된 콩가루 인절미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그릇 채로 들어 들이킨 윤슬은 이제야 환하게 웃었다.
재언은 그때를 생각하며 빠르게 별 다섯 개로 채워지는 핸드폰 화면 안 리뷰창을 바라봤다.
급하게 출시 한 만큼 약간의 버그는 일어났으나 빠르게 수정했다.
바로 어제 새벽. 아니, 표창장을 받는 오늘 아침까지 노트북을 잡고 살던 재언이었다.
삑-. 삑-. 삑-. 삑- …
힘없는 손길로 도어락의 비번을 친 재언은 건전지가 다 한 것처럼 현관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눈을 감았다. 도저히 침대까지 갈 힘이 남아있지 않았으므로.
늘 비어있던 재언의 가방 안은 보들보들한 파란 벨벳 상장이 담겨 있었다.
“뭐야! 작은형 왜 이러고 있어? 일어나봐!”
하교한 태언이 현관문 바로 앞에서 잠이 든 재언을 옮기려 시도했지만 빠르게 포기했다. 추후 들어온 승언은 옮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깔끔하게 건너 지나갔다.
그렇게 다음 날인 토요일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재언은 현관문 앞에서 기상했다.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켜본 핸드폰 화면에는 몇백 개의 리뷰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었다.
> 오늘 주목해야 할 어플 <
‘로맨스 필름’
그렇게 로맨스 필름은 출시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수 1만을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주 인기 앱, 무료 앱 순위, 모두에게 사랑받는 앱, 요즘 뜨는 앱. 전부 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맨스 필름이었다.
이제 SNS를 클릭하면 윤슬이 만든 또 다른 세상이 나왔다.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는 사진들이 벚꽃길처럼 일렁였다.
* * *
[피드 예쁜 여자연예인들 모음.jpg] (댓글 375)윤슬은 이제 로맨스 필름을 이용해 피드를 꾸민 여자 연예인 모음집을 만들어 뿌렸다. 이제 하진을 통해 베타테스터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다운 받아 쓰는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키키 게스트는 어느새 팔로워가 20만을 넘어섰다. 에이스북같이 너도나도 하는 필수 SNS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과였다. 오로지 윤슬의 페이지를 구독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한 사람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또 커뮤니티에 퍼갔네?’
유명한 만큼 불펌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윤슬은 나쁘지 않았다. 키키 게스트의 페이지 클릭 광고비로 버는 돈보다야 브랜드 광고비가 훨씬 높았으니까. 널리널리 퍼지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였다.
지잉-
익숙한 연락에 윤슬은 심드렁하게 핸드폰을 들어 확인했다.
[윤슬님, 혹시 라몽드 측과 미팅 괜찮으실까요?] [계속 컨택 거절하는 이유를 듣고 싶으시다는데…]입에 발린 말들로 거절한 윤슬은 커뮤니티에 접속해 작성 글을 확인했다. 금수저 마케팅으로 커뮤니티에 유머 글을 빙자한 영업 글을 올리던 윤슬은 몇 개월 전부터 글 작성을 뚝 끊었다. 대신 그 계정을 즐겨찾기 한 사람들이 보도록 다른 글을 올리고 있었다. 브랜드를 바꿔서.
[익둥이의 그냥 그런 일상.jpg]갑자기 조회수 늘어서 쫄보된 마음으로 쓰는 글… 소소하게 일기처럼 쓰는 건데 익둥이들이 좋아해주니까 괜히 신남 ㅎㅎ ₍₍ ◝(・ω・)◟ ⁾⁾
(돌쇠네 떡볶이 사진)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갔던 ㄷㅅㄴ 떡볶이ㅋㅋㅋㅋ 이렇게 필터링해도 갈 사람들은 다 가겟지…ㅠㅠ 나 2시간 기다려서 먹은 거라 더 안유명해졌음 좋겠다 ㅎ
(카페에서 하나 두고 찍은 틴트 사진)
그리고 이건 떡볶이 먹고나서 개잘샀다 감탄했던거 올리브일에서 샀던건데 입술색 하나도 안지워짐ㅋㅋㅋ재질 걍미쳤음 아진짜졸라걍훈녀탬임 가격 14000원
금수저들이 쓰는 브랜드는 어느새 라몽드에서 레스쁘아로, 레스쁘아에서 페리페로로 변경되었다. 키키 게스트 에디터를 하던 초반부터 나연에게 명품 백과 지갑, 화장품들을 빌려 인마이백 글을 비롯해 영업 글을 쓰던 윤슬이었다. 나연이 보내 주는 화려한 일상 사진 몇 개를 섞어 올리는 글들은 전혀 바이럴 같지 않았다.
여러 개의 아이디로 브랜드의 매출을 올려놓고 반응이 올 때쯤 딱 손을 떼어내 버렸다.
‘한번 매출 오른 거 보이면 눈 뒤집히지.’
분명 커뮤니티에서 언급이 자주 되어 홍보와 직결된다는 걸 눈치챘을 거다. 그리고 이렇게 돈에 눈이 멀면 윗사람들이 머리를 잘못 굴리지.
[신고게시판] 바이럴 주작하는 회원 검거 완‘요즘 내가 젤 애정하는 아이템ㅎㅎ 내가 피부가 되게 예민한데 전부 천연성분? 이 들어있어서 편안하더라구 ㅠㅠ 트러블 잠재우는데도 좋고.
5종 멀티 히아루론산인데 고분자부터 저분자까지 크기와 기능이 다르대. 잘은 모르는데 인튜버 말랑쫑이 광고하길래 한번 사봤다가 인생템 만남 ㅠㅠ 피부 장벽 강화 유효 성분이 있는 크림답더라고. 비타민 C까지 들어있어서 남친이 요즘 왤케 피부 뽀얘졌냐구 했당 ㅎㅎ 이거 바르고 쌩얼로 데이트 나감! 그냥 쌩얼크림임’
이 회원 고유주소 따보니까 맨날 라몽드 얘기만 하던데ㅋㅋㅋ 닉네임 바꿔가면서 활동하면 안들킬 줄 알았나봄..ㅠ 그저 애잔
라몽드 히아루론산 크림으로 찾아보니까 똑같은 사진으로 블로그에도 있더라?ㅋㅋㅋㅋ 근데 블로그에는 자기 둔한데 이건 바르자마자 느낌이 왔대 이 무슨 지킬과 하이드란 말임
사람을 뱅신으로 아나…
-엥 요즘 라몽드 왜이럼ㅋㅋㅋ 말랑쫑도 보니까 광고 같은데
˪말랑쫑이 내돈내산이랬어~ 광고 아님
˪진짜? 성분 줄줄 말하는 게 누가 봐도 광고였는데… 암튼 알겟어
˪인튜버 루머생성 좀 하지 말자ㅠ 말랑쫑이 지난번에 자기 진심이 다 부정당하는 거 같아서 너무 괴롭다고 울기까지 했는데 여자 좀 패지마
-바이럴 말투 다 비슷한데 즈그들만 모르고 있는 게 유우머
-나 이거 썼는데 나쁘진 않앗거든ㅋㅋㅋ 근데 저 정도로 찬양할 만큼도 아님
-레스쁘아도 이러더니 왜이럼 요즘ㅋ; 믿을 브랜드가 하나 없음
이제 라몽드는 지나친 바이럴로 인해 홍보를 안 하느니만 못해졌다. 여름 휴가철에 반짝 오르는 색조 화장품부터 언제나 든든한 캐시카우가 되어주는 기초 화장품까지.
윤슬은 한숨을 쉬며 티 나는 주작 사진들을 저장해두었다.
“이거 꾸역꾸역 성분 이름 끼워 팔기하는 거 봐….”
일반인이 무슨 성분 들어갔는지 알 게 뭐냐. 소비자는 그딴 거 관심도 없다. 그리고 그걸 같은 일반 소비자가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칭찬을 한다?
“누가 봐도 주작이잖아.”
하여간 이렇게 감이 없다. 기초템이면 깔끔하게 비포 애프터 사진 하나 딱 넣는 것만 한 게 없는데. 윤슬은 혀를 찼다.
윤슬은 키키 게스트에서 이제 라몽드 제품은 광고를 받지 않았다. 비슷한 다른 제품들만 광고를 했고, 늘 순위권에 머무르는 윤슬의 글을 본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안은 당연하게 라몽드의 제품이 제외되었다.
윤슬은 라몽드 측에서 보내오는 광고 제안서 파일을 열었다.
[천연 성분 함유를 강조해주시고 ‘연구진들이 10년간 연구한 결과’로 미국 ○○협회에서 인증받았음을 언급…]몸값은 안 올려 주는 주제에 바라는 바가 너무 많아졌다. 키키 게스트가 아닌 유스타 서윤슬한테 오는 광고도 너무 구구절절 쓰라는 디렉팅이 과했다.
“이러면 내 손해지.”
단기적으로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팔로워들의 거부감을 사는 것을 감수하고 얻을만한 이익은 아니었다. 윤슬은 곧이어 지금 띄워주고 있는 레스쁘아도 손절하기로 마음먹었다. ‘계속 써 보니 별로더라.’로 노선을 틀어버리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히려 더 신뢰성이 올라간다. 인튜버나 인플루언서들에게 광고를 넣을 때 꼭 넣어달라고 하는 문구 중엔 이게 빠지지 않으니까.
“제가 정말정말 오래 쓴! 저의 데일리템!”
…물론 광고 들어가면서부터 쓴 거지만.
뭐 어찌 됐건 이 브랜드 저 브랜드 맛보기로 매출을 늘려줄 생각이었다. 그래프가 올라갈 때는 크게 와 닿지 않겠지만 내려가는 건 심각하게 느끼니까.
윤슬은 전반적으로 코스메틱 시장의 광고비용을 올려둘 작정이었다.
굴러들어올 돈을 생각하며 윤슬은 입꼬리를 올렸다. 커뮤니티와 SNS에서 마케팅이 점점 엉망인 걸 보니 시장의 광고비용을 꽤 높게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