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7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77화(77/405)
왜냐면 몇 년 뒤에는 빠르게 파이가 줄어드는 시장 중 하나니까. 꾸미고 꾸미고 또 꾸미는 지금의 트렌드와는 달리 몇 년이 지나면 피부화장을 건너뛰는 ‘파데프리’부터 꾸민 듯 안 꾸민 스타일이 트렌드가 된다.
‘지금이 제일 호황기다.’
호황기 때 뽑아낼 수 있을 만큼 뽑아낼 작정이었다. 윤슬은 그중에서 제조 공장이 있고, 다양한 브랜드 라인이 있으며. 무엇보다….
‘계약금으로 주식을 받아내야지.’
상태창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브랜드를 목표로 삼았다. 라몽드. 한국 코스메틱 시장의 강자. 대기업 ‘라모레 퍼시픽’ 회사를.
윤슬은 여전히 주식으로 인한 일확천금의 꿈을 놓지 않았다. 계약금으로 주식을 받아내는 요령을 피울 수만 있다면야. 이런 개고생은 얼마든지 해볼 작정이었다.
[유머] 티나는 바이럴 주작하다 걸린 브랜드ㅋㅋㅋㅋ.jpg그새 누군가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빠르게 댓글이 올라가며 브랜드는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다른 거 다 대충? 쓴 듯? 했는데? 갑자기? 성분? 말할 때는? 박사님? 되고요?
-마케팅을 이렇게 할 거면 걍 샘플이나 더 줘라 감이 없음 ㅉㅉ
˪22 인튜버랑 유스타스타한테 물건 뿌리는 것도 얼척 없는데 바이럴ㅋㅋㅋㅋㅋ
˪3333진짜 내돈내산은 일반 소비자밖에 안 하는 거 같아 기분 더러움
-진짜 제품에 자신 있으면 저렇게 안하지… 사람들이 괜히 백화점 가는 거 아님
-담당자 시말서 써라 브랜드 이미지 순식간에 우스워짐ㅋㅋ 일단 난 안살듯
라몽드의 마케팅 팀이 구원자를 만난 듯한 기분이 된다면 주식 정도는 어렵지 않게 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출 그래프가 더 내려가길. 다른 브랜드가 치고 올라가는 걸 불안하게 바라보길.
윤슬은 라몽드와 레스쁘아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비슷한 다른 제품들을 영업했다. 윤슬의 손이 닿지 않은 제품들은 이전처럼 품절되지 않았다.
* * *
“서!윤!슬!”
“서!윤!슬!”
주말이 지난 월요일. 윤슬이 뒷문을 열고 등교하자 반에 있던 친구들이 전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금요일에 윤슬이 표창장을 받으러 조퇴했다는 사실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아, 박수 좀 치지 마… 얘들아 좀….”
부끄러운지 얼굴이 새빨개진 윤슬을 보고 친구들은 더 크게 박수를 쳤다. 자리에 앉자 잔뜩 신난 친구들이 윤슬을 향해 몰려왔다.
“교정적 정의가 헷갈릴 땐?”
“서윤슬을 보라.”
“아! 법 집행을 통해 불법 행위나 부정의를 바로잡음으로써 실현되는 것!”
“그렇지.”
가영과 서은이 윤리 교과서를 펼쳐 사인을 받으려 했다. 교과서 구석에 그려져 있는 철학자의 얼굴 위로 윤슬을 닮은 긴 생머리 가발을 그려 놓는 철저함까지 선보였다.
“윤리적 성찰과 실천으로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서윤슬 선생님 오셨어요.”
“걸어 다니는 칸트. 서윤슬 선생님.”
“칸트도 걸어 다녔다 아님?”
“아무튼 한 말씀 가르쳐주세요. 칸윤슬 선생님.”
“네. 저의 가르침은… 썩 꺼져라 마귀들아….”
그렇게 하루 내내 윤슬의 칭찬 릴레이는 끊이지 않았다. 수업을 들어오는 선생님마다 시작되는 얘기는 똑같았다.
“이 반에 장관 표창장 받은 녀석 있다며?”
그렇게 윤슬은 새로운 교시가 시작할 때마다 일어나서 박수를 받아야만 했다. 급식실에 갔을 때는 오늘의 디저트인 떠먹는 아이스 홍시를 두 개 받았다.
“표창장 받았다며? 아우 이뻐~. 하나 남는 거 더 먹어~”
‘이건 좀 좋다.’
영양사 선생님이 주신 차갑고 달달한 홍시를 스푼으로 크게 떠먹으며 윤슬은 빠른 만족감을 느꼈다. 소희에게도 한 입 떠먹여 주며 교실을 올라오던 때 계단에서 만난 몇 명은 윤슬에게 핸드폰을 들고 다가왔다.
“윤슬아~. 혹시 이거 두 개 중에 뭐가 나은지 골라줄 수 있어? 필터 3번이랑 4번 중에!”
“내가 봤을 땐 3번. 30%만 입히면 딱 예쁠 것 같은뎅.”
윤슬이 직접 설정해준 사진을 저장하며 여자애들은 조심스럽게 원래의 목적으로 보이던 말을 건넸다.
“저, 윤슬아…. 고마워.”
“응? 뭐가?”
대뜸 전해지는 감사 인사에 남은 홍시를 털어먹던 윤슬은 얼떨떨했다.
“그냥! 애들 다 너한테 고마워해. 그 X같은 어플 깔았던 애들도 우리 반에 몇 명 있었거든…. 협박 메시지 받은 애는 없지만.”
“맞아. 어제 소엽 쌤이 니 얘기 하셔서 알았어.”
늘 수업 시간에 칼같이 수업만 하던 소엽 쌤은 윤슬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수업 중 열변을 토하셨다고 했다. 물기가 맺힌 빈 홍시 컵을 매만지던 윤슬의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졌다.
“아. 진짜?”
“앞으로는 니가 만든 것만 쓸게!”
“어어, 고맙다….”
교실로 돌아오면서 윤슬은 홍시 맛이 입 안에 아주 오래 남아있는 것 같았다. 기분이 달았다.
* * *
“돌쇠네.”
“아니 소희야. 미련을 좀 버려봐….”
“살어리 살어리랏다. 돌쇠에 살어리랏다.”
“비장미가 돋보이네요.”
지난 한 달간 학교가 끝나면 빠르게 사라지던 윤슬이 드디어 시간이 생겼다. 소희는 아직도 돌쇠네 떡볶이의 웨이팅을 무시하려 애쓰는 중이었다.
“지난번에 보니까 줄 없던데?”
가영의 지원사격에 소희의 얼굴이 밝아졌다. 예원은 오랜만에 노는 자리지만 바쁜 일이 있어 빠지겠다고 해 지난번처럼 넷이서만 가게 됐다.
‘여름방학 때도 안 나왔는데.’
여전히 누구보다 무리에서 빠지는 걸 싫어하고, 또 그만큼 예민하게 신경 쓰는 예원이었다. 그렇기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오지랖인 것 같아 윤슬은 그만두고 돌쇠네로 향했다.
“어, 진짜네! 야 줄 별로 없는데?”
몇 팀이 줄을 서 있었지만 한창 사람들이 미칠 듯 가득하던 돌쇠네는 아니었다. 빠르게 달리다시피 가게 줄 끝에 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미안….”
“아니야. 웨이팅 있는 줄 몰랐는데 뭐….”
돌쇠네 떡볶이는 이제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가게 앞에 있는 태블릿에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 입장 5분 전 웨이팅 연락이 가는 어플이 깔려 있었다.
윤슬과 친구들은 앞의 웨이팅 ‘87’이라는 숫자에 눈물을 삼킬 뿐이었다.
“그냥 뭐, 근처 천국김밥이나 갈까….”
“그래. 떡볶이 먹으면 됐지.”
“거기도 맛있어.”
친구들은 황산벌 전투에서 패배한 계백의 혼이 빙의된 것 같은 소희를 달랬다. 시무룩하게 등을 돌려 돌쇠네에서 멀어지려 했을 때였다.
“…얘들아!”
가게 문이 열리고, 돌쇠네 아저씨가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돌쇠네 아저씨는 살짝 피곤해 보였지만 훨씬 더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잠깐 기다려라. 잠깐.”
그리고서는 빠르게 다시 안쪽으로 사라졌다. 지금 이 와중에도 태블릿에 번호를 누르러 오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았다.
“뭐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가영이 가게 문을 살짝 열었다. 그러자 문틈 사이로 불쑥 커다란 손이 나왔다.
“…군만두?”
평소 윤슬과 친구들이 즐겨 먹던 군만두가 들어가 있는 종이컵이 인원수대로 나왔다. 금방 튀긴 것인지 종이컵은 따끈따끈했다. 방금 전까지 시무룩했던 아이들이 웃으며 만두를 받아들자 돌쇠네 아저씨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얘기를 꺼냈다.
“…고맙다.”
“네? 뭐가요?”
돌쇠네 아저씨는 마음 한쪽이 시큰거렸다. 이 작고 허름한 가게를 매일같이 웃으며 와주었던 아이들이 있어 이토록 잘된 것만 같았다. 매번 똑같은 떡볶이인데도 냄비를 테이블에 갖다주러 가는 순간마다 좋아해 준 아이들이 있어 지금 이 순간이 있는 것 같았다. 장사가 너무 잘되어 손님이 끊이지 않는 지금도 학교 앞 떡볶이 가게의 VVIP 손님들을 떠올리던 돌쇠 아저씨였다.
-덕현여고 학생이면 돌쇠네 떡볶이 먹고 다른 데 가는 애 없음ㅋㅋㅋㅋ 찐임
-나의 작고 소중한 돌쇠…ㅠㅠ… 적당히 맛있지 미친 매일 웨이팅하는 사람들 때문에 조퇴하고 돌쇠네 가고 싶음
-헐 돌쇠네 맛좋은 녀석들 나왔네 (돌쇠네 지도 캡쳐) 여러분 덕현여고앞 돌쇠네 근본 있는 맛집임 한번 츄라이츄라이
인터넷에 쏟아지는 덕현여고 학생들의 돌쇠네 추천글은 아저씨의 보물 1호가 되었다. 캡쳐한 핸드폰 화면을 보고 또 보던 돌쇠네 아저씨네 카운터에는 어느새 귀여운 인형들도 놓여 있었다.
역시 임대료가 올라도 떡볶이 가격을 올리지 않길 잘한 것 같았다.
“그냥… 많이 먹어서.”
“아! 그거 박소희 전문이죠!”
“역시 숨겨둔 딸.”
하지만 이런 말을 하기에는 쑥스러워 아저씨는 늘 냄비 바닥을 보이던 아이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전할 뿐이었다.
띠링-!
그때, 돌쇠 아저씨의 고맙다는 인사로 윤슬의 미션 완료창이 떴다.
「▶System
【미션: 메인】
▶군중 속의 고독은 안녕!
작은 친절을 베푼 당신, 모두가 잊지 않고 고마워하고 있군요. 당신은 어쩌면 다른 인플루언서들과 다른 길을 갈지도? 부디 외롭지 않길 빌어요!
( 1,000 )명 이상의 사람에게 ( 고맙다 )라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내역 보기< ☜Click!
보상
○[당신은 나의 보석 (C)] 스킬 등급 상승
스킬 업을 완료하였습니다. C→C+
<<총 스킬 C+>>
○[화술] 스탯이 상승합니다.
▶ +10」
‘내역 보기…?’
윤슬은 만두가 들어있는 종이컵을 들고 내역 보기를 클릭했다. 그러자 끝없는 스크롤이 펼쳐졌다.
「[♥고마워 내역♥]
‘같은 학교 친구’가 새로 산 옷이 안 어울린다는 얘기를 계속해서 듣고 있을 때, 당신의 ‘잘 어울리는데? 예뻐~’라는 말이 ‘고마워’를 불렀습니다!
>>>‘같은 학교 친구’는 내심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핸드폰 지도를 잘 못 보고 있어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당신의 ‘이쪽으로 쭉 가시면 신현 은행이 나오는데요~.’ 라는 말이 ‘고마워’를 불렀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아 그 자리 근처를 30분이나 돌고 있었습니다.」
가족들부터 친한 친구들, 얼굴만 아는 학교 친구들, 모르는 사람들…. 다 읽기도 벅찬 글자들을 바라보던 윤슬은 스크롤을 쭉 당겨 제일 아래 줄을 확인했다.
「‘돌쇠네 아저씨’가 장사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할 때, 당신의 ‘글’이 ‘고마워’ 나비효과를 불러왔습니다.
>>>‘돌쇠네 아저씨’는 손님이 없을 때마다 임대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윤슬아 뭐해? 안 먹고?”
“어어… 먹어. 지금 먹어.”
윤슬의 손에 쥔 만두는 여전히 따끈따끈했다. 오늘따라 안에 뭐 든 것도 없는 얇은 만두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야, 떡볶이 내가 쏨.”
“칸윤슬 선생님…!”
“그거 하지 좀 마 진짜~”
윤슬은 이제 카운트에 들어가지도 않는 고마워를 세 번 더 적립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푹 자려던 생각은 다시 접어두고 박키스를 마셨다.
밤새 고마워 내역을 보며 윤슬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고마워라는 글자들이 간지러움을 태우는 것 같았다. 윤슬의 침대 위로 창문 너머 가로등 불빛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 * *
[이번 주 세일 품목: 치즈쏙 떡, 떡갈비, 골드키위]오랜만에 윤슬은 학교가 끝나고 오랜만에 여유를 부리기로 했다. 엄마가 일하는 마트에 들러 세일 품목을 골라 장을 볼 생각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지난 한 달은 제대로 얼굴 보고 느긋하게 저녁을 먹기도 힘들었으니까.
무거운 장보기를 위해 오늘은 가방도 텅 빈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다 잘해준다는 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정혜 씨 딸이야? 그 표창장 탔다던?”
“네~. 우리 슬이 너무 이쁘죠~”
“히히. 안녕하세요!”
“엄마야. 실물이 훨씬 똘망하고 예쁘네~”
“얘가 볼살 때문에 사진이 잘 안 나와서.”
“…엄마. 혹시 박동진 기자 사진 보여줬어…?”
일단 잘 지낸다는 말은 진짜인 것 같았다.
그때 그 어색한 알파카를 구경하기 위해 동료 직원들이 몇 명 모였다. 윤슬은 기사 사진이 사기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맑게 웃었다.
“엄마 뭐뭐 사 가?”
“일단 오늘 감자가 되게 좋아. 가서 감자 그 팩으로 된 거 말고 봉투에 담아서 고르고.”
“응 나 치즈떡도 산다? 감자랑 구워줘.”
“그래. 떡갈비 아줌마 엄마랑 친하거든? 지금 굽고 있을 테니까 한 입 먹어보고 그냥 그러면 한 봉지, 맛있으면 두 봉지 사가.”
떡갈비라는 말에 윤슬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오늘 점심으로 코다리강정이 나와 배가 고팠다. 떡갈비가 있다는 쪽으로 가던 윤슬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엄마~. 응? 오늘까지는 입금해야 빨리 온다고. 나 입고 갈 게 없다니까!”
“지난번에 운동화랑 같이 산 후드 있잖아. 그거 입어.”
“그거 쪽팔려서 못 입어! 아 제발. 그리고 그거 내 용돈 보태서 산 거잖아. 그거 때문에 나 애들이랑 떡볶이도 못 먹으러 가!”
“너. 후드 사줄 때까지만 해도 이번 가을에 옷 안 산다고 했어, 안 했어? 엄마 일 하는 데 와서 뭐 하는 거야, 지금.”
윤슬은 떡갈비 코너에 간 자신을 탓하며 다시 몸을 돌리려 했다. 그러나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예원이 안녕.”
예원이었다. 2학기 초에 운동화를 새로 샀다고 자랑하던 예원이는 지금 다시 신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