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7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79화(79/405)
“윤~슬~잉~”
저 멀리서 윤슬을 바라보고 뛰어오는 자그마한 무언가가 있었다. 윤슬은 익숙하게 두 팔을 벌려 자그마한 물체를 끌어안을 준비를 했다.
“주현이 하잉~”
윤슬에게 안긴 주현 역시 교복을 입고 있었다. 오늘 덕현여고의 1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교복 차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교복 차림이었다.
‘역시 주현이한테 말하길 잘했다.’
반의 과반수가 교복을 입겠다고 찬성하자마자, 윤슬은 주현이에게 연락했다.
입력: 우리반 애들 현체 드레스코드 뭐게ㅋㅋㅋ
지잉-
[뭔데? 너네 반 단합 안 되는 거 같더니 드레스코드도 맞추네ㅋㅋㅋ] [(옷 고르는 바보멈 이모티콘)]입력: 우리 교복 입고 감!
‘우리 반 애들만 교복 입으면 또 눈치 보일 수 있으니까.’
눈치의 굴레였다. 같은 반 애들 눈치를 보고 같은 학년 애들 눈치를 보고 같은 학교 애들 눈치를 보고….
어쩔 수 없었다. 윤슬은 이렇게 된 거 판을 크게 벌려 너도나도 교복을 입기에 동참시켜버릴 뿐이었다.
[미친 회전목마 앞에서?ㅠㅠㅠㅠㅠ 나 옷사놨는데] [아…고민된다]‘적당히 하고 넘어와라.’
주현은 학교의 거의 모든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다닌다고 할 만큼 아는 사람이 많았다. 주현이만 잘 넘어오게 하면 적어도 1학년의 절반 정도는 교복을 입을지도 몰랐다.
[그럼 나두 교복 입을래ㅎㅎ] [사진 찍어줘]* * *
그렇게 옷값을 세이브한 친구들은 기념품 숍에 들어가 너도나도 머리띠를 샀다. 윤슬도 친구들이 골라 준 토끼 머리띠를 썼다.
“소희 넌 진짜 안 사?”
“머리띠 살 돈으로 콜팝 먹지.”
오늘도 소희는 단호했다. 윤슬은 이따 소희가 사진 찍을 때는 제 머리띠를 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제일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개장하자마자 달려가는 아이들이 차지했을 터라 적당히 몇 개 탈 생각이었다.
‘이따 사진 셔틀 하려면 힘도 아껴둬야 하고.’
박키스는 힘이 차오르는 포션은 아니어서 늘 기력은 간당간당했다. 카페인을 몸에 때려 붓고 쪽잠을 잔 듯하게 만들어주는 포션이지, 12시간쯤 개운하게 잔 가뿐한 몸이 아니니까 앞으로 돈 안 되는 일에는 힘을 최대한 아낄 생각이었다.
‘어플 바이럴 하느라 죽을 뻔했다….’
잠시 아련한 눈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윤슬이었다.
박치즈는 아는 여돌이 어찌나 많았는지, 처음엔 커버가 가능할 인원수였다가 점점 인원이 늘어났다. 거의 100명에 다다르는 여돌들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노가다로 보정해야 했던 윤슬이었다.
‘그래도 효과는 좋았지.’
10대와 20대에게 특히 반응이 좋았던 이번 어플을 떠올리며 윤슬은 만족스러웠다. ‘따라하고 싶은’ 연예인들이 선두로 나서 준 덕분에 출시 하루 만에 입소문이 크게 탔다. 그중 몇 명은 의리 있게 어플이 출시되자마자 윤슬의 계정을 태그해 걸어주기까지 했다.
‘그때 잠깐 팔로워 빠르게 늘었었는데….’
윤슬은 가영이 잡아끄는 대로 팔랑팔랑 종이 인형처럼 바이킹 맨 뒷자리에 탔다.
“으아아아아-!!!”
기분 좋은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윤슬은 가만히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꼿꼿이 앉아 있었다.
“윤슬이 뭐야?”
“소리 한 번도 안 질러어어어억!!”
고작 바이킹 따위가 윤슬을 겁주기엔 삶에 너무나 풍파가 많았다.
“와, 소희 뭐야?”
“역시 돌쇠의 딸답다.”
윤슬은 점심 대용으로 대충 콜팝을 사서 벤치에 앉았다. 소희는 치킨 사이사이 소스를 넣는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맨 아래에 있는 치킨까지 소스와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윤슬은 놀이공원의 투명한 초록빛 돔 천장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다. 승객들을 태운 푸른색의 롤러코스터가 빠르게 지나가며 즐거운 비명 소리를 끌어냈다.
“나 아까 저거 타다가 광대뼈 무너진 것 같았어.”
“너도? 야 나도.”
윤슬과 아이들은 제일 인기가 많은 놀이기구를 제외하면 거의 다 탄 셈이었다. 체력을 아껴야지 머리를 굴리던 윤슬은 양옆에서 팔을 잡아끄는 가영과 서은에게 질 수밖에 없었다. 회전목마 앞에서 모여야 하는 3시 직전까지 윤슬과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탔다.
“내가 공주를 차지하지 못하면, 너도 안 되지.”
“안 돼~!!!”
마지막으로 꼭 들러야 하는 코스인 신밧드를 탄 윤슬은 이걸 매번 알라딘과 헷갈린다고 생각하며 느긋이 앉아 있었다.
“아리아나 공주님, 저희가 공주님을 폐하께 모셔드리려고 왔습니다.”
“나를 내보내 달라구~!”
신나는 아랍 음악을 끝으로 놀이기구를 끝낸 윤슬은 사진 셔틀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회전목마 앞으로 갔다. 이제 드디어 반장 노릇 좀 해 볼 시간이었다.
* * *
“와, 윤슬이 진짜 사진 잘 찍는다…!”
‘당연하지.’
다들 자신의 사진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윤슬이 보정을 원한다면 따로 연락하라고 말하자 빠르게 카톡 알림이 울렸다.
지잉, 지잉, 지잉-!
쌓여가는 수많은 개인 톡을 바라보며 윤슬은 볼을 긁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진작 해줄걸.’
사진 찍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매번 교실에서 자신과 친한 친구들만 사진을 찍고 놀았던 윤슬은 조금 미안해졌다.
2학기 반장은 윤슬, 부반장은 소희였다. 원래 반장 같은 것을 생각도 안 했던 윤슬은 엎드려 자다가 갑자기 출마하게 되었다.
“저는 윤슬이를 추천합니다!”
“저도 서윤슬이요!”
누가 봐도 압도적인 표를 받아 반장이 된 윤슬은 얼떨떨한 신사처럼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할 뿐이었다. 그리고 한 달 내내 경찰서를 들락날락하고, 어플 개발하느라 바빠 반 아이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 대신 소희가 유인물도 나눠주고 전달 사항도 말하며 반장 노릇을 했다.
미안하다고 말한 윤슬에게 소희는 나중에 돌쇠네나 가자고 넘겨줬다.
“윤슬아 나 이번엔 이거 쓰고 찍을래!”
“어어. 가서 서.”
머리띠를 번갈아 가며 회전목마 앞에 선 주현을 찍기 위해 윤슬은 거의 바닥에 누웠다. 그런 둘을 보고 옆 반 친구들과 윤슬의 반 친구들은 큰 소리로 웃었다.
유치하고 시끄럽고 어린 이 친구 관계가 썩 나쁘지는 않았다.
* * *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워….’
집에 온 윤슬은 교복을 입고 회전목마 앞에서 찍은 반 친구들의 사진의 보정을 모두 끝마쳤다. 저마다 신나서 SNS에 올리는 것을 멍하니 보던 윤슬은 이 대박 사업 아이템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할 따름이었다.
“이거 시작하면 돈이 얼만데!!!”
교복 대여 사업. 처음엔 놀이공원 근처 상가에서 시작했지만 지나치게 잘 되자 대기업이 앗아가 기염을 토하는 매출을 일으킨 아이템이었다.
봄이면 봄이라고 핑크빛, 여름이면 여름이라고 하늘빛, 가을엔 할로윈이 있으니 으스스한 분장까지 더해서 돈을 더 받고. 겨울이라고 해서 사진을 안 찍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크리스마스라는 대목이 있으니 빨간색이 포인트로 들어간 교복을 모두 입었으니까.
“그때 대여가 얼마였더라?”
교복 대여는 커녕 놀이공원에도 가지 못했던 윤슬은 대충 2만 원으로 가격을 잡았다. 그리고 가게 안의 규모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아니야, 2만 원 말고 18,800원 애매한 가격으로 한 다음에 커플가는 34,800원…. 그리고 여기에다 더 예쁘고 인기 좋은 교복들은 프리미엄으로 추가금을 더 붙이자.’
어느새 종이를 꺼내 교복의 디자인을 슥슥 그린 윤슬은 신이 나 기준까지 만들어 두었다. 대여 시간은 몇 시간, 반납이 늦을 때마다 가격 추가. SNS 이벤트로 한 달에 몇 명 무료, 후기를 잘 남기면 다음번은 무료, 협찬 진행할 때의 인플루언서나 인튜버의 기준.
연예인 협찬보다 훨씬 더 까다로웠던 인플루언서 컨택을 떠올리던 윤슬은 악몽 같던 지난날에 고개를 저었다.
“연예인이 낫지.”
매니저가 있으니까. 매니저나 회사 측과 적당히 조율을 할 수 있었다. 어차피 다 같은 월급쟁이끼리 눈치껏 치켜세워주기도 하고 무리한 부탁은 안 하고.
‘…근데 인플루언서들은 더 하지.’
회사 생활을 아예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협찬 물건을 받고 잠수타는 경우는 양반이었고, 자기가 어떤 사람인데 이 정도밖에 안 해주냐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 친구의 가족까지 데려와 모두 협찬해달라는 사람까지….
‘음. 괜찮은데.’
윤슬의 사업계획서는 점점 한 장씩 늘어났다.
하지만 임대료를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것. 윤슬은 통장 잔액을 떠올리다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모두 빚을 갚는 데 사용될 돈이었으니까.
고등학생 신분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해 줄 리는 없었고.
‘하늘에서 그냥 돈이나 떨어졌으면….’
누군가가 돈 가방을 펼쳐 일억 이천, 현금이다. 하고 만 원짜리들을 쏟아줬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며 대출을 찾아본 결과는 참담했다.
“일억 이천으로는 리모델링만 간신히 하겠네.”
좋다 말았다.
윤슬은 한가득 적어두었던 사업계획서를 아쉬운 눈으로 바라봤다. 어쩌면 이 사업을 시작하고 난다면, 엄마가 마트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알바 두 명이랑, 엄마가 가게에 있으면. 그나마 덜 힘들지 않으려나….’
점점 엄마에게서 파스 냄새가 났다. 회귀 전과 엄마가 똑같이 힘들다는 생각에 윤슬은 놀면서도 문득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고는 했다.
“에이, 그냥 일이나 하자!”
윤슬은 반 친구들의 사진 보정을 끝냈으니, 본업으로 돌아가 광고 사진들을 보정하기로 했다. 오늘도 윤슬의 스탠드 불은 꺼지지 않았다. 꽁꽁 친 암막 커튼 사이로 아주 옅은 주홍색의 불빛이 새어 나갔다.
* * *
“윤슬이 왜 저래?”
“몰라. 졸린가 봐.”
‘팔로워가 안 늘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정말 바빴다. 지난 한 달 동안 먹은 박키스 포션이 몇 개인지 세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랬음에도 모아놓은 사진들을 다 올려 새롭게 유스타에 올릴 사진이 전혀, 조금도, 한 장도 없었다….
‘그래도 여돌 태그 덕에 늘긴 했는데.’
한 달 동안 조용히 있다 보니 취소당한 팔로워 수도 상당했다. 총합 건진 건 2천 명 남짓. 아무리 이제 하나둘씩 에이스북에서 유스타로 이동하는 추세라지만 아직 10만도 채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하제인은….’
커뮤니티에서 로맨스 필름의 여론을 체크하기 위해 훑어보던 게 잘못이었다.
[10대 게시판] 근데 진짜 예쁜애들은 보정 안하는듯ㅋㅋㅋ나도 그렇고 내 주변도 그렇고 로맨스필름으로 사진 하나하나 보정하거든? 유스타 올릴 때도 괜히 아 이거 올리지 말걸 ㅠ 하고 업로드한다음에 칼삭하는 것도 많았단 말임
근데 요즘 보는 유스타스타 찐인게… 지가 이쁜걸 지도 잘 아는듯ㅋㅋㅋㅋ
원본 사진 한장한장 부내나서 좀 현타온다. 어떻게 일반인 얼굴이 저렇지
(하제인 유스타 캡쳐본.jpg)
-헐 이쁘긴 하다ㅋㅋ 내 피드에서도 요즘 자주보이던데
-이쁜거랑 보정 안하는 거랑 무슨 상관ㅋㅋ 내 주변 예쁜애들은 다 보정하는데 색보정 정도는 이목구비에 크게 영향 없지 않나
˪있는 거 같은데? 내 주변도 연예인 연습생 하던 예쁜 애 있는데 걔도 보정 안함
-헤엑 일반인 팔로워가 20만;;; 쩐다
-보정 안 해서 부내 나는 게 아니고 걍 부자라 부내 나는 거…
˪2222이게 맞다
‘20만???’
회귀 전 이미 제인은 유스타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건 인튜버에 올린 브이로그의 영향도 컸다. 윤슬은 자신보다 사진을 업데이트하는 빈도는 훨씬 적은데, 2배가 넘는 팔로워에 힘이 빠졌다.
‘아무래도 스토리를 만들어야 할 텐데….’
회귀 전 인튜브과 SNS의 흐름은 단순했다. 예쁘고 화려한 것에 열광하던 초반과 달리 중후반부터는 자신의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 팔로워를 몰고 다녔다.
여행이면 여행, 요리면 요리, 그리고 주부들까지! 기계 리뷰와 육아, 온갖 카테고리에서 쏟아져 나오던 유명인들을 떠올리던 윤슬은 자신의 콘텐츠를 고민했다.
‘나? …학생.’
하지만 딱히 떠올릴 만한 것이 없었다. 어플을 만들긴 하지만 그건 재언이랑 백휘의 얘기까지 남들 앞에서 하게 되는 거고, 키키 게스트 에디터를 말하자면 반발심을 살 테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도 또래한테 너무 큰 부러움을 사는 건 독이지.’
심지어 필터링 없는 10대한테는 더더욱. 윤슬은 지난 상태창의 보상을 떠올렸다.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38% 이상 상승합니다(상승률 랜덤: 2~40%).」
‘이 뒤로 조은주가 물건 훔쳐 갔었다.’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되, 너무 부러움을 사도록 화려하면 안 되고, 적당한 열정을 섞되 태그하기 좋은 주현이 같은 친구를 더 사귀는 그런….
‘좋좋소 입사조건 같군.’
가족 같은 회사! 토익 800점 이상 우대 건강하고 주변 사람들과 두루두루 어울릴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신입을 모집합니다.
공모전 수상 이력과 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한 센스를 요구하던 전 회사를 떠올리던 윤슬에게 진동이 느껴졌다.
지잉-
하나의 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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