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8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84화(84/405)
지금 사용하기 버튼을 누르자, 룰렛이 등장했다.
“뽀뽀 짹 피닉스의 조각, 정답 쨘 스핑크스의 조각, 찬스 콜 ARS의 조각, 고민 끝 디톡스의 조각…?”
어느 좋좋소에서 준비한 이름인지 누가 봐도 성의가 없었다. ㈜스마트 스타팅 애드의 진한 악몽이 떠오른 윤슬은 룰렛 시작 버튼을 누르지도 못한 채 조각들의 정체를 유추했다.
‘눈이 쨍 선글라스의 조각이 제일 거지같다….’
저것만큼은 피하자는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생각하면 반드시 저게 뽑힌다는 걸 알고 있는 윤슬은 머리를 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나마 이미 가지고 있는 조각이 낫겠지.’
[맹세 꼭! 스틱스의 조각]을 바라보던 윤슬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한 다음 빨간 버튼을 눌렀다.빠르게 돌아가며 룰렛이 한 군데에 멈췄다.
“그렇지!!!”
「▶[보상: 슬롯 조각 획득!]
○맹세 꼭! 스틱스의 조각 (1개)
축하합니다!
▶조각이 부족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인벤토리에 넣으시겠습니까?
[ Yes ] [ No ]※ No버튼을 선택하는 경우 자동으로 삭제됩니다.」
영롱하게 빛나는 상태창을 바라보던 윤슬은 인벤토리에 조각을 집어넣었다. 이 양심 없는 인벤토리는 같은 조각은 한 칸에 넣어주지 않고 다 따로따로 한 칸씩 차지했다. 어떻게든 인간을 굴려 먹겠다는 마음가짐이 훤히 보였다. 이걸 종류별로 열 개씩 모으다 보면 인벤토리가 금방 가득 차 어떻게든 증축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두 번째도… 두 번째도!”
두 번째로 돌아가는 룰렛 역시 똑같은 조각이 뽑혔다. 이왕 뽑을 거라면 빨리 10개를 모아 조각을 합쳐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래야 계속 조각을 채울 건지 말 건지 고민하지.
윤슬은 마지막 조각까지 같은 것으로 뽑고 한 바퀴 돌며 춤을 췄다.
「333! 세 번 연속으로 같은 조각을 뽑아 ( 1 )번의 뽑기권을 추가로 드립니다.
[지금 사용하기]」인벤토리에 넣기 버튼이 없는 보너스 상태창.
윤슬은 지금 사용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동안 상태창의 행태로 보아 마지막 조각은 웬 거지깽깽이 같은 것이 나올 것 같아 이미 마음을 비운 터였다.
「▶[보상: 슬롯 조각 획득!]
○맹세 꼭! 스틱스의 조각 (1개)
축하합니다!
▶조각이 부족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인벤토리에 넣으시겠습니까?
[ Yes ] [ No ]※ No버튼을 선택하는 경우 자동으로 삭제됩니다.」
「※ [맹세 꼭! 스틱스의 조각]을 ( 7 )개 모았습니다.
※ [맹세 꼭! 스틱스의 조각]을 ( 10 )개 모아 강화한다면, 첫 강화 보상이 주어집니다.」
「□현재 인벤토리 아이템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었다’ 소원석 (등급 하)] [♣‘하나, 둘, 셋, 스마일-!’ 소원석 (등급 하)] [맹세 꼭! 스틱스의 조각] ( 7 )개」이제 총 스틱스의 조각은 7개.
윤슬은 채워진 인벤토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요약집을 펼쳤다. 이번에는 소원석 없이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니까 더 힘내 볼 생각이었다.
아이템 숍을 열어 [박수 짝짝짝! 집중] 포션을 마신 윤슬은 다시 스탠드의 불을 켰다.
* * *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험의 마지막 날이 끝났다.
환기시키려 교실 창을 열 때마다 어렴풋이 겨울 냄새가 묻어났다. 윤슬은 무릎담요를 끌어안고 나쁘지 않은 가채점 시험지를 확인했다.
“이번 난이도 미쳤나 봐….”
“나 학원 쌤한테 뭐라고 하지, 진짜.”
이번 시험 난이도에 비해서라면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잘 본 것 같기도 했다. 일주일 내내 박키스와 집중 포션을 먹어가며 한숨도 자지 못한 윤슬은 노래방에 가자는 권유를 거절하고 가벼운 가방을 멨다.
시험 기간이라 학교가 일찍 끝나면 왠지 기분이 좋았다. 일상생활에서 일상을 깨뜨리는 느낌이랄까.
윤슬은 몸은 피곤했지만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녀왔습니다~”
평소처럼 할머니가 있는 거실을 향해 인사를 하는데, 웬일로 할머니가 없었다. 그리고 윤슬이 벗어놓는 신발 옆에는 엄마의 운동화가 있었다.
‘뭐지?’
윤슬이 엄마의 방 쪽으로 향하자, 작고 갈라진 엄마의 목소리와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휴, 감기 옮아요…. 가시라니까요.”
“난 감기 같은 거 걸린 적도 없다.”
물수건을 짜서 엄마의 이마 위에 올려놓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자, 윤슬은 요즘 부쩍 추워진 날씨를 떠올렸다.
“엄마 아파?”
“슬이 왔느냐.”
“아니야, 괜찮아. 나가 있어. 나가 있어.”
“뭘 나가 있으래. 열 나? 감기야?”
얼굴이 새빨개져 색색 숨을 내쉬는 엄마는 누가 봐도 많이 아픈 사람이었다.
“심한 건 아니고, 어제 잠깐 문 근처에서 짐 옮겼더니 이러네…. 괜찮아. 내일이면 싹 나아.”
“내일이면 낫긴 뭐가 나아. 열이 이렇게 심한데. 내일 일 빠지겠다고 해.”
“오늘도 빠졌는데 어떻게 그래. 지금 수능 코앞이라 장사 너무 잘 돼서 빠지면 안 돼…. 찹쌀떡도 팔아야 하고.”
찬바람 쌩쌩 들어오는 문 앞에서 몇 시간이나 패딩도 없이 맨몸으로 일을 하니 이렇게 감기에 걸린 거였다. 이 와중에 내일도 일 나갈 생각을 하는 엄마를 보니 윤슬의 마음이 착잡했다.
“내가 그동안은 눈치가 있어서 참았는데, 안 되겠다. 이번 기회에 일하는 곳을 바꾸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부담스러워하는 것 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길바닥에 쫓겨날 뻔한 거 따뜻한 집에서 재워 주는 것만 해도 이미 차고 넘쳤다. 올 초 아빠 직장까지 구해준 할머니는 엄마가 일자리를 구한다고 했을 때 그 자리도 구해주고 싶어 했다. 한사코 웃으며 거절한 엄마에게 할머니는 한 발자국 물러났었다.
윤슬은 이제는 엄마가 할머니의 의견을 따라줬으면 했다.
“저 좀 잘래요. 슬아, 할머니 모시고 나가 있어.”
하지만 통할 엄마가 아니었다. 윤슬은 자신의 고집이 누구를 닮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 배는 안 고프고? 밥 먹어야지.”
“저 괜찮아요. 애들이랑 뭐 먹고 왔거든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 윤슬은 오늘도 침대에 눕지 않았다. 그저 아이템 숍을 켜 박키스를 또다시 한 병 마실 뿐이었다.
몽롱한 머리로 다시 일을 하는 윤슬에게 작은 상태창이 떴다.
「▶System
【미션: 히든】
▶100,000명 이상의 회귀
떠나갔던 이용자들에게 돌아올 마음을 먹게 한 당신, 인플루언서에 한 발자국 다가갔군요! 하나의 아이콘이 될지도?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히든 보상
○유명세 스탯 상승
○유명세 상승으로 인한 [아이템 숍]의 새로운 슬롯 오픈」
‘십만 명 이상의 회귀?’
오랜만에 보는 히든 보상이었다.
윤슬은 너무 잦은 알림에 꺼 둔 스타일 슈어 앱을 켰다. 커뮤니티에 있던 글이 에이스북으로도 흘러갔는지 그새 팔로워는 4만, 게시글 좋아요는 십만을 넘겨 있었다. 스타일 슈어 이용자라면 한 번씩 윤슬에게 좋아요를 누른 것만 같았다.
-이분 때문에 다시 스슈 깜ㅋㅋㅋ
-다른 인플들도 보고 배우길 앞으로 계속 정보가지고 찐따같이 굴면 비교처형 들어감
˪업로드 할거면 시간 여유로울때 해라 또 학원핑계 잠핑계 알람 못봤어요 핑계 댈 생각도 하지마ㅋㅋㅋ
-정떨어졌던 스슈 비번찾느라 정 또 떨어질뻔
‘근데 왜 키키 게스트로는 보상 안 줬냐. 상태창아.’
키키 게스트에도 제법 큰 영향력을 줬던 것 같은데.
윤슬은 상태창 노트를 펼쳐 기록을 했다. 상태창이 주는 보상이 가진 어떤 루틴을 발견하고 싶었던 윤슬의 노력이 조금 빛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제 서윤슬로 얼굴을 드러낸 쪽에 보상을 주는 건가?’
초반 몇 번은 키키 게스트로 얻어낸 성과에 히든 보상창이 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유스타 계정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사라졌었고.
‘하긴 키키 게스트 에디터가 인플루언서라기엔 좀 다르지.’
이거 체계 없는 상태창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계획이 있었구나.
새로운 아이템 슬롯을 확인했다. 이번에도 두 개밖에 없었다.
「▼상세 설명▼
좋아해줘 (사용 시간 30분)
: 상대방에게 호감도를 이끌어 내는 포션. 호감도는 +10~35 (확률 랜덤)입니다. 갑작스럽게 느낀 호감도로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 포션의 사용으로 짧은 시간 토끼네 찰떡방앗간 스킬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일시적인 호감도가 떨어질지, 유지될지는 랜덤입니다!」
「▼상세 설명▼
새들도 아가 양도 잘들 자는데 (사용 시간 30분)
: 30분 동안 최상급의 수면을 취한 효과가 나타납니다. 포션을 복용하고 난 직후, 실제의 수면을 취할 경우 버프를 받습니다.」
‘웬일로 좋은 거 준대?’
조각에게 농락당했던 걸 보상이라도 해 주는 것처럼 갖고 싶던 아이템이 나왔다.
윤슬은 망설임 없이 새들도 아가 양도 수면 포션 구입 버튼을 눌렀다.
“…이거 살짝 바가지 아냐?”
포션의 가격은 100포인트였다. 박키스 한 병이 3포인트인 것에 비해 지나친 폭리였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윤슬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 위에 누웠다. 실제의 수면을 취하면 버프를 받는다니까 포션과 동일하게 딱 30분만 자고 일어난 다음 다시 일을 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포션이 사기가 아닌지도 확인해야 했다.
“알람 다섯 개 맞췄고.”
혹시 몰라 5분 단위로 다섯 개의 알람을 맞춘 윤슬은 오랜만에 느끼는 베개의 푹신함에 감탄했다. 포션과 30분의 수면이 보여주는 효과를 기대하면서 눈을 감았다.
윤슬은 너무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핸드폰의 알람 따위는 윤슬을 깨우기엔 너무 작은 소리였다. 다음 날 아침 9시에 일어난 윤슬은 약 20시간 가까이 잠든 자신을 원망했다.
“이러면… 바가지인지 아닌지 모르잖아~!!!”
포션의 효과일까, 아니면 폭면의 효과일까.
몸은 지나치게 가벼웠다. 정말 컨디션이 좋았다.
* * *
“앉거라.”
토요일 점심, 할머니는 할 말이 있다며 나와 엄마를 거실 소파에 앉혔다. 갑작스럽게 진지한 분위기에 엄마를 바라봤지만 엄마 역시 이유를 모르는 듯했다.
‘뭐지?’
할머니는 준비해 둔 서류 봉투에서 A4용지를 꺼냈다. 어딘가 꼬질꼬질해 보이는 그 종이는….
“어? 그거 어디서 나셨어요?”
“어디서 났긴. 재활용 모아둔 데에서 봤지.”
그렇다. 얼마 전 내가 열심히 써 뒀던 교복 대여 사업계획서였다. 물론 자본금이 없어서 포기하는 마음으로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둘 때 함께 넣어놨지만.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써둔 그 종이가 할머니에게 보여지다니,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뜨끈뜨끈해졌다.
“그걸 왜… 가지고 계세요.”
“내가 사려고.”
“네?”
국화차를 한 모금 마신 할머니는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씀하셨다. 자신이 이 아이디어를 사겠다고.
“물론 거저 사겠다는 건 아니야. 나는 사업가니까. 매출의 몇 프로를 떼어 주마.”
“농담이시죠?”
진짜 사업가가 사 갈 아이디어라기엔 저 계획서는 좀 조잡했다. 나는 모서리에 ‘일억 이천, 현금이다.’ 하고 돈가방을 들고 있는 바보멈 그림은 그리지 말 걸 후회했다.
“아이디어부터, 바이럴 계획까지 잘 짰더구나. 임대료나 인건비 같은 건…. 못 쓰겠지만.”
“으으윽….”
당연하죠. 저는 노비지 주인님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누구한테 돈을 줬던 적이 없다고요.
나는 여전히 뜨거운 얼굴로 국화차를 마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얼음 넣을걸 그랬다. 미지근한 국화차가 목을 넘어가며 더욱 홧홧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올해 안에 이걸로 가게를 낼 거고, 도둑놈이 될 수는 없어. 그러므로 아이디어를 팔아다오. 싫다고 해도 말이야.”
손에 쥔 종이를 팔랑거리며 할머니는 씨익 웃어 보이셨다. 그리고 옆에 있는 또 다른 종이 봉투를 꺼내셨다.
“이거. 더 원하는 조항이 있다면 특약으로 넣고.”
할머니는 나에게 종이를 한 부 내밀고, 엄마에게도 종이를 한 부 건네셨다.
“이거 30%면 너무 많지 않나요?”
“순매출이 아니고 그냥 매출이야. 그 정도면 괜찮지.”
그런가? 이런 건 해본 적이 없어서 감이 잘 안 잡힌다. 이럴 줄 알았으면 회귀 전 인튜브에서 ‘삼십 대에 퇴직하기’, ‘파이어족으로 살기 위한 방법’ 이런 거나 좀 볼 걸 그랬다.
나는 알아듣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를 바라봤다.
“이건….”
엄마가 마음이 벅찬 듯, 종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똑같은 계약서가 아니었다. 그건 엄마를 위한, 엄마만의 계약서였다.
“난 손해 보는 일을 아주 싫어해.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장매란 (이하 “갑” 이라 칭함) 과(와) 이정혜 (이하 “을” 이라 칭함) 은 다음에 같이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중략)
업무의 내용: 상품정리 및 확인, 손님 응대 및 계산, 예약 등의 각종 대여점 업무
“자네가 나와 함께 일해 주는 수밖에. 혹시 지금 믿을 만한 다른 직원을 구하라는 수고를 내게 시킬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