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8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88화(88/405)
“니가 아무래도 미쳤나본데.”
“멀쩡해용.”
~백스칼리버~
!왕의 팔을 뽑는 자가 왕이 된다! 승자독식! 몰아주는 우승상금!
오른손 2,000 왼손 3,000
오른손 패배 후 왼손 한 번 더> 2,000원!
♣인생 한탕 해보실 분 구합니다♣
♣쌓여가는 판돈 속 깊어지는 우리 우정 영원히♣
축제 당일. 자신이 2천 원에 팔린다는 걸 알게 된 최백휘는 어이가 없었다. 이미 교실에서 1인당 만 원씩 걷어 판돈을 미친 듯이 올려둔 후였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이 정도는 협조해줘도 되지 않나?”
몰려오는 도전자 사이에 토너먼트 형식으로 열 명을 정한다. 다섯 팀으로 두 명씩 삼세판의 팔씨름. 그다음 승자가 옆 팀의 승자와 붙는다. 가위바위보로 한 명은 부전승!
그렇게 승리해서 올라가는 한 사람이 최백휘와 팔씨름을 해 이기면 모든 돈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1학기 초반 자신의 공포정치를 인지하고 있던 백휘는 한숨을 한 번 쉬었다. 그리고 셔츠의 소매 단추를 풀어 팔을 걷었다.
그렇게 1학년부터 3학년 할 거 없이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그러나 판돈만 점점 올라갈 뿐이었다.
“왼손 한 번 더!”
“네~. 강대엽 선생님 이 천원 추가.”
강대엽 선생님은 이날 이만 이천 원을 탕진했다. 백스칼리버를 뽑은 사람은 끝내 아무도 없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최백휘는 양손잡이였다.
* * *
“팔씨름? 그걸로 일등을 했다고?”
“원래 다들 단순한 거 좋아하잖아.”
어느새 1/3을 완성하고 있는 셋이었다. 윤슬은 아메리카노에 꽂혀 있는 빨대를 빼 벌컥벌컥 마시며 재언에게 물었다.
“재언이네는? 교실에서 뭐 했어?”
“우리 교실은 솜사탕….”
“아, 화기 안 되니까 그 기계 끌어왔구나! 너도 만들었어?”
“아니. 난 쫓겨났어…. 설탕을 잘못 부어서.”
* * *
재언은 교실이 아닌 동아리로 축제에 참여했다. 교실과 부, 둘 중 하나에라도 명단을 올려야 했기에. 재언은 솜사탕 팔이를 열심히 하겠다고 사정해봤으나 먹히지 않았다.
“이따위로 크게 만들면 우린 땅 파서 장사해?”
“…너무 돈에 연연하지 말자. 아직 어리잖아.”
“뒷사람은 그럼 이거 반도 안 되는 솜사탕 먹잖아~!”
“앞사람이… 조금 나눠주면 되잖아.”
“장난하냐? 안 돼. 받아줄 수 없어. 돌아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공익광고적인 정신은 매정한 서기고에서는 아무런 쓸모짝도 없었다. 노는 데 진심인 학생들은 축제 날만을 기다린 듯했다.
재언은 교실 회의에서 쫓겨나 동아리 시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재언은 학기 초 동아리를 시작할 때 축구부에 들어가고 싶었었다. 강제로 무산되었지만.
“저 축구부…. 써서 냈는데요?”
“안다. 하지만 넌 거기 있을 놈이 아니야.”
“왜요. 저 축구 잘해요. 진짜 잘해요….”
“하지만 수학을 더 잘하지.”
수학문제풀이연구부. 강중엽 선생님은 ‘축구부’라고 써진 재언의 동아리 신청서 위에 좍좍 빨간펜을 그어 ‘수학문제풀이연구부’라고 정정했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만 수문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 너무해요…. 못하는 사람일수록 넣어야죠.”
윤슬이 들으면 목덜미를 잡고 쓰러질 발언이었지만 강중엽 선생님은 완고했다. 재언은 그렇게 강제로 수학문제풀이연구부에 들어갔다.
“근데 난 왜 여기 있냐? 나 축구부 썼는데.”
희생양 김민준과 함께.
누가 봐도 수포자.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전 과목을 포기한 민준은 재언에게 끌려 얼떨떨하게 앉아 있었다. 재언의 수학 못하는 사람일수록 수문부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강중엽 선생님의 조치였다.
“여기 담당 강중엽 선생님이야….”
“미친 못 나가네.”
순한 초식동물들 사이 육식동물을 하나 끼워 넣는다면 이럴까. 맨 뒷자리에서 조용히 있는 재언을 모두가 신경 쓰고 있었다. 부원 모두가 재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 않기 위해 옆 친구와 카톡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민준은 자신이 없으면 혼자 외로이 있을 친구가 신경 쓰여 눈물을 삼키고 수문부에 남았다. 절대 강중엽 선생님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런 초식동물 수문부가 준비한 축제 아이템은 참담했다.
“그러니까… 축제를 이렇게 하자고요, 지금?”
“그래! 재언군! 큐브 빨리 맞추기가 낫겠지?”
“무슨 소리. 스도쿠야.”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이 캐스트 메탈 와이어퍼즐 고리풀기야 말로….”
성격 좋은 재언이 모두와 친해지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긴 것과 다르게 순하다는 걸 알게 되자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모두 재언에게 잘해주었다. 그래서 재언도 모두에게 잘해주고 싶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이런 걸로 축제를 연다면 동아리실 안은 그냥 수문부만의 파티가 될 것이었다.
“그냥… 좀 재밌는 거 하죠.”
그렇게 재언의 의견으로 수문부는 <목숨을 건 구구단> 축제를 열었다.
~멍청한 놈에겐 죽음 뿐~
!구구단이란 상식도 없는 놈은 서기고에서 사라져라!
숨 쉴 자격 없는 놈들을 숙청합니다
단돈 1,000원으로 친구에게 참된 가르침을 선사하세요
♣수학 1등급은 3,000원 내야합니다♣
♣똑똑한 놈 적발 시 엄벌에 처함♣
♣뿅망치로 내면의 단단함도 시험 가능♣
* * *
“그게 뭔데?”
“그냥 간단해. 두 사람이 앞에 냄비랑 뿅망치 두고 구구단을 외우는 거야. 서로 물어보고 1초 안에 답 못하면 뿅망치로 맞기….”
“오. 진짜 그게 제일 낫다. 사람 많이 왔어?”
“응. 많이 왔어. 그래서 나중엔 구구단 말고… 십구단으로 했어.”
“그건 진짜 목숨 걸어야겠는데.”
19단 외울 수 있는 애가 몇이나 된다고 그걸 해.
윤슬은 기겁을 하며 손을 움직였다. 이제 같은 반 친구들의 사진이 마무리가 되고 다른 반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넘어갔다.
“그래서 몇 명 왔어?”
“그건 잘 몰라… 중간에 쫓겨났어.”
“왜? 너 19단 잘 외울 거 아니야.”
“어. 뿅망치를 세 개인가…. 부러뜨려서.”
그리고 재언은 친구와 함께 닭꼬치를 먹으며 운동장을 배회하다 육상부 선배들이 권유한 ‘사랑담긴 인력거’에서 타고난 재능을 선보였다고 말해줬다. 리어카에 사람을 담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이었는데 모두가 재언만을 찾았다고 했다. 남다른 속도로 승객에게서 감동을 이끌어 냈다고. 대학에 연연하지 않는 학교는 달라도 달랐다. 모두가 축제에 진심이었다. 다들 끝나고 학원이 아닌 뒤풀이를 가는 데 바빴다고 했다.
“아니 근데 너네 부가 아닌데 왜 니가 가서 그걸 끌고 있어.”
“재밌었어….”
이날의 VVIP로 헹가래도 받았다고 했다. 재언이를 들려면 많이 무거웠을 텐데 역시 운동부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윤슬은 사진을 보정하는 데 집중했다. 윤슬의 노트북 화면에는 코랄색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봄웜톤 소엽 쌤의 인생 사진이 담겨 있었다.
* * *
스타일 슈어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떠났던 장기 휴면 유저들이 속속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뿐인가. 활동이 어느 때 보다 잦았다. 좋아요도 댓글도.
‘심지어 쇼핑까지!’
이번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판매율이 높았다. 너무 어린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을까 고민하던 스타일 슈어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물론 아직까지 입점 브랜드가 좀 어리긴 한데.’
10대와 20대까진 끌어모을 수 있었으나 30대 유저는 스타일 슈어의 브랜드 이미지 탓인지 가입률이 높지 않았다. 신생 스트릿 브랜드와 몇몇 인지도 있는 브랜드의 계약은 체결되었으나, 아직까지 캐시카우로 여길 만한 영향력 있는 브랜드까지는 입점해주지 않았다.
‘엘더아머만 됐었어도!’
요즘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에서 입점해주기만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텐데…. 스타일 슈어는 아쉽지만 이 정도도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했다.
‘얘가 일당백이지.’
물론 이 성과는 거의 다 이 유저가 물어온 것이었다. 놀라울 정도로의 클릭률과 이어지는 구매율을 자랑하는 윤슬을 보며 모두가 좋아요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눌러주고 싶었다.
“어? 얘 새 글….”
그때였다. 윤슬의 계정에 새로운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빠르게 업로드 되고 있는 글은 한 개, 두 개, 세 개….
“잠깐만, 부장님! 이거 잠깐만 확인해주세요!”
열 개.
올라온 사진은 스타일 슈어의 새 유저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의류 브랜드에서 멈추지 않고 더 확장시켜 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증명사진 예쁘게 찍는 방법♥ 꿀팁]윤슬이 올린 사진으로, 30대 메이크업 쇼핑 이용자들도 스타일 슈어에 가입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 * *
[윤슬아 진짜 고마워ㅠㅠ] [우리 부모님도 되게 좋아하셨당…!ㅎㅎ]윤슬은 며칠 내내 쏟아지는 카톡에 오늘도 기분이 좋았다. 다들 SNS는 물론이고 프로필 사진을 윤슬이 찍어 둔 사진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심지어 늘 기본 프로필 사진이었다던 차유겸도 웬일로 자신의 사진으로 등록해놨다고 소영은 신기해했다.
“얘가 진짜 사진이 마음에 들었나 봐~.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
“그걸 왜 말해…!”
스타일 슈어에서도 반응이 불처럼 일었다. 지난번 맨투맨만큼은 아니었지만 엇비슷하게 올라가는 좋아요를 바라보며 윤슬은 그 어느 때보다 1등을 확신했다.
“앤~플~패드가 내려~와 내려~와.”
흥얼거리며 스타일 슈어의 서포터즈 룸의 문을 연 윤슬은 순간 쏟아지는 따가운 눈빛들에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아.’
다들 지난번의 원한이 있는 대로 쌓인 듯했다.
* * *
오연지는 스타일 슈어의 서포터즈가 되면 모두가 자신을 더 부러워할 거란 자신이 있었다. 큰 키, 마른 몸. 여리여리함의 결정체. 자신은 학교 1학년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이었으니까. 지나가면 ‘쟤가 유스타 걔야?’라는 수근거림도 들리고는 했다. 그래서 스타일 슈어 서포터즈에 초대받았을 때, 고민 없이 무조건 오케이를 했다.
‘거기다가 고은하랑도 친구가 됐고.’
은하의 SNS에 업로드 되어 있는 그 금수저 친구들처럼, 자신도 비싸고 예쁜 카페에서 은하와 사진을 찍어 올리면 이제 1학년뿐만이 아니라 2학년, 3학년. 전교생들이 모두 자신이 어떤 애인지 알게 될 거란 생각으로 부풀어 올랐다.
서포터즈 룸에 들어간 첫날. 고은하를 발견하고 자신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탄탄대로가 펼쳐진 것만 같았다.
‘…근데 이게 뭐야.’
오늘도 자신의 스타일 슈어 계정에는 조롱 댓글이 판을 치고 있었다.
[STYLE SURE]참스참스가 보내주신 겨울 뽀글이 (*´﹀`*)
포근하고 따뜻해서 데일리 룩으로 굿! 친구들도 한마디씩 예쁘다고 해줬던 ㅎㅎ 남사친들도 칭찬해줘따ㅎ
-와 지독하다 이쯤됐으면 정신차리고 사이즈 알려줄 때도 됐는데ㅋㅋㅋ
-얘 아직도 이러네 그냥 글에 사이즈 한번 적어두는 게 힘든가?
-남들은 이제 슬슬 눈치보면서 제품명이랑 사이즈 적던데 고집 대단하닼ㅋㅋㅋㅋㅋ
-그냥 팔로우 취소할게요 ㅃㅇ
-이사람 옛날에 한 발언 보면 앞으로도 이럴 사람임
˪뭐라고 했는데요? 궁금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저한테 정보 맡겨놓으셨어요?; 이런 분들 때문에라도 쉽게 정보 드리기 싫네용… 그대로 복붙함ㅋㅋ
˪대박 성격 개이상함…
‘X발… 누가 봐도 내가 S입지 M입게 생겼냐고, 돼지 같은 것들이….’
오연지는 윤슬이 나타나기 전 ‘언니 예뻐요ㅠㅠ’, ‘와 진짜 날씬하다… ㅠㅠㅠ’, ‘일자다리 관리비법좀요!’ 등등으로 찼던 자신의 댓글창이 그리웠다.
게다가, 굳이 자신에게 사이즈를 묻는 사람들이 제일 짜증났던, 자신이 했던 재수 없는 발언들이 발목을 잡았다.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닼ㅋㅋㅋ 지난번에 제 친구가 160에 52인데 S사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얘가 ‘엥 전 50kg 넘어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그냥 큰 거 사세요’ 이러고 댓글달았었음ㅋㅋㅋ 인성 알만하다
‘그건 당연하지. 나한테 그딴 거 물어볼 시간에 굶고 살이나 쳐 빼. 그러면 되는 거잖아! 지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현저히 떨어진 팔로워 수를 보다 오연지는 발작처럼 윤슬의 계정에 들어갔다. 오늘도 혼자 칭찬이란 칭찬은 다 듣고 팔로워는 어느새 자신과 두 배 가까이 벌어져 있었다.
“근데 걔 좀 그렇지 않아?”
“어…. 나 걔 때문에 욕 들은 거 생각하면.”
“솔직히 걔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 안 일어났지.”
하지만 모두가 자신과 같은 생각이었다. 스타일 슈어 서포터즈 룸에 모인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윤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연지는 보기 싫다고 생각했던 서윤슬이 빨리 오길 바랐다. 아무래도 인플루언서들 사이에 도덕이 뭔지 제대로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그때였다. 윤슬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순식간에 룸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연지뿐만이 아닌 모두가 윤슬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