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9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90화(90/405)
“맞아….”
“그건 아니지.”
하긴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욕을 먹었으니 억울할 만도 했다. 이쯤에서 조금 져 줘야겠다. 앤플패드와 좋아요에 눈이 멀어서 주변 사람들 나쁘게 만든 건 인정하는 부분이니까.
나도 너네가 그렇게까지 욕먹을 줄은 몰랐다고. 일단 앤플패드 시세만 머리에 가득했단 말이다.
“그리고 지금 올린 글도! 너 이거 왜 올린 거야? 또 우리 욕먹게 만들려고?”
오연지는 그새 내 스타일 슈어 계정에 알림 설정을 해 놨는지, 핸드폰 화면을 켜고 기세등등하게 소리 질렀다.
“뭐야? 쟤 뭐 올렸어?”
“헐…. 대박이다….”
“야. 우리도 글 올리자. 와, 또 욕먹을 뻔했네.”
아까 이 룸에 들어오자마자 업로드했던 글이었다.
[STYLE SURE]여러분~ 이번 스타일슈어 옷들 중에 ‘나 이거 사고싶었다!’ 하는 옷 계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 *ฅ́˘ฅ̀*) 댓글로 컬러와 제품명을 말씀해주시면 자세한 후기 남겨드릴게요 ㅎㅎ 이곳은 스타일슈어의 피팅룸입니당
에이스북으로 사람들을 모았던 것처럼, 댓글로 원하는 옷을 쓰라고 했던 내 게시글. 고은하가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길래 남들에게 선택을 맡겨봤다.
이왕 하나 가져갈 거면 사람들 선호도가 높은 게 좋잖아.
‘겸사겸사 호감도 살 겸.’
근데 이걸로 너네가 욕을 먹는다니. 또 그냥 자기 자랑만 하고 정보 안 주니까 욕을 먹는 거겠지.
‘그게 내 탓이냐?’
아까 전까지만 해도 약간 미안한 마음에 조용히 넘기려던 마음이 불탔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해 박혔다.
“이미지관리 개쩐다.”
“천사병 납셨네….”
“아, 진짜 쟤랑 있기 싫다.”
특히 셀카로 자존감을 잔뜩 채우던 부류들이 목소리가 컸다. ‘오래 껴도 너무 편한 렌즈’, ‘나만 알고 싶은 틴트’, ‘만 원짜리인데 넘 좋당ㅎㅎ’ 으로 셀카를 올린 다음 얼굴 칭찬을 잔뜩 받고, 정보는 ‘케이스 버려서 이름을 몰라요ㅠㅠ’, ‘단종이에용ㅎㅎ’, ‘엄마가 사다 준 거라 몰라요’로 얼버무려서 이번 사건에 더 욕을 먹은 애들이었다.
‘물론 열 명한테 욕먹을 거 나랑 비교돼서 백 명한테 욕먹기는 했는데.’
대놓고 사람 앞에서 씹는 거 보니까 미안한 마음이 싹 사라진다. 이 나이 먹고 당하는 왕따라니. 기분이 짜릿하다.
“쟤가 골라준 옷은 빼.”
“갑자기 왜….”
“니 친구잖아. 너한테만 좋은 옷 골라준 거 보인다.”
유리와 나연이의 파트너가 정색하고 큰 소리를 냈다. 주변에서는 동조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얘네한테까지 그럴 건 없잖아.’
나한테만 그러면 됐지, 순식간에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래. 그럼 니가 골라. 근데 사람 앞에 두고 이러는 거 좀 아니지 않아?”
“욕먹을 만했으니까 욕먹은 거지.”
…얘네 세구나. 나연이는 그렇다 치고 유리가 기죽을까 봐 조금 신경 쓰였는데, 고양이인 줄 알았더니 호랑이었다….
“얘들아. 너무 그러지 마. 윤슬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의외의 사람이 내 편을 들기 시작했다.
“스타일 슈어에 옷 한 벌 살 때도 오래 고민하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까…. 윤슬이가 그 마음을 알아서 그런 거겠지.”
‘아, 영애님 나가라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많은 협찬과 광고를 받아 또래들보다 더 옷장이 채워져 있는 애들은 다른 마음을 먹기 시작한 듯 보였다.
명백한 우월감.
‘하긴, 뭐 걔들이 정보에 목숨 거는 이유가 있으니까….’
‘우리랑은 다르지. 백날 욕해봐야 여기서 협찬받는 건 우리고.’
“그래서 그런데, 윤슬아 우리 옷 이걸로 고를까? 아직도 못 사고 고민하는 사람들한테 정보 주면 좋잖아, 너는.”
고은하가 손에 들고 웃어 보이고 있는 건.
“…그래 그럼. 알겠어.”
맨투맨이었다. 지난 미션 때 내가 그렇게 많이 입었던!
* * *
건대역의 작은 떡볶이 가게 안. 유리와 나연은 떡볶이보다 더 빨간 얼굴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묵묵히 김말이를 먹었다. 바삭하군.
“미쳤어? 거기서 왜 ‘그래 그럼.’이 나와?”
“그니까. 나도 진짜 이해가 안 가! 은하 걔 왜 그래? 원래 안 그랬잖아!”
아니야. 원래 그런 애야. 나연이 네가 인간의 장점만 보는 애라 몰랐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바꾸자고 해!”
“그래. 이렇게 백 프로 질 거야? 서윤슬 가오가 있지.”
둘이 언제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지? 나는 꿀피스를 마시면서 일장 연설을 하는 둘에게 계속 고개만 끄덕여줬다. 아까 중간중간에 끼어들려고 했는데 말할 틈이 없더라고.
나를 가운데 두고 너는 빠져!를 하고 있는 둘이었다.
“내가 언제 진다고 했어?”
씩씩거리며 동시에 꿀피스를 먹는 둘 덕에 드디어 말할 틈이 생겼다. 또 혼날까 황급하게 말했더니 둘 다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저기요, 서윤슬 씨.”
“색이랑 사이즈만 바꿔서 입으면 뭐 신선한가요?”
“몰라볼 줄 아나요?”
“다를 것 같나요?”
얼른 나가야겠다. 아까부터 매장 내 음악 소리보다 얘네 둘의 목소리가 더 크다. 그리고 여긴 돌쇠보다 맛이 덜 해. 역시 돌쇠네에 가야 하는데.
‘다음에 얘네 데리고 돌쇠네 한 번 갈까.’
딸랑-
떡볶이 가게를 나서는 종소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둘은 내 양옆에서 팔짱을 끼고 끝도 없이 쫑알거렸다.
“그래도 친구잖아. 바꿔 달라고 하면 바꿔 줄걸?”
“걔랑 친구야? 누가 봐도 멕인 건데.”
“아니야. 은하가 좀 멍청? 해서 그렇지. 애들 앞에서 편들어 주려고 그런 걸 거야!”
“아아….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스킬: 뭐든지 밝고 맑게! (B+)] [스킬: 뭐든지 밝고 맑게! (A)]」
스킬 한번 참 좋다. 순식간에 귀족 영애님을 멍청이로 보내버리는 둘의 훌륭한 사교계 대화에 나는 잠시 아찔해졌다.
“괜찮아. 내가 이길 거야.”
이러다간 오늘 하루 시달리는 게 끝도 없겠다, 싶어서 나는 그냥 말해주기로 했다. 그래야 카페는 편하게 있을 것 같거든.
“상대방보다 좋아요를 많이 받으라고 했지, 반드시 내가 입어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잖아.”
내가 입을 거 아니거든.
역사에서 필패한 적이 없는 백전백승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바로 미남계.
‘나는 맞짱을 뜰 때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비록 상대가 초등학생이라 할지라도 말이야.
* * *
이미 그 맨투맨, 살 사람들은 다 샀다. 스타일 슈어뿐만이 아니라 커뮤니티에서도 언급이 많고 쇼핑 랭킹으로도 상위권이라서 훑어보다가 샀을 테니까.
‘근데 그건 기모 없는 버전이고.’
기모 있는 버전으로 나온 신제품을 골랐다. 그러니까 아직 살 사람들은 있다는 소리지.
그리고 지금이 언제냐면, 크리스마스 전 달. 곧 대목이 올 시기란 말이다.
“그래서….”
선물 받기도 좋고, 선물해 주기도 좋고. 쇼핑이 가장 활발할 12월은 앞둔 지금이 찬스다.
“나한테 남자친구인 척을 하라는 말이지?”
“아니 내 남자친구 말고. 만인의 남자친구로.”
그렇게 모셨습니다. 오늘의 게스트, 차재겸.
원래 사람들은 미남에게 취약하다. 그것도 나이가 비슷한 미남이라면 더더욱. 스타일 슈어 유저 나이대가 몇인가. 주로 10대지.
나는 차재겸을 이용해 이 맨투맨에 #커플맨투맨 #크리스마스 선물 키워드를 넣을 예정이다.
‘이왕 커플 맨투맨을 할 거라면 괜찮은 모델이 걸친 거에 눈이 먼저 가기 마련이지.’
이미 우려먹고 또 우려먹은 맨투맨 코디지만 누가 입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니까.
‘20대들도 후기 많으면 사게 된다.’
어찌 됐건 랭킹을 위로 올려만 둔다면 산다. 특히 남성 고객의 경우 스크롤을 더 내리지도 않고 1페이지에서 사는 경향이 강하다. 12월에 상위 랭킹으로 올려둔다면 1월 설날 특별전, 2월 개학과 개강 전 세일. 그리고 3월이 되면 기모가 없는 버전으로 다시 또 구매율이 올라가겠지. 매월 모든 사이트는 소비자의 지갑을 어떻게 하면 탈탈 털지 고민하니까.
‘일단 지금의 목적은 좋아요도 있지만, 실구매까지 이어져야 된다.’
얘 얼굴을 봐라. 좋아요가 따라오게 되어 있다. 마침 얘는 여자친구도 없다. 시장에 나와 있는 훌륭한 매물이다 이거다.
나는 스타일 슈어 사용자들의 마음속 남자친구가 되어줄 차재겸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꼭 내가 입어야 하는 룰을 따라야 한다면, 얘 얼굴로 어그로를 먼저 끌어놓고 다음에 같이 찍은 사진 하나만 올리면 된다.’
[STYLE SURE]커플맨투맨으로 문의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핏 한번 체크해보시라고 올려요ㅎㅎ 같이 찍으니까 쪼끔 머쓱하지만( ღ’ᴗ’ღ ) 저는 S 친구는 L 사이즈 입었습니다! 둘 다 힙 덮는 길이고 품이 넉넉해서 교복 셔츠 위에 입기 제일 좋아요
뭐 이렇게. 마침 무난한 디자인이라 다행이었다.
“잘 맞네.”
“이렇게 나는 이용만 당하고…. 흑흑.”
차재겸은 피부가 흰 편이라 네이비색이 잘 어울렸다. 마침 학교가 가까워 교복 위에 입히고 찍을 수 있었다.
“너 키가 몇이지?”
“윤슬이 너랑 비슷해.”
“거짓말하지 말고.”
“2미터 조금 안 돼용.”
너도나도 2미터가 안 되면 키가 비슷한 거냐? 기적의 논리를 펼치는 차재겸은 사진 찍히는 일에 익숙한지 찍는 것마다 쓸 만했다.
“야…. 프로필 사진으로 여자 여럿 울렸겠는데.”
“보통 얼굴로라고 하지 않아? 실물이 이런데 왜 사진으로 한계를 둬 슬아. 나 섭섭해.”
매일 프로필 사진을 염탐하면서 연락할까 말까 밤새 고민하게 할 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먼저 연락을 하면 살가운 척하지만 은근히 대충 답장해 줄 상이야.
나는 갤러리를 확인하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고은하가 뭘 해도 이걸 이길 수는 없다.’
* * *
재겸은 지나치게 냉정한 윤슬을 바라봤다. 안 그렇게 생겨 가지고는 어찌나 칼 같고 계산에 빠른지. 윤슬은 뭘 해도 일반인과는 다른 답을 내놓았다.
“근데 왜 배키 두고 재겸이야? 혹시 내 얼굴이 윤슬이 취향?”
“어린 애들한테 수요가 많은 얼굴이야.”
“…고민하는 척이라도 좀 해보자, 우리.”
잘 생겨서라는 대답 두고 사람을 상품화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웠다.
재겸에게 있어 이렇게 재밌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마주할 때마다 재겸은 더 윤슬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가자. 밥 사줄게.”
“뭘 네가 사~. 나 여자한테 밥 얻어먹고 그렇게 생긴 얼굴이 아니잖아.”
“좀 뺀질뺀질해 가지고 잘 얻어먹게 생겼는데….”
“못생긴 애들만 밥을 산다는 편견을 버려. 세상은 불공평한 거야. 나같이 생긴 애들이 밥도 잘 사요.”
재겸은 일부러 음식과 함께 윤슬의 손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보란 듯 윤슬의 계정을 태그했다.
‘제인이가 얼른 봤으면.’
윤슬이 하나로 재밌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올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됐다.
“왜 그렇게 웃어?”
“너 잘 먹어서.”
안 그런 척 SNS 중독자인 하제인이 못 해도 세 시간 안에 확인할 거라 확신하며 재겸은 글을 업로드했다.
[Youstagram]꼭 굳이 나 아니면 안 되겠다는 애랑 ㅠㅠㅋㅋㅋ
장소-삼청동에서
좋아요 782
댓글 103
-뭐야 재겨미 여자친구 생김?
˪ㄴㄴ 아냐 그냥 친구
-혼자만의 주장… 잘 들었습니다
˪슬이가 얼마나 날 붙잡았는지 니가 봤어야 했는데
˪또 날조 시작 또
친구 귀엽네 재겸이ㅋㅋ 오랜만이다
˪형 ㅎㅇ 요즘 뭐하고지냄
* * *
스타일 슈어의 좋아요는 빠르게 늘어났다. 노동력 대비 아주 훌륭한 결과였다.
‘얜 아이돌을 했어야 했는데.’
재겸은 비록 병크와 어그로는 몰고 다닐지언정 스타성만은 확실했다. 얘가 아이돌이 된다면 적어도 팬싸에서 ‘아 진짜요?’ 무새는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했다. 재겸은 유사연애를 떠먹이다 못해 굴착기를 불러와 들이붓고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 우결의 민족이라는 걸 잘 알고 있군.’
시그널하트, 현생연애, 데이즈 체인지, 너는 솔로, 솔로지요… 셀 수 없이 많은 커플 프로그램은 늘 안정적인 시청률을 자랑했다. 일반인을 순식간에 인플루언서로 만들고 인플루언서를 방송인으로 만드는 유명세를 더해주는 게 커플 프로였다.
‘어쩌면 나보다 더 바이럴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앤플패드를 가지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자, 재겸은 남자친구 코스프레를 시킨 게 다 그거 때문이었냐고 웃었다. 태블릿 하나에 팔려 갈 정도로 자신은 값싸지 않다며 두 팔로 상체를 감싸고 흑흑 우는 척을 했었다.
“흑흑. 나는 이렇게 이용만 당했군요.”
“옆 테이블이 보잖아… 조용히 좀 해.”
“이왕 내조할 거라면 확실하게 하겠어요.”
좋아요와 함께 실구매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재겸은 자신이 하자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했다. 조금 미심쩍었으나 일단은 내가 아쉬운 쪽이니 알았다고 대답했다.
확실히 내조를 하겠다는 그 말을 지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재겸은 유스타에서 한껏, 정말 한껏….
‘이건 뭐라 표현하지.’
망상을 나눠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