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9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91화(91/405)
[Youstagram]새벽산책 하니까 좋네ㅋㅋㅋ
장소-너네 집 근처에서
좋아요 652
댓글 123
-차재겸 이새끼 여친생겼네 빼박ㅋㅋㅋㅋ
˪아니라니까요
-누나 서운하다 ㅠ 누나 연락은 읽지도 않고
˪ㅈㅅ
-이거 내가 찍어준거잖아; 왜이러는겨 미친놈아
재겸의 유스타그램은 그야말로 날조가 가득했다. 맨 마지막 댓글은 달리자마자 동시에 빠르게 삭제당했다. 저 사진은 윤슬이 골라준 거였다.
둘의 대화창 가득 재겸의 사진이 휘날렸다.
지잉-
또다시 윤슬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요즘 가장 많이 오는 연락의 주인공, 재겸이었다.
입력: 야 사진 좀 그만 보내 이제 걍 알아서 올려
[와 차가운 거 봐ㅠ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자기야ㅠㅠ]입력: 과몰입 좀 하지 말라고;;;
간단하게 재겸의 얼굴로 팔로워를 더 많이 끌어 어그로와 실구매, 양쪽 토끼를 잡아보겠다고 생각한 윤슬에게 재겸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놨다.
“사람을 많이 끌고 오려면 스토리를 입혀야지.”
원래 처음부터 답댓글을 달려고 했던 윤슬과 달리, 재겸은 며칠만 기다려보라고 했다. 작은 불씨부터 시작해서 불길이 일어야 된다나. 윤슬은 친구라고 밝히고 자신은 묵묵부답으로 있어야 사람들이 더 신경을 쓴다고 했다. 그리고 답변이 궁금해서라도 윤슬의 계정에 재방문을 하는 빈도가 잦아질 거라고도.
“그런 선동과 날조… 조작은 어디서 배운 거야? 학원이라도 있어?”
“가정교육.”
‘누가 집에서 그런 걸 가르치냐.’
윤슬은 좋좋소에서 구르고 굴러가며 배운 바이럴 실력보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차재겸의 어그로 실력이 한 수 위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많은 인내를 거쳐야 했다.
그렇게 충분히 사람이 몰릴 때까지 썸인지 남자친구인지 그냥 친구인지 헷갈리게 만든 지 며칠이 지났다.
지잉-
[이거는? 이건 어때]윤슬은 며칠 내내 강제로 재겸의 브이로그를 봐야 했다.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보내주는 사진마다 꽤 쓸 만하게 찍혀 있는 재겸이 있었다.
‘근데 이 새끼…. 진짜 공부 안 한다.’
하루 종일 어디를 그렇게 쏘다니는 건지 사진 찍은 장소도 다 달라 윤슬은 기함했다. 재겸은 어그로 장인이었다. 사진마다 미묘하게 스토리를 입혀 놨다.
::남사친에서 남자친구로::
자작 X 실화 100%
공유 100 시작
사진 도금/ 절대절대 쓰지 마세요!
-남사친 차재겸♥ 님이 회원님을 초대했습니다
[너 나 어떻게 생각하냐] [내가 너 좋아하는 거, 너 진짜 몰랐어?]‘카카오 스토리에 올라올 것 같은데.’
당장이라도 카스썰의 주인공이 될 것 같은 사진들을 보던 윤슬은 이제 슬슬 스타일 슈어 사용자들이 재겸의 유스타까지 흘러간 게 눈에 보였다.
-윤슬언니 남자친구에요?
-둘이 사귄 지 얼마나 됐어요?
-@김민지 야 이거봐 내가 보여줬던ㅋㅋㅋ
˪이사람이 스슈?
˪아니 여친이!
윤슬의 스타일 슈어 계정에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할 때, 꼭 자신의 SNS 계정을 함께 적으라고 말한 재겸이었다. 이제 윤슬은 스타일 슈어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었다. 어플을 키면 가장 눈에 띄는 상위 칸에 윤슬의 사진이 올라갔다. 기존 유저뿐만이 아니라 신규 유입되는 유저들도 윤슬을 한 번씩 보게 되었다.
[STYLE SURE]<오늘 주목해야 할 스타일♥>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남자친구랑 커플로 입기에 너무 좋은 맨투맨 🙂 지난 기모 없는 버전도 믿고 사는 프리뉴였지요~ 따땃보들한 기모를 아낌없이 넣어서 따뜻한 맨투맨이 단돈 5만원도 안하다니 이건 사야해!
착용한 친구/ 181cm 에 67kg
-헐 윤슬님 남자친구예요?ㅠㅠㅠㅠㅠ
-선남선녀커플… 너무 예뻐요
-럽스타그램 해주시면 안돼요? 아이돌인줄 알았어요
-@박준호 자기야 이거 어때? 우리 살까ㅎㅎ
-남친이랑 같은학교에요?
일단 어그로를 끌어 두니 댓글이 잘 달렸다. 평소라면 제품에 대한 질문 혹은 칭찬. 또는 윤슬의 이야기를 하던 사용자들이 재겸에 대해서도 얘기하기 시작했다. 스타일 슈어 계정뿐만이 아니라 윤슬의 유스타에도 평소보다 더 많은 댓글이 달리게 됐다. 스타일 슈어에서 윤슬을 발견한 유저들의 궁금증에 불을 지폈으니까.
‘진짜 남자친구인가?’
‘개잘생겼다… 일반인 아닌 거 같은데.’
‘남자친구도 계정 있네?’
윤슬과 남자친구의 일상이 궁금하고, 남자친구의 일상이 궁금하고, 둘은 어떻게 만났는지, 며칠이나 됐는지, 어디가 좋은지 등등.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스타일 슈어를 타고 윤슬과 재겸이 유스타로 오는 유저들의 수가 늘어났다.
[윤슬언니 남자친구 맞아요?] [진짜 오해하지 마시구… 저 이전부터 팔로워였던 사람인데요 여자친구 있을지 없을지 한참 고민하다 결국 멀리서 보기만 했는데 여자친구 있으셨네요ㅠㅠ 딴 마음은 없고 저랑 그냥 친구 하시면 안될까요ㅎㅎ 그냥 가끔 연락만 하는!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둘이 넘 잘어울려요ㅠㅠ 스슈에서 오빠 연습생이라던데 진짜에요? 어디 연습생이에요?]윤슬은 재겸이 캡쳐해서 보내준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입을 벌렸다.
* * *
‘이 자식 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여전히 올리는 것마다 누가 찍어준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귀찮으니까 허락받지 말고 올리라고 했지만 혼자만의 브이로그를 전시하는 건 여전했다. 구독 버튼을 누른 적도 없는데 강제로 구독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쌓여가는 카톡방의 사진들을 전체 삭제하고 다시 재겸의 유스타를 보며 감탄했다.
카페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사진이나 하얗고 복슬복슬한 강아지를 얼굴 옆에 들고 찍은 사진은 유사연애의 정석이라는 개념서가 있으면 바로 거기에 박아 넣어도 될 법했다.
‘저 강아지는 누구네 강아지지.’
정말 귀엽다. 특히 배가 핑크색인 게 너무… 진짜 딱 한 번만 만져보면 좋겠다.
지잉-
또 차재겸이었다.
[이제 슬슬 댓글에 답 달아준다?ㅋㅋㅋ]재겸은 유스타에 있는 댓글 중 몇 개에 답을 달아줬다. 메시지를 가장 자주 보내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ㅋㅋㅋ친구예요 지금은
‘와… 여우 새끼….’
뒤에 ‘지금은’ 뭐냐. 그 단어를 붙임으로써 전하고 싶은 말이 앞이 아닌 뒤가 됐다. 차재겸은 전문가처럼 어그로몰이를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이 어그로가 훨씬 더 잘 먹힌다는 것에 나는 만족했다.
‘이대로라면 원래 목적보다 더 많이 얻어 가는데.’
스타일 슈어에서 친구 몇 명 사귀어 서로 SNS에 태그하고 사진 찍어주고 일상 얘기 올리는 것보다, 차재겸이 끌어주는 한 번의 어그로가 훨씬 더 효과가 좋을 것이라 장담한다. 비록 친구는 커녕 적만 잔뜩 만들었지만 후회 없는 서포터즈였다고 회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상태창이 어이없는 미션 내면 얘랑 하면 되겠다.’
뭐 한 달 만에 인튜브 구독자 십만 만들기. 이따위 미션을 준다면 얘랑 [남사친 여사친은 있을까?!] 영상이나 찍으면 될 것 같다. 그 영상 올리고 [우리 결국 사귀게 됐습니다…] 반짝이 효과로 썸네일 영상 올린 다음에 까만 배경에 고개 숙이고 [죄송합니다…커플 인튜브 여기서 접습니다] 로.
‘아, 마지막 건 조회수만 올라가지 구독자는 안 올라가겠다.’
차재겸이 손수 선보여 준 화려한 스토리 만들기 덕인지 내 뇌도 우결로 차 있는 것만 같다. 얼른 정신을 차리자.
‘그럼 이제 슬슬 스타일 슈어에 다음 사진을 올려볼까.’
아주 붙어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사진이었다. 지난번 차재겸을 만났을 때 찍었던. 물론 같은 맨투맨을 입었다.
[사진을 업로드 하시겠습니까?]나는 핑크빛이 연하게 돌도록 보정한 사진을 업로드한 후, 다음 날 쌓여있을 좋아요를 기대했다. 지난번 미션에서 아슬아슬하게 이겼던 것과 다르게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졌다.”
우결이고 썸이고 남사친이고 나는 패배를 확신했다. 맞짱 뜰 때 최선을 다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진짜 돈으로 이러기 있냐.”
이쪽이 백전백승 미남계를 썼다면, 저쪽은 천상계 뇌물 수수를 사용했다. 교복 위에 맨투맨을 입고 교실에서 사진을 찍은 고은하의 게시글은 이랬다.
[STYLE SURE]성적 올리면 부모님이 앤플패드 사주기로 하셨어요 ㅠ_ㅠ 하지만 내가 좋은 성적을 받는다면 그건 전부 응원해주신 팔로워님들 덕…
그동안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한 분께 앤플패드 프로 526g를 선물로 보내드릴게요 ㅎㅎ
언제나 감사합니다. 요즘은 종종 나쁜 얘기도 듣지만 그래도 여러분이 좋아요
앤플패드 프로를 미끼로 걸어버렸다!
-언니 천국에서 떨어질 때 안 아팠어요?ㅠㅠ 날개없는 천사 은하언니
-@김지유 야 이거봐ㅋㅋㅋㅋㅋ 금수저 클라스
˪미쳤다 일성 손녀임?
-추첨은 혹시 랜덤인가요? 저 대학생인데 친구들 다 있는 노트북도 없어서 많이 힘들거든요… 저보다 어린 나이인 은하님께 드릴 부탁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갔으면 좋겠어요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은 쇼핑하러 들어온 거겠지만 저는 은하님 보고 힘 얻으러 들어오거든요. 유스타에서부터 팬이었어요 닮고싶어요
-낚시 아님? 뭔 앤플패드 프로를 줘 고딩이
-제발 저요 흑흑 저요 제가 꼭 갖고싶습니다 제가 아니라면 안돼요 태어날때부터 갖고싶었어요 제발 저요
물론 이 광역 어그로에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보 안준다고 쳐맞으니까 이제야 정신차렸네ㅋㅋㅋ 진작 팰걸
-부잣집 공주님 비위맞춰달라고 뇌물뿌리는거봐ㅠ 윽 ㅠ 역겨워ㅠ
-시녀도 돈주고 사는 세상~ㅋㅋㅋ 진짜 죄송한데요 이러면 이럴수록 되게 없어보여요 본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뭔지는 알겠는데 그게 공감성 수치를 불러일으킨다고요ㅠ 현실을 살아 제발
하지만 앤플패드를 향한 열망은 그동안 가끔씩 보이던 악플들도 싹 밀어버리는 효과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눈에 띌까 싶어서 고은하에게 달린 악플 아래 답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잣집 공주님 비위맞춰달라고 뇌물뿌리는거봐ㅠ 윽 ㅠ 역겨워ㅠ
˪역겨운 건 그쪽이겠죠 말뽄새봐 왜이래ㅋㅋㅋ 주변에 친구 없는 티 작작 내길
˪은하언니한테 상처주지마세요 팔로워 누구보다 생각하시는 분이에요
˪뇌물이래ㅋㅋㅋ 혹시 선물같은거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나보당ㅠㅠ 안쓰러워ㅠㅠ
물론 원래 일침댓글을 달던 유저들도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고은하의 사진 아래에서는 난장판이 일어나고 있었다.
‘와, 싸움 제대로 났네.’
일반적인 게시글보다 댓글이 몇 배나 많았다. 어그로 댓글, 악플, 거기에 쉴드, 칭찬 댓글까지 어질어질했다.
‘하긴, 앤플이면 넘어가지.’
회귀 전까지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앤플보다 갤래시를 쓰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앤플에 대한 갤래시 유저들의 열망은 배로 컸다.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도 있고.’
그리고 에이스북에서 유스타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한 지금 이 시점. 앤플 카메라 특유의 감성이 있으니 더더욱 앤플을 가지고 싶어할 것이었다.
‘물론 패드로 별거 안 하겠지만….’
“엄마 나 공부하느라 필요해서 그래 진짜로 이걸로 필기도 하고 인강도 들을게 제발 나 등급 올릴게.”
“엄마 나 강의듣느라 필요해서 그래 진짜로 전공책 너무 무거워 나 이번 학기 학점 잘 받아서 장학금 받을게.”
다들 이렇게 말하고 산 다음에 넷홀릭스나 인튜브만 보더라. 앤플병은 앤플을 사야 낫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지잉-
나는 지금도 연락 오는 재겸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슬이~
“야, 졌어.”
-…여보세요는 해주고 본론을 말하지 그랬어.
고은하의 얘기를 들려주자 늘 웃음기 섞인 재겸의 목소리에 분노가 섞였다.
-야! 윤슬아! 그런 선동에 질 거야?
“져야지 어떡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이쪽도 패드를 건다.
“미쳤구나….”
자신은 두 개를 걸겠다고 말하는 재겸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크게 울렸다. 나는 핸드폰을 슬슬 귀에서 멀리 떨어뜨렸다.
“여보… 잘 안… 어…. 이상… 폰이….”
-연기하지 마!!! 어설퍼!!!
안 먹히는군. 그래도 나름 성의 있게 거짓말하려고 한 건데.
나는 그냥 전화를 끊었다. 몇 번 더 왔지만 무시했다.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지고 나도 풀썩 누웠다.
‘그래도 얻은 게 아예 없지는 않지.’
차재겸의 어그로 덕에 스타일 슈어 앱에서 유스타까지 팔로우한 유저가 꽤 됐다. 십만이 코 앞이었지만 팔로워가 빠르게 늘지 않아 조금 초조했었는데, 핸드폰을 끄기 전 봤던 팔로워의 수는 9만 9천9백9십9명이었다.
‘아, 노력으로 돈을 이길 수는 없는 건가….’
그때였다. 책상 아래, 히든 보상으로 받았던 지갑 쇼핑백 안에서 옅은 빛이 새어 나왔다.
띠링-!
「▶System
【미션: 히든】
▶100,000명의 팔로워 달성!」
상태창이 눈앞에 뜸과 동시에, 방 한쪽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