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9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96화(96/405)
“잘 오셨어요. 편히 앉아요, 편히.”
“넵, 감사합니다.”
당연히 미팅실로 들어갈 거라 생각했던 윤슬의 예상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어둡고 중후한 분위기의 개인 룸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금수저는 다르네. 개인 사무실도 주고.’
윤슬은 건네주는 주스를 마시며 흰자로 다이아수저의 사무실을 관찰했다. 벨벳과 비슷한 소재의 녹색 빛의 인테리어 가운데 채도 높은 오렌지 컬러의 의자가 포인트가 됐다. 직급에 비해 어린 나이인 만큼 센스가 돋보였다.
‘왜 여기로 데려온 건지는 알만 하다.’
자신의 직급과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면서 고등학생에게 기선제압을 할 것이 분명했다. 윤슬은 그렇게 단정 짓고 눈에 힘을 줬다. 절대 넘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자개 명패 옆 Professional이라는 글자가 유난히 빛났다.
‘쪽팔려….’
하지만 예상외로 다이아수저가 윤슬을 자신의 사무실로 부른 이유는 간단했다. 쪽팔려서. 이미 회장인 아버지에게 크게 한 번 혼쭐이 난 뒤였으므로.
“회사 일이 장난이야? 너 그러라고 내가 미국까지 보낸 줄 알아!”
언니와 오빠의 성과를 보고 초조했던 게 실수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 두 사람이 했는데 나라고는 왜 못하겠냐는 자만이 실수였을까. 아무튼 여러 가지의 감정이 합쳐져 손대는 것마다 실패하고 있는 다이아수저였다.
‘그래도 상반기에는 잘했는데….’
그건 윤슬이 상반기에 올린 글과 다른 마케팅 직원들의 충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다이아수저는 역시 태생부터 모두 자신이 잘나서라고 굳게 믿었다. 상반기 성과로 위풍당당해진 그녀가 과도하게 고집을 부렸을 때 직원들은 다들 조용히 시선을 교환하며 어디까지 망하는지 손 놓고 두고 봤다. 망해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
‘그래도, 아직 완전히 망한 건 아니야!’
다이어수저는 새로운 증명사진의 패러다임을 만들면서 실수를 만회해 볼 생각이었다. 곧 새해가 다가온다. 그럼 어떤 이벤트가 있냐, 바로 새학기, 개강, 그리고 면접이다.
‘면접이라면 증명사진이 잘 나와야 하니까!’
SS시즌상 가벼운 무드로 밀고 나가야 했다. 깔끔하고 청순한 증명사진을 콘셉트로 잡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다. 지금부터 빠르게 준비해 1월에 선보이기만 한다면 하반기에 엉망이 되었던 그래프를 다시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완성되었다.
“가이드라인은 봤나요? 어때, 더 추가하고 싶은 부분 있으면 추가해도 좋고. 최대한 들어 줄 테니까.”
그래서일까. 다이아수저는 눈앞의 말랑말랑한 고등학생을 보자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이거 하나 손바닥 위에 놓고 굴린다면 실적은 따 둔 상태이므로. 기분 가는 대로 간단한 조항 몇 개는 추가해줘도 상관없었다.
‘뭐, 라모레 뮤즈도 시켜준다고 했으니까….’
적당한 포토 붙이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붙여서 화보 하나만 찍어준다고 해도 좋아하겠지.
공주라도 된 듯한 기분이야 얼마든지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선심 쓴다는 듯 머리를 굴리며 고급 원두로 내린 커피를 홀짝이던 그때였다.
“푸흐흡… 컥… 뭐…?”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입 밖으로 커피를 줄줄 흘리게 될 줄이야. 차라리 자신이 라모레 딸이 아니고 선정이 딸이라고 하는 게 덜 놀랍겠다고 생각했다.
“주식이요, 주식.”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주식을 강탈하려는 고등학생이 기가 막혔다.
* * *
“허, 참나….”
윤슬과의 미팅은 일방적으로 끌려 가는듯한 느낌이었다. 자꾸 뭐에 홀린 것처럼 맹세라도 하고 싶었다. 어떤 느낌으로 컨셉을 잡아서 바이럴을 할 건지 미리 준비해 온 자료를 훑어보면 당장이라도 ‘그래! 줄게 주식!’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근데 그 주식이 어떤 주식인데….”
유명한 스타 포토그래퍼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 전담 메이크업 아티스트냐? 그것도 아니다. 손만 대면 성공신화를 줄 세우는 광고 천재냐 하면 역시 아니지.
그저 일반 고등학생일 뿐이다. 그런 고등학생에게 주식을 준다고 하면 앞으로 하는 모든 캠페인마다 주식을 탐낼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었다.
‘그런 건 진짜 1%한테나 하는 거라고…!’
성공이 확실시되다 못해 어떤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실패할 확률이 0에 수렴할 때, 그럴 때나 받아갈 수 있는 것이 회사의 주식이다.
‘개국공신쯤은 되어야지.’
아니면 회사가 상장하기 전부터 이 회사를 위해 뭐라도 했던지.
태어난 것만으로도 회사 주식을 먹은 주제에 다이아수저는 이럴 때 참 냉정했다.
“많이는 안 주셔도 되는데….”
헤헤 웃으면서 대기업의 인센티브 정도를 말하는 고등학생의 하얀 얼굴이 어른어른했다. 프로젝트를 성공으로만 이끈다면 비싼 값은 아니었지만 50만 원 주고 부리려던 고등학생에게 주기엔 과했다. 역시 사회는 냉정한 법.
‘아이디어는 돌고 도는 법이니까.’
굳이 윤슬을 쓰지 않아도 된다. 다른 색의 증명사진, 이것만 이용해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니까. 유명인들로 꽉꽉 채워 준비하면 힘없는 고등학생이 뭐 어쩌겠는가.
“오래 끌 필요 없지.”
빨리 일을 시작할수록 좋을 것이다. 주식을 달라는 허튼 소리를 하는 고등학생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베끼기 위해 다이아수저는 다시 한번 앱을 켰다.
오늘도 스타일 슈어 맨 위 칸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윤슬의 계정을 클릭한 그 순간, 다이아수저야말로 사회를 배우게 되었다.
* * *
“선빵필승이지.”
[STYLE SURE]오늘은 조금 예쁘게 입구 라모레로(*´﹀`*) 지난번 증명사진 찍은 걸 다들 너무 좋아해주셔서 ㅎㅎ 라모레와 콜라보 하게 될 것 같아요! 즐겁게 했던 미팅♥ 직접 개인 룸까지 초대해주셔서 너무 떨리고 감사했어용 ㅠㅠ
가이드라인에 비밀 유지 조항이 없더라고. 다들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는 사항이었지만 알 게 뭐냐, 난 고등학생인데. 안 써둔 너네 잘못이다.
“아이디어만 빼 갈 수도 있을 것 같았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니까 파쿠리 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랜덤 스킬 상용자더라고.
「[스킬: 직장인의 마음가짐 (A+)] [스킬: 원석을 보는 눈 (A+)] [랜덤 스킬: 역시 나야…? 역시 나야…! (S+)]」
두 번째 랜덤 스킬 사용자를 만나게 되다니. 일에 찌든 직장인이라면 랜덤 스킬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살게 되는 건가.
나는 의심하며 글자를 클릭했었다. 지난번 엘더아머 담당자가 안 어울리는 핑크색의 하트가 솟아나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우중충한 회색 하트였다.
「▶[랜덤 스킬: 역시 나야…? 역시 나야…!]」
‘왠지 이름부터 불길한데.’
「자신의 선택을 끝없이 의심하게 될 때 랜덤으로 발동되는 스킬입니다. 스킬 발동 시, 끝없는 고민에 굴레에 갇혀 ‘불면증’ 증세가 나타납니다.
※ 목적 달성 성공 시, ‘역시 나야!!!’ 상태가 되어 성공하는 선택 3COMBO! 확률이 상승합니다. (1~20% 랜덤!)
※ 목적 달성 실패 시, ‘역시 나야….’ 상태가 되어 실패하는 선택 3COMBO! 확률이 하락합니다. (1~70% 랜덤!)
※ 랜덤 스킬 사용자에게서는 5%의 확률로 소원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주의: 스킬 발동은 ( ??? )일 동안 지속됩니다.」
‘좋게 말해 기분파다 이거네.’
다이아수저다운 스킬이었다. 잘 되면 역시 나야! 고 안 되면 역시 나야…. 라니.
‘속 편한 스킬이군.’
심지어 잘 되면 세 번 성공시킬 확률이 커봐야 20%고, 안 되면 세 번 말아먹을 확률이 최대 70%라니. 이렇게 되면 주식을 주지 않더라도 계약금이라도 많이 받고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 저렇게 되면 다이아수저 잘못만이 아니고 아랫사람들한테로 화살이 간다.’
“버짓을 타이트하게 운용하지 않았다는 거, 다들 알죠? 그런데 팔로우업이 조금 실망스럽네…. 이번 아젠다를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일까, 아니면 팀의 문제일까?”
= 예산 많이 줬는데 일 꼬라지 왜 이렇게 했냐 니들이 내 말 못 알아들어서 일 개판 쳤다. 암튼 내 잘못 아님ㅇㅇ 느그잘못
같은 직장인의 동료애가 뜨겁게 솟아났다. 나는 ㈜ 스타팅 스마트 애드의 악몽이 스믈스믈 올라옴에 몸서리쳤다.
지잉-
-헉 대박ㅠㅠㅠㅠㅠ 완전 좋아요 그럼 라모레에서 사진관? 그런 것도 내는 건가요?
-저도 이거 보자마자 너무 찍고 싶었었는데…♥ 라모레 일해~!
-윤슬님 근데 라모레 요즘 안 좋은 이슈로 좀 핫한거 아시나요..ㅠㅠ..말씀드리고 싶은데 해도 되려나 모르겠어요
-여기 바이럴 때문에 지금 난리났는데; 흠 좀 실망이에요… 올곧은 분인 줄 알았는데
-부러워요 진짜 인생 부지런하고 멋지게 사는 것 같아 본받고싶어요 (*^▽^*) 배울 점 많은 사람~!
스타일 슈어에는 빠르게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진동이 만족스러울 만큼 빠르게 울리고 있다. 이러려고 내가 본사 오겠다고 한 것도 있거든.
“사진 잘 나왔고.”
오늘의 데일리 룩에 내부 사진을 한 장 첨부했다.
이제 미팅은 오피셜이 됐고, 콜라보 역시 오피셜. 이렇게 된다면 다이아수저의 선택은 두 개다.
1. 울며 겨자 먹기로 인센티브만큼 주식을 준다.
2. 컨셉을 다른 브랜드에 뺏긴다.
아마 2번을 선택하지는 않을 거다. 새 콘셉트 짜는 데 드는 시간적 비용만 해도 나한테 주는 주식값보다 훨씬 덜 하거든.
‘따지고 보면 기껏해야 40주 정도고….’
그 가격으로 하는 거면 ‘세상에 사장님이 미쳤어요’ 세일이 없다.
“스틱스의 조각 빨이 좀 들어야 될 텐데.”
다행히 강화권은 따로 없었다. 포인트로 합칠 수 있더라고.
나는 로비에 들어섰을 때, 바로 조각 강화를 시작했다.
‘포인트가 마침 넉넉해서 다행이었지.’
조각 합치는 데 100포인트나 들더라. 그리고 이 조각을 보관하면서 인벤토리도 한 번 확장했다. 같은 조각이어도 한 칸에 보관이 안 되더라고….
‘이게 진짜 게임이었으면 당장에 시위 트럭 갔다.’
인벤토리 확장은 300포인트. 버는 건 쫌쫌따리 버는데 쓰는 덴 순간이다.
나는 월급날만 되면 스르르 사라지던 월급을 생각하며 눈물을 머금었다. 포인트나 월급이나 그게 그거라니.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쓸데없는 반짝이 효과와 함께 나온 아이템은 작은 반지 형태였다. 내 두 번째 손가락에 꼭 맞길래 그걸 끼고 미팅하러 들어갔었지.
「▼상세 설명▼
스틱스 강에 맹세를! (사용 시간 1시간 / 1회용)
: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지는 행운의 아이템. 한 번 맹세한 말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 해당 아이템은 상대방의 마음이 50% 이상 기울어졌을 때만 사용 가능합니다.
※ 50→100(가능), 0→100(불가능)
● 사용자의 화술에 따른 추가 버프가 있습니다. (3%!)」
아이템의 정체는 이거였다. 어느 정도 서로 말이 오간 상태에서 확정을 지어주는 맹세의 아이템. 아예 터무니없는 요구는 불가능해 보였지만. 이미 저쪽에서 먼저 연락을 취했으니 50% 이상의 승률은 있었다고 봐도 좋겠지.
‘근데 호감도도 아닌 저 마음 기울어짐 정도를 어떻게 아냐고.’
앞으로는 조각이 있어도 최대한 신중하게 사용해봐야지. 퍼센트를 나한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도박이 따로 없다.
‘아이템 안 먹혔어도, 밑져야 본전이다.’
주식은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하면 일단 수긍할 생각이다. 나이를 좀 더 먹으면 이렇게 주식 받을 때 힘들지는 않겠지.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자소서에 한 줄 더 쓸 수 있는 데다가 유스타에 업로드하는 이야깃거리만으로도 나쁘지 않다.
‘슬슬 스토리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학교, 동아리, 공부하는 모습, 친구들과의 주말, 이런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콜라보 하는 스토리면 쓸 만했다.
‘그리고 유리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악덕 소속사에서는 구했지만, 회귀 전의 운명으로만 따지면 얘의 데뷔를 내가 훼방 논 것이나 다름없다. 남의 인생에 너무 깊게 관여한 것 같아 좀 찝찝한 감이 있었다.
‘연락 빨리 오면 좋겠는데.’
그리고 나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다이아수저는 내게 연락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