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9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98화(98/405)
“그러고 보니까, 지난번 목걸이는 안 하네, 잘 어울렸는데.”
“아. 그거? 팔았어.”
“팔찌는…? 그, 분홍색 돌 같은 거 달린 거.”
“장미석? 그것도 팔았어. 두 개 세트거든. 지금 올려 놨는데….”
재언과 백휘는 지난달 윤슬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생일을 한 달 남겨두고 내내 선물을 고민하던 때였다.
윤슬은 SNS에 들어오는 모든 협찬 물품을 팔고팔고 또 팔았다.
지잉-
“아, 잠깐만, 팔리겠다.”
윤슬은 종종 중고세상 알림이 오면 인상을 찡그리고 분노의 타자를 치고는 했다.
[중고세상] 로제몽 로즈골드 장미석 목걸이&팔찌 세트 선물가능시착1회만 해본 로제몽 로즈골드 목걸이&팔찌 세트 판매합니다.
보증서와 택 그대로있고, 선물용 쇼핑백 함께 동봉해드려요 😀
새제품이므로 네고는 불가합니다. 쿨거래 하시면 택배비 제가 내요!
-입실렌티아자아자: 네고 가능한가요?
˪슬이슬이마슬이: 글에 기재해두었지만 안됩니다^^;
˪입실렌티아자아자: 여친이랑 첫 기념일인데 돈이 부족해서요ㅋ 쿨하게 7 가죠
˪슬이슬이마슬이: 20에 올려놨는데 뭔 7이에요 미쳤나
˪입실렌티아자아자: 미쳤나? 지금 저한테 미쳤냐고 하신 거 맞죠? 인생은 실전입니다ㅋㅋ 법원에서 보시죠 그때가서 먹먹문 써도 안봐드립니다
˪슬이슬이마슬이: ㅇㅇ해봐
-호랑이의포효: 너무 빡빡하시네요ㅋㅋ 10 어떠신가요?
˪슬이슬이마슬이: 닉네임바꾸면 모를줄아나 그쪽한테 안판다고요
“미친놈이 진짜….”
그런 윤슬을 보면서 매일 하고 다닐 수 있는 액세서리를 주고 싶다고 생각한 둘이었다. 팔지 않고 간직해 줄.
둘 다 액세서리로 생일선물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행운이자 불행이었다. 한 명은 목걸이, 한 명은 팔찌. 세트로 한다면 더 예쁘게 착용할 수 있는 조합이었지만 색이 다르다면 두 개 중 하나는 필히 빼게 될 테니까.
‘그리고, 내 거가 쟤 거보다 마음에 안 들기라도 하면…!’
둘은 각각 팔찌만 데일리로 하고 다니는 윤슬, 목걸이만 데일리로 하고 다니는 윤슬을 생각하다 두 개를 같은 라인으로 하는 것에 의견을 투합했다.
여기까지는 순탄했다. 색이 문제였지.
당당하게 재언이 자신의 핸드폰 위로 손가락을 갖다 대며 새로운 창을 열었다.
“뭐하냐.”
“로즈골드로 사야 하는… 과학적 이유가 있어.”
재언은 봐두었던 블로그를 하나 켰다.
[여자친구 생일선물 액세서리 고르는 법 추천!](대머리가 인사하는 이모티콘)
안녕하세요. 잇님들 🙂 오늘은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 바로 여자친구 선물 사는 법에 대해 추천법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모두가 설레는 이날, 성공적으로 보내려면 센.스.가 필요하겠죠~?
(눈을 빛내는 금발머리 이모티콘)
바로바로~! 액세서리 컬러 고르는 법!
센스 없는 남자들이란 무조건 금을 선호하는데요.
‘퍼스널컬러’ 에 따라 어울리는 색이 다르기도 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충격 먹은 아저씨 이모티콘)
자 그럼 여자친구에게 딱 어울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고르는 퍼스널컬러 꿀팁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글 언제 시작하는 건데 이거.”
“…스크롤을 내려 봐.”
백휘는 짜증스러운 미간으로 성의 없게 스크롤을 두어 번 내렸다. 그러자 제일 첫 번째. 로즈골드 항목이 나왔다.
[로즈골드]봄웜톤 여자친구에게 잘 어울리는 색입니다!ㅎㅎ 달달~한 장밋빛이 섞인 골드라 여자친구선물로 넘나 좋은 것!
봄웜톤 특징:
-사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쾌활한 성격! 남녀노소 인기가 많다
-부드러운 강아지상이다
(사랑에 빠진 대머리 이모티콘)
“봐. 맞지.”
“음….”
되지도 않는 글에 백휘의 마음이 흔들렸다. 어쩐지 모두가 윤슬에게 해당되는 것 같았다. 백휘는 잠시 로즈골드가 맞는 선택인가 핸드폰 화면의 대머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로즈골드라니까.”
재언이 당당하게 말했지만 생일선물을 고민하는 내내 사례들을 완벽하게 접수한 백휘였다. 이런 대머리 이모티콘에 질 수가 없었다.
“자, 봐.”
외운 것 같은 윤슬의 SNS를 켜 화면 한가득 피드가 펼쳐졌다. 그리고 윤슬이 자주 입는 옷의 컬러를 도출해냈다.
“아이보리보다는 화이트를 더 자주 입지. 살구색보다는 연보라. 근데 여기에 로즈골드? 당연히 백금이지.”
이번엔 재언이 멈칫했다. 자신의 핸드폰 화면에 있는 대머리가 지지 말라며 하트를 쏘아 올리는 것 같았다. 엄지 척 대머리에게 용기를 얻은 재언은 그래도 윤슬이는 봄웜톤이니까 로즈골드라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최백휘의 핸드폰 화면에 있는 윤슬이는 하얀색이 잘 어울렸다.
“센스 없는 남자들이란 무조건 금을 선호하는데요.”
생각해보면 로즈골드도 금이다. 센스 없는 남자가 귓가에서 메아리처럼 울렸다.
“…매일 입는 교복은 베이지색인데. 백금?”
그래도 ‘사랑스럽고=인기가 많고=부드러운 강아지상=봄웜톤=로즈골드’ 공식을 버릴 수가 없었던 재언은 항변했다. 고민하던 최백휘는 주먹을 들었다.
“안 내면 진다.”
* * *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제품 있으실까요?”
“리턴 투 라인이요.”
커다란 트리에 민트색 장식과 귀여운 전구가 달린 매장 안으로 들어선 둘은 최백휘의 의견대로 시원하고 청량한 실버 컬러를 고르게 됐다. 남자는 주먹인데 치사하게 보자기를 낸 최백휘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여름쿨톤 같기도 해….’
여름쿨톤 특징:
-피부가 흰 편이다
-검은색 긴 생머리
-지켜주고 싶은 토끼상이다
(사랑에 빠진 대머리 이모티콘)
글을 읽어 보니 실버와 백금이 잘 어울리는 톤의 여름쿨톤 같기도 했다. 그동안 윤슬은 매번 컬러를 바꿔가며 액세서리를 착용했기에 다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트 색은 민트, 레드, 핑크가 있는데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그리고 여기서 둘은 또 한참을 고민했다. 대표적인 색인 민트냐, 교복과 잘 어울리는 레드냐, 윤슬이 좋아하는 핑크냐로 끝없는 논쟁을 할 때였다.
“반지 보러 왔는데요.”
팔짱을 낀 두 사람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반지라는 단어가 들린 순간 둘은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커플링으로는 이 디자인이 가장 잘나가고….”
방금 전까지 진지하게 색깔로 고민을 하던 둘은 어디 가고, 말없이 반지를 보는 손님들을 바라보는 모습에 응대하던 점원은 조용히 웃었다.
“혹시 색깔이 계속 고민되시면 잠시 반지를 보여드릴까요?”
그 물음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부드럽고 환한 조명 사이로 반지를 보던 둘이 쇼핑백을 들고 매장을 나온 건 거리가 어둑해졌을 때쯤이었다.
작은 민트색 쇼핑백을 하나씩 들고 입김이 하얗게 나오는 거리를 걸으며 둘은 윤슬의 생일을 생각했다.
* * *
-우리 딸! 생일 축하혀!
오늘은 내 생일이다. 잔뜩 쌓인 메시지와 기프티콘 알림은 지금도 쉬지 않고 오는 중이었다. 팔로워들이 생일 축하와 함께 기프티콘을 캡처해서 보내줬다.
“아빠~. 보고 싶어.”
내 생일은 엄마와 할머니랑만 보내게 됐다. 아빠는 크리스마스에도 공장은 가동된다며 잔업을 맡았다. 빨간 날은 돈을 더 주니까. 전업주부였던 엄마까지 일을 시작하자 아빠는 더더욱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우리 돼지. 내년에는 아빠가 꼭 갈게?
“뭐…? 돼지…? 안 와도 돼.”
아 씨. 생일 전부터 케이크를 하도 많이 받아서 살이 좀 쪘다. 생일이 마침 크리스마스와 바로 하루 차이니까 키키 게스트랑 엘더아머에서도 케이크를 미리 보내 주더라고.
며칠 전 집으로 배달 온 선물들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손잡이가 달린 박스는 한눈에 보기에도 케이크였지만, 퀄리티는 좀 달랐다.
“제작케이크…?”
회귀 전 인플루언서들 SNS에서나 보던 걸 내가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제인의 SNS에 그렇게 자주 올라오던 케이크들.
레터링 케이크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이라 더 비쌀 텐데. 커다란 꽃다발과 함께 퀵으로 온 커다란 케이크는 신경을 많이 쓴 듯했다.
[키키 게스트를 이끌어주시는 서윤슬님께, 언제나 감사와 사랑을 담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키키 게스트와 영원히 함께해주세요(*^▽^*) ]옅은 버터 크림 위에 귀여운 코랄 빛의 크림과 식용 진주를 뿌려 아기자기하게 만든 케이크가 키키 게스트.
[윤슬 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 생일이라니 어쩜 이렇게 낭만적인 생일이 다 있을까요. 얼핏 생각했을 때 봄에 태어나신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카드가 아니고 편지를 보내온 건 당연히 엘더아머다.
내 생일과 잘 어울리는 노래 가사와 시까지 써서 보내주더라. 캐럴이라고는 제일 유명한 거 몇 개밖에 몰랐는데 이렇게 강제로 재즈 캐럴도 알게 되는군.
“맛있다….”
브랜드 대표 컬러랑 비슷한 짙은 회색 크림이라 맛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크림 끝부분을 살짝 손으로 찍어 입에 넣어보자 놀랍게도 정말 맛있었다. 블루베리 맛이었다.
짙은 보라색으로 나비 장식이 화려하게 된 엘더아머의 케이크는 어딘가의 장식품 같았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윤슬이가 덕이 많구나.”
거실을 채운 꽃다발들과 케이크, 선물 박스들을 보던 엄마와 할머니가 놀란 눈으로 웃었다.
“엄마! 나 사진 찍어 줘!”
나는 케이크를 손에 들고 웃었다. 그날 내 SNS에서는 회귀 전 그렇게 부러워하며 보던 사진이 업로드됐다.
[Youstagram]엘더아머와 키키 게스트에서 보내주신 선물(✿˘◡˘✿)
꽃다발까지 챙겨주셔서 감동의 연속..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신 분들도 모두 잊지 않을게요
오늘 지구에서 제일 Ⓗⓐⓟⓟⓨ 한 사람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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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37
-생일 축하해 얼른 보자 우리도
-윤슬아 오늘 하루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
-윤슬님 생일 축하드려요♥ 제가 많이 좋아해요
-서윤슬 생일 내가 세상에서 제일 축하해 사랑해!!!♥٩(๑>∀<๑)۶ ♥
-메시지 확인 안하셔서ㅠㅠ 저 기프티콘 보냈는데…! 별거 아니지만 맛있게 드세요ㅎㅎ
-꺅 슬아 생일이야~? 말했으면 언니들이 뭐라도 챙겨줬을텐데ㅠㅠ 개학하구 보자! 언니가 매점쏠게~
-슬이 쪽 유리가 마니 사랑해( *ฅ́˘ฅ̀*)
˪재겨미두 슬이 많이 사랑해( *ฅ́˘ฅ̀*)
˪아 꺼져 좀
진심이 담긴 편지들, 끌어안으면 품에 가득 차는 향기로운 장미 다발, 나만을 위한 케이크, 엄마가 차려주는 생일상, 할머니가 주신 용돈, 아빠와의 통화,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들의 마음….
아직 크리스마스가 오기 며칠 전, 내 크리스마스는 오늘 같았다.
그날 밤 엄마와 할머니, 우리 셋은 거실에 모여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를 틀어놓고 케이크를 먹었다.
-지금 딱 보기 좋아. 아주 복스러운 게.
“…복스러워? 전화 끊을게.”
그렇게 며칠 내내 케이크를 먹다 보니까. 그래 좀 찌더라고….
나는 아빠와의 영상통화에서 살짝 접히는 아래턱을 애써 모르는 척했다.
-우리 딸 내일은 뭐 하나?
“나 나연이네 집에 가서 하루 자려구!”
그리고 내일은 드디어 스타일 슈어 서포터즈의 마지막 날이다.
* * *
‘오늘이 마지막….’
스타일 슈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나는 어딘가 시원섭섭했다. 3개월밖에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던 시간들이었다.
‘고은하는 안 나오니까. 내가 일등인가.’
고은하는 마지막 미션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은하? 이제 안 나온대!”
은하와 같은 학교인 나연이 말해준 이유는 그냥 ‘이제 질려서.’였다. 심심해서 해 본 건데 생각보다 일이 많아서 귀찮다고 하더라.
‘앤플패드만 기부하고 떠났군.’
약속대로 팔로워 중 한 명에게 앤플패드를 준 고은하를 보며 나는 기겁했었다.
‘삼백만 원도 넘는 걸 주다니….’
그 뒤로 고은하의 유스타 팔로워는 더 빠르게 늘어 나와 비슷해졌다.
내가 죽도록 모은 걸 이렇게 설렁설렁 따라잡다니, 조금 우울해졌지만 뭐 상관없다.
‘깊게 생각해 봤자니까.’
세상에 나보다 팔로워 많은 사람이 널리고 널렸다. 그런 걸로 기분 다운되지 말자.
나는 나연이와 함께 문을 열고 서포터즈룸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