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9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99화(99/405)
“유리 안녕~”
“웬일로 이렇게 일찍 왔대?”
먼저 와 있던 유리와 인사를 하면서 자리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시선은 따가웠다.
‘아직도 날 싫어하나 보네.’
그도 그럴 게, 체크해 봤더니 다들 그 ‘스슈 제품 정보’ 사건 이후로 팔로워 느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더라고. 이전처럼 찬양하는 분위기도 사라져서 사진 업로드할 맛도 안 났을 것이다.
‘그래도 올렸어야겠지. 협찬은 계속 받아야 하니까.’
마지막 미션인 [일주일 일상 올리기]는 다들 그래도 열심히 해서 이전보다 분위기가 누그러졌었다.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세세하게 정보를 썼고, 초심으로 돌아가 팔로워들과 소통도 했다.
‘근데 뭐…. 한계가 있잖아.’
그래 봤자다. 새로 유입되는 팔로워들에게는 호감을 살 수 있었지만, 이전부터 봐 왔던 팔로워들에게는 지금 이런 모습이 개과천선으로 비추어지기보다는 ‘패니까 말을 듣는다’로 비추어졌기 때문에.
-이렇게 정보 잘 알려주시는 분 처음이에요! (*´﹀`*)
˪앗ㅎㅎ 감사합니다아 😀
-이전부터 이러셧음 좋았을텐데…ㅠ 좀 가식적? 인 것 같네요ㅋㅋ
˪222 저 몇달전에 렌즈질문 했을땐 협찬사진이랑 관련없는 질문은 안 받으신다고 정색하셨었는데ㅋㅋ 좀 웃기네요 딴말이지만~^^ㅋ
˪아… 그땐 죄송했어요ㅠ 학원을 워낙 여러개 다니다 보니까 쫌 바빴네요…♥이젠 안 그럴게요! 정보 잘 드리겠습니다아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세 가지의 미션을 모두 성공적으로 해주신, 앤플패드의 주인공은!”
내가 받아 간다, 이 말이다.
커다란 하얀 박스를 손에 쥐자 몸에 전율이 흘렀다. 엘리 담당자가 축하한다며 나를 한번 꼭 끌어안아 줬다. 나는 회귀 전에 진짜 갖고 싶었던 사과 모양 로고를 보면서 쇼핑백을 꽉 쥐었다.
“윤슬이~! 축하해!”
“네가 안 받으면 누가 받아.”
나연이와 유리가 옆에서 지금 뜯어보자며 호들갑을 떨었다.
‘안 돼. 미개봉이어야 더 비싸게 받는단 말이야.’
나는 떨어뜨릴까 봐 무섭다고 했다. 그러자 물건 떨어뜨리기로는 1, 2등을 다투는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스가 아니었더라면 핸드폰 모서리 전부가 파였을 유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그거 언제부터 해…?”
아, 그거.
“다음 달부터 바로.”
나는 라몽드의 새로운 시즌 제품에 유리를 집어넣을 생각이다. 일반인 화장품 모델이 서바이벌 프로에 나가게 된다면 초반 집중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지 않겠는가. 물론 정식 모델은 아니지만, 은은한 바이럴 정도.
서포터즈룸 구석에서 소곤대고 있는 우리를 째려보는 몇몇 시선이 있었지만 이제 다 끝났는데, 어때.
‘이미 패드 내가 가졌고.’
자기들끼리도 뭔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마지막 선물로 받은 스타일 슈어의 또 다른 랜덤박스와 앤플패드를 손에 쥐고 둘이 함께 나연이네 집으로 가는 길. 나는 손에 쥔 쇼핑백의 무게가 가볍게만 느껴졌다.
* * *
“나 눈 더 키워줘! 반짝이도 추가해줘!”
“여기서 더?”
나연이네 집은 언제 와도 내 집처럼 편안하다. 중학교 내내 드나들었더니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했다.
라몽드의 일반인 모델로 유리를 넣을 예정이라는 말은 나연이한테 제일 먼저 했었다. 혹시라도 서운할까 봐. 나연이는 오 분 정도 삐져 있다가 그럼 자기 사진은 언제 찍어 주냐고 울먹거렸다.
“내가 너랑 제일 친하잖아….”
권재언이랑 최백휘 증명사진도 찍어줬는데 자기는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울먹거리는 걸 달래는 데는 좀 시간이 걸렸다. 물론 할 말이 없어서 성심성의껏 달랬다.
“나 다른 색도! 빨간색도!”
“알겠어. 빨간색.”
너희 집에서 하루 자면서 찍어주겠다고 하자 바로 풀린 나연이는 매번 귀엽다.
회귀 전에는 얘랑 멀어지고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군.
‘사실 나연이랑 그렇게 되고…. 친구라고 부를 만한 인간관계는 없었지.’
마주치면 인사하는 정도. 그걸 다시 떠올리니까 내 옆에서 팔을 잡고 흔들어대는 이 시간도 너무 좋다.
“곰인형 누끼도 딸 수 있어?!”
“너만 해 주는 거야.”
그래서 좀 더 공들여서 찍어줬다. 다른 애들 증명사진이랑은 다르게 배경 색만 바꾸는 게 아니라, 테두리에 스티커를 붙이는 느낌으로. 곰돌이 인형에 딸기 케이크, 하트 모양의 스티커로 가득 채워주자 나연이는 다른 애들 사진보다 훨씬 예쁘다고 기뻐했다.
“최백휘도 이 정도로는 안 해줬었지?”
“당연하지. 그냥 배경 색만 바꿔줬던 거야.”
“권재언도?”
“걔도 똑같애.”
“진짜 나도…. 너네 축제 가고 싶었는데….”
“니가 올 때쯤이면 우리 학교 축제 끝나있지~”
집이 먼 건 이럴 때 좀 불편하다. 생각해보니까 거리상으로는 재언이가 도착했을 때 거의 끝나있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왔었네?
‘6교시였나보다.’
7교시면 못 오지. 오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우리 대학 가면 꼭! 학교 축제 같이 놀자.”
“알겠어, 약속.”
“약속~”
나는 계속해서 메이크업을 바꾸고 사진을 찍는 나연이의 사진을 색별로 보정했다. 대리석 벽은 그린스크린만큼은 아니지만 누끼 따기가 편해서.
‘백 명 넘게 보정해 보니까 역시 손에 익네.’
눈부신 속도에 우리 고객님이 만족하셨다.
나연이랑 오랜만에 많은 얘기를 했다. 요즘 학교생활은 어떤지, 친구들이랑은 뭐 하고 노는지, 대학은 어디 갈 건지, 엄마한테 혼났는데 왜 혼났는지….
그렇게 핸드폰을 신경 쓰지 않고 얘기하다가 잠든 게 실수였다.
* * *
“거봐. 걔가 받아 간댔지?”
“어이없네. 이쯤 되면 그냥 걔 찍어두고 준 거 아니야?”
스타일 슈어의 서포터즈가 끝났을 때, 어느새 친목을 다지고 있던 몇몇 무리들은 다 함께 모였다. 고은하 외에는 말을 해보지 않았던 오연지도 오지 않겠냐는 메시지에 바로 가겠다고 응했다.
“솔직히 은하? 걔가 받았으면 이 정도로 어이없지는 않았을 텐데….”
“맞아. 서윤슬 초반에만 열심히 하고 끝에는 우리가 더 잘 하지 않았어?”
저마다 귀여운 메뉴를 주문해놓고 사진을 40분 가량 찍은 뒤, 그제야 물꼬를 틔우기 시작한 대화였다. 주제는 왜 서윤슬이 앤플패드를 받아 가느냐였다. 지금도 그들의 SNS에는 이전보다 현저히 적은 좋아요 수가 눌리고 있었다.
“걔가 착한 척해서…. 아, 진짜 이런 얘기하기도 쪽팔린데 나 그때부터 좋아요 진짜 많이 줄었어.”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나도 그래.”
한창 좋아요 하나, 댓글 하나가 신경 쓰일 나이였다. 일상의 신경이 모두 SNS에 쏠려있던 그들은 자신의 세계를 망친 윤슬을 실컷 미워하고 있었다.
“그 마지막 미션. 그거 좀 편파?적인 거 아닌가…. 걔 평소랑 다르게 정보도 많이 안 적었는데.”
“어. 첫 번째 미션만 열심히 했지 두 번째부터는 남사친 불러와서 그냥 때웠잖아.”
“맞아. 우린 다 정보 제대로 쓰고 그랬는데 걔만 남사친 팔아먹고.”
한번 물꼬가 틔워지면 서서히 과열되기 마련이다. 이들은 그전부터 단톡에서 자신들이 악플을 받는 이유를 모두 윤슬로 돌렸기 때문에 열이 오르기는 훨씬 더 쉬웠다. 성실하게 임하던 윤슬이 마지막 미션에서는 서서히 느슨해져 가는 게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난 그래도 좀 공평하게 할 줄 알았는데. 결국엔 다 댓글 여론 관리지 뭐.”
“마지막 미션 때 좋아요 제일 높은 거. 걔 아니었잖아.”
좋아요 개수까지 하나하나 세어 가면서 비교를 해보던 무리들은 지금도 핸드폰으로 윤슬의 계정에 달리는 댓글과 자신들에게 달리는 댓글을 체크했다.
“이건 좀 팔로워 기만? 아닌가.”
“그치 기만이지. 자기만 착한 척하다가 끝에 가서는 패드 자기 거 될 거 같으니까 손 놨잖아.”
“사람 바보 만드는 거… 아, 나 진짜 화나려 해.”
딱히 친한 사람이 없어 구석에서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있던 오연지의 입꼬리에 웃음이 걸렸다. 이때 말하면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따라 줄 것 같았다.
“그럼 팔로워들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받는 악플을 이제 윤슬도 받아야 공평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윤슬의 좋아요 셔틀이 되어버린 팔로워들도 알 권리가 있었다. 윤슬이 번지르르하게 포장해서 호감을 샀지만, 사실 모두 패드를 받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걸!
“뭘 어떻게 알리는데?”
“대놓고 저격은 좀 그렇지 않나….”
오연지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초반에 팔로워들의 일침을 받았던 몇몇은 좀 몸을 사리는 듯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과열될 대로 과열되어 있었다.
“그냥 살짝만 흘리면 되지 않을까? 사람들도 알 건 알아야지.”
명분이 주어지자 다들 시선을 교환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마음속 정의감이 싹텄다.
‘내가 서윤슬이 싫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속는 게 싫어서.’
오연지의 머리 위로 스킬이 빛났다.
「[인정받고 싶어!☎ (A)]
상대를 향한 ♥호감도가 150 이상일 때 발동되는 스킬입니다. 상대에 대한 것을 무엇이든지 듣고 싶어 하고, 말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눈치채고 대신해 줍니다. 랜덤으로 ( ? ) 횟수가 되었을 시, ( ■■■ ■■■■■ ■■■ ) 스킬에 에러가 납니다.」
고은하가 오연지의 연락을 무시한 지 한 달 만에 반짝인 스킬이었다. 은하가 스타일 슈어에 더 이상 얼굴을 비치지 않고, 자신의 연락을 무시한 건 모두 윤슬의 탓인 것만 같았으므로. 자신이 은하를 대신해 윤슬의 속내를 사람들 앞에 보여주는 수밖에.
* * *
“뭐야….”
부스스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자 잔뜩 흥분한 나연이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잘 때가 아니라니까! 이거 봐 이거!”
핸드폰 화면을 나에게 들이대는 나연이의 친절함에 눈이 부셨다. 대충 한쪽 눈만 뜨고 화면을 훑자 잠이 확 깼다.
“어 뭐야 이거.”
“이거 누가 봐도 윤슬이 너 저격 아니야? 와, 진짜. 어이없어서.”
유리가 캡처해서 보내 준 카톡은 스타일 슈어 서포터즈들의 유스타 계정 업로드 사진이었다.
[Youstagram]드디어 스타일 슈어 서포터즈 끝♥ 몇 달 동안 친해진 우리 공쥬들이랑 ( ‘◡’✿ ) 우린 목적 없이 열심히 해서 후회는 남지 않지만 팔로워분들이랑 살짝? 멀어진 것 같아서 조금 눈물도 났던 하루…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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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1
-엥 언니 울지 마세요ㅠㅠㅠㅠ 언니 울리는 사람들 제가 지구 끝까지 쫓아갑니닷! 빠샷!
˪힝 너무 고마워요…ㅠㅠ
-무슨 일이야?
˪DM해!
-맞아 목적 없이 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우린 알지~ (*^ω^*)
-혹시 목적있는 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 누군지 알거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요???
-모지… 단체사진에 왜 몇명은 빠져있어요?
‘목적 없는’, ‘열심히’, ‘눈물’ 세 가지 단어로 사람들의 상상력에 부채질을 하는 게 제법이었다. 어린애들 머릿속에서 나온 거니 화는 안 났지만. 좀 어이는 없었다.
‘너네도 패드 준다니까 막판에 열심히 한 거면서….’
그리고 왜 평소에 팔로워를 세상에서 제일 아낀 척하냐. 나 첫날에 너네가 화장실에서 ‘정보 좀요’ 하는 댓글 귀찮다고 욕하는 거 다 들었었는디.
혹시나 해서 들어가 본 내 스타일 슈어 계정에는 몇몇 의혹 댓글이 달려 있었다.
-윤슬님 ㅠ 혹시 왜 다른 분들이랑 뒷풀이 안 가셨어요…? 싸우셨나유?
˪뭐야 싸웟대요?
˪아뇨아뇨! 다른 분들은 유스타에 단체사진도 올리고 그러는데 이분은 패드 받고 그런 게 없길래ㅎ 막판에 뭔가 설렁설렁? 하시기도 하셔서 그거가지고 싸움낫나 해서요ㅎㅎ
‘백퍼 이건 누구 가계정이다.’
남들이 1위 선물이 뭔지 알게 뭐냐. 패드를 누가 받았는지 일반인들은 안 궁금해한다니까?
몇몇 빼고는 스타일 슈어 서포터즈가 종료되었는지, 미션 선물은 뭐였는지, 그걸 누가 받았는지 모른다.
‘기껏해야 뭐 다음 서포터즈 모집일 정도가 궁금하겠지….’
바이럴 탐지견답게 촉이 온다. 왠지 오연지일 것 같았다. 지난번에 갑자기 급발진했던 게 생생히 떠오르는군.
현실에서 안 되겠다 싶으니 넷상에서 가계정을 이용하는 게 뻔했다. 처음 여론몰이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팔로워가 많은 유스타에서 먼저 조성한 뒤, 내 스타일 슈어 계정에 댓글을 단 게 제법 똑똑했다.
“어이없어! 우린 뒤풀이 있는 줄도 몰랐잖아! 그치?”
“어, 그치….”
“물론 안다고 해서 갈 건 아니었지만!!!”
“그치그치….”
“어? 슬아 뭐라고?”
“아니야.”
극대노한 나연이는 어느새 유리와 전화 통화 중이었다. 순식간에 허공에 대고 대화한 나는 입을 다물고 내 유스타나 마저 확인했다.
‘여긴 뭐. 아직 별다른 댓글이 없네.’
일단 냅두자고 마음먹고 있을 때였다. 스타일 슈어 내에서만 저런 댓글이 달린다면 굳이 대응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때였다.
지잉-
지잉-
지잉-
갑자기 내 유스타에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짠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