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0)
10화
모든 평가가 끝난 후 그날 밤, 각자의 캐비닛에 놓인 등급 재평가의 결과지를 펼쳐 볼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나, 도유다, 우강원은 나란히 S등급을 유지했다. 그리고 이화영도 등급을 유지했다고 전해 들었다.
사실 S등급에 있는 연습생들은 이번 결과에 특별히 기쁨을 느끼지 않았다. 우리에게 S등급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며, 있는 것은 안도뿐이었으니까.
등급 변동이 많았던 A~D 등급과 다르게 S등급에서의 낙오자는 단 한 명이었다. S등급 2호실에서 지내던 그 연습생은 B등급 방으로 자신의 짐이 모두 이동되는 것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또한 처음부터 S등급의 인원은 7명으로 정해져 있었고, 파란색 S등급 연습복은 단 7장만 제작되었다. 고로, 그 연습생은 바로 자신의 자리를 채우게 된 새 S등급 연습생에게 자신의 손으로 옷을 넘겨줘야 했다.
카메라는 그 절망의 순간을 모두 담았고, 분량을 모두 챙기고 나서는 미련 없이 떠나 버렸다.
옆방이었던 우리는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보게 되었다. 첫날의 밝은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공식 주제가 무대를 위한 준비는 이어졌다.
* * *
“자, 모두들, 연습 잘하고 있었죠?”
해가 밝고, S등급 연습실에서 7명의 연습생이 안무 연습을 진행하던 중 총괄 트레이너인 제이가 들어왔다.
“다른 등급도 지금 수업을 진행하고 왔는데 역시 비교가 되긴 하네요. 우리 S등급은 역시나 완성도가 이미 많이 높은 상태입니다. 무대가 전혀 걱정되지 않을 정도로요. 그런 여러분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예상했던 것이 왔다.
“바로 공식 주제가의 센터를 결정해야 하겠죠.”
제이의 말에 연습생들이 비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여기 분위기가 왜 이래. 왜 이렇게 다들 경직됐어요? 무대는 제일 잘 준비해 놓고 여기만 분위기가 개판이네.”
조금 당황한 제이가 허허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
‘왜긴 왜겠냐.’
사람은 위태롭고, 긴장되는 상황일수록 본성을 드러낸다. 평소에 아무리 숨기려고 했던 일면일지라도 뇌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 그것에 더는 신경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불량한 태도를 취하는 출연자들은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것뿐이지.
이 가혹한 환경은 그것을 위해 설정되었다.
‘연습생들은 이미 날이 잔뜩 선 상태다.’
나야 산전수전 다 겪어서 멀쩡했지만, 연습생들이 느끼는 정신적 피로도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 이제 이곳에서 웃는 놈은 습관저럼 웃는 바보 도유다와 또라이 이화영 둘밖에 없었다.
“…….”
“자자, 파이팅! 기운 내고! 할 일은 해야 하잖아요, 우리? 센터는 S등급 내에서 익명 투표로 진행합니다. 물론 카메라에는 누구를 고르는지 다 찍힐 거예요. 지금부터 본인을 제외하고 한 명씩 투표를 해 주면 됩니다. 상의할 시간은 5분! 시작!”
제이가 타이머를 누르자 연습생들이 재빠르게 이화영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왜냐하면 이화영은 절대 와 달라고 해서 올 인물이 아니니까. 같이 지낸 지 며칠 안 됐는데 벌써 원수 같았다.
“oh.”
6명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본 이화영이 감탄사를 뱉었다. 묘하게 귀티 나서 열받는다.
“뭘 기준으로 뽑을 거예요? 저는 견제표는 싫어요. 어쨌든 우리 프로그램의 얼굴이 되는 건데 최대한 좋은 무대 보여 주고 싶어요.”
“동감이야.”
“실력이 없는 사람을 일부러 뽑을 수는 없지. 나는 너희에게 기대하고 있어. 부디 추한 모습으로 실망시키지 말아 줘.”
이화영이 화사하게 웃으며 경고했다.
‘촬영본을 보고 견제표 쓴 놈은 가만 두지 않으려는 거겠지.’
“센터 맡았는데 무대 말아먹으면 알아서 해?”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화영과 쌍으로 화사하게 웃으며 말하자 낯빛이 안 좋아진 연습생들이 후다닥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기 시작했다.
“누가 제일 간절한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했어. 그건 서로가 알고 있잖아.”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은요?”
“하지만 공개 무대는 라이브가 아니라 립싱크지.”
“그럼 춤을 좀 더 우선적으로 봐야겠네.”
당일에는 구색상 마이크는 착용하겠지만 노래는 AR이 들어갈 것이다. 노래 실력이 가지각색인 77명이 동시에 부르는 걸 감당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용모가 뛰어난 사람?”
“아니면 화제성을 끌어 준다던가.”
“지금까지 나온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각자 투표하는 거로 하자.”
“좋아요!”
“동의할게.”
주어진 5분이 지나가고, 차례대로 연습생들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었다.
마지막 연습생이 투표를 마친 후 제이는 투표함을 들어 흔들고, 한꺼번에 내용물을 테이블 위에 쏟았다. 그리고 한 장씩 열었다.
“자 첫 번째 투표지에 적힌 연습생은… 한승범 연습생입니다.”
“오우, 형! 짱인데요.”
도유다가 나를 툭 건들며 장난스레 말했다.
“두 번째 개봉하겠습니다.”
우리를 보며 미소 지은 제이는 두 번째 투표지를 열었다. 놈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한승범 연습생입니다. 세 번째는…….”
세 번째 투표지를 열어본 제이가 잠시 주저하더니 아무 말 없이 모든 투표지를 혼자 열어봤다. 그리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투표지를 우리에게 보여 줬다.
“…한 장 빼고 다 한승범 연습생입니다. 센터는 한승범 연습생으로 결정됐습니다.”
당근 빳다지.
한승범은 얼굴이 미쳤고, 춤은 내가 제일 잘 춘다. 화제성도 충분히 갖췄고. 사실상 예견했던 결과였기 때문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형, 입금은 내일까지 부탁합니다.”
“저는 음료수요.”
“뭐라는 거야.”
나에게 투표를 해 준 연습생들이 농담을 건넸다. 택도 없는 소리였지만, 그나마 침체됐던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럼 그 혼자 다른 한 장은 누구예요?”
한참을 다른 연습생과 끼룩거리던 도유다가 장난스럽게 물어봤다. 불길했다. 제이가 씨익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안, 안!”
“한승범 연습생은 니콜라스 연습생을 골랐네요.”
안 돼, 라고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제이 놈이 불어 버렸다. 나는 손을 허망하게 뻗은 채 돌처럼 굳었다.
“정말?”
짐짓 놀란 얼굴을 한 이화영이 웃으며 나를 봤다.
‘XX…….’
그저 이성적인 판단으로 그것이 프로그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화영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였지만.
“그리고 추가적으로 알려 드릴 사항이 있어요.”
하얗게 삶아진 나를 두고 박수를 짝짝 쳐 이목을 집중시킨 제이가 말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S등급 연습생들은 트레이너들과 한 명씩 짝을 지어 콜라보 무대를 하게 될 거예요. 예정된 레슨을 마치고 오늘 밤, 각 트레이너들이 각자 한 명씩 연습생을 지목할 겁니다. 그러면 지목된 연습생은 트레이너와 함께 무대를 준비하면 됩니다.”
작년까지는 없었던 시스템이었다.
‘설마 이것으로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돌 트레이너의 비율을 높인 건가.’
“물론 모두 히트곡으로 진행할 예정이니 안무나 노래 습득에 너무 부담가지지 마세요. 어차피 대부분 트레이너가 무대를 채우게 될 거고요. 특별 출연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과연 멋쟁이 제이 트레이너는 누구와 무대를 하게 될까요? 기대해 주세요, 여러분! 아앗!”
양팔을 겹쳐 셀프 껴안기를 시전한 제이가 애교를 떨었다. 진짜 별 꼴 다 보네.
“…….”
“…….”
“재미있네.”
정적이 이어지던 중 이화영의 신기한 것 봤다는 듯한 어조의 말만 울려 퍼졌다.
* * *
제이가 다른 스케줄을 하러 떠나자 카메라와 촬영 장비들이 모두 빠졌다. 아마 다른 등급이 안무 습득에 고전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가는 것 같았다.
카메라가 없더라도 예정된 수업을 취소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S등급의 댄스 레슨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트레이너는 프릭이었다.
“안 오시는데?”
“오늘 레슨 취소됐나?”
20분 정도를 기다려도 프릭이 도착하지 않자 S등급의 연습생들이 웅성거렸다. 그러던 중 프릭이 껄렁껄렁하게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연습생들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인 놈이 거울 앞에 섰다.
“자, 시작하자.”
“네!”
“일단 안무가 제이 트레이너님이 안무 다시 알려 주라고 이야기는 해 두셨거든? 한번 알려 줄게.”
“네!”
“원, 투, 쓰리, 포. 오른발 차 주고.”
안무 복기가 이어지고, 프릭의 춤을 본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완전 엉터리였다.
‘어쭈, 그렇게 연습생들한테 지적질을 했으면서 안무 카피도 제대로 안 해 왔어?’
동작이 틀린 것을 함께 눈치챈 도유다가 입을 꾸물거렸다. 다른 연습생들도 혼란에 빠진 듯했다.
“조용히 해라. 수업하는데 누가 떠들어.”
“아, 저…….”
“입 다물어. 조용히 하라고 했다.”
프릭의 위협적인 어투에 풀이 죽은 도유다가 입술을 우물거리다 다물었다. 지가 틀린 줄도 모르고 성내는 걸 보니 이 레슨은 가망이 없었다. 화를 꾹 눌러 담고 입을 열었다.
“트레이너님, 동작 틀리셨습니다. 팔 동작 생략하셨어요.”
“…….”
무시당했다.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여기까지 못 외운 사람.”
“방금 동작은 왼발이 아니라 오른발입니다.”
하지만 나는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굴하지 않고 또 지적했다.
“…….”
“지금은 팔꿈치를 먼저 치고 왼발을 들어야 합니다.”
“…하아.”
세 번째로 지적하자 대놓고 한숨을 쉬고 목을 꺾은 놈이 클립보드를 들고 내 앞으로 왔다. 종이를 몇 장 넘기더니 내 프로필을 펼쳤다. 그리고 클립보드의 모서리로 나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어, 너. 그 2개월이네. 이름이 뭐라고? 한승범? 야, 그렇게 불만이면 니가 가르쳐. 거기서 입만 나불대지 말고. 이게 쉬운 줄 알아.”
“…….”
‘아, 저 쌍놈의 새끼. 가면 갈수록 가관이네.’
틀렸으면 미안하다고 하고 다시 가르치면 될 것을 방구 뀐 놈이 성낸다고 되려 내게 성을 냈다.
“빨리 안 나오고 뭐 하냐? 왜, 못하겠어? 니가 더 잘할 것 같으면 나와 보라고.”
프릭이 건들거리면서 피식피식 웃었다. 나는 냉큼 앞으로 척척 걸어나 프릭의 옆에 섰다.
“그럴까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을 가르치며 저도 함께 배우라는 말씀이시지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
한 번 해 봤는데 두 번은 어디 못하겠는가. 연습실의 모서리 쪽을 향해 양손을 정중하게 들었다.
“가르치려면 중앙에 서야 하거든요.”
방해되니까 썩 꺼지라는 소리였다.
불안하게 상황을 보고 있는 나머지 연습생들 사이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이화영이 한 팔을 들어 입을 가리며 웃었다.
“큭, 크크큭… 아, 미치겠다.”
“웃어? 어떤 새끼가…….”
나를 노려보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눈을 부릅뜬 프릭이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프릭과 눈이 마주친 이화영이 정색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대화 중에 누가 예의 없이 다른 사람을 볼까.”
프릭이 다시 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설마 웃은 사람이 이화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다행히도 이화영한테 함부로 굴었다간 밥줄 다 끊긴다는 이성적인 판단은 아직 가능한 모양이었다.
그것을 본 이화영이 배를 잡고 눈꼬리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었다.
“아하, 아하하하하!”
나는 저놈이 저렇게 웃는 걸 처음 봤다.
상화 그룹은 프릭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기업이었다. 상화 그룹을 제쳐 두더라도 이화영은 외가가 더 큰 문제였다.
새빨갛게 익은 프릭이 입술을 깨물고 자리를 피했다.
“…가셨는데?”
“그럼 쫓아낸 선생님이 책임지고 수업해 줘야지.”
이화영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근데 너희 다 할 줄 알지 않냐? 이미 다 알려 줬잖아.”
“그래도 한 번 더 해 주세요, 선생님. 할 것도 없어요.”
“오냐.”
이화영의 작위적인 농담에 나는 천연덕스럽게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이화영과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 * *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나를 비롯한 S등급 연습생들은 제작진들의 뒤를 따라 넓은 방으로 이동했다. 문을 열어 보니 카메라와 조명이 이미 다 세팅된 상태였고, 트레이너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트레이너들에게 인사를 하며 들어간 우리는 각자의 이름이 인쇄된 피켓 앞에 섰다.
“지금부터 트레이너분들이 연습생을 지목할 것입니다. 동시에 출발해서 가장 먼저 닿는 사람이 해당 연습생을 차지하는 것이니 서둘러 낚아채 주세요. 화이팅!”
마이크를 든 제이가 대본을 읽고 후다닥 달려 줄에 합류했다. 그 옆에 서 있는 프릭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사실 화를 내려면 이화영에게 먼저 내야 할 텐데, 놈은 나만 원망하는 것 같았다.
‘나를 지목하겠군.’
식상한 놈. 누울 자리 보고 누운다 이거지.
“…….”
오만한 연습생을 참교육하는 트레이너. 뭐 이런 그림을 원하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원하던 바다.’
다른 프로듀서들이 어떤 연습생을 지목하든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나는 한 놈만 조질 거니까. 어디 한번 국민 여러분께 트레이너가 연습생한테 실력으로 발리는 진풍경 구경 좀 시켜 보자.
나는 조용히 프릭을 기다렸다.
“삼, 이, 일! 연습생을 잡아 주세요!”
“으아아!”
“도유다 연습새앵!”
“우리 단비!”
“강원아악!”
메인 PD의 외침에 따라 트레이너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이 원하는 연습생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내 앞에는…….
“한승범 연습생! 유후!”
싱글벙글 미소 지으며 팔을 벌린 제이가 있었다.
“…….”
가장 원하지 않았던 전개였다. 진짜 아무나 다 와도 괜찮으니 이놈만 피하고 싶었는데.
‘망했다.’
“제이 트레이너의 선택은 한승범 연습생입니다!”
나에게 해맑게 달려오는 제이를 확인한 프릭이 방향을 꺾었다. 그래야겠지. 제이가 한참 선배인데.
1지망을 제이에게 뺏기고 늦어 버린 프릭은 결국 마지막까지 모든 트레이너들이 겁낸 이화영에게 가게 되었다. 팔짱을 낀 이화영은 프릭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웃었다.
“시간 약속은 기본입니다.”
“…….”
프릭의 얼굴이 버석버석 말라 갔다.
‘담당 일진이네.’
“와!”
주변 분위기가 어떻든 꾸역꾸역 나를 껴안은 제이가 활짝 웃었다.
좋댄다. 난 골 아파 죽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