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제작진들이 음악을 준비하는 동안, 무대의 맞은 편에 놓인 거대한 스크린에 JBS 플러스 서비스의 실시간 채팅이 흘러 나왔다.
[이번에 캐치 미 팀 엄청 기대된다 ㅠㅠ. 투탑이 모여있는데 당연히 1등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함. 대장 파이팅!] [아, 한승범 팀 순서 맨 뒤임? 대장 있는 팀은 맨날 이러네. 무대 시작되면 깨워주세요.] [니콜라스 그렇게 승범이랑 같은 팀 하는 거 기대하고 있더니 드디어 소원 성취했네요 ㅎㅎ 물론 나도 기대함.] [단비 오늘 잘하자. 할미가 응원혀.] [아멘아멘아멘아멘아멘 하느님 부처님 한승범님 제발 이번에 단비 등수 오르게 해주세요. 베네핏 받게 해주세요. 우리 단비 다음 순위 발표식 진짜 아슬아슬하단 말이에요….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 뭐임?] [┗ 하느님 부처님 >>한승범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부분의 채팅은 앞으로 곧 진행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실시간 채팅의 특성상, 공격적인 채팅을 거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때때로 날카로운 말들이 섞여 있곤 했다.
그리고 우리 팀에서 주로 그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은 백기량이었다.
[백기량 솔직히 슬슬 답답해서 좀 안 나왔으면 좋겠음. 민폐 갑이라 방송에 걔 나올 때마다 암 걸릴 것 같아. 최종 데뷔 멤버에도 포함 안 됐으면 한다….] [┗ 개인 의견은 존중하는데 워딩 조심해주세요.] [나는 백기량이 왜 그렇게 코어 팬덤이 단단한지 모르겠음. 밖에 나가서 지나가던 어른들한테 백기량 아냐고 물어보면 한명도 모를 걸?] [아이돌 적성에 안 맞으면 적당히 때려쳐라. 애초에 클래식 해야 하는 애인데 잘못 온 것 같은데?] [나는 자기 가족들 숨기고 있었던 것도 좀 자의식 과잉 의심된다고 생각함. 뭐 그거 밝혀지면 사람들이 뒤집어질 줄 알았나. 아무도 너한테 관심 안 가져 ㅜㅜ.] [┗ 등신아 저 위에 있는 애처럼 클래식을 해야 했네 뭐 어쨌네 이딴 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숨긴 거 아냐. 본인 일 아니면 입 좀 다물고 있어. 니가 입 열 때마다 대한민국 평균 지능 깎인다.] [┗ ┗ 아 이 사람 개잘패는데 닉네임 ‘아기 한승범’인 거 왤케 웃기냐. 이렇게 무서워도 되는 거임? 아기 팬도?] [┗ ┗ 한승범 팬들은 왜 저렇게 항상 화가 나 있는 거임?] [┗ ┗ ┗ ‘왕관의 무게.’] [┗ ┗ ┗ ┗ 무거우니까 벗어서 그거로 패는 거임?] [솔직히 활약하는 장면 보여준 것도 아닌데 항상 경연에서 상위권 순위 받아가는 거 좀 꼴받긴 했음. ㄹㅇ 김새명보다 높은 순위 받아갔을 때는 사람들이 미쳤나 싶었지….본인 역량에 비해서는 과분한 순위에 있는 듯.] [프릭 앞에서 눈물 뽑은 거 원툴로 팬덤 키운 거잖아요 ㅋㅋ 백기량 팬들은 눈 없나? 경연 보러 갔으면 제대로 평가할 생각을 해야지 자기 원픽한테 표 몰아주기나 하는 거 보면 달갑지는 않네요. 프릭도 백기량 팬들이 욕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하차한 것 같던데.] [┗ 제 친구 백기량 팬 아닌데 현장 평가단으로 가서 백기량한테 투표하고 왔대요. 현장 가서 들어보면 백기량이 대박이라고 하던데.] [┗ ┗ ㅇㅎ 그래요? 근데 별로 관심 없음 ㅎㅎ….] [┗ ┗ ┗ 뇌피셜로 ㅈㄴ 떠들어놓고 반박하니까 관심 없음 이러네.]‘타이밍이 안 좋았군.’
이 부정적인 여론에는 경연이 진행되기 전, 추가적으로 공개된 예고편에 우리 팀이 연습 도중 갈등을 겪었던 장면들이 나가 버렸던 것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였다.
‘거기에는 백기량이 내 제안을 듣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장면이 들어 있었으니까.’
– 어차피 저는 무대 서면 채팅 같은 건 잘 안 보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욕이 섞여 있어도 상관 없어요. 팬분들 보기 바쁘고 무대하기 바쁜데 그걸 언제 다 읽고 있겠어요?
– 나는 가끔 확인하는데 현장에 안 계신 팬분들도 좋아해 주시는 게 느껴져서 큰 힘이 되는 것 같아.
– 저는 악플 보면 신경 쓰여서 일부러 안 봐요. 으아아악!
그 실시간 채팅에 대한 반응은 연습생들마다 달랐지만, 백기량은 어느 쪽이냐 하면 하나하나 찾아보며 상처를 받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지금의 백기량은 흔들리지 않을 거야.’
나는 그 어떤 불안감도 없이 현장 평가단의 VIP석을 힐끔 살펴본 후, 차분하게 무대의 시작을 기다렸다.
“…….”
“…….”
무대 위는 정적이었다.
현장 평가단은 아마 3개의 팀 중 우리 팀을 가장 기대하고 있었을 터였다.
살갗을 따끔거리게 만드는 긴장감이 흐르고, 제작진의 신호와 함께 리허설 때와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한 백기량이 센터로 걸어 나왔다.
– Hi, it’s been a long time
I was waiting for your call, my friend
“와아아!”
[?] [???] [?] [????] [헐 백기량임?]그러자 현장 평가단이 비명을 지르고, 개싸움판이 되어 있었던 채팅창이 사람들의 놀란 반응으로 도배되어 깨끗하게 지워졌다. 그 쾌감마저 느껴지는 광경에 옆에 대기하고 있던 멤버가 작게 탄식을 터트렸다.
“다시 봐도 안 믿기네, 고작 하루 만에 저렇게 변한 게……. 둘 다 진짜 대단하네요.”
타당한 의심이었다.
현실은 픽션처럼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벼락치기는 벼락치기에 불과하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갑자기 작은 계기로 깨달음을 얻어서 초진화를 한다든가, 초싸이어인으로 각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내가 젠을 연습시킬 때, 처음부터 끝까지 체계적으로 시간을 쏟고 단계별로 차근차근 연습을 진행했던 것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100% 무대가 망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젠은 뭣도 아는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딱 하나, 아주 작은 변화를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취를 얻는 경우가 있었다.
“부러우면 너도 평소에 열심히 연습해.”
바로 탄탄한 기본기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였다.
백기량은 기본적인 틀이 단단하게 갖춰진 상태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변화를 주어도 버틸 만큼의 힘이 있고, 한꺼번에 주어진 많은 피드백을 흡수할 수 있었다.
나는 백기량 정도의 노래 실력을 가지려면 얼만큼의 노력과 재능이 필요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백기량에게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나는 놈에게 절대 베팅하지 않았을 것이다.
탕!
총성음과 함께 유리가 깨진 듯한 효과가 적용된 스크린에 백기량의 서늘한 얼굴이 꽉 차게 비춰졌다. 그러자 현장 평가단은 여전히 백기량이 놀라운 듯 입을 벌리고 그것을 바라봤다.
– Catch me
I won’t run away
백기량이 무반주 노래 파트를 마친 후, 대기하고 있던 이화영이 무대의 중앙으로 걸어 나와 백기량을 스쳐 지나가는 타이밍에 묵직한 비트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시작이다.’
그리고 나를 시작으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멤버들이 모두 일제히 달려 나오고, 동시에 조직 팀과 형사 팀이 서로를 마주본 채 대치 상태로 멈췄다.
– Hi again
Did you miss me?
나의 도입부를 신호로 형사 팀의 멤버 전원이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눈앞의 조직 팀을 향해 겨누었다. 그리고 박자에 맞춰 조직 팀도 코트에서 권총을 꺼내 총구를 형사 팀으로 향했다. 그러자 관객들은 고막이 울릴 정도로 큰 함성을 보냈다.
“한승범!”
“와아아!”
– 네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걱정했어
혹시라도 영원히 사라져 버릴까 봐
하지만 너도 알고 있겠지
우리는 절대 서로를 잊을 수 없다는 걸
연습했던 대로 나는 내 앞에 있는 이화영을 자극하는 것처럼 미소 지으며 노래했다. 그러자 이화영은 나의 도발에 응하듯 총구 끝으로 내 턱을 꾹 들어 올리며 받아쳤다.
– Catch me!
우리의 벗어날 수 없는 fate
오랜 인사는 접어 둘까
그저 따분할 뿐이니까
나는 예상치 못한 이화영의 애드립에 순간 헛웃음을 흘릴 뻔했다. 하지만 이화영은 천연덕스럽게 눈썹을 들어 올리더니 다음 대형을 위해 등을 돌리고 떠나 버렸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상큼하게 선빵 치고 튀었다는 것이다.
“오오오!”
이화영의 애드립으로 팽팽하게 날이 선 것 같은 분위기가 단번에 연출되자 현장 평가단이 부추기듯 함성을 질렀다. 이화영은 고작 이 짧은 동작 하나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 것이다.
‘이 자식이…….’
이런 종류의 센스는 가르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백기량에게 말했던 대로, 역시 이놈은 재능이 있었다.
‘……재미있네.’
빠르게 치솟은 혈압에 눈앞이 아찔했지만, 진정해야 했다.
앞으로도 무대는 한참 이어질 테니까.
.
.
.
우우우웅!
안정적으로 댄스 브레이크를 끝내자 경보음이 울리고, 분위기를 단번에 끌어올리는 빠른 박자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바로 이단비의 랩이 시작될 시간이 온 것이다.
– Freeze!
양쪽으로 갈라진 진영 사이로 경찰봉을 어깨에 얹은 이단비가 경쾌하게 외치며 뛰어 나왔다. 처음 해 보는 랩 파트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지워 낸 이단비는 자신 있게 랩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들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미숙한 티가 안 나. 열심히 연습했군.’
차운의 작업실에서 이치세가 들려줬던 랩에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이단비도 상당히 괜찮았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발음과 후천적인 노력으로 습득한 박자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치세의 손을 타 센스 있게 어레인지된 랩이 이단비 특유의 정확한 딕션과 함께 빠르게 전개되자 관중들은 기함하며 박수를 쳤다.
“아아아! 이단비!”
“미쳤다! 진짜 미쳤다!”
현장 평가단 모집에 신청을 할 정도로 프로그램에 과몰입한 사람들이 이단비의 짧디짧은 랩 경력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 이단비가 앞서 무대를 진행했던 다른 팁의 래퍼 포지션 멤버들보다 뛰어난 랩을 선보이자 모두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치세가 생각보다 정말 잘해 줬어. 이단비도 마찬가지고.’
나는 이치세의 느낌이 물씬 풍겨져 나오는 랩을 들으며 묘한 향수를 느꼈다. 이치세와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했던 프리즘의 멤버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 사무치는 느낌이 채 가시기도 전,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틱. 틱.
‘…뭐지?’
그리고 갑자기 박자가 겹치며 튀는 소리가 나더니, 원래 나올 예정이었던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의 MR이 재생되었다.
음향 사고가 난 것이었다.
‘젠장! 왜 하필 랩 파트에서 이런 실수가!’
노래 파트면 몰라도 쉴 새 없이 빠르게 몰아치는 랩은 한번 가사를 잊어버리거나 박자를 놓치기만 해도 그대로 꼬여 버린다. 이건 기성 래퍼들에게도 해당되는 사실인데, 하물며 이단비는 랩으로 무대에 몇 번 서 보지도 못한 초심자 아닌가.
이단비가 지금 이 사고를 혼자 수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
“뭐야?”
현장 평가단 또한 이상을 감지했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연습생들이 동요를 숨기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MR이 튀는 소리가 무대 전체에 울려 버렸다.
상황을 파악한 제작진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을 구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행동에 별다른 기대는 품을 수 없었다.
‘제작진들이 이 상황을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는 하면 안 돼. 이미 무대는 시작됐어.’
경연은 단순한 녹화 방송이 아니었고, 무대는 이대로 속행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대 위의 연습생들에게 이 상황을 능숙하게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였다.
‘내가 수습을…….’
모두가 혼란에 빠진 그 찰나의 순간, 백기량과 눈이 마주쳤다.
“…….”
“…….”
녹음을 원 테이크로 끝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백기량이 내면에 품고 있던 호승심이 들끓는 그런 느낌.
나는 그에 조금 놀라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뭘 망설여?’
믿는다고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