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한승범 연습생!”
“승범 형!”
“승범아!”
롤러코스터나 바이킹 같은 어트랙션을 연속으로 타도 끄떡하지 않던 내가 갑자기 사색이 되어 꼼짝도 하지 못하자 주변인들은 모두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하긴, 당사자인 나조차 지금 내 몸이 이 상태인 걸 이해할 수 없었는데 도대체 어느 인간이 침착하게 반응할 수 있었을까.
“괜찮으세요? 의무실 안내해 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잠깐 멀미한 것 같습니다.”
어트랙션의 담당 직원이 달려와 내게 물었다. 나는 그에 고개를 저으며 나를 붙잡고 있는 이화영의 팔에 의지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 걸음도 걷지 못한 채 다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위가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토할 것 같아.’
“한승범!”
“승범 형! 괜찮아요?”
“눕혀요. 억지로 일으켜 세우면 안 돼요.”
그때,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연습생들을 제치고 제이가 뛰어 들어왔다. 여전히 시야가 빨갛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기에 나는 바로 녀석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마 연습생들이 웅성웅성 몰려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바로 출구 쪽에서 뛰어온 것 같았다.
“모르겠어요. 놀이 기구 타고 나오더니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졌어요!”
“뭐? …도대체 왜!”
프로그램 내내 고수하던 존댓말까지 집어치운 걸 보니 어지간히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었다.
– 저거 타지 마.
제이는 워낙 눈치가 빠르고 감이 좋은 놈이었다. 아마 놈은 나조차 스스로 눈치채지 못했던 내 이상을 눈치채고, 내게 그런 조언을 해 줬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냥 네 말을 들을 걸 그랬다. 네가 나를 더 잘 알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어.’
“타지 말라고 했잖아!”
울분을 토하는 듯, 화를 내는 듯 초조감과 함께 다가온 제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내가 얼마나 안일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망할…….’
잠깐의 망설임이 실패로 이어지는 삶을 살며 내가 터득한 삶의 방식은 무조건 앞을 보고 쉴 새 없이 나아가는 것이었다.
내 다리가 얼마나 지쳤는지, 목이 얼마나 마른지, 가슴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뛰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다 보면 정말 영원히도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태가 너무 안 좋은데. 일단 의무실로 데리고 가야겠어.”
“PD님 모셔와!”
그런 믿음하에 달려간 인생은 실제로 아주 효율적이었고, 나는 그렇게 내가 꿈꾸던 성공을 한 차례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고작 그 성공 하나로 내 인생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칠한 것 같은 충족감을 느꼈던 나는 그 이후로도 삶의 지침을 바꾸지 않고 살아갔다.
‘나는 아마 평생 이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겠지.’
죽음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평온하게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그런 면 덕이었다. 그런 편리한 일면을 어찌 버릴 수 있겠는가.
나는 모든 인간에게 존재하는 나약함이 내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고, 그것을 무시하기 위해 모든 정신을 쏟았다.
“높은 곳 무서워하면 말을 했어야죠! 그걸 미련하게 타고 있으면 어떡해요!”
다만 그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렇게 마비된 위기감으로는 이런 일상적인 순간에서조차 나 자신의 역린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야. 정말 멍청한 짓을 해 버렸어.’
딱딱하게 경직된 근육이 내 의지에 상관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정신은 무엇보다 온전한데 신체는 전혀 컨트롤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 견디기 어려운 괴리감에 나는 눈을 감지도 못한 채 겨우 숨을 넘겼다.
– 내 조카 몸 함부로 썼다가는 가만 안 둬요.
일전에 한승범의 이모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도 그 말은 지키고 싶어서 금연도 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그 외에는 뭘 더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아예 정신을 잃는 게 더 편할 텐데.’
“정신차려, 한승범!”
“형, 조금만 더 힘내요! 의무실로 데려다줄게요!”
상태가 점점 악화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는지 도유다와 이화영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마음은 기특했지만, 오히려 두통이 심해질 뿐이었다.
그러던 중, 지금 나의 이상이 단순히 신체적인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놈들을 뒤로 물리고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꾸만 비틀어지는 몸을 강하게 압박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괜찮아.”
“…….”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괜찮아.”
그 말을 들은 순간 빨갛기만 하던 시야가 탁 트이며 본래의 색을 찾아갔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내 몸을 멋대로 움직이던 기묘한 감각이 사라졌다.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 *
“…….”
눈을 떠 보니 익숙한 광경이 보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몸이 아예 움직이질 않았던 것이다. 아까와는 달리 물리적으로.
나는 이불에 꽁꽁 둘러싸인 몸을 힐끔 내려다보곤, 내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놈들을 향해 물었다.
“…뭐야?”
“행복한 김밥이에요.”
‘뭔 소리야?’
도유다의 의미 불명인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 옆의 우강원이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 ‘못 기어 나오게 꽁꽁 묶어 놓아라.’라고 하셔서……. 그래도 다행이다. 크게 몸이 아픈 게 아니라서. 긴장감이 갑자기 풀려서 심하게 멀미한 거라면서?”
“누가 그래?”
“제이 트레이너님이요. 저희 방까지 옮겨 주시고 스케줄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정말… 제가 그러니까 형 적당히 하라고 그렇게 경고했잖아요! 저 깜짝 놀랐어요.”
“…….”
‘역시 그놈인가.’
‘긴장이 풀려서’ 따위의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상황을 정리하고, 연습생들을 납득시킨 것에서 누구누구 씨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감도 안 왔다.
놈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내리깔고 있자 도유다가 내 눈앞에 태블릿을 내려 뒀다.
“자, 기어 나오지 말고 누워서 영화나 보세요.”
“…….”
태블릿에 재생되고 있는 것은 아이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만화영화였다. 한마디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것을 보며 썩은 미소를 흘린 나는 기계적으로 말했다.
“어, 그래. 고맙다. 하하. 네 덕분에 잘 쉴 수 있겠는걸.”
그리고 순순한 태도에 안심한 룸메이트들이 본인들의 자리로 돌아가자마자 몰래 팔 한쪽을 위로 뽑아 태블릿을 조작했다. 행복한 김밥은 무슨, 나는 옆구리 터진 김밥이다.
‘가만히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
뭐라도 생산적인 일로 머리를 비우고 싶었던 나는 은밀하게 영화를 꺼 버리고 바로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준비할 무대도 없었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라곤 반응 모니터링뿐이었으니까.
커뮤니티에 접속하니 내 시선을 끄는 글이 상단에 보였다.
[(Hot!) 얘들아 근데 한승범 ㅈㄴ 이상하지 않냐?]나는 바로 그 글을 눌러 내용을 읽어 보았다.
[┗ 이런 거 쓸 때는 뭐가 이상한지 좀 같이 써놔라. 사람을 화나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 굳이 대장 팬들 한가득인 커뮤에서 한승범 이상하지 않냐 ㅇㅈㄹ.] [┗ ┗ 아니 ㅋㅋ 욕하는 거 아님 나도 대장 팬이야 진정해 ㅠㅠ…. 그냥 이번에 백기량 가족 밝혀지고 나서 든 생각인데 학창시절이든 뭐든 어떻게 살았는지 썰 하나 안 올라오는 게 진짜 이상함. 보통 이 정도로 화제성 누리면 과거 다 털리잖아.] [┗ ┗ ┗ 그 이모 청담에 숍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은 들리던데.] [┗ ┗ ┗ ┗ ㄴㄴ 그런 거 말고 이 정도까지 인지도 올라오면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얘 이런 애였다 이런 글 올리잖아. 한승범은 그게 하나도 안 올라옴. ㄹㅇ 안 좋은 얘기든 좋은 얘기든 아무 것도 안 올라와. 뭐 왕따 당했거나 그런 거는 아니겠지?] [┗ ┗ ┗ ┗ 뭐 뒤에 빽이 있나. 근데 빽 있어봤자 그게 뭐 도움이 되냐고 ㅋㅋ 대형 엔터테인먼트 출신이든 재벌이든 SNS로 다 털어버리는 세상에….] [┗ ┗ ┗ 나 얼마 전에 대장 친구가 올린 글 봄.] [┗ ┗ ┗ ┗ 헐 처음 아니야? 링크 좀] [┗ ┗ ┗ ┗ ┗ 새로 글 팜 ㄱㄷ]나는 커뮤니티의 댓글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
처음이었다. 카메라 앞에 얼굴 내놓은 지 벌써 몇 달이 되었는데 드디어, 드디어 한승범의 지인이 나타났다.
‘드디어 나타났나, 한승범 친구.’
내가 처음 한승범의 핸드폰을 살펴봤을 때 주소록은 텅 비어 있었고, 남아 있는 대화 기록도 거의 없었다. 때문에 아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프로그램 후반부까지 아무도 한승범에 대해 아는 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방금 댓글을 작성한 사람이 게시글을 올릴 때까지 커뮤니티를 새로 고침 하고 있자 곧이어 글 하나가 올라왔다.
[(New!) 한승범 동창이 올린 한승범 학창시절 썰]그 글을 눌러 보니 어떤 Q&A 사이트를 캡처한 이미지가 여러 장 이어졌다.
[Q. 승범이랑 동창이었던 거 찐인가요? 혹시 인증 가능하신지….] [A. 넵. 방금 졸업앨범 사진이랑 개인 사진 올려뒀습니다.] [Q. 와, 찐이네…. 승범이 얘기 하는 사람 님이 처음이에요. 저는 무슨 하늘에서 아이돌 하라고 뚝 떨어트린 줄.] [A. 승범이가 원래 좁고 얕게 사귀는 편이라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좁고 얕게 사귀는 건 또 뭐야.’
승범아, 도대체 교우 관계를 어떻게 꾸렸길래 저런 말을 듣는 거냐.
가족과도 그런 관계를 가졌다면 그나마 친구들을 사귀며 인생을 가꾸어야 할 텐데, 그것마저 하지 않았다니. 그렇다면 한승범의 인생에 낙이란 도대체 무엇이었나 싶었다.
복잡해진 마음을 억누른 나는 스크롤을 한 번 더 내렸다.
[Q. 한승범 학교 다닐 때 어땠나요?] [A. 공부 열심히 하고 엄청 조용했어요. 그렇다고 소심한 건 아니고요. 저도 엄청 친했던 건 아니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질문함 열어 달라고 하셔서 열긴 했는데 아는 게 거의 없네요. 죄송합니다.] [Q. 아니에요! 알려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ㅎㅎ 혹시 승범이 학교 다닐 때 인기 많았어요?] [A. 아니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어요.] [┗ 아 나 ‘공부 열심히 하고’ [ 그렇지 대장은 뭐든 열심히 하지. ‘엄청 조용했어요’ [ ? 누구세요?? ‘그렇다고 소심한 건 아니고요’ [ 아 우리 대장 얘기맞나? 했음 ㅋㅋ ㅠ 방금 내 캐해가 무너졌어.] [┗ ┗ ㅁㅈ 대장 말수 적은 편이긴 한데 엄청 조용한 편은 또 아니지 않나. 그냥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서 그런 걸지도…. 내 기준 ‘엄청 조용함’=백기량 정도라 솔직히 엥 싶긴 했음.] [┗ 그런데 솔직히 한승범 성격이랑 얼굴 가지고 조용히 학교 다녔다는 게 말이 됨?] [┗ ┗ ㅇㅈ. 대장 얼굴 정도면 솔직히 얼굴 구경하러 교실 앞에 찾아오는 애들 있고 sns에 이름 물어보는 사람 있고 그랬을 것 같은데. 그런 얘기가 하나도 없어. 이쯤 되면 ㄹㅇ 무서움.] [┗ 성형해서 갑자기 용된 거라고 하기에는 초중고 졸업사진이 탈인간이올시다….] [┗ 얼굴이 문제가 아님. 평범하게 생겼고 평범한 인생 산 애들도 방송 한 번 타면 지인들이 ㅈㄴ 말 얹는데 한승범은 그게 저거 하나밖에 없잖아. 그것마저도 캐해 엄청 다르고… 아이돌 덕질 인생 1n년 이런 애 처음 본다 진짜.]나는 한승범의 친구가 쓴 글을 보며 도저히 쎄한 느낌을 무시할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해.’
댓글들이 말하는 것처럼 원래 사람은 다 파 보면 결점이 하나쯤은 나오는 법이다. 그런데 결점은커녕 아무런 정보도 찾을 수 없는 건 말이 안 됐다.
마치 내가 몸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인생을 아예 공백으로 내버려 둔 것 같지 않은가.
‘꼭… 내게 몸을 넘겨주기 위해 준비라도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너무 과한 의심인가?’
그런 의문을 품자 자연스레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 저는 승범이가 갑자기 사라지는 날이 찾아오더라도 슬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한승범과 제대로 된 유대 관계를 쌓은 유일한 사람.
한승범의 이모였다.
‘그때 한승범의 이모가 흘렸던 말과 상황이 묘하게 일치하는 느낌이 들어.’
결코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없을 정도의 외모를 가진 아이가 주변의 누구에게도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할 정도로 평범한 삶을 살았다.
그렇다면 과연, 그 아이는 평범한 아이가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