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같이 생각해 보자, 따위의 말을 하자 이단비의 눈이 희망에 가득 차 초롱초롱 빛났다.
나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내게 집중하고 있는 이단비를 내려다보며 말을 골랐다.
나는 신중해야만 했다.
이것은 이단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는 일이란 말이다.
어떻게 해야 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상처 주지 않을 수 있을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아오, 한참 어린 애들 상대하는 거 왜 이렇게 어렵냐.’
프리즘에서 불화를 겪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러워진 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나는 이 정도로 나이 차이가 나는 녀석과 이렇게 진지한 대화를 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
어른이 아이와 맺는 관계는 응당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렇기에 신중해야 했다.
사람들이 내 원래 나이를 알 턱이 없으니 모르는 척 질러 버려도 사회적인 질책은 받지 않겠지만, 나 자신이 이미 책임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프리즘에서 겪었던 일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쩌면 답지 않게 겁을 먹은 것일지도 모른다.
‘…….’
이단비는 아이돌을 간절하게 꿈꾸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의 반대로 그것을 성인이 되기 전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는 것뿐이다. 만약 이번에 데뷔하는 것에 실패했을 경우, 이단비는 동생들을 돌보며 청소년기를 허비하게 된다, 놈의 누나와 마찬가지로. 이단비는 그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우선 데뷔권에 진입하는 것에 성공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다른 멤버들에 비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부족해 데뷔한다 해도 프리즘의 조인찬처럼 힘든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대충 상황은 이 정도였다.
‘상황이 참 복잡하게도 꼬였군.’
데뷔 멤버에 이름을 올리게 만드는 것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애초에 이단비가 거기까지 올라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4차 경연에서 놈을 멤버로 선택했으며, 그것을 이뤄 줄 수 있을 만큼의 유능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포석은 깔아 둔 상태였고, 이단비의 현재 순위 따위는 그저 아쉬움이 남을 뿐, 큰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차운이 언급했던 그것이었다.
과연 이단비는 데뷔 이후, 다른 멤버들이 본인을 앞서가는 것을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날카롭게 찌르는 대중들의 말을 버틸 수 있을까?
설령 지금 당장 놈이 호언장담하며 자신은 버틸 수 있다 하더라도 막상 그 상황에 닥쳐 보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 녀석도 특별히 성격이 나쁘거나 의지가 부족하여 그렇게 된 건 아니었으니까.
나는 조인찬의 흉터투성이 무릎을 떠올리곤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나는 네게 말해 줘야만 하는 게 있어, 정말 솔직하게.”
“…네.”
“너도 지금까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봤다시피, 지금 데뷔권에 있는 연습생들 중에 내 손을 탄 놈들은 소위 말하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야. 나는 그놈들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아채고, 그 재능이 타의에 의해 꺾이지 않도록 프로그램 내내 노력해 왔어. 그게 그놈들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네,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 하지만 그게 네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어. 아니, 아마 네게 상처를 주겠지, 차운 선배님의 말씀처럼.”
“…….”
“같은 노력을 했을 때 그놈들은 너보다 월등히 많은 것을 얻어 갈 거고, 네가 몇십 배, 몇백 배 노력해도 놈들이 이른 경지에 절대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어. …재능이란 그런 거야.”
이단비는 나의 말에 조용히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아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단번에 알아들은 것 같았다. 놈은 이미 경험이 있을 테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나기 젠.
처음에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이단비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실력이 부족했던 놈은 지금, 한 무대의 센터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던 고작 몇 달 사이에 D등급 나기 젠은 이미 S등급이었던 이단비를 추월하여 앞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기 젠이 제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직관했던 이단비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을 터였다. 이단비는 그 기억을 떠올렸는지 가라앉은 투로 말했다.
“제가 젠 형한테 느꼈던 감정이 앞으로도 반복될 거라는 말씀이죠?”
“그래. 어쩌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점점 더 무거워질 수도 있겠지.”
이단비가 나기 젠을 보면서 느낀 허무감은 그저 맛보기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그룹 활동을 이어 가고, 대중들이 말을 얹기 시작하면 이단비는 지금의 감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나는 이단비에게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사전에 알려 줘야만 했다.
“사람들은 네 성취를 비웃을 거고, 너는 멤버들과 같은 무대에 서며 도망칠 새도 없이 대중들의 비아냥을 감당해야만 할 거야. 네 노력은 그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고.”
“…….”
노력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자 이단비는 동요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잖아요. 남들 열 번 할 거, 오백 번, 천 번 하는 거.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을 수 있다고요?”
그 질문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노력이 언젠가는 보답받을 것이라는 믿음은 그냥 저주야. 노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잖아. 그저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는 고통과 인고의 시간을 견딜 수 없으니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정말 말 그대로 다리가 망가질 정도로 피나는 노력을 했던 그 놈이 한 말이었다. 그 말을 감히 잘못되었다 지적할 수는 없었다.
– 도대체 왜 그딴 믿음을 내게 심어 놓은 거야, 형?
나는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원망의 말들을 지워 내며 이단비를 바라봤다.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이단비가 아닌, 연습생 시절의 그 녀석이었다.
‘…아아.’
이건 허상이었다.
내 앞에 있는 것은 그 녀석이 아닌 이단비였다.
그것을 바로 자각한 나는 애써 시선을 돌리며 이단비에게 건네야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하고 싶어?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
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단비는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그 짧은 사이 요동치는 마음을 잠재운 놈은 올곧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건 가능성의 하나잖아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것이다’가 아니라 ‘수도 있다’ 인걸요. 지레 겁먹고 포기한 미래가 더 행복할지도 저는 의문이에요. 안 하고 후회할 바에야, 해 보고 후회할래요. 저는 그게 더 성미에 맞거든요.”
녀석의 그 눈을 마주하자마자 그 녀석의 환영이 사라졌다.
나는 순간 시야가 탁 트이는 것만 같은 감각을 느끼고, 숨을 삼켰다.
“제가 만약 데뷔 멤버에 합류하기에 걸맞지 않다면, 저보다 형이 먼저 알아챘겠죠. 하지만 형은 지금까지 저를 이렇게 도와주려 하고 계시잖아요. 그렇다면 제게 단순히 무대 위에서 빛나는 재능이 없더라도, 다른 것을 발견하신 것 아닌가요? 저는 그걸 믿을래요.”
“…….”
“저는 이번에 데뷔를 못 하면 처할 상황이 두렵고 불안해요. 그건 제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형이 말하는 문제는 그렇지 않잖아요. 저는 멤버들과 비교당할 나를 벌써부터 불쌍하게 여기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요, 형. 그런 거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당돌한 대답에 그저 웃음이 나왔다.
“…하하.”
‘그래, 이단비는 이런 놈이었지.’
– 선배님께서는 이단비의 재능을 알지만, 저는 이단비의 인격을 압니다. 장담하건대 아무리 상처받더라도 제 목표를 향해 걸어갈 아이입니다.
‘그렇게 잘 말했으면서 내가 그걸 잊고 있었네.’
옛날 생각과 함께 불쑥 튀어나온 그 녀석의 환영에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녀석과 이단비는 아예 성격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에 동일시해서는 안 됐다.
이단비는 무대에서 보이는 재능은 가지지 못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어떤 재능에도 지지 않는 보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단비를 마지막 데뷔 멤버로 골랐던 것이다.
“노력 100%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전 세계에, 역사에 한 명도 없었던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 됐어요.”
나는 재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정말 재능이 모든 것이었다면 그 녀석보다 더 먼저 무너졌어야 할 놈이 있었잖아.’
그 녀석은 애초에 프리즘에서 ‘가장 재능이 없는 멤버’였던 건 아니었다. 가장 재능이 없었던 멤버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 멤버가 그 녀석과 똑같이 행동했는가를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였다.
‘악착같이 버텨서 지금은 한자리 꿰차고 계시니까.’
그 멤버의 얼굴을 떠올리며 작게 웃음을 한 번 더 흘린 나는 큼, 하며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마음 충분히 알았다. 그러면 하나만 약속해라, 네 인생을 후회하는 짓 따위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나를 원망하게 되어도 좋으니 그것만큼은 꼭 약속해. 그러면 네가 데뷔 멤버로 합류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제가 형을 왜 원망해요? 제가 부탁한 건데 인생 폭망하면 제 잘못이죠. 저는 뽑기 대리 맡겨 두고 폭사하면 원망하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
‘뽑기? 잘못하면 폭발해서 죽는 건가. 지뢰 해체?’
외계어에 연속으로 뚜드러 맞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게 바로 세대 차이인가?
이단비는 내가 본인의 말을 반절 정도만 이해했다는 것도 모르는 채 아까 내가 했던 말에 단호하게 반박했다.
“나의 선택, 나의 책임이에요. 설령 후회하게 되더라도 제가 알아서 잘 풀어 갈게요.”
“……그래, 그러면 해 보자. 이번이 네게 마지막 기회라면 놓치지 말자고.”
“고마워요, 형. 그리고 미리 사과드릴게요. 아까 말했듯, 저는 남의 몇 배는 해야 따라갈 수 있으니까요. 형 속 터져서 기절할지도 몰라요.”
“터지기는 무슨. 그렇게 여러 번 가르치는 건 이미 한번 해 봐서 익숙해. 한 놈 키워 봤는데 두 놈은 못 키우겠냐?”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이단비의 사과를 흘려보냈다.
재능이고 뭐고 쥐뿔도 없는 놈을 제대로 키워 본 적이 있는 내가 고작 그 정도의 일로 짜증을 낼 리가 없었으니까. 애초에 이단비는 그놈보다는 나은 편이었다.
“해 봤다고요? 누구랑요?”
“…….”
순진무구한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이미 데뷔한 지 한참 된 놈을 데뷔도 안 한 연습생이 키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될 텐데, 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은 걔가 선배니까 내가 키웠다는 소리는 절대 못 하지. 처음에 연습생이었을 때 개허접이었다는 얘기는 더 못 하고.’
“…말 못 해. 아무튼 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얼버무렸다. 그리고 이단비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검지손가락을 들고, 서둘러 다시 입을 놀렸다.
“이건 내가 그 못 알려 주는 사람한테 들은 말인데.”
“…네.”
“재능은 신기루와 같아서 거기에 의지하려는 순간 자취를 감춰 버린다고 하더라.”
“…….”
“그래서 그 추상적인 것에 처음부터 연연하지 않고, 차근차근 착실히 노력을 거듭해 쌓아 가면 남들 헤맬 때 쪼갤 수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너도 한번 잘해봐.”
“…그분도 정말 성격 한번 대단하시네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고민을 허무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장난스레 지적하는 것치고는 꽤 위로가 됐는지 이단비는 일렁거리는 눈을 접어 미소 지었다. 그에 나는 일부러 더 평소처럼 퉁명스레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참 웃긴 놈이야.”
‘아오, 입 근질거려.’
이단비도 뻔히 알고 있는 인물인데 말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참 답답했다.
나는 속으로 몇 번씩이나 그놈의 정체를 중얼거렸다.
그, 나를 찌르려고 하긴 했는데 일은 진짜 잘하고 있다. 인기도 엄청 많다.
– 제이 요정이에요옹.
지금 프리즘의 센터를 맡고 있는 그놈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