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저랑 팀 할 거죠? 제발 그렇다고 해 주세요. 이 각박한 세상 속에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우리가 같은 회사부터 시작해서 함께 보낸 세월이 얼마인데요.”
“세월에 읍소하지 말고 차례를 기다리십시오. 많이 같이 보낸 만큼 양보하는 마음 필요합니다. 탐욕스러운 도요새.”
“누가 탐욕스러운 도요새야. 말 다 했냐! 너는 외국인인 걸 아주 감사하게 여겨야 할 거다! 아니었으면 국물도 없어!”
“여기 국물이 어디 있습니까?”
“아! 이럴 때만 못 알아먹는 거 열받아! 일부러 이러는 거지, 너!”
내 팔을 붙잡은 동갑내기 어린 놈들이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진지한 싸움은 아니고, 그냥 장난처럼 투닥거리는 것이라 딱히 말릴 필요는 없었지만, 문제는 하필 놈들이 나를 가운데에 두고 잡아당기며 싸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 살려.’
흥부전의 박을 가르는 장면처럼 번갈아 가며 당기는 놈들에 의해 엉망으로 펄럭거리던 나는 급기야 현기증까지 느끼게 되었다.
카메라가 없는 곳이었으면 냅다 혼내고 평온을 되찾았겠지만, 지금은 카메라도 있었고 마이크까지 착용한 상태라 크게 나무랄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씁.”
“헉.”
“아.”
굳이 말로 화내지 않아도 나기 젠과 도유다를 진정시키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누워서 떡 먹기지. 카메라에 찍히지 않도록 고개를 돌린 채 눈을 살벌하게 뜨자 두 놈들은 갑자기 진정제라도 맞은 것처럼 급속도로 차분해졌다.
“노래부터 들어 봐야 팀 고민을 할 거 아냐.”
“네…….”
“잘못했습니다.”
“그래.”
산만하기 그지없는 녀석들을 단번에 진정시키고 무대 쪽을 바라보자 안방에서 예능 보는 것처럼 우리를 보며 헤헤 웃고 있던 양하준이 마이크를 슬금슬금 들었다. 진행을 잠시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죠, 연습생들! 노래 소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아직 팀 계획을 세우기에는 이르다고요! 자, 첫 번째 곡을 작곡해 주신 Randy 팀을 소개합니다!”
양하준의 다급한 멘트와 함께 무대 근처에 있던 스크린에 영상이 띄워졌다. 그리고 온갖 화려한 효과들과 함께 작곡가들의 영상 메시지가 재생되었다.
[안녕하세요, Randy입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우리 Survive IDOL 연습생들과 이렇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마지막 생방송을 앞두고 있는 연습생 여러분들께 정말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리며 바로 곡 소개로 넘어가자면, 저희가 준비한 곡의 제목은 [Last call>로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섹시 콘셉트의 곡입니다. 부디 여러분께서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네요!]나는 스크린 속의 팀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토했다.
Randy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들은 메가 히트곡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고 있는 1군 아이돌, 레이즈의 곡들을 거의 전담 수준으로 만드는 팀이었다.
‘이제 막 데뷔하는 우리가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그룹은 사실상 프리즘이 아니라 레이즈겠지.’
프리즘은 이미 활동 기간이 오래 되어 1군에서 레전드 그룹으로 넘어가 정착한 상태였고, 현역에서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레이즈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노래를 도맡다시피 만들고 있었으니 작곡 실력은 확실하게 증명된 셈이었다.
‘히트곡이 많다고 해서 모든 노래가 다 성공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대중들을 끌어들일 만한 노하우가 있는 팀인 건 확실해.’
댄서들의 안무와 함께 노래를 들어 보니 평소 레이즈를 위해 쓰는 곡들보다 힘을 살짝 뺀 느낌이긴 했으나 좋은 곡이었다. 마지막 생방송의 짧게 지나가는 무대에 쓰기 아까울 정도로.
‘딱 우강원이나 이화영 같은 놈들이 잘할 것 같은 곡이군. 젠도 나쁘지 않고. 역시 마지막 방송인만큼 신경을 썼네.’
꽤 묵직한 느낌의 곡이었기 때문에 피지컬이 뛰어난 연습생들이 들어가면 딱 어울릴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이미 이런저런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못 들어갈 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퀄리티 높은 노래, 간지 나는 의상, 중독성 있는 가사가 어우러진 이 곡에서 문제를 딱 하나 꼽으라면 안무가 구리다는 것이었다.
‘원래 잘 짜는 안무가인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일이 있군.’
좋은 부분은 확실하게 좋았지만, 가끔 섞여 있는 무리수가 무대의 몰입도가 자꾸 깨지는 게 아쉬웠다. 보통 기획사에서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여러 안무가에게 시안을 받아 좋은 부분은 살리고 조금 아쉬운 부분은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경연 무대에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와아! 나 이 곡으로 배정되고 싶어!”
“띵곡이다. 내 감이 말해 주고 있어.”
연습생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가늠하지 못한 채 매우 흥분하여 박수를 치고 있었다. 히트곡을 기계처럼 뽑아내는 작곡가에 미쳐 버린 댄스 실력을 가진 안무가가 합쳐지니 이 곡에 배정되기만 하면 아주 끝내주는 무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장담하는데 저건 댄서들의 춤 실력이 뛰어나 덜 무리수처럼 보일 뿐이지, 춤 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추면 사마귀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는 있는가?
아니다. 그런 건 없었다. 비어 있는 부분에 안무를 추가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안무에 대한 호불호를 이유로 멋대로 안무를 수정하는 짓 따위를 벌여서는 안 됐다.
‘전문 댄서가 짠 안무를 연습생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모습이 찍히면 욕을 바가지로 처먹을 거다.’
그건 우리가 아닌 회사가 클라이언트로서 대중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저 안무를 그대로 해야 할 텐데, 나는 연습생들이 저 안무를 원작자만큼 잘 소화할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건 잘 가르쳐도 안 돼. 무대가 망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보류하자.’
“너는 이 곡보다는 좀 더 밝은 분위기의 곡이 어울리지 않니?”
“하하, 신경 꺼.”
나는 벌써부터 이 곡에 배정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연습생들을 짜게 식은 눈으로 지켜봤다. 어리석은 어린 양들이여…….
첫 번째 곡이 끝나자 바로 양하준은 두 번째 곡의 소개를 이어 갔다.
“다음으로는 두 번째 곡을 소개하겠습니다. 작곡가 김성종 님의 영상 편지, 다 함께 보시죠!”
[아, 안녕하세요! 작곡가 김성종입니다…….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인사드리게 되는 것은 처음이네요. 제가 작업한 곡 이름은 [학교 종>이고요. 경쾌한 느낌을 최대한 잘 담으려 애썼는데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 연습생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약간 앳된 느낌이 나는 외관에 카메라 앞에 처음 서 보는 것 같은 긴장감을 보니 두 번째 곡의 작곡가는 신인인 듯했다.
“와아.”
“작곡가님께서 되게 영하시다. 거의 나랑 동갑처럼 보이네. 동안이신 건가?”
노련함이 뚝뚝 흘러나왔던 Randy 팀과 다르게 다소 미숙해 보이는 사람이 작곡가로 등장하자 연습생들은 조금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카메라가 있으니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환호 소리부터가 달랐다.
‘곡 이름도 한몫했겠지. [Last call>이랑 [학교 종>이랑 나란히 두고 보면 상대적으로 [학교 종> 쪽이 가벼워 보이니까.’
약간의 사대주의와 학창 시절의 익숙한 기억이 연습생들의 기대감을 꺾어 버린 듯했지만, 나는 처음부터 실망할 생각은 없었다.
‘작곡가가 어떤 사람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어리숙해 보여도 노래만 잘 쓰면 장땡인데, 뭘 벌써부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거야.’
나는 음악에 대해서는 언제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저얼대로 첫 번째 곡이 애매해서 절박해진 게 아니다. 음.
– Ring ring 종소리 울려
하품 한번 yawn 하고 달려!
.
.
.
그렇게 두 번째 곡을 묵묵히 듣고 있던 나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냅다 고함을 지르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았다.
‘이래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나는 작곡가의 유창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고는 코끝을 손가락으로 스윽 훔쳤다.
김성종 씨, 당신… 정말 제법이다.
‘어떻게 신인이 노래를 이렇게 기깔나게 쓰지? 네이밍 센스는 솔직히 칭찬할 수 없지만…….’
두 번째 곡은 여러 번 들어도 지치지 않고, 일상적으로 자주 들을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곡이었다. 억지로 멋을 부리는 느낌도 없었으며 안무는 아주 빡센 것은 아니었지만, 콘셉트 표현이 부담스럽지 않게 잘된 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연습생들의 재량에 따라 조금씩 채워 넣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었다.
‘연습생들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군. 그게 노래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티가 나.’
작곡가가 이렇게 신뢰를 보내 주면 당연히 좋은 무대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법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방금 보았던 안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던 중, 나의 신경을 건드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음, 그래도 나는 두 번째 노래보다는 첫 번째 노래가 더 끌리는 것 같아.”
“경연이니까 좀 더 임팩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첫 번째 곡에 이미 반해 버린 연습생들의 말들이었다.
아니야. 김성종 씨, 듣지 마. 주눅 들지 마.
저놈들은 이런 노래를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몰라서 저런 말을 하는 거다.
반박이라도 해 주고 싶었지만, 내 말로 연습생들이 우르르 이쪽으로 몰려와서는 곤란했다. 따라서 나는 필사적으로 입을 닫고 있으며 멤버 배분이 진행되기를 기다렸다.
‘첫 번째 곡이 연습생들에게 월등하게 인기가 많아서 이단비와 찢어질 염려는 없겠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단비를 불러 어떤 곡을 선택할지 귓속말로 알려 주고 제자리로 돌아오려 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린 순간, 나는 눈앞에 다가온 무언가에 기겁하며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나기 젠이 거의 코끝이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뚫어질 것처럼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가뜩이나 얼굴도 쎄하게 생긴 놈이 그러고 있으니 정말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나를 응시하던 젠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2번.”
“뭐?”
“리다 2번 선택할 것 같습니다. 제가 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자 머리가 띵했다.
‘이 자식…….’
내 주변 놈들이 나와 같은 팀이 되고 싶다고 떼를 썼던 것은 사실 과장과 장난이 조금 섞여 있는 것이었고, 대부분은 본인에게 잘 맞는 곡을 선택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놈은 달랐다.
‘어쩐지 뒤통수가 따갑더라.’
젠은 내가 곡을 감상하고, 이단비와 신호를 주고받는 동안 나의 행동을 모두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무슨 곡을 원하는지 짐작하기 위해서.
새로운 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신이 팔리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놈은 그걸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오직 나의 반응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살갗에 닭살이 오소소 올라왔다.
애써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동요 따윈 전혀 하지 않은 척을 한 나는 정론을 읊었다.
“…내가 뭘 고르든 상관 없어. 너는 네가 원하는 선택을 해라.”
그러나 젠은 포기하지 않고 새카만 눈으로 나를 끊임없이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눈을 가로로 길게 접은 후 말했다.
“원래 인생은 현명하게 살아야 합니다. 매회 1위 받는 사람 엉덩이만 보고 쫓아다니면 나도 얼떨결에 2위를 하게 된다. 이거 대단한 조언입니다.”
“…….”
젠은… 바보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잘 아는 놈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