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결국 마지막 생방송의 오리지널곡 무대는 첫 번째 곡에 이화영, 우강원, 백기량이 배정되었고, 두 번째 곡에는 나, 도유다, 이단비, 나기 젠이 배정되었다.
‘나이 순서로 갈렸다고 봐도 무방하군.’
멤버가 결정된 이후로 나는 바로 이단비를 데리고 본격적인 연습을 이어 갔다.
Survive IDOL은 연습생들의 인기가 상위의 몇 명에게 쏠린 상태로 팬덤이 견고하게 형성된 상태였기 때문에 타 프로그램에 비해 큰 순위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단비가 답지 않게 불안해했던 이유는 아마 그것 때문이었겠지.
하지만 괜찮았다.
애초에 자신이 없었다면 나는 이단비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을 테니까.
‘이미 판은 바뀌고 있어. 이단비 본인은 그저 그걸 자각하지 못한 상태일 뿐이고.’
나는 이번 생방송 무대에서 이단비에게 성취감을 안겨 줄 것이다.
생방송 무대에서 이루어질 무대들 중에서 발라드곡은 애초에 보컬 포지션 연습생들에게 파트와 고음이 몰린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단비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나는 해당 무대는 내가 코칭해야 할 대상에서 배제하고, 첫 번째 무대를 선택, 집중하기로 했다. 시간은 한정적이었고 이단비는 본인이 말했던 것처럼 시간이 꽤 필요한 놈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기회가 한 번 올 거야. 절대 놓치지 마.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생방송 날이었다.
우리는 제작진들의 지시에 따라 체육관으로 이동한 후, 주제곡 무대를 진행하기 위해 의상을 갈아입고 있던 차였다.
“연습생들, 잠시만요!”
바쁘게 준비를 이어 가던 중, 제작진들이 카메라와 함께 들어왔다. 바빠 죽겠는데 뭘 굳이 들어오는 건가 싶었으나 그 뒤에 따라오는 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바로 납득하고 예쁜 표정을 지었다.
“아들!”
도유다와 똑닮은 얼굴에 숏컷 헤어스타일을 한 중년 여성. 정체는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옆에 앉아 있던 도유다가 펄쩍 튀어 오르더니 슝 문 앞으로 달려 나갔다.
“엄마!”
대기실에 들이닥친 사람은 도유다의 어머니와 아버지로 나도 몇 번 얼굴을 마주친 기억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안녕하세요.”
“승범이구나! 잘 지냈지? 어째 살이 더 빠진 것 같아.”
도유다의 어머니가 내 볼을 손바닥으로 툭툭 어루만지며 인사를 건네기에 나는 그저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대기실에 들어온 것은 도유다의 부모님뿐이 아니었다. 다른 연습생들의 부모님들까지 줄줄이 들어와 대기실을 가득 채운 걸 보니 아예 분량 확보용으로 촬영을 하는 것 같았다.
“승범 형 부모님은요?”
“일 때문에 많이 바쁘셔. 어쩔 수 없지.”
“허어엉, 괜찮아요. 제가 옆에 있잖아요.”
부모님이 바빠서 못 온다는 핑계를 대자 도유다가 극강의 공감력을 발휘하며 나를 애처롭게 바라봤다.
그만둬. 내가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바쁘시구나? 괜찮아! 아줌마가 데뷔하는 거 잘 찍어 줄게.”
내게 찰싹 붙어 있는 도유다를 보며 웃음을 흘리던 놈의 어머니는 내가 데뷔하는 순간을 잘 찍어 주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성능이 훨씬 좋은 카메라가 무대 앞에 몇 대나 놓여 있는데도 말이다. 도유다가 누굴 닮아 저런 성격을 가진 건지 너무나 잘 느껴질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었다.
도유다의 어머니에게 괜찮다는 말을 하고 있을 즈음, 다시금 대기실의 문이 열리더니 아이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왔다. 그리고 산만하게 흩어지던 아이들 중 하나가 내게 다가와 본인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요. 이지나입니다. 기초 초등학교 1학년 2반 16번이에요.”
똑 부러지게 말하는 게 누구의 말투를 보고 배웠는지 벌써부터 감이 왔다.
‘이단비의 동생들이군.’
“안녕.”
“……예쁜 오빠다.”
‘오빠가 아니라 삼촌인데 큰일났네.’
껍데기가 20살짜리이다 보니 참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머쓱하게 웃고 있자 아이는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대뜸 손을 위로 뻗었다. 안아 달라는 거였다.
“으쌰.”
나는 기합 소리를 내며 마이크가 없는 쪽으로 아이들 안아 들었다.
그러자 아이가 목덜미에 파고들어 안기고 맞닿은 목에서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나의 것인지 아이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박동을 느낀 순간 나는 어느 그리운 기억을 떠올렸다.
그것은 아직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의 것으로, 아주 희미하지만 소중한 기억이었다.
– 유태야, 엄마 배에 뭐가 들어 있을까?
– 아가요. 아가.
– 그치, 여기 아가가 들어 있지? 유태 동생이 여기 있어.
어머니는 자주 내 손을 잡아 동그랗게 부른 배 위로 올려 주곤 하셨다. 그럴 때마다 따뜻한 피부 아래에서 느껴졌던 콩닥콩닥 뛰는 박동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었다.
– 유태가 아기한테 이름 붙여 줄까?
– 유태가요?
– 응, 유태가 붙여 주면 엄마는 너무 기쁠 것 같은데.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곤 내게 서유성의 태명을 지어 주길 부탁하셨다.
– …별이요. 별이가 좋아요.
결국 태명 ‘별’과 거기에서 착안한 이름 ‘유성’까지 녀석의 이름에는 내가 한몫을 하게 되었다. 서유성이라는 이름의 시작이 나였기 때문이었는지, 나는 그 후로 서유성에 대해 아주 무거운 책임감을 가졌던 것 같다.
“…….”
‘이런 동생들이니 싫다고 큰소리 한번 못 냈겠지.’
부모와의 관계는 어떨지 몰라도 아이들은 죄가 없었고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나는 서유성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단비가 어째서 그 집안에서 폭발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텼는지 알 수 있었다.
“오빠, 화장했어요?”
생각에 빠져 있던 중 품에 안겨 있던 아이가 말을 걸기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했지. 조금 있으면 무대 올라가야 하거든.”
“반짝반짝해요. 예뻐요.”
찜찜한 속을 애써 잠재우며 대답하자 아이는 꺄르르 웃더니 내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단비는 기겁하며 제 동생을 내 품에서 떼어 냈다.
“안 돼. 지나, 이리 와. 예의 없게 굴면 못써.”
그리고 퍽 자연스럽게 품에 아이를 안아 어르는데, 그 모습을 보니 어쩐지 애틋하면서도 참 기괴해 보였다. 하지만 이단비에게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었는지 나를 향해 익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지나가 형이 좋은가 봐요. 애가 낯을 많이 가려서…….”
“괜찮아. 애들을 그렇지, 뭐.”
“아니요. 낯짝을 가려요.”
“…….”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은 기분이었다.
이를 악물고 모르는 척을 하고 있던 중,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던 이단비의 부모가 뒤늦게 이단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이야, 우리 단비 이번에 데뷔해서 성공하면 우리 이제 일 안 해도 되는 건가? 드디어 효도 좀 받을 수 있겠는걸?”
“엄마 아빠도 이제 헌신하고 희생하기만 하는 인생 그만 살고 호강해야지.”
나는 그 말에 어두운 얼굴을 한 이단비가 입을 열기 전에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능청스레 웃으며 대신 답했다.
“에이, 어머님 아버님. 단비처럼 똑부러지게 자기 앞가림 잘하는 게 효도죠. 요즘 단비 같은 애들 거의 없어요. 지금보다 더 효자가 될 수 없을 정도로요.”
얘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그쪽이 원하는 것을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는 의도에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단순히 칭찬을 하는 것이라 속단했는지 허허 웃으며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가? 단비가 밖에서는 잘하고 다니나 봐. 우리 눈에는 그냥 철없는 애인데.”
“…….”
참아야 한다, 서유태.
이단비가 열심히 참아서 유지해 온 가족관계를 파탄 내서는 안 된다. 놈이 성인이 되어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단 말이다.
‘염벼… 염… 아니야. 예쁜 말. 나는 니콜라스 이화영이다. 나쁜 말 따윈 모른다.’
나는 활짝 미소를 머금은 상태에서 밝게 말했다.
“그럼요. 잘하고 다닙니다. 그러니까 안심하시고 단비 알아서 잘하게 두셔도 될 것 같아요.”
“형…….”
뒤에서 이단비가 약한 힘으로 내 옷 끝을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에 등뒤로 이단비의 손목을 툭툭 치고 녀석의 부모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무대를 하러 가야 해서요. 제작진분들께서 안내해 주신 자리로 이동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가라. 썩 나가.
꼴도 보기 싫다.
그런 마음을 억누르며 말하자 상황을 지켜보던 도유다의 어머니가 이단비 부모의 등을 떠밀며 내게 눈짓을 했다.
“그래요. 애들 방해하지 말고 가족들 다 이동합시다. 아들들, 화이팅 해!”
나는 그녀의 센스 있는 대처에 엄지로 화답해 주었다.
* * *
“지금부터 Survive IDOL 마지막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생방송은 이미 시작되었고, 양하준의 진행에 따라 단체 무대의 순서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무대를 앞두고 꽤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이단비의 모습에 웃음을 흘렸다.
그 긴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됐기 때문이다.
– 너희 정신 안 차리지. 지금 프로그램 마지막 날인데 아직도 이렇게 댄스 브레이크 안무가 안 맞아서 어떡할 거야.
– 요즘 시청자들은 예민해. 너희가 댄스 브레이크를 제대로 못 해서 풀 숏을 제대로 못 잡는다는 걸 바로 안단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잘하는 상위 7인만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잖니. 하위권 연습생은 왜 안무하는 걸 제대로 안 보여 주냐고 엄청 욕하고 있는데.
내가 걱정했던 대로 연습생들은 카메라 리허설에서조차 어려운 안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제작진들은 그에 난감함을 표했다.
[얘네 카메라 멀어지면 다 죽는 거냐? 왤케 클로즈업만 잡아 ㅋㅋ 밀착 취재세요?] [┗ 제이가 안무 개어렵게 만들어놔서 풀샷으로 잡으면 다 죽음 댄브 파트가 챌린지로 퍼지고 있는 게… 이게 맞나?] [┗ 제이 실력도 ㅈㄴ 알만함 연생들 헤매는 거 보면 역시 아이돌이 짠 안무는 아묻따 스루해야죠? 막방은 생방송인데 얘네 어떻게 하는지 본다 내가 ㅋㅋ] [┗ ┗ 제작진이 애초에 연습생들이 못 출 정도로 어렵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는데 여기서 유제이를 패고 있네 니가 보면 뭘 어쩔 건데] [┗ ┗ ┗ 그의 잘못이라면… 본인 기준에 맞춰서 짠 거지 갓제이에게도 어려운 안무는 연생들을 죽여…] [┗ ┗ ┗ ┗ 안 어려워 보이던데 ㅋㅋㅋ 걍 걔는 그게 찐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한 거임. 지금 사람들 비웃는 것도 유제이 시안 영상 퍼지고 나서 심해졌잖아. 그거 ㄹㅇ 미쳤음. 서유태랑 춤선 아예 똑같아.] [┗ ┗ ┗ 흠… 아무리 일부러 어렵게 만들었다고 해도 77명 연습생들 중에 소수만 출 수 있게 짠 건 무리수인 것 같습니다. 안무 창작자로서의 자격미달이 의심되는 거죠. 본인이 프라이드가 있다면 제작진들의 부탁을 거절해서라도 연습생들이 소화할 수 있는 안무를 창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솔직히 본인 춤 잘 추는 거 자랑하고 싶어서 연습생들이 무대 망치든 말든 상관 안 하고 짠 거 다 티 납니다.] [┗ ┗ ┗ ┗ 오 너 되게 비평가야?]제작진들이 말한 대로 대중들은 이미 제작진의 몸부림을 모두 알고 있었다.
이미 속내가 까발려진 만큼 그들은 아마 웬만하면 똑같은 방법을 취하는 것을 피하고 싶을 터였다.
따라서 나는 그것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른 연습생들이 모두 새로운 오리지널곡에 집중하고 연습하고 있을 시기에 이단비에게 주제가의 연습을 철저하게 시켰다.
이단비는 애초에 등급 평가 때부터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다른 연습생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주제가 연습에 투자했던 놈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첫 번째 무대에 관해서는 정말 자신이 있었다.
– 그런데 지금 단비 빼고 데뷔권 아닌 연습생 중에 제대로 하는 애가 없잖아. 너희 이대로 데뷔권 못 들고 집에 갈래? 제작진들은 기회를 주고 싶은데 너희가 이렇게 하면 어떡해.
이단비가 제작진들과 대중들의 눈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 말이다.
나는 관객석을 모두 채운 사람들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연습생들, 스탠바이!”
잘 봐주십시오, 여러분.
생방송 첫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이단비일 테니까.
– 단비 원 숏 꽤 들어갈 거니까 준비해 둬.
– …감사합니다!
원래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준비해야 할 부분을 콕콕 짚어 주는 일타강사이다.
– 유태 형, 형 춤추는 거 찍어도 돼?
– 왜.
– 배속으로 돌려서 분석하게. 재능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추는지. 그러면 재능 흉내라도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수강생 성공 후기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