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형, 정말 고마워요.”
중간 순위 발표가 끝난 후, 이단비는 순위가 올라간 것에 매우 기뻐하며 가장 먼저 내게 달려왔다.
“…약속은 지켜야지. 내가 할 수 있다고 했잖아.”
나는 코웃음을 흘리고 이단비에게 적당한 말로 대답했다. 서운해할 줄 알았는데 이단비는 내 말투에 더 활짝 웃어 보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얘는 왜 이렇게 나를 따르나 몰라.
어쨌든 이단비의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기뻐할 만한 일이었으나 지금부터는 오리지널 무대를 위해 온전히 집중해야 할 때였다. 앞 순서로 이화영 팀의 무대가 끝난 후, 나는 꽤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
문제의 그 사마귀 파트가 나오는 부분에서 이화영이 훌렁 배를 까 복근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결국 팀 배정 때 생각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군.’
안무고 뭐고 짐승의 울부짖음이 관객석 사이에서 찢어지듯 흘러나왔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했다. 사람들은 거의 접신한 것처럼 이성을 잃고 머리를 흔들며 고함을 질렀다. ‘꺄아악’ 수준이 아니었다, 그건.
– 이야아아!
연습생 대기실 또한 관객석과 마찬가지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다만 관객석이 사냥감을 사냥하려는 맹수의 위협 소리였다면, 이쪽은 월드컵에서 골이 터졌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고 해야 할까.
– 워매.
– 관람 불가. 청소년 관람 불가.
– …젠 형도 청소년이잖아요.
도유다는 그 모습을 보며 얼빠진 소리를 냈고, 젠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다른 손으로는 이단비의 눈을 가려 주었다. 셋 중에서 가장 차분한 놈은 이단비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무대 위에서 거의 날아다니는 이화영을 보며 헛웃음을 머금었다.
‘…머리는 뒤지게 좋네.’
다소 난해한 안무는 자연스럽게 생략하면서도 관객들에게는 그것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먹이를 주다니 참 영리하고 발칙했다. 안무가에게 무례하지 않도록, 능숙하게 상황을 타파하는 솜씨가 참 대단했다.
정말 죽어도 사마귀 안무는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이미 안무가의 안무 시안이 공개된 상태라 안무를 피하려 했다는 트집이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 방법이 본인에게 더 유익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한 일일 텐데.
‘어차피 이화영은 지적 따윈 신경도 쓰지 않으니까.’
한번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면 숏폼이나 sns에 박제되어 은퇴하는 날까지 사골 끓이듯 언급될 수도 있었으니까. 예능에 출연할 때마다 MC들이 그 짓거리를 시키게 된다든가 하는 뇌절이 이어지면 참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민망해지기 마련이다. 각자 다양한 고충이 있다, 이 말씀이다.
…이놈의 밈을 그냥 메워 버리든가 해야지.
“…….”
‘여며라, 이런 발칙한 니콜라스 이화영.’
이해는 하면서도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나에겐 데뷔하고 나서 그것을 써먹으려는 완벽한 계획이 있었단 말이다.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한 나는 뜨뜻미지근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문득 떠오르는 의문에 한승범의 맨들맨들한 배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평평한 그것을 슥슥 어루만졌다.
‘과연 이것에 언젠가는 굴곡이 생길 것인가.’
일단 뼈의 굴곡은 좀 보이는데, 이게… 맞나?
한승범의 앙상함에 훗 웃음을 흘린 나는 해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쓰길 잘했네. 영리한 놈, 날 두고 가라.’
– 콘서트 날까지 복근 못 만들어 오는 놈은 내가 매타작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주겠다. 목숨 걸고 만들어 와라.
– 살려 주세요.
– 안 죽어. 가서 운동해라.
– 고릴라는 인간의 몸을 이해하지 못하는 법이지.
– 조용히 안 하냐, 서유성?
건강하기만 했던 프리즘 시절이 구라 같았다.
하지만 뭐 아쉬워해 봤자 어쩌겠는가. 현실은 변하지 않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하면 됐다. 가벼운 운동부터 차곡차곡. 한승범의 몸에 뭔가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하면 뭔가 변화라도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팀 멤버들이 무언가를 손에 가득 들고 대기실에 걸어 들어왔다.
“다들 교복은 어떻게 잘 해결했냐?”
무대를 위해 마련된 의상이 아닌, 연습생들이 실제로 학교에서 입었던 교복을 그대로 입기로 하였다.
“짠, 저희 교복 예쁘죠. 예고라 색 엄청 통통 튀어요.”
조금 구깃구깃하지만, 색감이 화려한 교복을 입은 도유다가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내게 물었다. 그러자 태연한 얼굴을 한 스타일리스트가 아무 반응 없이 놈에게서 마이를 빼앗아 다리기 시작했다.
“으앙.”
“…….”
흐릿한 눈으로 도유다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그 옆의 이단비가 보였다. 나는 이단비의 모습을 보고는 잠시 난감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이단비의 교복은 놈의 성격대로 교복은 빳빳하게 잘 다림질되어 있었지만, 문제는 디자인이 아저씨 같았다. 아니, 요즘 세련되고 예쁜 교복 많던데 왜 디자인이 저 모양인가.
탁한 듯 촌스러운 색감의 남색 마이, 그리고 마이와 색이 완전히 똑같은 교복 바지, 액세서리로써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칙칙한 회색의 넥타이. 저 얼굴에 교복은 저런 아저씨 정장 비슷한 걸 입고 다닌다니, 너무 안 어울려서 소름이 돋았다.
“…벗어라.”
“왜요?”
“와이셔츠 위에 저거 분홍색 후드 겹쳐서 입어. 저게 너한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어째서입니까?”
“쟤는 올드한 거 말고 귀여운 거 해야지. 당연한 거 아니냐.”
“…….”
이단비는 귀여운 거, 따위의 말을 하자 멤버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왜, 왜 다들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시는지.
“단비 그렇게까지 애같이 생기지는 않았어요. 이 형 콩깍지 장난 아닌데.”
“리다, 저도 귀여워해 주십시오.”
“…….”
귀여워하기에는 덜썩 큰 키에 가쿠란을 입고 피어싱에 검은 마스크를 턱에 건, 양아치의 현신인 상태의 젠이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도유다가 젠의 몸을 마네킹처럼 휘리릭 돌려보며 떠들기 시작했다.
“우와, 나 가쿠란 실제로 보는 거 처음이야. 이게 실존하는 거였구나.”
“매우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걸 위해 굳이 이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간지로 모든 불편함를 상쇄하다.”
“젠 형, 한국에서는 그걸 폼생폼사, 간죽간살이라고 해요.”
“폼생폼사. 간죽간살. 외웠습니다. 입력 완료.”
이렇게 개성 가득한 놈들 사이에 과연 나는 무엇을 입었는가.
그 답은 무대를 위해 아껴 두겠다. 다만 힌트를 주자면, 도유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승범 형은 진짜 캐릭터 확실하네요.”
“시꺼.”
* * *
한국의 학교 종소리로 흔히 사용되는 음악인 ‘소녀의 기도’가 재생되었다.
무대 세트로 마련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교탁 앞에 서서 멤버들을 조용히 내려봤다.
그리고 조명이 켜진 후, 교탁에 팔을 기댄 채 말했다.
– 너희가 무슨 어둠의 자식들이냐?
그렇다. 나는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 역할이다.
그것도 학생 주임 선생님.
지금의 나는 안경을 쓰고 소매를 걷어 올린 흰 와이셔츠에 검은 슬랙스를 입은 채 ‘평화’와 ‘안식’이라고 적힌 목검을 손에 쥔 상태였다. 덤으로 목에는 교원증과 호루라기까지 찬 상태였다.
‘하, 나 교관 이미지 언제 버리냐?’
왜 이런 포지션을 떠맡았는가 하면 무대 구성 때문이었다.
가사와 안무가들이 전해 준 안무를 보면 [학교종>은 일곱 명의 말썽꾸러기 학생들과 센터 역할인 선생 하나가 사고치고 혼내고를 반복하는 뮤지컬 같은 느낌의 곡이었다.
우선 팀의 최연장자 라인이 20살이었고, 나는 센터를 맡아야만 했으며, 내가 이 팀에 있는 병아리들에게 혼나는 연출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따라서 학생 주임 선생님 역할이 내게 돌아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빰!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이 열로 놓인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얼굴에 책을 엎어 두는 등 잠자는 척을 하던 멤버들이 몸을 낮췄다.
그리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이단비가 경쾌하게 외치고, 나머지 멤버들이 따라 일어나 인사하며 본격적인 노래가 시작되었다.
– 사랑합니다, 선생님!
– 사랑합니다, 선생님!
요즘 애들은 ‘차렷, 공수, 선생님께 경례’ 안 한다다나 뭐라나.
– 선생님! 질문이 있는데요
– 그래 한번 해 봐라 (Go!)
– 오늘 너무 너무 피곤한데 (ah- ah- ah!) 수업 일찍 끝내 주시면 안 되나요?
– 안 돼 안 돼 지금 너희 반이 진도 제일 느려
빠른 페이스로 이단비와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도유다가 자리를 팍 박차고 일어나 고음을 쭉 뱉었다.
– 거짓말! (여기 보세요, 찰칵!)
들어 보세요, 선생님!
그에 맞춰 멤버 전원이 관객석을 향해 몸을 일제히 돌리고 찰칵, 하는 효과음과 함께 각자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벨 소리가 울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메인 스테이지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Ring 벨이 울리고 나면 자유의 시작이야 (Yeah it’s party time!)
우린 제법 잘나가는 Boys
젠이 가장 선두를 달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자신 있게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를 향해 윙크하자 관객석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우리만의 레이스 시작해 볼까
매점을 Goal로 삼아
단거리 장거리 달리기 Let’s go!
그리고 달리기로 인해 젠의 노래가 호흡이 흔들릴 즈음, 뒤를 따라가던 도유다가 바로 안정적으로 노래를 이어받았다. 그렇게 멤버들이 꺄르륵 웃으며 통로를 뛰어가는 동안 나는 뒤에서 목검을 들고 놈들을 살기 어린 눈으로 쫓아가고 있었다.
“아하하!”
“하하하하!”
그런 내 얼굴이 스크린에 비쳤는지 관객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확신했다.
아, 이제 교관 이미지 탈출은 글렀구나, 하고.
.
.
.
그 뒤로도 한참 다른 연습생들의 노래가 이어지고, 드디어 메인 스테이지에 도착하고 나서 찾아온 것은 나의 파트였다.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틈에 목검을 던지고,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한번 손으로 흩어지게 한 나는 안무를 추며 노래했다.
– 이 말썽꾸러기들
하루라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모양이지
선생님 속이 말이 아닌데
너희들이 과연 그 마음을 알까
내 파트가 끝나자마자 멤버들이 바로 내 근처에 모여 나를 에워싼 채 섰다. 그리고 장난스레 웃으면서 박자에 맞춰 내 위로 손을 모았다가 퍼트리며 화려한 모양을 만들었다.
– 선생님, 죄송하지만 저희는 한창 놀고 싶을 때거든요 (yeah yeah yeah!)
–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을 걸요? (No No No!)
멤버들의 약간 약 올리는 듯한 가사와 안무에 화가 난 것처럼 팔짱을 끼고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중, 멤버 중 하나가 이런 가사를 불렀다.
– 그래도 우리를 사랑하시죠?
빠바바바밤! 빠밤! 빰!
조금 코믹한 효과음과 함께 무대의 조명이 빠른 속도로 깜빡였다.
그 효과음과 반주가 사라진 후, 다시 무대에 조명이 켜졌다.
“…….”
조용해진 무대 위에 혼자 우뚝 서 있자 나를 향한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클로즈업 숏을 찍는 것이었다.
나는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으며 팔로 하트를 그렸다.
– 당연하지!
팡!
나의 대답과 함께 팡 터지는 소리가 나고, 무대 전체에 꽃가루가 흩날렸다. 멤버들은 경쾌하고 웅장하게 몰아치는 반주에 활짝 웃으며 다 함께 손을 잡고 한계까지 관객석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놀이공원의 퍼레이드 속 한 장면처럼 손을 맞잡은 채 일렬로 선 멤버들은 똑같은 스텝을 화려하게 밟으며 합창했다.
– Yeah!
– NA NA NA NA NA NA
노래를 마친 후, 졸업 앨범 사진처럼 내 주위에 쪼르르 모인 멤버들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
–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러자 관객들은 우리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우리는 그런 관객들을 향해 감사의 마음을 담아 꾸벅 허리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벌써 생방송의 세 번째 무대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마지막 무대, 차운의 발라드곡이었다.
‘…분명 불안해하고 있겠지.’
나는 차운의 어두운 얼굴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대중들도 차운의 노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무대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