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주제가 무대, 오리지널곡 무대를 모두 마친 우리는 차분한 느낌이 드는 화이트 톤으로 의상을 갈아 입고 무대에 일자로 나란히 서게 되었다. 이제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무대를 할 순서가 찾아온 것이다.
“마지막 무대의 노래는 경연곡 작업, 편집 트레이닝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던 프리즘의 리더이자 프로듀서 차운 씨께서 작곡, 작사를 해 주셨습니다.”
“아아아!”
양하준이 대본을 읽자 관객들이 마지막 무대라는 말에 탄식을 뱉었다. 여기에서 데뷔를 하든 말든 ‘연습생’으로서 ‘이곳의 연습생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어째서 이런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주면서 바로 순위 발표를 할 생각을 하는 거냐. 눈물이 흐른다…. 만두도 아니고 찬 물 뜨거운 물 번갈아가면서 담궜다 빼는 거냐고. 나는 사람인데.] [사람 살려] [가지마 ㅠㅠㅠㅠ] [프로그램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마지막이냐 구1라같다] [나는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됐어요] [바닥에 엎어져서 가로로 눈물 흘리는 중] [우리 집 개 낑낑거린다. 나 울어서. 흐흑 엉덩이 껴안고 울어야지]현장의 관객들뿐만 아니라 채팅창 또한 아쉬운 건 다를 바 없었는지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과 ‘ㅜ’, ‘ㅠ’ 글자가 도배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이별의 순간은 찾아오는 법이고, 우리는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이 무대를 준비했다.
‘울고 있어도 무대는 한다.’
양하준은 사람들의 반응을 가볍게 웃어넘긴 후 부드러운 투로 말했다.
“연습생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고, 또 제이 트레이너와 같은 멤버인 만큼 연습생들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어 주셨는데요. 해당 무대가 끝난 뒤에는 데뷔 멤버 및 순위 발표식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러면 여러분, 연습생들의 마지막 무대, [Sing for you> 함께 감상하시죠.”
그렇게 말한 양하준이 자리를 뜨고 연습생들이 무대 위에 걸어 올라왔다. 그리고 MR이 흘러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자 연습생들에게 말을 거는 이들이 있었다.
“수고 많았어!”
“단비야, 사랑해!”
“한승범! 고마워!”
관객석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이 소리치기 시작하자 두 사람이 소리치고, 두 사람이 소리치자 다섯 명이 소리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아마 저들도 이번이 응원하는 연습생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절박한 것 같았다.
연습생들은 그에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며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천장의 불빛이 꺼지며 본격적인 무대의 준비가 시작되었다.
“…….”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고, 스모그 효과가 무대 위에 퍼지자 관객들은 차분히 무대를 감상할 준비를 마쳤다.
체육관 내부가 완전히 조용해지고, 잔잔한 반주와 함께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무대 뒤편의 거대한 스크린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숙하고, 반짝이는 꿈을 가졌던 연습생들의 목소리 말이다.
[안녕하세요! SU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도유다입니다!] [SU 엔터테인먼트 한승범입니다.] [런던에서 온 니콜라스 리입니다.]리허설에서 확인했기 때문에 대충 스크린에서 어떤 영상이 재생되고 있을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인터뷰를 진행할 때 촬영했던 자기소개 영상이었다.
약간은 어리숙해 보이는 연습생들의 모습에 관객들이 웃음을 머금는 것이 보였다.
[키치 엔터테인먼트 이단비입니다.]영상 속에는 지금보다 더 키가 작고 목소리가 높았던 연습생도 있었으며.
[안녕하세요, 우강원 연습생입니다.]불안했던 연습생도 있었고.
[백기량입니다…….]더 위축됐었던 연습생도 있었으며.
[일본에서 왔습니다. 나기 젠입니다!]조금 이상한 패션을 고수하고 있던 연습생도 있었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걸 보니 내 스타일링이 닿기 전 젠의 모습이 영상에 나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연습생들이 지나왔던 최고의 순간들이 차례대로 비춰졌다.
[승리하다! 감사합니다!] [- ‘네게’ 감사해.] […저는 오늘 여러분께 자랑스러운 아이돌이었나요?] [이화영! 이화영! 이화영!] [1위, 한승범 연습생.]연습생들의 시간이 담긴 영상을 확인하니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긴 시간이 지나 버렸다는 것이 이제야 체감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지막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인트로용으로 제작된 잔잔한 반주가 모두 지나가고 본격적인 노래를 위한 도입부 반주가 재생되었다.
– 해가 지고 달이 뜨면
가끔 내가 있는 곳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가질 않아
발라드곡인 만큼 도입부는 섬세한 보컬을 구사할 수 있는 백기량에게 맡겨졌다. 이는 모든 연습생에게 모든 파트를 부르게 하고, 파트별로 가장 잘하는 연습생을 고르는 방식을 취한 차운의 선택이었다.
‘……잘하네. 백기량도, 차운도.’
백기량의 안정적인 노래에 관격들이 탄성을 뱉는 것이 들렸다.
나는 그에 뿌듯한 마음을 겨우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 걸어온 길을 자꾸만 되돌아봐도 용서해 줘
생각보다 많이 그리워서 그런가 봐
인정하는 게 조금 어려웠어
참 아픈 일이더라
그다음으로는 도유다의 파트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노래에서부터 백기량과 도유다가 서로의 노래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도유다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백기량은 소리가 풍부해지도록 화음을 더해 주고, 코러스를 불러 주었다.
– 어쩌면 나는 네가 없는 세상을
견디기 어려운 것일지도 몰라
내가 이상한 건지
세상 사람들은 이러지 않는 건지
백기량과 도유다의 노래로 자연스레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는 이화영이었다. 발라드에서도 그 재능을 지워 내는 건 불가능했는지, 잠시 녀석에게 관중석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었다.
– 미안해 내가 말재주가 별로 없어서
상냥한 말 한마디 건넬 줄을 몰라서
핑계 삼아 이 노래를 보낼게
혼자 너무 튀나 싶었지만, 이화영이 남겨 두었던 날카로움은 다시 우강원의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중화되었다.
나는 이것조차 차운이 의도하고 만들어 둔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생들 별로라고 그렇게 틱틱거리더니…….’
역시 하나하나 제대로 잘 살펴보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녀석이 좋은 작곡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 이 노래가 우리를 이어지게 해 줄 거야
I’ll sing for you
우강원의 파트를 한번 거치자 뒤 순서의 연습생들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꽤 얼굴이 익숙해진 연습생들이 마이크를 쥐고 노래했다.
– 미안해 쌓인 말이 너무 많아서
그냥 두서없이 말하자면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앞으로도 잘 지낼 거고
다 네 덕분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나는 연습생들의 노래를 들으며 이 노래를 만든 이를 찾았다.
‘어디 있지?’
가장 가까운 관객석을 훑어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녀석을 바로 찾아볼 수 있었다.
차운은 연예인석의 구석진 공간에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연습생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프리즘이 즐겨 했던, 프리즘이 필요로 했던 노래와 아주 상반된 부드러운 음율이 체육관 전체에 울려 퍼지자 녀석의 눈동자에 희미한 빛이 반짝거렸다.
나는 그런 차운을 지켜보며 노래했다.
– 종종 우리의 추억을 떠올리곤 해
나는 그것만으로도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거든
처음 가사지를 받았을 때부터 궁금했다.
저 노랫말은 네가 듣고 싶었던 말들이었는지.
몇 년 동안 말조차 하지 못한 채 담아 두고 있었던 말들이었는지.
작사 같은 것에는 관심조차 전혀 가지지 못했던 너였던지라, 어쩔 수 없이 그런 의문이 생겼다.
– 이 노래가 우리를 만나게 해 줄 거야
This song is for you
– 다시 만나면 꽉 한번 안자
고통이 우리 사이에 스며들지 못하게 (너를 위해)
슬픔이 우리 사이에 스며들지 못하게 (나를 위해)
I’ll sing for you
너를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무대의 조명을 따라 움직이던 놈의 시선이 우연히 내게 닿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차운은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내가 봐 왔던 그 어떤 표정보다 편안해 보이는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
“…….”
관객과 가수 그리고 그들을 이어 주는 노래.
노래를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이보다 행복한 광경은 없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차운이 느꼈다는 사실이 아주 기뻤다.
– 우리에게 마지막은 없으니까
– 작별 인사가 아닌
재회를 약속하는 인사를 하자
Promise for us
잔잔한 반주가 사라지고 잠시 동안 공백이 이어진 뒤, 제작진에게 신호를 전달받은 나는 마이크를 들었다. 저번 순위 발표식의 1위 연습생으로서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연습생 일동.”
관중석은 어느덧 눈물바다가 되었고, 연습생들은 그들을 지켜보며 억지로 울음을 삼켰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기 위해 쥔 마이크에 미처 참지 못한 울음소리가 하나둘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이제 다시는 무대 위에 설 수 없는, 이렇게 많은 팬들을 앞에 둘 수 없는 연습생도 있었다.
“나 너무 아쉬워…….”
나는 내 옆에서 거의 헐떡이다시피 눈물을 쏟아 내며 작게 중얼거린 연습생의 등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주변의 연습생과 시선을 맞췄다. 물기로 푹 젖은 얼굴을 하고 있던 그들은 나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를 소매로 훔쳤다.
그들이 준비되었음을 확인한 후,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인사.”
내 말에 따라 연습생들이 일제히 머리가 바닥에 닿을 것처럼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함께 외쳤다.
“지금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관중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가 회장 전체를 꽉 채우고, 그 소리들이 잠잠해질 즈음, 내 머리 위로 핀라이트 조명 하나가 떨어졌다.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는, 순위 발표식 1위 연습생을 위해 비워진 솔로 무반주 파트를 위함이었다.
마이크를 고쳐 쥔 나는 정적 속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 그리움이 우리를 집어삼키기 전에
이 노래 위에서 다시 만나
그리고 이화영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뻗은 순간, 드럼 사운드가 몰아치며 복받쳐 오르는 것처럼 흩어졌다. 다시 반주가 연주되며 메인 보컬 포지션이었던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연습생 전원이 코러스를 부르기 시작했다.
– Woo woo for you
곡의 클라이맥스 파트를 위한 빌드 업이었다.
– I’ll sing for you
나의 짤막한 파트가 끝날 즈음 이화영이 나와 시선을 맞추고 부드럽게 노래를 이어 불렀다. 그러자 코러스를 집어삼키듯 노래의 밀도가 짙어지며 메인 보컬에 대한 집중도가 단번에 올라갔다.
– 기다리고 있을게
– 놓치지 않을게
– 잊지 않을게
특색이 짙은 이화영의 보컬, 섬세하고 안정적인 백기량의 보컬, 가장 폭발적인 고음을 내는 도유다의 보컬. 이 프로그램의 대표 보컬들이 차례로 화음을 쌓으며 고음을 내질렀다.
먼저 부르기 시작했던 이화영과 백기량이 모든 호흡을 토해 내고 자연스럽게 노래에서 제외되는 타이밍에 홀로 음을 이어 가던 도유다가 한 단 더 꺾어 3옥타브를 넘는 음을 뱉었다.
팡!
노래가 절정을 맞이한 그 순간, 고압의 질소가 단번에 흩어지며 색색의 색종이들이 흩어지는 에어샷이 터졌다. 무대에 집중되었던 조명들이 관객석을 향해 돌아가기 시작하고, 팬들의 눈물 어린 얼굴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Woo woo for you
이 노래 위에서 다시 만나
노래를 마친 우리는 그 얼굴을 지켜보다 서로의 손을 잡은 채 깊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연습생들의 마지막 무대는 끝이 났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순위 발표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