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지금부터 데뷔 연습생을 발표하겠습니다.”
차운의 곡이 끝난 후로 한참이나 시간을 끈 뒤, 드디어 데뷔조 연습생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광고도 보고, 쓸데없는 대본도 읽고, 여기저기 다 인터뷰를 하고 나서야 제작진들은 만족한 모양이었다.
‘양하준이 제일 고생이지. 몇 시간 동안 질질 끌면서 고생해야 하니까.’
양하준은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로 카메라의 불이 꺼지면 사회자 단상에 기대 겨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저러다 생방송 도중에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드디어 제작진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양하준은 집계가 완료된 종이를 전달받아 열어 봤다. 그러자 관객석에서 끙끙 앓는 수수께끼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마 순위를 먼저 확인하는 양하준이 부러운 모양이었다.
양하준은 그에 젠틀하게 미소 지은 후, 마이크를 고쳐 쥐었다.
“가장 첫 번째로 데뷔 그룹에 합류하게 될 6위 연습생을 발표하겠습니다! 밑바닥에서부터 포기하지 않고 기어 올라온, 출연 연습생들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순위 변화를 보여 준 이 연습생은 바로!”
“…….”
“나기 젠 연습생입니다!”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관객들이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젠은 본인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번쩍 들더니 우리와 인사를 나누지도 않은 채 후다닥 앞으로 뛰어 나갔다.
“젠!”
“우, 우리도 축하하게 해 주면 안 돼?”
떠나가는 젠을 향해 애처롭게 팔을 뻗은 연습생들이 애원하자 젠은 겅중겅중 뛰던 다리를 우뚝 멈췄다. 그리고 롤백을 하는 것처럼 기묘하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축하해 주시오. 칭찬 좋습니다.”
머리를 푹 숙이며 그렇게 말하자 연습생들은 젠의 머리를 개 예뻐해 주듯 사사삭 만지며 잔뜩 칭찬해 주었다.
“우리 젠 장하다!”
“한국에서 활동 열심히 해! 우리 계속 보자!”
“감사합니다.”
젠이 축하를 받는 동안 채팅창은 채팅창대로 폭발적으로 올라가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레전드 효자. 팬들 마음 고생하지 말라고 제일 먼저 나와줌. 눈물 나온다 진짜.] [아 짜증나게 일본인 왜 데뷔시켜주냐고 국적을 포기하든가 데뷔를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 하라고 해. 한국인 연습생들 한가득 있는데 굳이 쟤를 데뷔시켜야 해?] [┗ 이 새끼는 글로벌 시장이 걍 뒤지게 우스운가 봐 ㅋㅋㅋ 이렇게 국적 하나로 무식하게 까는 건 또 오랜만에 봐서 머가리가 ㅈㄴ 얼얼하다. 외국인 멤이 진입장벽 낮추는 데에 얼마나 도움 되는지는 알고 있냐?] [┗ ┗ 한국인만 있는데 잘 된 팀도 있거든 ㅋㅋ?] [┗ ┗ ┗ 그게 다 통용되면 외국멤을 왜 굳이굳이 리스크 떠안으면서 영입해오겠냐. 엔터들을 무슨 개호구로 아네. 젠이 일본 팬덤 엄청 끌고 온 거 모르면 걍 가만히 있어.] [그냥 내버려 둬요. 채팅창 개판되면 애 눈에 띔. 우리 할 말 없어서 가만히 있는 거 아니에요.] [내 새끼 데뷔 축하해 어린 나이에 타지 생활하고 연습생 생활하느라 수고 많았다.] [한국 오고 벌써 몇 달인데 아직도 한국어가 저 모양임?]젠을 축하하는 채팅과 녀석의 합류에 거부감을 표하는 채팅이 어지럽게 섞여 나왔다. 젠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웃었다.
“리다, 저 드디어 데뷔합니다! 진짜 열심히 했습니다.”
“잘했네.”
“그러니까 리다도 빨리 오세요. 위에서 기다립니다.”
“그래.”
나는 서둘러 젠의 등을 돌려 순위석 쪽으로 떠밀었다. 그러자 젠은 다시 겅중거리는 걸음으로 순위석을 올라갔다.
“다음은 5위 연습생입니다. 힘든 일을 겪고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여 상위권 순위를 되찾은 연습생인데요. 다정한 매력으로 같은 연습생들에게도 아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연습생은 바로! 우강원 연습생입니다!”
이번에는 우강원의 이름이 적힌 슬로건을 들고 있던 관객들이 꽥 비명을 질렀다.
젠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에는 이런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힘든 일 겪어서 걱정 많이 했는데 어찌저찌 잘 데뷔해서 다행이네요. 파이팅!^^] [지금까지 이런 아이돌은 없었어요. 우강원 한번 파면 애기들은 잘 안 보이는 ^^. 으른들 취향 충족시켜줄 수 있는 건 우강원! 짱!] [데뷔 축하해요 T.T 고생 진짜 많았어요!] [지금 확정 멤버 평균 신장 실화냐.]“축하해요!”
“고마워. 먼저 가서 미안해. 위에서 기다릴게.”
긴 팔로 제 주변에 있던 연습생들을 한꺼번에 꽉 껴안은 우강원은 모든 출연 연습생에게 축하를 받으며 순위석으로 걸어갔다. 놈이 얼마나 인망이 높은 사람인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시간을 또 한참 끌고 나서야 양하준이 마이크를 들었다.
“4위 발표를 진행하겠습니다. 경연 무대에서 큰 반전을 보여 준 연습생으로,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발전을 추구했던 이 연습생은요!”
평소 같았으면 진작 인내심이 바닥나 역정을 내고 있었겠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해 거의 해탈한 경지에 이르러 별 감흥도 없었다.
봐라, 양하준은 거의 숨을 쇅쇅 내쉬고 있지 않은가.
“큼, 백기량 연습생입니다!”
내가 원했던 멤버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는 광경을 보며 조금씩 체력이 회복되는 것이 참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나는 진작 의식을 잃고 내 순위가 발표될 즈음 의식을 회복했을 것이다.
“와아아!”
“나, 나 데뷔한다… 어어.”
본인의 이름이 호명되는 것을 들은 백기량이 제 귀를 틀어막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미 상위권 순위를 몇 번씩이나 받아 봤을 텐데, 백기량은 여전히 적응이 되질 않는지 얼굴을 손으로 쓸다가 눈물을 찔끔 흘렸다.
‘오열하지 않았으니 그나마 발전했다고 해야 하나.’
백기량의 축축한 얼굴을 소매로 벅벅 닦아 주고 있자 스크린에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채팅창 반응들이 올라왔다.
[하… 백기량 데뷔 못했으면 나 그냥 기절했음…] [┗ ㄹㅇ…. 우리 애는 멸종위기 동물입니다. 이번에 데뷔 못하면 저희 죽어요.] [눈물난다……. 축하한다……. 사랑한다…….] [오, 맙소사. 나의 베이비 밤비. 리틀 족제비. 너의 데뷔를 축하한단다.] [┗ 아 말투] [사랑해 기량아. 라식하지 마.]‘라식하지 말라는 건 또 뭐지…….’
뭔가 이상한 게 자연스럽게 끼어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반응할 겨를도 없이 백기량은 무대 앞의 관객들에게 한 번, 스크린을 향해 한 번 번갈아가며 허리를 숙인 다음 정신없이 순위석으로 이동했다.
“…….”
백기량이 순위석으로 이동하는 동안 백기헌이 잠깐 카메라에 잡혔다.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수도꼭지처럼 눈물을 줄줄 흘려 대고 있었다. 정말 저렇게 우는 사람은 처음 봤다.
[ㅋㅋㅋㅋㅋㅋㅋ방금 백기헌 피아니스트임? 너무 심하게 우는데?] [아 요즘 왤케 친근감 들지ㅠㅠ ㅋㅋ 자꾸 락페 뛰고 아이돌 콘서트 뛰니까 그러지 뭐. ㄱㅇㄱㅋㅋㅋㅋㅋㅋ] [천재 피아니스트가 내 덕질 동료라는 게 안 믿겨요]시청자들도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봤는지 웃음이 채팅창에 가득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얼마 이어지지 않고, 채팅창이 점점 이상 반응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6등, 5등, 4등까지 호명되었으니 1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나와 이화영을 제외하면 이제 딱 한 자리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 [┗ 아 거 조용히 좀 하세요. 독방 혼자 쓰나.] [하 미친 토할 것 같다. 애들은 ㅈㄴ 덤덤해 보이는데 우리만 이렇게 떨리지. 내새끼 데뷔 확정지은 팬들을 시샘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분개하고, 절망하고, 아파하고.] [님들은 드립 칠 기운 남아 있어서 좋겠다…. 도망쳐 여긴 불바다야] [길동이 현실적으로 데뷔는 어렵겠지 ㅠㅠ 그래도 수고 많았다] [┗ 아 빨리 퉤퉤 하세요 부정탐. 길동아 기죽지 마. 할 수 있다. 네가 제일 소중하다. 너는 한승범도 이길 수 있다.] [┗ ┗ 고길동 연습생과 합의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 ┗ 한승범을 이길 수 있다고 하면 어떡해… 우리 애지만 5초 컷 예상해본다…] [┗ ┗ ┗ 암만 생각해도 반박할 말이 안 떠올라서 너무 억울함] [죄송한데 고길동 팬들은 왜 여기서 예능 찍고 계신지]채팅창을 보며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동안 옳다구나 시간을 때우던 제작진들이 꾸역꾸역 다음 순위의 발표를 지시했다. 이제 거의 다 끝났다는 희망에 찬 양하준은 주먹을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 곳에서 주먹을 불끈 쥐곤 마이크를 들었다.
“다음 순서는 3위 연습생입니다. 해당 연습생은 정말 프로그램 시작 초기부터 지금까지 항상 변함없이 안정적인 순위를 기록했는데요. 우리 프로그램의 예능캐, 개그캐로도 크게 활약한 연습생입니다.”
“…….”
‘3위’, ‘예능캐’라는 말을 듣자마자 도유다가 입꼬리를 이상하게 움직이며 손가락을 집요하게 꼼질거리기 시작했다.
‘1위부터 3위는 프로그램 초반부터 견고하게 유지되었던 순위였으니까… 모르는 척하기가 힘들지.’
데뷔가 코앞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대심에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것 같았다. 속이 너무 투명하게 느껴져 이쪽이 다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이렇게 속내를 못 숨겨서야 나중에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지 참 걱정이 되었다.
“3위 연습생은 바로! 도유다 연습생입니다!”
“와아앗!”
팬들이 소리를 지르기 전에 소리를 꽥 지른 도유다가 팔을 번쩍 들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모습이 꼭 자기 꼬리를 물기 위해 빙글빙글 도는 멍멍 개 같았다.
“드디어 장기 연습생 탈출한다! SU 보고 있나요! 제가 해냈습니다!”
[유다 귀여웡 ㅋㅋㅋ 우쭈쭈 데뷔해서 좋아용?] [한승범이랑 니콜라스도 대단하긴 한데 우리 애도 쫌 한다. 우리 애가 3위 공무원이라니…. 이 기특 천재 강강쥐 어떡할 거임. 죽을개.] [역시 SU 개국공신 클래스 레지옹드] [아 오바 좀 쟤 저렇게 오바할 때마다 진심 역겨움… 카메라에 찍히려고 별짓을 다 하네] [┗ 하… 누구 죽이는 건 처음이라 떨리눈뎅 ㅠ… 칼 가져와.]도유다는 팬들의 발랄한 채팅을 쓱 읽어 본 후, 파하학 웃음을 터트리고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형, 저 먼저 가요!”
“오냐.”
그리고 도유다가 순위석에 착석하자 진지한 BGM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위 연습생 발표를 위한 빌드 업인 것 같았다.
“그러면 지금부터 1위 연습생의 발표를 진행하겠습니다. 1위 후보 연습생인 니콜라스 연습생과 한승범 연습생은 무대 앞으로 나와 주세요.”
양하준의 지시에 따라 이화영과 나는 나란히 무대의 앞에 서게 되었다. 그러자 MC가 차분히 대본을 읽었다.
“1위 연습생의 총 득표수는, 1,850,748표입니다. 이는 2위 연습생보다 417,169표 많고, 1,289,575표였던 저번 시즌의 최종 1위 연습생보다도 상당히 많은 득표수인데요. 역대 시즌 1위 연습생 중에서도 가장 많은 득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1위 득표수가 발표되고, 관객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번 시즌 최종 1위 연습생을 비롯하여 다른 시즌의 최다 득표자들과도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의 득표수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2위 연습생조차 저번 시즌의 1위 득표 수를 뛰어넘을 정도였으니 이번 시즌의 인기가 정말 상당하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Survive IDOL의 최종 1위 연습생은요!”
두두두둥.
긴장감을 고조하는 효과음이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었다. 사실 도유다와 마찬가지로 1위 연습생은 나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하지만 괜히 분위기를 그렇게 연출하니 사알짝 초조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관객들이 더 이상 숨을 참지도 못할 즈음, 제작진이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빨리. 한국인 빨리빨리.’
그리고 그에 맞춰 양하준이 소리쳤다.
“한승범 연습생입니다!”
“와아아!”
꽃가루 효과가 팡 터지는 소리, 관객들의 비명 소리가 한꺼번에 어우러져 고막을 울렸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양하준이 북받친 상태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한승범 연습생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프로그램이 끝나는 이날까지 완전무결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양하준의 멘트에 맞춰 스크린에 주차별 순위 변동 그래프가 나타났다.
[1위-1위-1위-1위-1위-1위-1위-1위]“대한민국의 모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합쳐 보아도 이런 기록은 없습니다! 연예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정상을 긁는 듯한 선명한 일직선이 보이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감탄을 뱉었다.
그리고 허탈한 듯 잠깐의 정적을 맞이하더니, 이윽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만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압도적인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스크린을 바라봤다.
“…….”
이것은 고작 첫걸음에 불과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정말 산더미같이 많이 남아 있었고, 그것이 모두 이번처럼 잘 풀릴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 감사한 줄 알아야지. 나 없었으면 버러지 같은 인생 살았을 게 뻔한데.
다만 확실한 것은, 나는 강혁우와 RH 엔터테인먼트의 도움 없이 이 자리를 쟁취해 냈다는 것이다.
[최종 1위: 한승범]그래, 나는 이 운명을 타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