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승멘] [승멘2] [승멘3] [ㅅㅁ4] [ㅅㅁ5]순위가 발표되자 채팅창이 모두 똑같은 말로 도배되고, 순위석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와다닥 달려와 내 품으로 한꺼번에 뛰어들었다.
“컥.”
“형, 축하해요!”
“축하해, 승범아. 정말 대단하다…….”
다행히 내 몸이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우강원이 서둘러 반대쪽을 받쳐 주었기 때문에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몸통 박치기의 충격으로 꼴사나운 소리를 내 버렸다. 정말이지 밖에서 보면 웃기기 짝이 없는 광경일 터였다.
‘이… 이 망아지 놈들.’
망아지와 똥강아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아이들은 그저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내 상태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으스러질 것처럼 나를 껴안았다.
“리다! 기다렸습니다!”
“승범아, 1등 축하해.”
“그래, 그래. 고맙다.”
절묘한 분배로 놈들의 머리를 공평하게 사사삭 만져 주고 있을 즈음,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이화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무표정이었던 딱딱한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그에 조금 놀라 멍하니 서 있자 놈이 작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축하해.’라고.
그리고 다시 고개를 휙 돌리고는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마 나를 축하해 주고는 싶지만, 후끈하게 달아오른 무리 사이에 비집고 들어오는 것은 싫었던 모양이다. 그냥 와서 같이 왁자지껄 떠들면 될 텐데, 고상 떨기는.
‘에휴, 저 사회성 없는 도련님을 어쩌면 좋냐.’
나는 내 주변을 둘러싼 똥강아지들 사이로 고개를 조금 빼 들고 녀석을 향해 일부러 크게 외쳤다.
“고맙다. 너도 축하하고!”
“오잉?”
“음?”
그러자 내게 붙어 있던 아이들이 의아해하며 다 함께 고개를 돌렸다. 아마 놈들도 멀리 혼자 우두커니 서 있는 이화영을 발견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데뷔로 인한 흥분감에 빨갛게 익었던 얼굴에 장난기가 조금씩 서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얼굴들에 분명한 장난기가 떠오른 순간, 도유다가 외쳤다.
“저 형 잡아!”
“허그는 서양의 문화입니다. 아십니까? Love and Peace. 얌전히 본인의 운명을 받다.”
“…싫어. 저리 가.”
똥강아지들이 우르르 몰려가자 이화영은 질색을 하며 주춤주춤 뒤로 몸을 물렸다. 하지만 멤버들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미 그들은 너무나도 큰 기쁨에 제정신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형도 2등 축하해요!”
“축하해.”
‘이제 이화영이 튕겨도 들은 척도 안 하는군.’
“들어, 들어! 던지자!”
“하지 마.”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패배하는 건 언제나 제정신인 쪽이었다.
“하지 마!”
“하하, 니콜라스, 걱정하지 마. 내가 잘 받아 줄게.”
우강원은 도유다나 젠과 다르게 제정신인 것 같았지만, 그냥 동생들과 놀아 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허허 웃으며 평온하게 헹가래를 도왔다. 아니, 거의 우강원 혼자서 이화영을 받았다고 보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얘, 얘들아. 그러면 큰일 나… 난 몰라. 난…….”
백기량은 본인이 그토록 무서워하던 이화영이 멤버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지 새하얗게 질린 채 손을 허우적거리며 놈들의 주변을 발발발 맴돌았다. 아마 죽음과 같은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이화영은 지금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잔뜩 혼란에 빠진 얼굴로 헹가래를 당하다가 겨우 지상에 착륙했다. 그리고 물에 닿은 고양이처럼 사지를 뻣뻣하게 굳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
“풉.”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놈은 내 웃음소리에 이 모든 일이 내가 연출한 상황임을 깨닫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비웃음을 머금은 채 그저 관망했다.
노려봐라, 노려봐.
간지럽지도 않다. 아하하.
“한승범 연습생, 1위 소감 한번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유다의 깜짝 카메라 리액션 이후로 가장 크게 웃고 있던 내게 양하준이 마이크를 건넸다. 나는 그에 바로 웃음을 지우고 준비한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분들께서 투표해 주셔서 정말 놀랐는데요. 항상 감사하다는 말 정도로는 제 마음을 모두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팬분들께서 주시는 사랑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정진, 또 정진하는 한승범이 되겠습니다. 저를 믿어 주신 팬분들과 SU 엔터테인먼트, 긴 시간 동안 함께해 준 연습생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긴 소감이 끝나자 현장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지고, 그에 맞춰 스크린의 채팅창 또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승범이랑 데뷔한다니까 걍 걱정도 안 되네. 내새끼 잘 부탁합니다 대장~!] [거의 신화를 썼네 ㄷㄷ 진짜 연예계에 이런 혜성 나타난 게 도대체 얼마만이냐.] [한승범이 가진 최고의 매력은 정말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걸 전혀 보이지 않게 만드는 부분인 듯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 그저 신….] [교주 사랑해] [한승범은 소감 말할 때 한 번도 안 우네 별로 안 감사한 듯 ㅋㅋ] [┗ 사형. 사유: 억까 멘트가 존X 뻔함] [┗ 자, 피의 축제다.] [┗ 죽여] [┗ 왜, 왜 아무도 안 말림?]대부분은 나의 데뷔를 축하하는 채팅으로 도배되어 있었지만, 가끔 비난이 섞인 채팅도 눈에 들어오긴 했다. 뭐, 그 조금 있는 것도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긴 한 것 같은데. 내 팬들의 솜방망이 펀치가 난무하는 채팅창을 두고 순위석으로 올라가자 양하준이 다시 멘트를 읽었다.
“지금부터는 마지막 데뷔 연습생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제작진들이 또다시 시간을 끄는 동안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 자리에 앉은 나는 아직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은 연습생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 사이에는 여전히 불안한 눈초리의 이단비가 주먹을 꽉 쥔 채 서 있었다.
‘엄청 긴장했군. 6위 자리에 젠이 올라가 버려서 순위가 많이 하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
중간 순위 발표 때는 주제가 무대의 효과로 6위로 올라갔다가 또 [학교종> 무대에서 눈에 띄었던 젠에게 조금 더 표가 몰려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간 것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금까지 호명된 연습생에 비해 남아 있는 연습생들은 개인 팬덤이 부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젠 외에 다른 연습생에게 밀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대중 픽으로 승부가 갈린다 생각하면 노력파 서사를 꾸준히, 그리고 가장 최근에 크게 터트렸던 이단비가 이기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으니까.
“데뷔 멤버에 합류할 마지막 연습생은요!”
아니나 다를까, 이단비를 보며 씩 미소 지은 양하준이 입을 열었다.
“7위, 이단비 연습생.”
“와!”
관객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이단비의 몸이 바닥으로 훅 무너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런 것 같았다.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이단비는 다른 연습생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순위석에 앉아 있는 나를 올려다보다가 이쪽을 향해 허리를 푹 숙였다.
‘왜 저래.’
나는 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냅다 손을 흔들어 줬다.
“이것으로 데뷔 연습생의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한 모든 연습생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그룹 이름의 발표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그룹 이름의 발표로 넘어간다는 말에 나는 카메라에 보이지 않도록 한숨을 푹 쉬었다. 어떤 개같은 이름이 나와도 별로인 티를 내서는 안 됐다. 이건 사회생활이란 말이다.
내가 표정 근육을 푸는 동안 전달받은 종이를 펼쳐 그룹명을 확인한 양하준이 씨익 웃었다.
“7명의 연습생들이 데뷔할 그룹의 이름은요!”
두두두둥.
북소리와 비슷한 효과음이 긴장감을 고조하며 흘러나왔다.
모두가 숨을 죽인 그 순간, 고개를 팟 치켜든 양하준이 외쳤다.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 ‘판테이온’입니다!”
“…오.”
“오?”
그룹명을 들은 멤버들이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그룹명은 다 에이징이 필요한 법이지.’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연습생들이 느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지, 그저 ‘오…….’만이 채팅창에 우수수 나타나고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는지 제대로 된 반응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교주 종교 ㅇㅈㄹ하면서 놀았더니 찐으로 신이 되어버림 ㄴㅇㄱ] [아 사이비 종교로 신고 당하는 거 아니냐고ㅋㅋ] [신을 영접하다] [그룹 이름 럭키세븐이라고 퍼트린 새끼 누구냐 대가리 박아] [그러면 애들 활동 신화 컨셉으로 가는 거임? ㄷㄷ] [┗ 과몰입 버튼 on] [┗ ┗ 그런데 세계관만 짜두고 노래는 또 별개로 내는 그룹 많아서… 일단 컨셉숏은 기대해볼 수 있겠지 ㄱㅇㄷ]‘개별로’, ‘구려’, ‘이름 누가’, ‘판테이온 이지X’ 로 채팅창이나 실시간 핫 키워드가 도배되지 않은 이상 일단 나름 선방했다고 봐도 괜찮을 듯싶었다. 나는 누가 들어도 별로인 이름이 아닌 것에 감사하며, 얼굴 근육을 느슨하게 풀었다.
뭐, 그룹명 때문에 될 그룹이 폭망하지는 않으니 괜한 걱정이었겠지만.
“팬덤명은 학문과 예술의 여신이자, 영감을 주는 존재를 뜻하는 단어이기도 한 ‘뮤즈’입니다!”
일단 팬덤명은 예쁜 것 같았다. 그럼 됐지, 뭐.
[어어 엄마 ㅋㅋ 지금 학문과 예술의 여신 집에 돌아갈게] [저는 그냥 판테이온 모시는 신관 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나보고 여신이래요. 제법 마음에 들었죠] [갑작스레 샘솟는 소속감 애들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팬들만 죄다 컨셉에 잡아먹힘] [형들을 위해서라면 여신도 될 수 있어] [┗ 아 ㅁㅊ 남팬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채팅창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동안 관객석의 어느 구역을 흘끔 보고는 하하, 하고 웃음을 흘린 양하준이 마이크를 들고 걸어갔다. 그리고 누가 봐도 헉할 만한 외관의 여성 두 명 사이에서 멈춘 그는 그들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물었다.
“그러면 그룹 이름 발표도 끝났으니 연습생들 부모님 소감을 들어 볼까요? 딱 봐도 니콜라스 화영 리 연습생의 가족인 것 같은 분들이 너무 눈에 띄어서 인터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니콜라스 연습생의 어머니와 누나분이시죠?”
그러자 두 여성 중 금빛 머리카락에 볼륨 있게 웨이브를 넣은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개인 통역사가 통역을 해 주기도 전에 하이 톤으로 외쳤다.
“Nicky!”
이화영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애교스러운 애칭에 나는 순간 사레가 들려 미친 듯이 기침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안 어울릴 수가.’
이화영 쪽을 흘끗 보자 놈은 무표정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귀를 하고는 고개를 홱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제 이름을 부르고 있는 가족들을 이기지는 못했는지 이내 작게 손을 흔들었다.
[하하! 너무 귀엽다. 또 부끄러워하네. 닉은 부끄럼쟁이야! 그래도 나는 네가 참 자랑스럽단다. 너의 데뷔를 진심으로 축하해!]그에 상쾌하게 웃음을 터트린 이화영의 어머니는 집 하나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의 핸드백을 응원봉처럼 마구 흔들며 이화영을 향해 블로우 키스를 했다.
마치 대현퀸조차 압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백이었다.
“네, 니콜라스 연습생 어머니의 파이팅 넘치는 응원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1위 연습생 부모님의 인터뷰를 들어 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관중석에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어디 계시죠?”
‘뭐?’
이화영의 가족들을 보며 웃음을 흘리고 있던 나는 양하준의 말에 바로 표정을 굳히고는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그들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또, 얼마 걸리지 않아 찾아낸 그들의 모습에 헛웃음을 뱉었다.
– 오지 마세요.
– 애초에 응원해 주지도 않았고, 눈엣가시로 여기지 않았습니까. 축하가 주목적이라면 받는 당사자가 기쁘지 않으니 오지 마세요. 저는 카메라 앞에서 지금껏 받아 보지 못한 사랑을 연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 지금까지 제가 감내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신다면, 오지 마세요.
“…….”
분명 오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그들이 있었다.
결코 일반인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장한 한재운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