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우리는 편집이 끝난 공식 주제가와 2회 방송분의 리액션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강당에 이동했다.
‘1회도 아니고 굳이 왜 2회에 리액션 촬영을 하는 거지.’
도통 제작진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있을 법한 이유는 1회는 모두가 지켜봤던 등급 평가이기 때문에 생략했다는 것일까.
강당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 앞에 모여 앉은 우리는 이미 선공개된 무대에 대중들이 열광했다는 것을 전해 들은 상태였기 때문에 기대감이 서린 마음으로 영상을 기다렸다.
“야, 너. 실시간 핫 키워드 봤냐? 그냥 싹 다 이화영이랑 한승범으로 도배됨.”
“진짜? 나는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근처에 앉은 연습생들이 소곤거렸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주워들은 도유다가 주섬주섬 태블릿을 꺼냈다.
“너, 여기까지 그걸 들고 왔어?”
“제 것이 아니라 제작진분들이 나눠 주신 거예요. 카메라 잠금 앱이 설치돼서 유출 위험이 덜하죠!”
“그럼 됐고.”
“와, 진짜네요. 1위부터 10위까지 형들 얘기로 도배됐어요. 사람들이 벌써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 망할 일은 없겠어요.”
태블릿을 몇 번 조작한 도유다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래?”
“네, 지금은 벌써 팬 계정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제작 발표회에 대포 카메라 들고 온 사람들 있었잖아요? 그분들도 있어요.”
“줘 봐.”
한 게 뭐가 있다고 벌써 팬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도유다가 건네준 패드를 보니 정말로 실시간 핫 키워드에 우리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상화그룹 아이돌] [SU 엔터테인먼트] [Survive IDOL] [Survive IDOL 수능남] [재벌남 조명남] [니콜라스 화영 리] [우강원 선수] [한승범 경국지색] [재벌 3세 아이돌] [본투비 아이돌 조명남]‘생각보다 더 화제가 됐네. 아직까지도 키워드를 도배했어.’
“진짜네. 다 우리 얘기야.”
“그쵸? 형은 무려 센터고, 니콜라스 형은 집안 사정이 너무 충격적이니까요!”
이화영과 내가 우선 화제를 끌어모을 것은 알고 있었다. 특히나 이화영은 아이돌 역사상 단 한 명도 없었던 재벌 3세였으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흘끔 이화영의 뒤통수에 시선을 주자 귀신같이 눈치챈 놈이 빙글 돌아 싱긋 웃고 손을 흔들었다.
“으엑.”
‘무서워 죽겠네. 눈치가 왜 이렇게 빨라.’
여전히 소름 끼치는 놈이었다. 재벌들은 원래 다 저렇게 맛탱이가 간 건가?
다급히 눈을 피하고 핫 키워드를 다시 살펴봤다.
‘조명남은 도대체 뭐지.’
대체로 예상했던 키워드들 가운데 뭔가 이상한 게 끼어 있었다. 그것에 의문을 가질 즈음 스크린에 팟 불이 들어왔다.
두둥!
효과음이 울려 퍼지자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연습생들이 자세를 고쳐 앉고 스크린을 올려다봤다.
[77명의 연습생 중 단 7명의 연습생이 살아남는 서바이벌 아이돌 프로젝트 Survive IDOL! 그 공식 주제가를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효과음과 함께 등장한 MC 양하준이 공식 주제가의 무대 앞에서 서 소개 멘트를 했다. 그리고 슬롯머신이 차르륵 돌아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의 아이돌에게 베팅하세요!]– 쟁취할래, 빛나는 나의 꿈을!
Born to be IDOL. That’s me!
반주 없이 리버브가 걸린 내 목소리가 바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다른 연습생들이 정면으로 카메라를 보고 있는 컷들이 등장했다.
– 나의 모든 가능성을 바칠게
걱정은 접어 둬. 두려움만 생길 뿐이니까
Born to be IDOL. That’s me!
프로그램의 주제가인 만큼 그 이후로는 개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일은 없었다. 연습생 전원의 노래는 합창처럼 귀에 꽂혔다.
‘물론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크게 들어간 목소리는 있지만.’
역시 예상했던 것처럼 도유다의 청량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를 중심으로 나와 이화영 그리고 기타 노래가 능숙한 다른 연습생들의 노래를 섞은 느낌이 났다.
도유다는 이미 감격에 겨워 눈물이 고인 상태였다.
“허으어어. 우리 너무 멋있는 것 같아요.”
“응.”
‘나쁘지 않네.’
조금은 저렴한 느낌이 났지만 제대로 중독성을 노리고 만든 곡인 만큼 입에 착착 감겼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다.
노래가 끝나고, 박수를 칠 새도 없이 엔딩 샷이 시작됐다. 엔딩 샷에 등장하는 연습생은 우강원, 이화영, 도유다 등 대체로 얼굴이 반반하고 방송 분량이 많을 것 같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설마 나, 엔딩 요정 제외당한 건가.’
꽤 여러 명의 연습생들이 지나갈 때까지 내 얼굴이 나오지 않기에 당황하던 찰나에 바로 내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나왔다. 아마 마지막 순서인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이상해 보이지.’
뭔가 요상했다.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니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연습생들은 땀도 흘리고 숨이 차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그대로 찍혔는데 나만 무슨 초월적인 존재처럼 혼자 뽀송뽀송하고 호흡도 안정적이었다.
아, 물론 괴물 같은 체력인 우강원도 멀쩡했다.
‘안무가 숨이 안 차는데 뭐 어떡해.’
억지로라도 숨을 몰아쉬어서 열심히 한 티 좀 낼 걸 그랬다.
“이여어어얼!”
“훠우우! 잘생겼다!”
내 얼굴을 본 연습생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쟤가 엔딩 요정인가?”
“진짜 요정이네…….”
“잘생겼다, 진짜. 너무 부러워.”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 얼굴이 가득 담기도록 화면이 클로즈업됐다. 그리고 조명이 얼굴을 정면으로 비춰 눈부심에 눈살을 찌푸렸다가,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조명남이 나였군.’
진짜 별거 없었다. 그냥 눈부셔서 웃은 사람이었다. 특이 사항을 말하자면 얼굴이 잘났다는 것일까. 아마 다른 연습생이었다면 NG로 분류되어 편집됐을 것이다.
“천사 같다…….”
“저렇게 생겨야 연예인 하는 건가.”
“저래서 조명남 난리가 났구나.”
영상이 끝나자마자 연습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강당 안이 순식간에 시장판처럼 떠들썩해졌다.
“나도 S등급 연습실 좀 가 볼걸. 쟤네 실물 구경 좀 하게.”
“어디 있어? 지금도 여기 같이 있는 거 아냐?”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던 연습생들이 비둘기처럼 고개를 치켜들며 나를 찾으려 했다.
하지 마.
곧이어 메인 피디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들렸다.
“네, 공식 주제가 영상은 시청했고, 지금부터 아직 방송되지 않은 2회 리액션 촬영하겠습니다.”
다시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고 럭키 센터의 모습이 보였다.
[[두근두근 럭키 센터의 첫 아침>]자막과 함께 기상음에 재빠르게 일어나는 우강원과 아직 눈도 못 뜬 내가 2분할로 나왔다.
[[군필 형아> [아기>]‘미친 거 아니야?’
나한테 아기라고 자막을 달아 놨다.
충격에 입을 떡 벌리고 있던 중 갑자기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쿠당탕!]‘아, 저때 도유다가 침대에서 굴러떨어졌지.’
침대에 하반신만 걸치고 널부러져 있는 도유다의 위에 자막이 나타났다.
[[아기22>]그리고 비몽사몽 한 내가 다가가 도유다를 일으켜 세우는 장면까지 나왔다.
[[그래도 내가 형이니까 챙겨 줘야지>]“아 저때 형이 챙겨 줬어요? 하핫! 이거 참 부끄럽네!”
“…….”
뒤통수를 긁적거린 도유다가 쑥쓰러워하며 내 등을 퍽 쳤다. 가만히 있어 봐라. 나 지금 충격이 매우 심하니까.
그 뒤로는 다른 클래스의 기상 장면과 웃기는 장면이 지나가고, 강당에서 주제가를 익히는 우리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안 나오는 장면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간 점검 겸 등급 재평가까지 여러분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하루입니다. 2절까지 모두 끝내주면 됩니다.]“아, 저때 진짜로 놀랐어. 거짓말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잖아. 거짓말인 줄 알았으면 포기하지 말고 연습한 티라도 낼걸.”
제이의 말에 그날의 악몽을 또다시 떠올린 연습생들이 머리를 붙잡았다.
[[위기의 연습생들>] [[그런데 혼자 여유로운 사람이 있다?>]연습실에서 버벅거리며 춤을 추는 연습생들의 모습이 나오고, 물음표와 함께 검은 동그라미로 얼굴이 가려진 채 순조롭게 안무를 체크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갈 길 가던 도유다와 우강원을 잡아다가 질질 끌고 와 안무를 가르치는 장면까지 이어졌다.
[형, 조금은, 조금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요!]도유다의 비명과 함께 내 얼굴이 공개됐다.
[[한승범(20)/명예 트레이너(특: 안무 30분 만에 다 끝냄)>]“엥.”
[잘생긴 놈들 셋이서 몰려 다니니까 좀 킹받기는 하더라고요. S급 1호실 적폐 청산해 주세요.]다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하게 얼굴이 모자이크된 B등급 연습생의 인터뷰에 연습생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방송이 저렇게 나갈 줄은 몰랐는데. 나쁜 건 아니니 그럭저럭 넘어가기로 했다.
[우와, 저 형 봐. 벌써 안무 다 끝났어.] [가르쳐 달라고 할까?]그리고 S클래스 연습실에 놀러 온 나이 어린 연습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쑥덕거리는 장면이 이어졌다. 도유다를 보컬 연습실에 쑤셔 넣고 돌아온 내 머리에는 어느덧 교관의 빨간 모자가 CG로 올라와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킨 병아리 1번이 내게 다가갔다.
[형! 저랑 같이 연습해요.] [왜? 뭐 모르는 거 있어?] [아니요. 그냥 더 잘하고 싶어서 형이랑 연습하려구요. 저 열심히 할게요.] [기특했습니다. 열심히 하려고 하고. 그래서 죽도록 연습시켜 줬습니다. 제가 가르쳤는데 혹평 들으면 참을 수 없으니까요. 예, 용납 못 합니다.] [[무, 무섭다>]인터뷰를 하는 내 뒤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CG가 나타나고, 흰자위를 살벌하게 희번덕거리는 컷과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효과음이 나왔다. 왕자님 같은 캐릭터를 기대했는데 어째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건 인정할 수 없다.’
악마의 편집이다. 나는 이용당한 거다.
“이야, 제작진분들이 캐릭터를 끝내주게 잘 파악하셨네.”
“승범이가 저런 면이 있긴 하지.”
“무서워! 도깨비! 그만 혼내!”
도유다가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다른 연습생들은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해야 해, 저거. 나는 도통 이해가 안 돼.”
카메라 감독이 내 말에 의자 아래에 숨어 버린 연습생들과 혼자 스크린을 노려보는 나를 찍고 유유히 사라졌다. 도대체 어디에 써먹으려고 찍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곧이어 우강원과 병아리 1번을 연습시키는 장면이 이어졌다.
[[광기 트레이너와 희생자 2人>]가르쳐 달라고 쫓아다녔던 다른 연습생들은 모두 편집당하고, 병아리 1번만 집중적으로 방송에 나온 걸 보니 S급에 올라온 병아리 1번의 서사를 만들어 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모든 연습실의 타임 랩스가 지나가고, 바로 등급 재평가 시점으로 영상이 전환됐다. 그리고 트레이너들의 말장난이 꽤 긴 시간 동안 나오는 걸 보니 아이돌을 트레이너로 뽑은 효과를 톡톡히 노리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평가의 첫 번째 순서로 등장한 건 나였다.
[몇 퍼센트 했는지 먼저 말해 주세요.] […100퍼센트요.]트레이너들과 내 머리 위에 물음표가 뿅뿅 나타났다.
[[일부러 못 하는 과제 내준 사람들> [근데 다 해 온 사람>]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 상황>]그리고 우주 배경이 합성되어 우리의 몸이 빙글빙글 돌았다. 허접한 CG였다.
[그럼 시작해 보세요.]어이없다는 듯 트레이너가 손짓을 하고, 곧이어 노래와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나와 목덜미를 잡고 생각을 포기한 트레이너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자신 있었습니다. 만약에 완벽하게 못 했으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설픈 무대는 싫습니다.] [[잠은 자면서 연습하셨나요?>] [아니요. 아직 안 죽었으니 괜찮다고 봅니다.]인터뷰와 함께 또 내가 살벌하게 웃는 컷이 삽입되었다.
‘아, 저거 왜 자꾸 쓰는 거야.’
다음은 병아리 1번이 등장했다, 실제로 평가가 진행된 순서와는 달랐지만, 재미를 위해 그렇게 배치한 것 같았다. 평가실에 들어가기 전 불안감에 뒤를 돌아보는 병아리 1번과 고개를 끄덕여 주는 내 모습이 나왔다.
‘저건 그냥 도유다 말에 대답한 건데.’
방송국 놈들이 별걸 다 짜깁기로 넣어 뒀다.
곧이어 나와 함께 연습하는 장면과 평가 장면이 교차되어 흘러나오고, 만족스러운 듯한 트레이너들의 모습으로 훈훈한 연출이 펼쳐졌다.
그리고 삐약 효과음과 함께 병아리 1번의 인터뷰가 나왔다.
[승범이 형이 많이 도와줘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 감사합니다.]‘오냐.’
저러고 S등급에 올라올 수 있었으니 제법 괜찮은 수확이었다. 고개를 만족스럽게 끄덕이니 카메라 감독이 또 나를 찍어 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습생은……>]거의 개그콘서트 수준으로 평가 무대를 망친 연습생들과 빵빵 터지는 트레이너들이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심각한 분위기의 BGM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갓 태어난 족제비처럼 벌벌 떠는 연습생과 프릭이 나왔다.
[백기량 연습생.] [네!] [인사 제대로 안 합니까! 시청자분들이 다 보게 될 텐데?]카메라 앞에서 정면을 응시한 채 돌처럼 굳어 있던 연습생이 갑작스러운 고함 소리에 퍼드득 놀라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보컬로 들어와서 춤은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긴장해서 인사도 까먹었네. 프릭과 상성은 최악이군.’
S등급의 연습생이었다가 강등당한 줄은 알고 있었는데, 설마 저런 상태로 평가 무대를 봤을 줄은 몰랐다.
[아! 죄, 죄송합니다.]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연습생이 작은 목소리로 한 박자 느리게 대답했다.
[국민 여러분께 사과 그렇게 할 겁니까? 너는 그냥 예의가 안 됐네. 사람이 준비가 안 됐어. 그냥 집에 가라, 넌.]‘국민 여러분 아무 생각도 없었을 텐데.’
만약 편집이 귀엽게 되면 긴장해서 인사를 까먹어버린 연습생으로 개그 포인트로 넘어갈 수 있을 일이었다. 그냥 본인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않아서 기분이 나쁜 건데 국민을 위해서 그런 것처럼 여론질을 하려는 것이 뻔히 보였다.
저것은 정당한 분노가 아니었다. 내가 화가 나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나의 권위를 감히 무시하는 놈을 어떻게 찍어 누르는지 카메라 앞에서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이 똘추 같은 연극에 넘어가는 대중이 있는 거고. 머리 좀 굴렸네.’
매일같이 위기를 맞이하는 연습생보다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트레이너에게 자아를 위탁하는 건 생각보다 편한 일이다. 최소한의 감정 소모로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라고나 해야 할까.
동조하는 머저리들이 생기면 프릭은 나름 여론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백기량을 동정하겠지만, 그렇다고 프릭을 완전히 배척하지는 않을 테니까.
[죄송합니다…….]백기량이 다시 한번 ‘진정한 사과’를 하며 허리를 숙였다. 낯빛은 이미 창백하게 변한 상태였다.
‘멘탈이 무너진 것 같군. 본실력을 내기에는 무리가 있겠어.’
예상했던 것처럼 백기량은 긴장감에 뻣뻣해진 몸으로 등급 평가 때보다 훨씬 부족한 무대를 마쳤다.
[거봐요.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기본적인 인사도 못 하는 사람은 다른 것도 다 형편없어. 등급 내려갈 줄은 알고 나가세요. 아주 자알했으니까?]프릭이 이죽거리는 장면이 지나가자마자 B등급 종이를 펼쳐보는 백기량과 숙소의 방을 옮기는 장면이 이어졌다.
[제가 많이 부족해서… 프릭 트레이너님이 화가 많이 나셨던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제가 정말 큰 실수를 했는데, 어떻게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던 백기량은 점점 감당이 안 됐는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눈가를 소매로 훔쳤다.
[[한편 등급이 상승한 연습생은?!>]그리고 병아리 1번의 손이 등급 결과 종이를 펼치는 순간과 리액션이 풍부한 연습생의 놀라는 얼굴을 마지막으로 영상으로 2회 방송분이 끝났다.
“…….”
영상이 끝나도 굳은 표정을 푸는 연습생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이화영까지 불쾌함을 만면에 드러내고 있었다.
백기량은 원래부터 마음이 여린 편인지 차갑게 식은 공기 속에서 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카메라가 그를 찍고 있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았다.
‘…재미있네.’
머리가 차가워졌다.
이제야 짐작이 갔다.
제작진들이 굳이 2회차의 리액션을 찍으려고 했던 이유를.
프릭은 2회차의 방송을 통해 1회차에서 나와 제이에게 휘둘렸던 이미지를 덮고, 한순간에 연습생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놈의 분노가 합당하지 않은 이유였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부터는 프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연습생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것이다.
제작진들은 다소 풀어진 분위기였던 연습생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해 일부러 이것을 보여 준 것 같았다.
뻣뻣해진 목을 움직이니 우드득 소리가 났다.
‘커리어 중, 영향력 하, 팬덤 하, 실력 중상. 보아하니 머리도 잘 안 굴러가는 것 같고, 분노 조절도 못 하고. 대충 어그로 끌기에는 적합해 보이는데… 초반부터 너무 나대서 이제는 더 할 것도 없어 보이네.’
이제 프릭에게 가치는 없었다.
놈이 더 이상 설치는 것은 걸리적거릴 뿐이었다.
방해되면 치워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