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나에게는 계약부터 시작하여 데뷔 준비를 위해 몰아치는 일들을 소화하면서도 따로 준비하고 있던 일이 있었다.
– 내가 전화 걸면 착신음 3번 전에 받아. 나오라면 재깍재깍 나오고.
바로 박상중을 털어서 RH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정보를 빼내는 것이었다.
그래, 나를 계단에서 떠밀었던 RH 엔터테인먼트 출신 연습생 말이다.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나는 박상중을 닦달하며 꾸준히 RH 엔터테인먼트 내부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었다.
– [나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다시는 안 그럴게. 정말 반성하고 있어. 이제 나 좀 용서해 주라.]
– [어, 안 돼.]
– [진짜 계속 이럴 거야?]
– [어.]
안타깝지만 나는 한승범의 몸을 골로 보낼 뻔했던 놈을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 착한 사람이 아니었고, 한번 약점을 잡은 놈들은 영혼까지 털어먹는 성실함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인연 영원히, 영원히.
‘나한테 그딴 짓을 저지른 놈을 뭐가 예쁘다고 봐줘. 뒤질 때까지 혹사해 주마.’
박상중이 강혁우에게 버림받은 후, RH 엔터테인먼트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고, 일개 연습생이 알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인연들을 쥐어짜서라도 정보를 얻어 오길 종용했다.
‘별 볼 일 없는 정보라도 그게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또 아무도 모르니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지.’
RH 엔터테인먼트는 강혁우와 그 측근들이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해서 연습생들과 소속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조차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을 정도로 정보가 특히나 정보가 폐쇄적인 회사였다. 따라서 박상중이 엄청난 정보를 내게 안겨 줄 것이라는 상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내가 박상중에게 원했던 것은 연습생이기에 비로소 알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가령, 내부 연습생들의 인원 변동이나 회사 직원들의 상태 같은 것들 말이다.
– 김새명이라고 아쉽게 최종 데뷔 멤버에 합류하지 못한 연습생 있었잖아, 계속 상위권이었던. 그 친구가 RH 엔터테인먼트에 드나드는 걸 봤다고 하더라.
– 다들 엄청 예민해졌어. 데뷔조에 있던 연습생들을 몇 명 방출하기도 했고.
나는 박상중의 말을 듣고, 김새명이 지금 소속사와 계약을 끝낸 후 RH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하려 드는 것임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미 꽤 인지도도, 인기도 있어 여러 기획사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는 김새명을 꼬시기 위해 강혁우가 꾀한 수는 뻔했다.
‘대충 곧 데뷔시킬 새로운 그룹을 보여 주면서 거기에 바로 넣어 주겠다는 제안을 했겠지.’
김새명은 꽤 나이가 찬 연습생으로 지금까지 머물렀던 회사에서 몇 번이고 데뷔가 무산되었던 적이 있다고 했었다. 녀석의 경우, 군대 문제도 있고 또다시 눈앞에서 데뷔를 놓쳤으니 하루빨리 데뷔를 하는 게 간절한 상황일 터였다.
강혁우는 그 간절함을 눈치채고 김새명에게 손을 내민 것으로 보였다.
‘연습생 물갈이는 김새명이 합류할 그룹의 멤버 선정을 모두 마쳤기 때문에 했을 가능성이 커. 거기에 들지 못한 연습생을 굳이 남겨 둘 필요가 없어진 거지. 그룹을 하나 데뷔시키고 나면 또 몇 년간 새로운 그룹은 내지 못할 테니까 나이가 찬 연습생들은 내보내는 거야.’
그리고 연습생들의 인원 변동은 새로운 그룹을 데뷔시키기 전, 기획사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행동이었다.
나는 박상중이 준 여러 가지 단서를 통해 RH 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운 그룹을 준비하고 있고, 그것의 데뷔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추론해냈다.
‘새 그룹이 조만간 데뷔를 한다면 판테이온과 활동 시기가 겹칠 수도 있겠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건 그쪽도 마찬가지인가.’
그렇게 될 경우, 새로 데뷔하지 못하는 그룹의 옆에는 강혁우의 가까운 수족이 붙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강혁우는 프리즘처럼 초반에 멤버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테니까.
그 인물을 회유하든 약점을 잡아서 협박하든 계속 파고들다 보면 내 유서를 숨긴 사람을 찾아내고, RH 엔터테인먼트 내부를 서서히 침식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그룹 멤버들과 친분을 쌓아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우선 시작은 거기서부터였다.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무너트리겠다.
강혁우가 눈치채지도 못할 사이에.
‘…참 복잡하게도 돌아가야 하는군.’
RH 엔터테인먼트 내부의 정보를 얻고 싶다면 프리즘 멤버들을 통해 얻으면 되지 않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려웠다.
프리즘은 처음부터 강혁우가 아닌 나의 말을 가장 우선시하며 내게 가장 큰 신뢰를 주는 놈들만 한가득인 그룹이었다. 멤버들의 약점을 잡고,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시도했던 것은 아마 그것 때문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프리즘 멤버들을 통제할 자신이 없으니 본인도 계속 무리수를 반복했던 것이다.
강혁우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프리즘 멤버들은 끝까지 서유태 외의 다른 사람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니까 프리즘 멤버들에게 지금까지 본인의 사업을 꽁꽁 숨긴 것이겠지.’
의심이 아주 많은 강혁우가 끝까지 본인을 따르지 않는 프리즘 멤버들에게 스스로 약점을 드러낼 리가 없었다. 프리즘 멤버들은 강혁우의 약점을 발견하면 순식간에 판을 뒤집어 우위를 차지하려 들 테니까. 부상을 겪은 후로 심리적으로 매우 위태로웠던 조인찬의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강혁우의 의도대로 프리즘 멤버들은 강혁우가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어. 강혁우가 주도했던 불법적인 거래와 조폭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겠지.’
“…….”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강혁우는 다른 프리즘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비협조적이었던 내게 해당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숨기려 들었다. 그리고 나는 강혁우가 판매했던 불법적인 것에 흥미를 느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강혁우의 업장에 드나든 기억도, 수소문을 한 기억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조폭과 불법 거래의 존재를 알 수 있었을까?
도대체 누구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그 사람은 무사히 잘 지내고 있는지, 그것을 떠올리고 싶었는데 또다시 기억에 공백이 있었다.
나는 지끈지끈 울리는 두통을 참으며 눈을 감았다.
* * *
잠깐의 수면으로 몸과 정신을 회복시킨 내가 향한 곳은 판테이온과 계약을 맺은 회사, POX 엔터테인먼트의 회의실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데뷔 준비를 진행하기에 앞서 대략적인 콘셉트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회의가 한참 진행되고 있던 중이었다.
“사실 어떤 콘셉트와 관련된 그룹명은 활동을 단조롭게 만들고 그룹의 수명을 단축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지만, 여러분은 기간이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 그룹이기 때문에 한번 모험을 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판테이온이라는 이름을 선택하게 됐어요. 처음 들었을 때 많이 놀라셨죠?”
건너편에 앉아 있는 기획사 직원들 중 안경을 쓴 사람이 말을 꺼내자 이단비가 똑부러지게 대답했다.
“네, 사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 위해서는 캐주얼 콘셉트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룹명이 ‘판테이온’이면 아무래도 획일화된 콘셉트로밖에 활동을 못 하니까요.”
이단비의 말을 들은 직원은 훗, 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꽤 하는데’ 같은 표정을 0.01초 정도 짓더니 약지와 검지로 안경을 슥 치켜올리고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단비 씨가 말해 준 내용은 사실이에요. 확실히 이지 리스닝에 콘셉트보다는 노래가 중심에 있는 활동이 대중의 관심을 얻기 적합하죠. 하지만 저희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대중성은 이미 걸 그룹들이 꽉 쥐고 있는 상태라 캐주얼 콘셉트로 활동을 한다고 해서 그게 의도했던 만큼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어요.”
‘…기묘하다. 정말 기묘하다.’
사실 나는 헛소리나 지껄이는 직원들이 너무 많았던 RH 엔터테인먼트에서 구르다 왔기 때문에 꽤 신경을 곤두세운 채 이 회의실에 왔다. 별 같잖은 소리나 하면 다 엎어 버릴 생각까지 하고 왔는데… 어째 직원이 우리보다 더 과몰입을 한 것 같았고,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주었다.
높으신 분이 와서 ‘하하, 내가 여기 껴 있어 봤자 도움도 안 되는걸’이라며 인사만 하고 돌아갔을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이 회사, 범상치 않다.
직원들 모니터에 아이돌 굿즈가 덕지덕지 붙어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애매한 상태로 머무를 바에야 특이한 콘셉트로 입소문을 내고 입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리고 기존 팬들의 뽕을 채워 줄 수 있는 활동을 정말 제대로 준비해서 이어 가 보자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저 여성은 어째서 말끝마다 안경을 고쳐 쓰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일단 그것은 미뤄 두기로 하고 나는 입을 열었다.
“활동 기간이 짧으니 일종의 프로젝트처럼 활동을 이어 가는 건 괜찮은 것 같습니다. 대신 단조로움을 줄이기 위해서 수록곡들은 좀 메인 콘셉트와 완전히 다른 콘셉트로 내고 더블 타이틀까지는 아니지만, 뮤비나 무대도 진행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떠냐, 이건 반대할 텐가?’
혹시라도 직원들이 반박할 경우, 무어라고 반박할지까지 전부 생각하고 뱉은 말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좋은 의견인 것 같아요.”
“최대한 그렇게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무대 같은 경우는 방송국과 협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확인해 보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뮤비까지는 저희 선에서 진행할 수 있고요.”
“메인 콘셉트과 구별되게 서브 콘셉트에 이름을 부여하는 건 어떨까요? 조금 더 구분감이 들고 팬분들도 재미로 넘기실 수 있도록요.”
‘엥.’
냉큼 내 말에 맞장구를 쳤고 심지어는 한술 더 뜨기까지 했다.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추진력에 멍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간과했던 게 있었다. 어느 회사든 무능한 놈들만 한가득 모여 있었다면 K-POP 산업이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 업계를 사랑하는 게 비단 나 같은 놈들만 있을 거라고 단정해서는 안 됐다.
이 사람들도 본인들의 방식으로 이 업계에 진심인 것이다.
‘그래, 이게 회사지.’
나는 박수라도 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말했다.
“제대로 준비한다고 하면 그리스 로마 콘셉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아요. 그리고 멤버분들만 괜찮으시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다함께 신화 콘셉트에 대해 상의를 했으면 해요.”
그 말과 함께 빔 프로젝터에 깔끔한 PPT가 올라왔다.
“그룹 이름이 발표된 이후로 팬분들께서 콘셉트 관련해서 올리신 궁예 글을 되게 많이 올려주셨거든요. 그중에서도 많은 팬분이 공감하거나 여러 사람이 겹쳐서 말하는 걸 가지고 와 봤는데,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이니 안 어울리는 부분이 있다면 가감없이 말해 주세요. 우선 첫 번째로 센터인 승범 씨부터 확인해 볼게요.”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PPT에 SNS의 글들이 캡처된 사진이 나타났다.
[대장은 제우스지] [신들의 왕 당연히 교주 자리 아닌가요?]가장 많은 사람들이 나를 대상으로 지목한 신은 제우스였다.
이미 포지션이 팬들에게 공개된 상태였고, Survive IDOL을 촬영하면서 보인 이미지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납득이 가는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즈음, 직원이 PPT를 넘기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은 두 번째로 많이 지목됐고,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신이에요.”
[당연히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아님? 님들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임] [승프로디테 가보자고 ㅋ] [한승범 얼굴이 개연성아닌가요?]“…아프로디테?”
멤버들 사이에 정적이 맴돌았다.
“하지만 형은 남자잖아…….”
도유다의 아련한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도대체 왜 당연한 소리를 그렇게 자신 없게 하는 거냐.
“아프로디테로 가면 머리는 계속 금발로 유지해야겠죠? 그러면 숍에 미리 콘셉트 전달해 둬야 해요.”
“아프로디테는 유명한 명화가 있으니까 연출할 거리가 꽤 많은 것 같지 않나요?”
직원들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나를 아프로디테로 만들기 위한 준비에 현실성을 더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평온함에 경악하며 입을 뻐끔거렸다.
‘이게… 판단 보류의 원리인 건가? 이게 맞나?’
세계 최초 남자 아프로디테의 등장에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맙소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