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와 RH 엔터테인먼트 신인 그룹에 서유태 짝퉁 있음 ㄷㄷ]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 글을 내려다보았다.
해당 게시글은 업로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베스트 글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었다. 이미 글을 읽어 버린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 글이 SNS나 너튜브 같이 많은 대중이 사용하는 플랫폼에 올라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터였다.
그리고 그것은, 프리즘 멤버들 또한 이 일을 알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최악이군.’
프리즘 멤버들은 겉으로 멀쩡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듯해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다들 무엇도 극복하지 못했으며, 아직까지도 내가 남겨 둔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채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단 말이다.
이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상처를 헤집는 짓과 다를 바가 없었다.
“후…….”
울렁거리는 마음을 겨우 가다듬은 나는 무거운 숨을 뱉고, 그 게시물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약간 사나운 인상의, 어깨선을 살짝 넘길 정도의 긴 머리카락과 큰 체격을 가진 남자가 찍힌 사진이 있었다.
[(사진) 이번에 RH 엔터테인먼트에서 프리즘 이후로 처음 만든 보이그룹인데 멤버 구성 레전드임 여기 센터 진짜 서유태랑 비슷한 느낌 아님?]정말 누가 봐도 단번에 나를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김새였다. 그리고 심지어 그 사진의 포즈와 구도, 분위기는 나의 데뷔 앨범 뮤비의 썸네일과 아주 비슷했기 때문에 나를 따라 했다는 것은 아주 명백했다.
나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몰려온 섬뜩함에 그만 핸드폰을 놓칠 뻔했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따라 해도 소름이 돋는데 이미 죽은 사람을 따라 하는 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짓 아닌가.
[와…… 아니 유출된 데뷔멤에 김새명 있다고 해서 봤는데 센터가 김새명이 아닌 거임 그래서 존나 뭐지 싶었는데 ㄹㅇ 서유태처럼 꾸며놓은 애를 데려다 놨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뭐 제 2의 서유태 그런 거 노리는 거임?] [나 쟤랑 같은 학교 나왔는데 저 기획사 들어가기 전까지는 저런 스타일 절대 아니었음 피부도 서유태랑 다르게 완전히 하얀 편이었고 얼굴도 눈매 사나운 거 빼고는 별로 안 닮았는데 지금 스타일링 때문에 비슷한 느낌 드는 거야. 실물 보면 다 뽀록날듯] [이건 빼박 노린 거네 서유태같은 스타일이 어디 흔한 것도 아니엇는데 이렇게까지 비슷하게 똑같은 회사에서 내는 거면 솔직히 부정 못하잖아] [연예계에서 잘나가는 애 스타일 따라하는 일이 한두번 있는 것도 아니고 ㅈㄴ 호들갑 떠네] [┗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자나 ㅋㅋㅋ 죽은지 아직 1년도 안 됏는뎅] [그냥 RH상 아님?] [┗ RH 취향 투명하긴 함 서유태랑 그렇게 물어뜯고 사이 안 좋았으면서 결국 서유태 같은 애를 또 원하고 있는 게…] [┗┗ 서유태는 진심 올타임 레전드였다……. 인성이고 나발이고 아무리 많이 까여도 그건 진짜 확실했음.] [┗ 대가리 빼놓고 빠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뒤지면 뭐 저지른 죄게 없는 게 됨? 자기 아빠 죽인 새끼 올려치기하는 거 보면 역겨워 죽겠네 RH도 범죄자 따라하는 컨셉으로 신인 내보내고… 니네 뭐하냐?] [┗ ┗ 말하는 거 보면 누가 유죄 판결 받은 줄 알게써 ㅎ 서유태한테 맞은 적이라도 있냐? 왤케 부들거림? 등신들 모인 커뮤에서 혼자 깨끗한 척하는 거 보니까 좀 웃기넵;;] [┗ ┗ ┗ 알리바이도 없어, 범행 동기도 명확해 빼박 서유태인데 그 와중에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 내려진 거잖아 맨날 갑부새끼들이랑 어울려 다니는 새끼가 돈 써서 증거인멸했을지 어떻게 아냐] [┗ ┗ ┗ ┗ 나 세라 1기인데 개답답해서 말함 서유태가 어울렸던 갑부새끼는 한명이고 ㅋㅋㅋ 그때 ㅇㅅㅎ 개인적인 일때문에 해외 엄청 왔다갔다 하느라 바빴는데 뭘 손을 씀;; 아무것도 모르면 입을 좀 다물고 있어라 좀 멍청한 티 나니까] [┗ ┗ ㅅㅇㅌ 아빠 쓰레기긴 했잖음 솔직히 죽어서 다들 속 시원하다고 생각했을걸? 그때 뉴스 댓글만 봐도 이런 새끼는 죽여야 사회에 도움이 된다 이런 소리 많았잖아 대한민국 법 존나 이상해서 고구마 처먹는 거 하루이틀이냐고~ 구제 불가능한 쓰레기들은 죽어야 사회에 도움이 됨 ㅇㅇ]당연히 해당 글의 댓글창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RH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에 대해 날카로운 말들을 뱉고 있었다.
‘오히려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 대담하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었던 건가.’
만약 살아 있는 사람을 모방했다면 계속 변화하는 오리지널의 모습에 휘둘릴 수 있었고, 본인이 대놓고 불쾌감을 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미 죽어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못하는 상태였고, RH 엔터테인먼트는 서유태의 프로듀싱에 일조했다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이 미친 새끼들이…….’
RH 엔터테인먼트는 내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회사는 내가 하려는 것들을 반대하고 훼방 놓기만 했을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단 말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그 정도의 속사정까지는 모를 테니 ‘서유태의 스타일’이 아닌 ‘RH 엔터테인먼트의 유구한 취향’이라는 핑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생판 남인 사람에게 내 겉모습을 뒤집어씌우는 짓을 벌였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싶었지만, 내가 강혁우의 목적을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화제성을 위한 거겠지. 유출된 사진이 앨범 재킷 사진인걸 보면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데뷔 시기가 판테이온과 겹치는 거야. 김새명 때문에 데뷔 시기를 늦출 수 없었을 테니까.’
RH 엔터테인먼트는 프리즘의 성공 이후로 새로운 그룹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따라서 이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했고, 프로그램을 통해 탄탄하게 쌓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판테이온에게 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취하는 것이었다.
센터 멤버의 스타일도 스타일이었지만, RH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를 멍청하게 유출당한 것부터 의심스러웠다. POX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도 쉽게 얻지 못한 정보를 그저 커뮤니티에 중독됐을 뿐인 일반인이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치 유출된 것처럼 공개된 사진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욱 강하게 자극하고, 이미지 공개와 동시에 ‘서유태 짝퉁’이라는 자극적인 말을 사용하여 논란의 목소리가 분산되지 않도록 유도한 것만 같지 않은가.
‘그 게시글의 작성자는 일반 유저인 척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 일은 RH엔터테인먼트에서 작정하고 벌인 일일 가능성이 커.’
극단적으로 편향된 성향의 음지 커뮤니티와 1군 아이돌을 배출한 소속사.
가까워지려야 가까워질 수 없는, 그리고 가까워져서도 안 되는 이 둘 사이에 무언가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정말 갈 데까지 가는구나, 강혁우.’
분명 이번 일이 알려지면 분명 크게 거부감을 표하고, 노이즈 마케팅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일 터였다. RH 엔터테인먼드는 욕을 얻어 먹더라도 원하는 결과만 얻을 수 있다면 끝까지 자극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회사였고, 노이즈 마케팅은 논란의 중심에 서야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재미있기만 하다면 표절이든 문제를 품고 있든 모르는 척 소비하는 게 대중이었으니 오히려 회사 측에서 당당하게 나와 버리면 이번 논란은 그저 잠깐의 논란으로 치부된 채 흐지부지 넘어가게 될 것이다.
‘제이가 또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야 할 텐데.’
대중의 반응에 이어 프리즘 멤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생각하니 골치가 아팠다.
강혁우는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놈은 프리즘 멤버들의 저항을 예상했을 것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준비해 뒀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강혁우를 적으로 돌려 봤자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들의 가장 적나라하고 현실적인 모습들을 많이 지켜보니까 약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 지어내도 대중들은 그걸 믿을 거고.’
조인찬의 경우만 해도 이미 그 회사를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약점을 잡히지 않았던가. 일단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지면 강혁우는 더욱 거침없이 멤버들을 몰아세울 것이다.
나는 멤버들이 제발 섣부르게 나서지 않기를 바라며 초조하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삐리릭. 삐리릭.
촬영 때문에 내가 게시글을 확인한 지금은 글이 업로드되고 2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따라서 지금 온 전화는 제이가 글을 확인하고, 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화면의 중앙에 적인 글자는 ‘차운 선배님’이었다.
“여보세요.”
[한승범 연습생.]그에 의아해하며 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이제 ‘한승범 연습생’은 아닌가. 곧 연습생 신분도 끝나니까요. 잘 지내고 있어요? 그냥 승범 씨 생각이 나서요. 저번에 연락해도 된다고 해서 한가한 김에 연락 좀 해 봤어요.]“…….”
나는 차운의 말을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피곤에 쩔어 있는 목소리를 하고 있는데 한가했다는 핑계를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차운이 내 생각을 했다면 그것은 아마 내 생각이 날 법한 상황이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으니까.
나는 분명 차운에게 ‘불안해지거든’ 연락을 하라고 했다.
아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다가 나를 떠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떠올리자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고저없이 단조로운 톤을 유지하고 있는 차운의 말을 듣지 않고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상대 쪽에서 침묵에 빠져 버렸다.
‘괜찮냐’는 말 한마디에 녀석이 내내 유지하고 있던 평정심이 작은 파편을 떨어트리며 무너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입을 열지 못하던 녀석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소속사에서 새로운 그룹을 발표한다는 소식, 봤어요?]“네.”
[…그 그룹에 어떤 논란이 있는지도요?]“네, 봤습니다.”
[그 팀의 데뷔 앨범 중 수록곡을 제가 작업하게 됐어요.]나는 그 말에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선배님께서 곡을 작업하게 됐다고요?”
강혁우는 스타성을 가진 사람을 잘 찾아낼 뿐이지, 좋은 노래나 콘셉트 잘 알아보는 놈은 아니었다. 내가 프리즘을 탈퇴하고 나서도 계속 프리즘의 노래를 썼던 이유도 강혁우가 차운에게는 프리즘의 타이틀곡을 작업할 능력이 없다고 떠들어 댔기 때문 아니던가.
차운이 만든 노래를 폄하하며 가져오는 족족 기각하기를 일삼았던 강혁우가 차운에게 갑자기 신인 그룹의 수록곡 작업을 맡긴 이유라면 필시 [Sing for you>의 대성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무시했으면서 대중에게 인정받고 나니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꾼 건가.’
깊은 속사정까지 말해 주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상황은 짐작이 갔다.
나는 강혁우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차운이 그 인간에게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취급을 당했는데 차운은 강혁우의 이번 부탁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며 침묵을 지키고 있자 다급한 목소리가 말했다.
[나는 형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을 돕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질문이라곤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변명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뱉는 말을 듣고 있자 차운이 지금 상황을 의도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 정말 [Sing For You>를 쓸 때까지만 해도 정말 괜찮았는데.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없었어요. 이번 일도…….]저번과 비슷하게 ‘한승범’에게 다른 사람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은 저번과 비슷했지만, 내용이 달랐다. 그 말 하나하나에는 답답함과 죄책감, 그리고 결코 미움받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향한 애원이 담겨 있었다.
“…선배님.”
[미안해요, 이상한 얘기 해서. …그냥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없어서요.]“…….”
[나는 멤버들에게 배신자일 뿐이고,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은 이미 한참 전에 사라졌잖아.]그렇게 말하는 차운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떨리고 있어서.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