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나는 차운의 불안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물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차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답을 하면 내가 그곳에 찾아갈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인지. 그것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차운은 혼자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상태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차운은 분명 나를 미워하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한 놈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강혁우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다면 분명 제정신이 아닐 터였다.
그리고 차운이 그 그룹의 노래를 작업해 줬다는 사실을 안 멤버들이 어떻게 반응했을지 또한 걱정되었다.
– 나는 멤버들에게 배신자일 뿐이고…….
차운이 흘리듯 뱉었던 말과 제이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오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린 나는 다급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절대 선배님의 일을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테니까요.”
[…….]다시 침묵이었다.
나는 차운이 이대로 전화를 끊어 버리고 다시는 연락이 닿지 않을까, 그것이 불안했다. 그리고 지금만큼 내가 내 원래 몸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운 적이 없었다.
차운은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을 찾았다.
그것은 분명 한승범이 아닌 서유태가 필요하다는 뜻일 터였다.
나는 도대체 왜, 고작 복수 하나를 위해 죽으려고 했던 것일까.
그 당시의 내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자 지금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해 봤을 정도의 강한 두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고작 두통 따위로 지금 상황에서 물러서서는 안 됐다.
나는 계속해서 머리를 울리는 통증을 참으며 다시 한번 입버릇 같은 말을 뱉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떠벌리는 사람들은 언젠가 화를 입기 마련이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야기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요한 것 같은 호흡 소리가 약하게 들리더니 꺼질 것 같이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작업실에 있어요.]‘그래, 넌 예전부터 무슨 일만 생기면 작업실에 틀어박혔지.’
차운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이건 나도, 프리즘 멤버들도 알고 있는 사실일 정도였으니까. 만약 차운이 끝까지 장소를 말해 주지 않으면 작업실로 무작정 밀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누그러진 투로 달래듯 말했다.
“금방 가겠습니다. 아무데도 가지 말고 거기에 계세요.”
그렇게 통화를 마치자마자 나는 바로 촬영장 안으로 들어가 매니저를 찾았다. 그러자 촬영은 이미 마무리된 상태로, 매니저는 멤버들을 통솔하여 차량으로 이동하려던 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승범 씨! 우리 이제 스케줄 마무리돼서 이동할 거예요. 유다 씨가 음료수 마시고 싶다고 해서 카페 잠깐 들를까 하는데 승범 씨도 마실 거죠?”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던 매니저가 내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는 다음 스케줄이 없다는 말에 안도하며 바로 입을 열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는 지금 일이 생겨서 스케줄이 끝났다면 잠시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매니저는 내가 평소에 보여 줬던 모습과 완전히 다르게 다급한 투로 말하자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일이 생겼다고요? 급한 일이에요?”
“네, 선배님들과 관련된 일이라 급히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배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비추며 말을 하자 매니저는 아, 하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후배가 선배의 부름을 거절하는 것은 어려웠고, 이전부터 내가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 제이를 자주 만나러 나가는 것을 매니저도 알고 있었던 터라 큰 이상은 느끼지 못한 것 같았다.
“거기까지 태워 드릴까요?”
“아니요. 작업실에 가는 거라 밴 타고 가면 너무 눈에 띌 것 같아서요. 시간도 촉박하고요.”
“알겠어요. 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요. 뭔가 일이 생기면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요. 얼굴 꼭 잘 가려요.”
나는 매니저의 승낙과 함께 그가 주섬주섬 건네준 후드와 마스크, 안경을 끼고 촬영장 밖으로 나왔다. 촬영 스튜디오가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 아니라 정말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나는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차운의 작업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차운의 작업실로 서둘러 달려간 나는 급한 마음에 습관적으로 벨을 여러 번 누르고, 문을 두 번 노크했다.
그러자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안쪽에서 뛰어 나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급하게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눈에 들어온 차운은 흐트러진 머리카락, 짙게 내려온 다크서클, 빨갛게 충혈되어 피로를 그대로 드러내는 눈 그리고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마른 몸을 하고 있었다.
“…왔어요?”
차운은 무언가 기대하기라도 한 것처럼 상기된 낯을 하고 있다가 내 얼굴을 보고는 그것이 모두 무너진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리고 건조하게 마른 눈가를 손바닥으로 강하게 문지른 후, 나를 다시 내려다봤다.
시선이 마주치기를 잠시, 차운은 들어오라는 듯 문을 열어 둔 채 등을 돌려 작업실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그 뒤를 자연스레 따라간 내가 자리에 앉을 즈음에는 차운은 방금 내게 보였던 표정을 모두 지워 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니 천장의 불빛이 떨어져 차운의 상태가 더욱 적나라하게 보였다.
‘옷이…….’
차운이 입고 있는 옷은 목 부분이 심하게 구겨져 늘어난 상태였다.
누군가에게 멱살을 잡히기라도 한 것처럼 망가져 있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자 차운은 잘게 떨리는 손으로 목 부근을 가렸다.
그리고 피곤한 듯 느리게 눈을 깜빡거린 후, 자포자기한 것처럼 말했다.
“…멤버들이 다녀갔거든요. 유제이가 많이 화났던 모양이에요. 이치세가 중간에서 제이를 막아 내지 않았다면 큰 싸움으로 번졌을지도 모르죠.”
“…….”
‘역시.’
프리즘 멤버들은 내 예상대로 RH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소식을 이미 알아 버린 모양이었다. 분명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된다며 날뛰었을 텐데,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된 것일지 정말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가뜩이나 차운은 제이와 사이가 안 좋은데.’
그 사이에 이치세가 있었던 게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주먹다짐이라도 벌어지면 이치세가 그것을 막을 수 있었고, 무력적인 문제를 제외하고서라도 멤버들은 나를 제외하면 이치세의 말을 가장 잘 따르는 편이었으니까.
땅이 꺼져라 한숨이라도 쉬고 싶은 심정이었다.
혹시라도 차운에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줄 수 있는 행동들을 보이지 않기 위해 눈을 꾹 감은 채 가만히 있자 차운은 무슨 이상한 오해라도 한 건지 다급히 말을 덧붙였다.
“제가 잘못한 거예요. 프리즘 멤버들은 우리 회사가 형을 이용하는 걸 그냥 가만히 두고 볼 정도로 비겁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멤버들은 그냥 당연하게 화를 내야 할 일에 화를 내려는 건데, 내가 그걸 막아서, 다들 배신감을 느낀 것뿐이에요.”
‘차운이 멤버들을 막았다고?’
나는 멤버들이 나서서 강혁우를 적대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그것은 강혁우가 우리의 약점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런 이유가 없었다면 나 같아도 길길이 날뛰며 다 엎어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차운이 멤버들을 필사적으로 막은 이유가 잘 이해되질 않았다. 그리고 본인이 내 곡을 가져다 썼다는 사실을 강혁우도 알고 있어서 놈의 말을 잠자코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무언가에 쫓기듯 촉박하게 뱉어진 말들을 막기 위해 단호한 투로 입을 열었다.
“알고 있습니다. 프리즘 선배님들께서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쯤은요. 그리고 그건 선배님도 마찬가지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차운은 크게 당황하기라도 한 것처럼 멈춰서 멍하니 나를 응시했다. 프리즘 멤버들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말들을 몇 개씩이나 준비한 것 같았는데 그것이 도중에 한순간에 모두 쓸모가 없어져서 놀란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차운은 지금 한승범의 몸에 들어찬 사람이 프리즘 멤버들을 절대 욕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차운의 놀란 얼굴에도 일부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차분히 질문을 던졌다.
“제 생각으로는 선배님께서 일부러 의도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을 제대로 말씀하시면 다들 이해해 주실 것 같았는데, 아닙니까?”
“…납득이 갈 만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냥 리더의 말을 따라 달라는 말로 불합리하게 멤버들을 막아 버렸죠. 당연히 제가 형의 노래를 훔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제이는 크게 반발했고요.”
차운은 저를 강하게 책망하는 제이의 얼굴을 떠올렸는지 고개를 떨구고 가라앉은 투로 말을 이어 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멤버들 앞에서 그걸 밝히지는 않았지만, 저를 보는 시선에서 느껴졌어요. ‘네가 저지른 잘못을 덮기 위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거냐’라는 원망이요. 저 같아도 제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면 분명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나는 차운이 뱉은 말을 들으며 또 한 번 이상함을 느꼈다.
‘표절 때문에 강혁우에게 적대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무언가 다른 것 같았다.
차운은 무거운 무언가에 짓눌린 것만 같은 상태였다.
차운은 멤버들을 싸고돌면서도 무의식 중에 표절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운은 제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고 했다. 본인의 표절이 세상에 밝혀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마치 더 큰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멤버들만 아니었으면 사람들이 욕하든 말든 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어. 그런데 그러면, 혁우 형이 멤버들을!”
‘멤버들’이라는 말에는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죄책감과 책임감이 서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느끼자마자 불안감이 치밀어 올라 숨을 들이켰다.
‘설마, 설마.’
내가 프리즘을 나간 뒤, 강혁우는 프리즘 멤버들을 제멋대로 휘두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을 것이다.
– 자, 이건 약속이다.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건 괜찮지만, 리더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을 때는 잠자코 따를 것. 이게 프리즘의 첫 번째 규칙이야.
프리즘을 통제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그들을 이끄는 우두머리를 휘두르는 것이었다. 프리즘은 다른 그룹에 비해 리더에 대한 신뢰와 유대가 아주 깊은 놈들뿐이었으니까.
– 네가 그렇게 아끼는 멤버 골로 보내기 싫으면 행동거지를 똑바로 하란 말이야.
– 조인찬이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조인찬뿐만이 아니야. 너희를 묻어 버릴 사건 정도야 손가락만 까딱해도 만들 수 있거든.
그리고 프리즘의 리더를 조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멤버의 안위를 들먹이며 협박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나는 그것을 이 세상의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 않은가.
만약, 지금 프리즘의 리더가 된 차운에게 강혁우가 내게 했던 것과 똑같은 짓을 했다면? 차운이 나와 마찬가지로 조인찬의 영상으로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면?
“내가 아무리 형의 노래를 빼앗고, 형을 따라 하려는 놈들에게 노래를 팔아먹은 비겁한 새끼가 되더라도… 멤버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내면 돼요.”
“…….”
“마음고생하는 건 나로 충분하니까요.”
차운이 했던 행동과 말들이 순식간에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 나는 형 노래가 정말 좋아. 형처럼 노래 쓰고 싶어요.
– …그 노래를 그렇게 버리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 꼴만큼은 절대 못 봐요.
– 서유태는 언론에서 떠든 것처럼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기자들 말도, 우리 회사 사람들 말도 안 믿어.
“이렇게 흔들리는 것도 오늘까지만이에요. 괜찮아. 버틸 수 있어요.”
‘아아…….’
이건 비극이었다.
비극이 아닐 리가 없었다.
– 운아, 괜찮다. 리더는 모두를 지켜 주는 존재니까.
“…리더는 모두를 지켜 주는 존재잖아.”
차운은 그 당시의 내가 했던 말과 완전히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