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 형이 쓴 곡, 내가 썼다고 하고 내면 되죠. 우리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내가 그날 차운을 탓하지 못했던 이유는, 책망 한 번 없이 곡을 내주었던 이유는 그 말을 하는 차운의 몸이 너무나도 심하게 떨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인과 프리즘의 커리어를 위해 내게서 곡을 받아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차운은 그날 내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채 당당하게 요구했을 것이다. 그렇게 미리 대본을 외워 두기라도 한 것처럼, 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땅만 보고 줄줄 뱉을 리가 없었다는 말이다.
나는 혹여 차운이 실제로 나를 죽도록 원망하고, 나의 모든 것을 가져가려 해도 탓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차운은 멤버들 중에서도 유난히 의심이 많고 사람을 가려 내게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놈이었다. 그런 차운이 나를 증오하게 되는 날이 오면, 그것은 응당 나의 책임이니 마땅히 짊어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 네가 뭘 안다고.
– 너도 내 덕분에 프리즘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었던 거잖아! 그런데 네가 감히 나를 그렇게 봐?
차운이 흘린 말들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했다.
어째서 제이의 동정에 그렇게 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 저는 형을 미워하거나 무시해서 그런 짓을 벌였던 건 아니라고요.
어째서 서유태를 닮은 아이에게 해명하듯 그런 말을 했던 것인지.
– 다 형 때문이야. 형이 우리를 무책임하게 두고 가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니까 책임져요.
– 왜 유태 형이 프리즘을 떠났는지 알아요?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어요.
어째서, 내 앞에서는 나를 원망하는 것처럼 행동했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는 본인을 책망했는지.
나는 조금 더 깊게 생각했어야 했다.
녀석은 결국 나를 미워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강혁우에게 협박받으면서도 나를 그 사이에 휘말리지 않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모진 말을 쏟아 낼 정도로. 강혁우의 불합리한 지시를 따르면서도 멤버들이 강혁우를 의심하지 않도록 악역을 자처할 정도로.
프리즘은 자의든, 타의든 아이돌이라는 꿈만을 바라보며 맹목적으로 달려온 멤버들이 수두룩했다. 어린 나이에 홀로 떨어져 나와 최악의 환경에 놓여졌던 프리즘 멤버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가족이 되었다.
프리즘은 가족이었다.
상처투성이인 아이들이 모여 악착같이 살아가려 했던 집이었다.
내가 그것을 느꼈듯, 차운도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토록 사랑하는 멤버들에게 미움받게 되더라도.
‘…나는 멤버들이 행복하길 바라서 프리즘을 탈퇴했던 건데. 왜 이렇게 된 거지?’
나는 항상 멤버들을 최우선으로 둔 선택을 하려고 노력했고, 차운은 내가 사라진 후 대신하여 그 빈자리를 메꾸려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것의 문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비열한 놈이 우리의 사이에 있었다는 것이었다.
강혁우는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했다.
– 너는 너무 정이 많아. 지켜야 할 사람도 많고.
– 그러니까 네가 항상 이렇게 나한테 당하고 사는 거야. 그게 네 약점이라고. 나처럼 약점 따윈 만들지 않고 살았다면 인생이 좀 편했을 텐데, 멍청하기는.
설마 그 짓을 차운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을 줄이야.
놈의 비열함이 어디까지인지 이 눈으로 확인할 때마다 치가 떨리고 놀라웠다.
강혁우도 사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우리가 덤벼들면 아주 곤란했을 터였다. 이쪽도 강혁우가 저지른 부도덕한 일을 알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RH 엔터테인먼트의 주 수입원은 프리즘이었으니까.
‘하려고 했다면 분명 같이 밑바닥까지 함께 떨어지는 것 정도는 가능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혁우가 그리도 오만하게 우리를 협박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동귀어진을 시도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인이야 교도소에서 몇 년 보내고 나오면 끝날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무거운 리스크가 있다는 계산을 이미 마친 것이었다.
지켜야 하는 무언가가 본인에게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결국 프리즘을 아끼는 마음이 우리의 승패를 좌우해 버린 것이다.
착잡한 마음에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자 차운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것처럼 숨을 들이켜더니 잔뜩 겁에 질린 채 내게 당부의 말을 했다.
“제발 제이한테는 제가 했던 말들 전하지 말아 주세요!”
“…….”
“프리즘 멤버들한테는 이런 이야기, 절대 못 해…….”
차운은 이미 지금 상황이 본인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음을 내게 밝혔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말하지 않은 진실이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낸 상태였다. 프리즘 멤버들에게 숨겨야 했던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은 게 이제 와서야 불안했는지 놈은 급기야 팔로 머리를 감싸며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다.
‘내가 제이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애초에 이렇게 무서워할 정도라면 처음부터 입을 열지 않는 게 낫지 않은가 싶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차운이 내게 왜 이런 이야기들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차운은 이미 한계야. 강혁우가 다음에도 또 무리한 요구를 하면 그때야말로 차운은 무너지겠지.’
강혁우는 차운에게 했던 짓을 이미 내게 똑같이 저지른 경험이 있었고, 당연히 나를 바탕으로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안일한 생각이었다. 어떤 갈등과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달랐고, 원래부터 예민했던 차운을 드센 성격을 가진 나와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됐다.
‘정신적으로 너무 많이 몰렸어. 신인 그룹에 관한 일로 멤버들에게 책망받은 게 타격이 컸군.’
생판 남인 ‘한승범’에게 문제의 소지가 될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행동이었다. 차운이 그 행동을 충동적으로 반복하는 이유는 물론 위로받고 싶은 마음과 진실을 토로하고 싶은 마음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겠지만, 내 눈에는 그것이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도구로 보였다.
차운은 멤버들에게 미움받고 강혁우의 말을 거부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미워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자기자신에게 억지로 위기를 주고 공격함으로써 극도의 불안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 것일 터였다.
내가 이 정보를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해 버릴 경우, 본인이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프리즘에도 해가 가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예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제발, 제발…….”
하지만 그걸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렇게 일을 저질러 놓고 정신이 돌아오면 뼈저리게 후회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겠지.
이건 스스로를 망가트리는 일종의 자기 파괴적 행위였고, 차운이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신호였다.
나는 내게 매달리며 눈물을 쏟아내는 차운을 조용히 내려다봤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당장이라도 강혁우를 찾아가 도대체 사람의 마음을 어디까지 짓밟아야 마음이 편해지는지 묻고 싶었다. 더 이상 움직이지도, 멤버들을 보지도 못하도록 어두컴컴한 곳에 가둬서 몇 번이고 찔러 죽여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차운을 그냥 한번 안아 주고 싶었다.
괜찮다고, 내가 지켜 주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툭. 툭.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차운이 몸을 크게 떨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방금까지 패닉에 빠져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한순간에 이지를 되찾은 얼굴이 당황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채 나를 향했다.
“…승범 씨?”
까만 눈에 비친 나는 울고 있었다.
작은 물방울이 몇 개씩이나 차운의 얼굴 위에 떨어진 것을 보고 나서야 나는 그 액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의 눈물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자 얼굴을 일그러트린 차운이 손을 들었다.
그것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차가운 손이 내 눈가를 닦아 냈다.
그리고 울음기 섞인 목소리가 잔뜩 떨리며 말했다.
“울지 마요. 왜 울어…….”
나는 차운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당장, 나는 차운에게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여나 차운이 잘 버티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지금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얼굴 근처에 있는 손을 잡아 내린 후, 나는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처음에 약속드렸던 것처럼, 선배님께서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퍼트리고 다니는 짓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
“그리고 선배님께서 프리즘 선배님들께 기댈 수 없는 상태라면 제가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힘이 되어 주겠다는 말을 뱉자 차운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안 돼요. 승범 씨는 아무것도 몰라, 지금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괜히 나서 봤자 다치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아니요, 알고 있습니다. 저는 강혁우 이사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배님께서 어째서 그 인간에게 거스를 수 없는지도요.”
“…….”
“우선 그 영상부터 제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조인찬 선배님이 무언가에 취해 있는 그 클럽의 cctv 영상 말입니다.”
“지금, 뭐라고…….”
말을 끊어 내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입에 담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경악에 빠진 눈동자가 마구 요동치며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놈은 소스라치게 놀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다급하게 말했다.
“승범 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도대체 누구한테 들었어! 그걸 알아 버리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단 말이야!”
“그렇지 않습니다. 돌이키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겁니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혁우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 업계는 계속해서 병들 뿐이에요. 모르는 척 두고 보기에는 이미 도를 넘어 버렸습니다.”
“…….”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걱정의 말들을 부정하자 차운은 할 말을 잃은 채 그저 멍하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에 나는 다시 단호한 투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든 그 영상을 처리해 보겠습니다. 저는 아직 강혁우 이사에게 잡힐 만한 약점이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저라면 강혁우 이사에게 휘둘리지 않고 그들과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혼란스러운 듯 떨리는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던 차운은 한참 동안 시간이 흐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승범 씨는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거예요?”
“…….”
“왜, 왜 날 한 번도 탓하지를 않는 거야. 나는 가족처럼 지내던 멤버들에게마저 미움받게 된 사람인데 왜 자꾸 유태 형처럼 나를 보는 거냐고요! 도대체 내가 뭐라고, 승범 씨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건데요.”
그리고 얼굴을 두 손으로 움켜쥔 채 몇 번이고 소리쳤다.
“나한테 친절하게 해 주지 마세요. 미움받아도 무너지지 않게 벽을 쌓아 놨는데. 왜 자꾸 척이고 뭐고 내던지고 싶게 만드냐고요. 왜 자꾸 기대게 만들어! 또 그런 사람을 잃을 바에야, 처음부터 가지지 않는 게 나아.”
“…….”
“제발, 제발 나 좀…….”
간절함을 담아 뱉어진 말의 뒷부분은 이어지지 않았다. 차운은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는지 혼란스러운 얼굴로 거칠어진 호흡을 내쉬기만 하였다.
나는 녀석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녀석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주기로 했다.
나는 차운의 손을 꽉 쥐고, 입을 열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지켜 드리겠습니다.”
“…….”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세요.”
내가 말했고 네가 말했듯, 리더는 모두를 지키는 존재이고 나는 너희의 리더니까.
영원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