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센터병 걸렸다는 얘기 많이 들어 봤죠? 프로그램 보니까 항상 주인공 자리 차지해야 성이 풀리는 것처럼 보이던데.”
“…….”
“승범 씨는 본인이 가장 잘났고 센터나 메인 포지션은 무조건 본인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욕심 많아 보인다는 얘기 꽤 많이 나오고 있는 건 신경 안 쓰여요?”
패널들의 질문을 들은 나는 순간 환멸이 담긴 표정을 그대로 카메라 앞에 내보일 뻔했다.
‘진심인가.’
회사 직원들이나 팬들이 하도 걱정을 많이 하기에 나는 그들의 수준이 내가 일전에 프리즘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보다 곱절은 향상된 줄 알았다. 하지만 저 말을 들으니 향상은커녕 오히려 퇴화한 것이 여감 없이 느껴져 오히려 맥이 빠질 정도였다.
‘다 같이 촬영하기 전에 사이버 렉카 채널 벼락치기라도 한 건가.’
창의성이 없었다, 창의성이.
지금 색다른 걸 가져와도 감흥이 있을까 말까 한 사람한테 어딜 너튜브에 널리고 널린 이야기를 끌고 오는 건가. 이 악물고 일해라. 그런 나약한 마음가짐으로는 성공할 수 없단 말이다.
다시 준비해 오라며 머리를 빡빡 깎고 궁둥짝을 쳐서 내쫓아 버리고 싶은 심경을 겨우 참은 나는 짧게 대답했다.
“네.”
“…….”
냅다 짧은 말로 대꾸하자 순간 그 대답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패널들 사이에 침묵이 맴돌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패널이 다시 내게 질문했다.
“…신경 안 쓰인다고요?”
“네. 그리고 센터, 메인 댄서 포지션까지 모두 제가 받아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맞습니다.”
“허.”
그 설명에 패널들은 다시금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본인들이 비꼬기 위해 한 이야기에 너무 당당하게 인정하니 오히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저보다 뛰어난 친구들이 너무 많은데 과분한 자리에 앉아 있다는 자각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당연하다는 생각 가지지 않고 항상 겸허하게 노력하겠습니다.’ 같은 대답이라도 기대한 모양인데, 그런 건 내 캐릭터가 아니었다.
하물며 내 팬들은 내 실력과 자신감에 끌려 나를 좋아하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굳이 나를 깎아내리면서 겸손한 척을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소꿉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프로의 세계인데, 실력에 걸맞은 역할을 맡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굳이 제가 욕심 부리지 않아도 다 자연스럽게 돌아옵니다.”
“…….”
“왜냐하면 저는 잘하니까요.”
가장 뛰어난 놈이 가장 빛나는 자리를 얻는다.
이건 비단 이 이 업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업계에 통용되는 규칙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내 실력을 대중 앞에서 톡톡히 입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센터 자리를 차지하는 게 불만인 사람들은 그냥 내가 싫은 것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 불합리한 의견까지 수용하기에는 내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굳이 그걸 내 앞까지 들고 나르는 놈들의 말을 들어 주기도 싫었고 말이다.
“…저렇게 말하는데 뭐 어떻게 반박해야 하지?”
“그러니까 내가 이거 하지 말자고 했잖아.”
“요즘 애들은 원래 다 이런 느낌인가?”
내 덤덤한 표정을 바라보며 뭐라 뭐라 궁시렁대던 패널들은 심박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고 있는 거 아니지?”
“돌에 대고 주먹질하는 것 같다…….”
그리고 처음 시작했을 때와 전혀 변하지 않은 수치를 눈에 담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라도 더 공격할 거리를 찾기 위해 종이와 대본을 뒤적거리기도 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공격할 만한 게 없는 것이다.
‘내가 원래 인생처럼 약점 안 잡히려고 그렇게 성질 죽이고 인내심 긁어모아서 살았는데 고작 이런 놈들한테 트집 잡히면 안 되지.’
실력이든, 사생활이든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춰 뒀는데 뭘 더 건들 수 있겠는가. 가장 원초적인 공격인 외모 비하조차 한승범에게는 할 수 없으니 그들은 그저 물러날 수밖에 없을 터였다.
“이해하려 노력하실 필요 없습니다. 서로 가진 게 다르고 입장이 다르면 어차피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냥 적나라하게 말하면 너희는 개허접이라 나처럼 잘난 새끼 마음은 죽어도 이해 못한다 이 뜻이었다.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듯 그렇게 말하자 도유다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형 우리 공격 차례 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벌써 논파하고 있으면 어떡해요.”
“뭐든 대답은 해야 하는 게 규칙이라면서. 별소리도 안했는데, 뭐.”
“…….”
나는 정말 열심히 순하게 대답했을 뿐인데 왜 저런 눈빛으로 건지 도통 모르겠다.
.
.
.
그렇게 내 순서가 지나간 후 이화영에게 차례가 돌아갔을 때, 그들이 공격이랍시고 한 말은 정말 어이없게도 ‘리얼리티 방송에서 젓가락질을 너무 못해서 답답했다’였다.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로 적당히 시간을 때우려는 게 너무 노골적으로 티가 나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이딴 식으로 할 거면 요원들의 전쟁 같은 헛소리하지 말고 손잡고 나가서 가서 쎄쎄쎄나 해. 다 때려치워.’
나는 거의 5분 가까이 오직 젓가락질 하나만을 가지고 떠들어 대는 패널들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상대를 가리네?’
사실 정말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욕할 거리를 찾기에 가장 쉬운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이화영일 터였다. 우리 도련님은 프리즘 활동 초기의 나처럼 항상 본인이 생각한 건 말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본인을 꾸며 내는 짓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 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수많은 안티와 논란을 거느리고 있는 이화영의 앞에서 오히려 몸을 사리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뻔했다.
‘이화영을 함부로 건드렸을 때 져야 하는 뒷감당이 무서운 거겠지. 대기업 오너 일가에 찍혔다간 앞으로 광고나 방송 활동에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결국 그들이 자부하던 솔직함은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언제든지 굽힐 수 있는 하찮은 것에 불과했고, 지금까지 그것이 그럴듯하게 유지되었던 것은 대부분의 게스트들이 본인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거나 제지할 수 없는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긴장감이 담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초조해졌군.’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비판을 받더라도 대중들이 내면에 숨기고 있는 지저분한 본성을 시원하게 긁어 주고, 일반적인 연예인들이 할 수 없는 자극적인 언행으로 시청률을 높이는 것. 그게 이미 잘못을 저지른 그들이 다시 TV에 복귀하기 위해 지불하는 대가였다.
하지만 이미 두 명의 순서가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활약을 못 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기 젠 요원은 한국말 제대로 못 하는 거 다 콘셉질이죠? 뜨려고 열심히 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무리수가 심해서 보는 사람들이 좀 불편하거든요.”
하지만 말이다.
그런 나약한 마음가짐으로 과연 우리 그룹의 주둥이 폭격기를 상대할 수 있는가.
그것을 묻는다면 내 대답은.
“어리석은 발언. 팡점. 팡점. 팡점. 노잼. 노잼. 노잼.”
‘아니다’였다.
…그런데 저 정도로 할 줄은 몰랐다.
누가 젠 좀 말려 봐라.
빵점이랑 노잼이란 말은 또 누가 가르쳐 준 거냐.
“…….”
폭주하고 있는 젠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 옆에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몸을 접어 숨기고 있는 도유다가 눈에 들어왔다.
너냐, 패X 단짝 매X.
이거 어쩔 거냐, 이거.
너랑 다르게 패X는 한번 입을 열면 멈추지 않는단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나기 젠의 입이 또다시 움직였다.
“노잼의 죄로 미스터 리와 30분 영어 회화 형를 내리다. 글로벌 역량, 역지사지 자세 가진 요원으로 성장하시오.”
“싫어.”
“오, 거부당했습니다. 유감. 모두 마음이 작아 미스터 리에게 미움받다.”
‘아, 저놈 기분 상했네.’
나는 그것을 듣자마자 지금 나기 젠의 기분이 꽤 언짢은 상태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거의 만담 같은 느낌으로 뱉은 말이라 일견 가벼워 보였지만, 그 안에는 너희는 몇십 년 넘게 배운 영어 하나도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면서 외국인을 지적하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마 패널들이 내게 했던 말들을 담아 두고 있는 거겠지.’
젠은 바보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
대중들이 본인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 [나 이제 젠이 멀쩡하게 얘기하면 좀 서운할 것 같음 ㅠㅠㅋㅋㅋ]
– [악의 0, 그러나 공격력은 MAX인]
– [사실 따지고 보면 다 맞말이긴 함 그래서 더 웃김]
– [오라, 나의 귀염둥이 순수악이여.]
‘악의가 없기는 무슨. 멕이려는 거 뻔히 보이는데, 뭐.’
지금까지 내가 본 나기 젠은 본인이 의도한 것과 다른 단어를 선택하는 실수를 저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나기 젠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제대로 의도된 것이라 보는 것이 맞을 터였다.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점, 사차원적인 성격과 비현실적인 말투를 가지고 있다는 점 덕분에 ‘조금 잘못된’ 어휘를 선택하더라도 대중들은 그것을 악의 없는 실수라고 생각하고, 젠의 캐릭터성의 하나라고 이미 받아들인 상태였다.
그리고 젠은 그 사실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영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냥 인간 잡아먹고 한국어 능력 흡수하겠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잡아먹으려고요.”
“계획 없습니다. 하지만 선배님은 안 잡아먹어도 될 것 같아입니다.”
“왜죠?”
“영양 없습니다.”
“아하하하학!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열심히 먹어서 찌운 소중한 지방인데!”
아주 담담한 말투로 빚어낸 디스에 패널들은 급기야 눈물까지 흘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젠은 패널들이 머리에 든 게 없어서 흡수할 만한 게 없다는 의미로 말했지만, 저들은 그냥 제 몸의 살집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듯했다.
어찌 되었든 ‘에이전트 워’는 예능 프로그램이고, 패널의 대다수는 코미디언이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게스트 팀과 패널 팀이 계급장을 떼고 붙는 게 콘셉이었으니 시청자가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부분에서 그들이 정색을 하고 반응할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따라서 여기까진 괜찮았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나를 가장 공포스럽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
내 옆의 백기량.
이놈이 지나치게 얌전했다.
나기 젠이 말로 사람을 팬다?
이건 가짜 공포였다. 하루 이틀 패야지 감흥이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평소 같았으면 진작 발발 떨며 내 뒤에 숨어 있었을 놈이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건 진짜 공포였다.
‘저놈 멀쩡한 거 맞나?’
나는 나기 젠과 패널들의 대화가 대강 마무리되고, 다음 순서로 불려 나가는 백기량의 뒷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봤다. 평소였으면 몇 번씩이나 뒤를 돌아봤을 놈이 오늘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저벅저벅 걸어 나가는데 내가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는가.
“자, 다음은……. 기량 요원, 백기헌 피아니스트의 동생이네요.”
백기량이 타깃 자리에 서자 패널들은 백기량의 형을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역시 두 형제를 비교하며 백기량을 심리적으로 몰아세울 생각인 것 같았다.
“시작!”
메인 진행자의 신호에 따라 곧바로 패널들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형은 피아니스트로 아주 큰 성공을 거뒀는데 본인은 그러지 못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타고난 재능이 달리는 건가?”
성희롱의 입에서 예상했던 대로 싸가지 없는 질문이 던져졌다.
“……”
그러자 백기량은 잠시 고민하는 듯 조용히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줍게 미소 지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아이돌로 성공했으니까요.”
‘백기량은 성격이 유약하고 소심하다.’
이는 백기량을 방송에서 단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기량이 이번 코너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
하지만 그 예상을 모두 뒤엎어 버리는, 전혀 백기량답지 않은 말에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경악에 빠져 입을 떡 벌렸다.
나는 뒤집어진 촬영장 사이에서 홀로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는 백기량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리석은 요원들이여, 그대들은 취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