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술은 인간으로 하여금 본성을 드러내게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판테이온 멤버들은?
– 너무 좋아!
이 쫄보가 그렇게 순순히 멤버들을 향해 애정을 드러내는 건 앞으로 몇 년은 지난 뒤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몇 모금의 매실주가 그걸 이리도 간단하게 해낼 줄이야. 정말 허무할 정도였다.
“저는 아이돌로 성공했으니까요.”
“아니, 어쨌든 백기헌만큼 성공하지는 못했잖아.”
“활동 분야가 다른 아이돌과 피아니스트의 성과를 어떻게 비교하실 건가요? …인지도? 하하, 농담이시죠?”
그렇게 아까까지만 해도 헤실거리고 있던 백기량이 왜 갑자기 패널들을 팩트로 후려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나는 아까와 똑같은 말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
‘술 취해서 본심이 나온 거지, 뭐.’
분명 백기량은 소심하고 겁이 많으며 음침하기까지 한 쫄보가 맞았다. 하지만 아무리 겉으로 겁쟁이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머리통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형이 어떤 콩쿨에서 우승했는지 아세요?”
“그건…….”
“파이널 라운드에서 연주한 곡은요?”
“…….”
생각해 봐라.
이화영에게 과시하듯 원 테이크로 녹음을 끝내고, 노래에 관해서는 절대 자신을 낮추지 않았으며 최종 경연에서는 기어이 제 어머니를 내쫓기까지 한 놈이 과연 순하디 순한 내면을 가지고 있을까?
“왜 사람들은 평소에 클래식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아니면서 저를 공격하려는 목적 하나로 형의 성취를 이용하는 걸까요? 정작 형은 제가 활동하는 걸 신기하게 여기고 자랑스러워하는데…….”
결국 백기량은 우강원처럼 타고난 성정이 부드러운 놈도 아니었으며, 도유다처럼 사고 자체가 단순한 놈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단순히 술에 취해 평소에는 꽁꽁 숨기고 있었던 속내를 줄줄 읊고 있는 것에 불과했고.
‘뭐, 이런 놈이란 걸 알고 멤버에 넣은 거긴 했다만…….’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고 있자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백기량이 돌연 내 팔을 붙잡고 보채듯 물었다.
“승범아, 승범아, 나 잘한 거 맞지?”
“…아마도.”
보채는 것처럼 던져진 질문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주자 4차 경연 때 봤던 그 웃긴 얼굴이 또다시 나왔다. 그것을 못 본 척하며 고개를 돌리니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패널들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흠.”
그에 일부러 헛기침을 하는 소리를 내자 오디오가 너무 긴 시간 동안 비워졌다는 것을 눈치챈 메인 진행자가 성희롱을 향해 장난스럽게 딴지를 걸며 정적을 깼다.
“누우가 제대로 조사도 안 해 오고 정보전을 합니까, 박승우 요원? 어떻게 백기헌 피아니스트가 우승한 콩쿠르 이름 하나도 제대로 몰라요. 뉴스 안 보나?”
“하하하!”
나머지 패널들이 다 함께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본 성희롱은 꽤 자존심이 상했는지 미간 사이를 잔뜩 찌푸리고 말했다.
“아, 솔직히 다들 모르잖아요. 누가 그런 거 외우고 다녀. 고작 그거 하나 모른다고 되게 사람 민망하게 만드네.”
“방귀 뀐 놈이 성내네? 그런 태도니까 네가 자꾸 방송에서 짤리는 거 아냐.”
“야, 네가 모른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까지 똑같은 취급하지 말아라. 나는 백기헌 피아니스트 공연도 갔다 왔다!”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저를 무식한 놈 취급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성희롱은 제 팔을 과장스레 쓸어내리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어우! 무섭다, 무서워. 이거 뭐 겁나서 예능 찍겠나. 웃자고 하는 얘기에 이 악물고 정색하네.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일부러 백기량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몰아가기 위함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시도는 바로 이단비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다.
“에이, 괜찮아요. 기량 형은 마음이 약해서 웬만큼 이상한 말 아니면 다 참아 주니까 걱정 마세요.”
원래는 남의 말에 반박도 못하는 놈인데 네가 선을 넘은 거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에 패널들이 잔뜩 흥분하여 분위기를 몰아갔다.
“오오! 뭐야, 뭐야!”
“그럼 방금 박승우 요원이 한 말은 선을 넘어서 안 봐준 거다 이 뜻입니까?”
이단비는 일부러 뜸을 들이다가 패널들이 멘트를 마치고 제 말이 잘 들릴 정도로 조용해진 순간, 성희롱을 응시하며 능청스레 대답했다.
“아니라고는 말씀 못 드리겠네요.”
“이야아아!”
장면을 제대로 뽑았다는 것을 확신한 패널들이 환호성을 뱉으며 뒤집어지자 녀석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혀를 베 내밀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패널들은 그런 이단비의 얼굴을 보더니 진심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오늘 게스트 좀 괜찮은데?”
“이게 말로만 듣던 써아사가 키운 괴물인가? 어쩐지 저 친구 예고편에 자주 보이더라.”
사생활에서 아무리 문제를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몇십 년 동안 방송물을 먹은 방송인 아닌가. 그들의 눈에는 사리지 않고 의도적으로 장면을 만들어 주는 이단비가 아주 예뻐 보일 터였다.
그렇게 모든 게 잘 풀리고 있는 것만 같은 와중 문제를 딱 하나 꼽아 보자면,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녹아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표정 관리를 너무 못하는데.’
성희롱이 하도 정색을 하며 이단비를 노려보고 있어 모르는 척하는 것도 참 어려웠다. 도대체 왜 저렇게 유난히 이단비에게만 끈질기게 들러붙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쓸데없이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 좋을 텐데…….’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놈을 보며 느낀 불안감을 잠재울 새도 없이, 촬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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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이어진 패널 측 공격의 결과는 참담했다.
– 도유다 요원은 강배영 연습생이랑 사이가 안 좋았다 뭐 이런 소문이 있더라고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도 없고, 저지른 일이 있으니까 그런 소문이 돌았겠죠?
– 뭬?
나는 그들의 공격 방식부터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도유다는 바보라서 그렇게 꼬아서 물어보면 못 알아먹는단 말이다.
아무리 비꼬며 도발해도 질문의 의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 도유다와 무슨 질문을 들어도 허허 웃고 있는 부처 우강원의 기가 막힌 콜라보에 패널들은 급기야 머리를 싸매고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프리즘 이후로 이렇게 버거운 아이돌 그룹 처음이에요. 왜 이렇게 멤버 구성이 극단적인 건데. 반은 입에 칼 물었고 반은 하하나라 왕자들이야. 물론 싹다 입에 칼 물고 있는 프리즘이 더 힘들긴 했는데!”
“제발 빨리 이 코너 좀 끝내 줘. 나 ptsd 오려고 해.”
마찬가지로 탈탈 털려 점점 생기를 잃어 가던 메인 진행자는 대본을 확인하더니 이제 마지막 한명만 남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얼굴을 화색으로 물들였다.
“드디어 마지막이네요! 이단비 요원입니다. 시작!”
빨리 진행하라는 제스처와 함께 이단비의 차례가 시작되자 기다렸던 것처럼 성희롱이 득달같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최종 멤버 선정 관련해서 말도 많고 이단비 요원이 멤버들에 비해 수준이 확연히 떨어져서 단비 요원의 합류 자체가 민폐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 죄책감 안 느낍니까?”
그 말에 판테이온 멤버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고, 예민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놈의 발언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에 성희롱은 흘끔흘끔 눈치를 보더니 멈추지 않고 다시 입을 놀렸다.
“솔직히 팬이나 멤버들도 내심 최종 멤버로 굳이 단비 씨가 선정되어서 이래저래 불편한 상황 만들 바에야 차라리 탈락하길 바랐을걸요? 봐, 벌써 원래대로라면 안 들어도 되는 이야기를 단비 요원 때문에 듣고 있는걸.”
삐이익!
돌연 스피커에서 날카로운 알림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심박수를 표시해 주는 스크린이 빨갛게 변하며 그 안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모두 이단비의 심장이 정상적인 상태를 넘어서서 빠르게 뛰고 있음을 알려 주는 신호들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놈은 지금까지의 수모를 모두 되갚아 주기라도 한 것 같은 승리감을 느꼈는지 비죽 웃으며 주둥이를 놀렸다.
“어이구, 그냥 표정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구나? 미안해. 게스트 팀이랑 패널 팀 점수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어쩔 수 없었어.”
‘저 새끼가…….’
무심코 원래 성깔이 튀어나오려던 찰나의 순간, 기겁한 얼굴의 이단비가 내 손을 붙잡으며 다급하게 고개를 마구 저었다. 그리고 ‘제가 말할게요. 저 괜찮아요.’라고 속삭이더니 바로 고개를 돌려 메인 진행자에게 물었다.
“점수는 빼앗겼어도 반박은 할 수 있죠?”
“너무 그렇게 무리하지 말아요. 지금 좀 울려고 하는 것 같은데?”
성희롱이 옆에서 뭐라고 지껄이든 메인 진행자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이단비는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테이블에 손을 올린 채 말했다.
“투표 비리는 정말 예민한 문제라 그냥 확실하게 방송에서 해명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말씀드려요. 일단 저는 연습생 나부랭이라서 최종 멤버 선별에 관여할 자격 자체가 없어요. 그리고 저희 회사는 완전 신생 기획사라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대단하지 않아요. 돈 없어서 연습실에 에어컨도 못 달고 있는데 무슨 뒷거래라도 오간 것처럼 말씀하시면 우리 대표님 억울해서 울어요.”
“자기 회사를 너무 적나라하게 디스하는 거 아냐?”
“사실인데 어떡해요. 우리 회사 안 그래도 서러우니까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하하하!”
소속사를 냅다 디스하는 말에 패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저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한 이단비는 다시 씩씩하게 나머지 말들에 반박했다.
“그리고 저희 팀은 아직 데뷔도 못 해서 아직 민폐 끼칠 상황 자체가 없었거든요! 뭐 하나라도 꼭 집어 보라고 하면 춤 가르쳐 달라고 승범 형 붙잡고 있었던 것 정도일까요.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승범 형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데 꼭 이렇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사람들이 더 난리네요.”
“맞지! 맞는 말이네!”
“제가 이 팀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인지는 앞으로 확인해 주세요. 10일 뒤 판테이온 데뷔 활동에서 개봉 박두. 다들 많이 많이 들어 주세요.”
나는 능숙하게 반박을 마치고, 미소를 머금은 채 호흡을 정돈하는 이단비를 가만히 바라봤다.
“와, 이 상황에서 틈새 홍보를 하네.”
“막내가 너부 똑부러진 거 아냐?”
패널들이나 멤버들은 평상시와 똑같은 이단비의 얼굴을 보며 아까의 심박수는 단순히 화가 나 드러난 신체 반응이라고 여기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원래 이단비는 화를 낼 때 맥박이 빠르게 변할 정도로 흥분하는 놈이 아니었다.
그런 이단비의 심박수가 갑자기 치솟아 오른 것은 ‘팬이나 멤버들이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에 녀석이 엄청난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일 터였다.
“…….”
결국 그 패널은 선을 넘어 버린 것이다.
어린놈이 따박따박 반박하는 것에 아무리 자존심이 상했다고 하더라도 아까의 언행은 확실히 지나쳤다. 나이 처먹을 대로 처먹은 인간이 고작 고등학교 졸업도 못한 아이에게 취하기에는 너무 추한 태도였다는 뜻이다.
본인도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굳이 여러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이단비를 걸고넘어진 이유가 뭘까. 그것도 꼭 어느 회사가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말들을 늘어놓으면서.
그에 대한 의문을 가지자 단서를 찾아 팽팽 돌아가던 머리가 어떤 목소리를 기억해 냈다.
– 강혁우가 벌이고 있는 사업은 한두 가지가 아니야. 하나같이 다 질 나쁜 것들뿐인데, 거기 드나들다가 약점 잡히는 연예인들이 꽤 있어.
‘…아아.’
그놈이 왜 그렇게 유난히 이단비에게 연연했던 건지,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집 새끼를 건드린 놈을 그냥 멀뚱멀뚱 지켜보고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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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팀에게 주어지는 탄환의 수는 총 7개입니다. 탄환 하나당 1분의 공격 시간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되고, 이걸 어떻게 사용할지는 각 팀의 자유입니다. 전략을 잘 짜서 임해 보세요.”
공수 교대를 위한 메인 진행자의 설명이 끝날 즈음, 패널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그를 향해 짧은 말을 뱉었다.
“앉아 계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나눠서 사용하지 않을 거라서요.”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패널들을 두고 천천히 걸어 나가 긴 테이블의 앞에 멈춰 섰다. 정확히는 이단비에게 상처를 준 새끼가 앉아 있는 곳의 건너편에.
나는 허리를 숙여 놈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 채 짓씹듯 말했다.
“프로그램에서 계속 잘리시는 이유, 혼자 모르고 계시는 것 같은데 알려 드릴까요?”
삐이이익!
경기 시작을 알리는 버저처럼 알림음이 울렸다. 그것을 뒤로하고 분노로 드라마틱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내려다본 나는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아직 7분이나 남았는데 성급하시네요.”
왜, 재밌잖아.
웃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