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판테이온 측의 공격이 시작되고, 이단비에게 상처를 준 놈을 향해 입을 열고서야 든 생각인데,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단비를 향한 공격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해 보면 생각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는 언제나 그렇듯 나의 정 때문이었다.
그래, 서유성이 죽도록 싫어하는 그것 말이다.
나는 이단비처럼 어린 나이부터 독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그랬던 시기가 있었으니까.
– 형, 나 그냥 수학여행 안 갈래.
– 너 왕따 당하냐?
– 아니.
– 그러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갔다 와. 남들 다 하는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 그러는 형은. 남들 다 다니는 학교도 못 가고 일이나 하잖아. 그렇게 번 돈으로 놀아도 하나도 안 기뻐.
그래서일까, 어린놈이 악착같이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아등바등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와 버리는 것이다. 뭐, 이건 그렇게까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결정적인 두 번째 이유.
나는 아직까지도 이단비에게 조인찬을 투영하여 보고 있었다.
– [그냥 이단비 넣지 말고 6명으로 활동하면 안 되냐 ㅋㅋㅋㅋ]
– [인생은 이단비처럼! ^^]
둘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이단비는 강한 아이니까 조인찬처럼 되지 않을 거라는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 나는 형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을 것 같다! 우리 같이 평생 프리즘 하자!
그 말은 조인찬이 나약하기 때문에 무너진 것이라고 여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분명 그런 말을 쉽게 입에 담는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다, 대중들의 조롱과 비교에 노출되기 전의 조인찬이 얼마나 행복하게 웃는 놈이었는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 놈이었는지. 사람들이 녀석에게 어떤 말들을 퍼부었는지.
어차피 남의 일이라 가볍게 말한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심기에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단비도 결국은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고 있었잖아.’
심박계의 숫자가 말해 줬다.
강한 아이라고 해서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라고.
이단비는 그저 상처받았다는 티를 내면 얕보이기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상황이 끝없이 반복되고 악화되면 결국 이단비도 조인찬처럼 큰 타격을 받게 될 거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예상이 가능했다. 물론 성격이 다르니 표출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는 있었지만.
조인찬이 얼만큼 고통스러워했는지 두 눈으로 지켜봤던 내가, 이단비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어떻게 그저 관망할 수 있겠는가.
– 형은 저한테 너무 물러요. 다른 멤버들한테도 무르지만 유난히 저한테 심한 것 같아요.
이단비는 내가 왜 자기를 특별하게 취급하는 건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지만, 어쨌든 내 마음은 그랬다.
‘…나는 정말 아까까지만 해도 웬만해서는 참으려고 했는데.’
우리 멤버들이 생각보다 잘 대처하고 있었고 아직 신인인 상태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패널들이 나를 향해 욕심이 많다느니 센터병이니 염병을 떨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왜 하필 이단비를 건드려서.
왜 열심히 유지하고 있던 ‘한승범’의 얼굴을 무너트리는 것이냐.
‘결국 이렇게 됐군.’
나는 내 새끼가 괴롭힘당하는 꼴을 보고도 멀쩡하게 처웃는 한심한 놈이 될 바에야 차라리 싸가지 없는 놈 되고 마는 인간이란 말이다.
들끓는 화를 억누르며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행동해야 상황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단비에게 상처를 준 놈이 마땅히 책임을 지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 사이 고민을 마친 나는 홀로 그놈의 앞에 섰다.
“프로그램에서 계속 잘리시는 이유, 혼자 모르고 계시는 것 같은데 알려 드릴까요?”
내가 선택한 멤버들은 남을 공격하는 강함보다는 자기 자신을 지키는 강함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그런 우리 집 새끼들의 손을 고작 이런 놈들을 조지기 위해 더럽힐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이 7개의 탄환은 모두 나의 것이며 오직 한 사람에게 사용될 예정이었다.
“아직 7분이나 남았는데 성급하시네요.”
나는 저놈에게 감사해야만 했다.
저놈이 인터넷의 모든 악플러들을 대표해서 이단비를 지적해 준 덕분에 나는 카메라 앞에서 저놈의 밑바닥을 낱낱이 드러내며, 이단비를 욕했던 이들에게 저속한 패배자의 이미지를 뒤집어씌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 뭐라는 거야.”
적나라하게 심박수 알림음을 울리고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피식 웃음을 흘린 성희롱이 혼자 분위기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마땅히 대꾸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저러는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내 알 바는 아니기에 나는 구태여 질문에 응하듯 태연하게 말했다.
“재미가 없어서죠. 코미디언인데 재미가 없어서.”
냅다 노잼 선언을 하자 나머지 패널들은 잠시동안 벙쪄 있더니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와, 팩폭이다. 팩폭!”
“코미디언한테 재미없다는 건 그냥 죽으라는 뜻 아니야?”
“근데 웃긴 게 뭔지 알아? 우리 중에 아무도 저 말 부정 안 해 줘. 푸하학!”
듣는 사람은 엄청 자존심 상하고 쪽팔린데 또 진지하게 뭐라고 하기에는 또 민망한 이 발언은 젠에게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젠이 했을 때와는 반응이 사뭇 다르지긴 하지만.’
패널 팀의 반응이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이유는 젠과 내가 Survive IDOL을 통해 쌓은 이미지가 달랐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정말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젠이 노잼이라고 했을 때는 ‘별로다’ 정도로 받아들이지만, 한승범이 노잼이라고 하면 ‘그런 허접한 실력을 가지고도 용케도 일자리를 잡았구나, 이 무능한 둔재 놈’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아, 그렇다고 해서 그 해석이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다들 제대로 읽으셨다.
“진짜 그렇게 재미가 없었으면 사람들이 그렇게 나보고 잘한다, 잘한다 해 주겠어요? 근거 없이 몰아가는 것도 정도껏 해야 받아 주지.”
내 발언에 폭소를 터트리고 있는 패널들을 못마땅한 눈으로 보던 성희롱은 지금껏 본인을 칭찬하는 댓글들을 떠올렸는지 자신만만하게 반박했다.
‘착각도 유분수지.’
저런 놈도 나름 코미디언 명함을 달고 있다니 정말 웃긴 일이었다.
원래 타인을 조롱하며 희열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 가장 추악한 것이고, 저놈은 그것을 팔아 가며 배를 채우는 한심한 새끼에 불과하지 않은가.
나는 차분히 입을 열어 그것을 지적했다.
“그 사람들은 박승우 요원의 개그가 재미있는 게 아니라 그냥 남을 비웃고 조롱하는 행위가 재미있는 것이겠죠. 박승우 요원은 다른 사람을 까 내리는 것 외의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뿐이고요.”
“…뭐?”
삐이이익!
2점째를 알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점수가 올라간 게 눈에 보였지만, 나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점수 따위가 아니라 이단비를 비하하던 놈이 얼마나 한심한 인간인지 까발리는 것이었으니까.
“이런 걸 두고… 확연히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던가요. 천만다행이네요. 코미디언은 재미가 없다고 해서 춤, 노래 못하는 아이돌만큼 비난받지 않으니까요.”
“뿌이뿌이뿌이뿌이!”
놈이 이단비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끌고 오자 패널들이 흔히들 찢었을 때 나오는 에어혼 소리를 내며 염병을 떨었다. 하지 마.
그리고 그 요란한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성희롱이 착용한 심박계에서 또다시 알림음이 울렸다. 3점째였다.
“아 나 미치겠다. 너무 재밌어. 너무 흥미진진해!”
동료가 공격당하고 있는데 팝콘이라도 뜯을 기세로 마냥 흥미진진하게 구경만 하고 있는 패널들을 보며 나는 확신했다.
‘역시 이 사람들은 저놈에게 별로 호의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군.’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제작진과 패널들의 표정 변화와 반응을 중간중간 확인하면서도 느꼈지만, 성희롱은 제 동료들과 그렇게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사회생활의 일환으로 함께 웃고 떠들기는 하지만, 뭔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성희롱을 석연치 않아 하는 것이 은연중에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하긴, 남의 정치질을 도와주느라 항상 정신이 팔려 있고, 혼자 눈에 띄자고 도가 지나치는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놈이 예뻐 보일 리가.’
“가끔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한 사람만 과할 정도로 공격하시죠. 방송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그건 도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개인적인 감정?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클리어 보상이라도 나오는 건가요?”
“…….”
놈의 무리수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문까지 제시하자 메인 PD가 성희롱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에이전트 워’는 방송 심의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재를 받은 바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성희롱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제작진이나 나머지 패널들은 아마 점차 눈치채게 되었을 것이다.
놈의 언행은 점점 더 도를 지나쳐 조만간 현실적인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고, 그것을 편집으로 모두 걷어 낼 바에야 적당히 선을 지킬 줄 아는 대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거기에다 저놈이 혼자 외부인에게 협력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까지 더해지면 완전히 눈 밖에 나게 되겠지. 다 같이 일하는 곳에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성희롱이 주는 자극에 열광하는 이들은 갈수록 더한 것을 요구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지금이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지금껏 열심히 쌓아 놓은 탑을 허물고 싶지 않다면 지금 손절해야 했다.
‘충분히 판 깔아 줬으니까 이제 눈치껏 슬슬 치워라.’
너희들 잘하는 거 하란 말이다.
이미지 개판 났을 때 출연 연예인 갈아치우고 ‘앞으로 달라지겠습니다’ 선언하는 것.
나는 지금 그것을 유도하기 위해 저놈의 가치를 떨어트려 놓는 것이다.
“입으로 잘못을 저질렀던 적이 있다면, 적어도 똑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보이는 것이 예의 아니겠습니까.”
삐이익!
“야, 적당히 해라.”
성희롱 사건을 돌려 입에 담자 놈이 정색을 하며 대놓고 나를 노려봤다. 그렇게 행동하면 내가 아뿔싸 하는 마음에 입을 다물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지 않은가.
이쪽의 내용물은 서유태인데.
나는 일부러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이제 와서요?”
너는 우리 집 새끼한테 온갖 선넘는 이야기 다 해 놓고 왜 본인이 공격당할 때만 정색하고 난리냐, 이 뜻이었다. 그것을 느낀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패널들이 덥썩 내 말을 거들었다.
“야, 너는 내 엑스 와이프 초성까지 언급하면서 농담 따먹기도 한 주제에 뭐 이 정도로 발끈하냐.”
“예능이다, 예능! 정신 차려라. 내로남불 하지 말고.”
“쯧쯧, 쟤가 정후 요원을 본받아야 하는데. 저 형은 별명이 1336이잖아.”
“파하하학!”
동료들의 지적에 빨갛게 익은 얼굴이 부들부들 떨릴 즈음, 7분의 제한 시간이 끝났음을 제작진들이 알려 왔다.
“이상으로 판테이온 팀의 공격을 마치겠습니다. 스코어는 6:1, 판테이온의 승리입니다.”
나는 놈을 향해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다 방송 콘셉트 때문에 한 말인 거 아시죠? 부디 기분 안 상하셨으면 좋겠네요.”
나의 구라와 함께 에이전트 워 1부는 판테이온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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