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1부 촬영이 끝나고, 2부 촬영이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 약간의 대기 시간이 찾아왔다.
몇 시간 동안이나 1부 녹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출연진들도 휴식할 시간이 필요했고, 제작진들도 제작진 나름대로 2부 촬영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기 시간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대기 시간 동안 주변을 살피며 돌아다니고 있던 중이었다.
바로 성희롱과 대화를 나누기 위하여.
‘찾았다.’
거의 몇 분을 소요하여 찾아다닌 결과 나는 놈을 구석진 통로에서 발견했다.
놈은 동료들의 앞에서 내게 깨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서인지, 아니면 그 와중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던 동료들에게 배신감을 느껴서인지 대기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인적이 드문 이곳에 계속 나와 있는 것 같았다.
“…뭐야.”
성희롱이 나의 인기척을 눈치채곤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아까 코너 때문에 혹시나 기분 상하셨을까 봐 인사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놈은 내가 뒤늦게 몸을 사리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짓더니 본격적으로 나를 갈구기 시작했다.
“네가 제정신이냐? 선배한테 싸가지 없이 그따위로 행동하게?”
하지만 그 서유태가 이곳에 사과나 하러 돌아왔겠는가?
빌드 업으로 뱉은 말에 진지하게 반응을 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웃음만 나왔다.
“연차를 신경 쓰지 않는 게 프로그램 콘셉트라 전달받아서 그것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했던 건데, 기분이 많이 나쁘셨나 봅니다.”
덤덤한 투로 대답하자 성희롱은 돌연 나를 이 자식이 돌았나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전형적인 말들을 뱉으며 나를 지적했다.
“야, 선배님이 지적해 주시는데 따박따박 변명하는 놈이 어디 있어. 너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욕먹을 거 생각도 안 하고 입 놀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얘가 인기만 많지 기본이 안 됐네.”
“…….”
‘욕먹을 거 생각도 안 하기는. 다 알고 한 건데.’
방통위의 철퇴를 한번 맞았던 제작진들은 아마 수위 때문에 너무 과한 부분은 꽤 자잘하게 편집할 것이며, 나머지 패널들의 반응을 위주로 이를 악물고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싸가지 없다고 욕을 먹긴 할 것이다. 이놈의 유교민국은 선배한테 말도 안 되는 욕을 처먹어도 후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참는 게 당연한 나라니까.
나는 그것을 알고도 그 행동을 선택했다.
‘내가 욕먹는 거에는 과할 정도로 내성이 생겨서 그 정도는 간지럽지도 않거든.’
백번 욕해 봐라.
나는 내가 욕을 처먹는 것보다 내 옆에 있는 놈들이 무너지는 게 더 고통스러운 인간이다. 다른 놈들이 공격당하게 둘 바에야 차라리 내가 표적이 되고 말지.
내게 중요한 건 내 새끼들과 팬들뿐이었다.
‘그리고 그 팬들은 분명 상황을 방관하기만 하는 나보다는 해야 할 말은 하는 나를 좋아할 거고.’
내가 방송에서 보인 모습은 팬들이 Survive IDOL을 통해 인식하고 있는 나의 이미지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들이 사랑하는 건 곁에 둔 이들을 아끼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한승범이었으니까.
나는 이 팀의 리더로서 팬들과 멤버들을 안심시켜 줘야 할 의무가 있다.
판테이온은 리더가 어떻게 해서든 지킬 것이니 안심하라고.
단지 표현이 조금 과격했던 것은 뭐… 성희롱이 줄기차게 핑계 삼았던 말이 있지 않은가. ‘방방봐.’ 나는 그냥 프로그램 콘셉트에 열심히 몰입했을 뿐이다.
그리고 저놈이 지금까지 저지른 짓이 있는데 과연 사람들이 저놈 편을 들며 나를 욕할까?
장담하건데 사이다니 뭐니 하며 팝콘을 뜯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심지어 먼저 선을 넘었던 것은 저놈이고, 나는 어쭙잖은 루머가 아닌 정론만을 말하지 않았던가. 아마 이단비에게 놈이 했던 말과 이단비의 반박 그리고 나의 말들이 방송을 타면 여론은 오히려 우리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자 내 얼굴을 보고 있던 성희롱이 픽 비웃음을 흘리고 빈정거렸다.
“네가 아직 잘 몰라서 그렇지. 편집으로 사람 하나 나락으로 보내는 거 쉬워. 얘가 너무 겁이 없네.”
“그렇습니까. 새겨 듣겠습니다.”
나는 그 충고에 순순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요즘 애들은 이런 걸 보고 ‘안물안궁’이라고 하던가.
그러자 어쩐지 성희롱은 더욱 화가 난 듯 헛웃음을 뱉었다. 나는 그런 놈을 향해 화제를 돌리는 척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화영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은 젓가락질 잘합니다. 혹시나 궁금하실까 봐요.”
딴소리는 아니고, 이화영의 집안이 겁나서 공격도 제대로 못한 주제에 감히 판테이온의 편집 방향을 걱정하나 싶어 한 말이었다. 그러자 놈은 뒤늦게 이화영의 집안을 다시 떠올렸는지 숨을 들이켰다.
‘뭐 사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이화영이 아니라 최적현이겠자만.’
그놈의 최적현.
Survive IDOL의 제작진에게도 삥을 뜯었던 놈의 행적을 떠올려 보니 한숨만 나왔다. 그놈 취미는 내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무편집본을 몰래 빼돌려서 방송이 나가기 전에 감상하는 거란 말이다. 이거 뭐, 극성 학부모도 아니고,
‘아, 소름 끼쳐.’
성희롱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게 몸을 부르르 떤 나는 이제 슬슬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몇 개월 전까지 **동에 자주 방문하셨죠.”
“…뭐?”
‘정답이군.’
한번 떠본 말에 삽시간에 얼굴을 굳히는 놈의 반응을 보며 나는 내가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 정답임을 확신했다.
내가 언급한 것은 강혁우가 운영하는 여러 사업장 중 하나가 위치한 동의 이름이었다.
동료 여자 연예인한테 그런 말이나 하는 걸 보면 평소에 어떤 짓을 하고 다닐지는 금방 유추할 수 있지 않은가. 그 유추를 바탕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곳을 말했는데, 딱 맞아떨어진 것 같았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얼굴을 꽁꽁 숨기며 오가고, 일상적인 목적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던 곳을 갑자기 저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 놈이 입에 담았으니, 아마 녀석은 심장이 떨어지는 듯했을 것이다.
“친한 기자분이 그곳에서 선배님을 자주 봤다고 해서요.”
‘물론 구라지만.’
이전에도 써먹었던 핑계지만, ‘한승범에게는 정보를 제공해 주고, 언론화를 도와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구라를 조금씩 퍼트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착각이겠지”
내내 변변찮은 소리나 뱉던 입에서 하찮은 거짓말이 나오자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아, 확신하지 못해서 아까처럼 질문을 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선배님께서 어디를 가서, 어떻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지, 왜 그 사람에게 휘둘리고 있는 건지 이미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제는 평정심을 유지하지도 못한 채 새하얗게 질려 있는 놈을 향해 말했다.
“제게 충고를 해 주셨으니 저도 충고 하나 드릴까요.”
“…….”
“따를 인물은 신중히 고르시는 게 좋겠습니다. 약점을 지키기 위해서 그 사람의 지시를 따랐던 것들이 어느샌가 또 다른 약점이 되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상대의 수법입니다.”
나는 성희롱을 통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강혁우가 놈에게 했던 것과 같은 수단을 사용해서.
‘저놈이 쓸데없이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거나 욕을 하고 돌아다녀서 귀찮은 상황이 벌어지는 건 딱 질색이니까.’
강혁우는 결국 업소가 까발려지면 본인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가. 그곳이 망하든 말든 상관이 없는 입장 아닌가.
CCTV 영상 같은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조금 밀렸지만, 성희롱은 먼저 강혁우에게 자료와 함께 협박당했던 경험이 있었고, 나는 아는 기자가 있다고 했기 때문에 저놈은 멋대로 내가 증거 자료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고 있을 터였다.
“다행히도 저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오늘 보셨듯 저는 선이 있는 사람이고 그것을 침범당했을 때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부디 앞으로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을지 현명한 판단을 하시길 바랍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놈의 목숨줄을 잡고 있는 것은 강혁우가 아닌 내가 되는 것이다.
“그럼, 2부 녹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남아있는 녹화 동안 기분 나쁜 티를 조금이라도 내면 가만 안 두겠다는 뜻이었다.
창백한 얼굴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까지 눈에 담은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그대로 등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 * *
성희롱의 대화를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바로 이단비를 찾았다. 녹화 중 그런 일을 겪었으니 혹시라도 상태가 뒤늦게 안 좋아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단비.”
이름을 짧게 부르자 메이크업 의자에 앉아 있던 이단비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번쩍 들고 나를 바라봤다. 그에 이쪽으로 와 보라는 손짓을 하니 이단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뽀르륵 나를 향해 달려왔다.
“…….”
가까이서 얼굴을 봐 보니 뭔가 머리가 엉망진창이었다. 자다 깬 비숑 같기도 했고, 폭탄을 맞은 것 같기도 한 머리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자 이단비가 조금 부끄러운 듯 머뭇거리다 말했다.
“…아까 녹화할 때 들은 말 때문에 형들이 많이 걱정됐나 봐요. 대기실 들어오자마자 다들 껴안고 만지고 엄청 예, 예뻐해 줬어요. 특히 강원 형이요.”
“아아.”
대충 상상이 가긴 했다.
이단비의 주위를 둘러싼 채 이단비의 머리를 복복 만지고 있는 멀대같이 큰 놈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이단비의 상태가 훨씬 더 좋은 것은 다 내가 없는 사이 열심히 멤버들이 이단비를 케어한 덕분인 것 같았다. 참 다행인 일이었다.
“사람들이 다 와서 구경했어요. 방송국에 소문 다 나면 어떡하죠.”
이단비는 마구 귀여움 받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는 일이 상당힌 낯설었던 모양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멤버들이 이단비를 매우 아낀다는 소문이 퍼지면 팬들 사이에서도 그만큼 이단비를 지키려는 목소리가 커질 테니까.
‘그게 뭐 어때서.’라고 짧게 답한 나는 바로 이단비에게 물었다.
“너는 좀 괜찮냐.”
“…….”
더럽게 요령 없는 질문을 듣고도 이단비는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제 마음을 되돌아보는 듯 잠시 동안 가만히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차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저는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단단한 사람이라고, 그런 말들에 영향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냥 그렇지도 않다는 걸 오늘 알았어요. 그렇게 눈에 보이는 수치로 확인해 버리면 부정하기도 뭐하잖아요.”
“…….”
“그리고 인터넷에 있는 말들은 면전에 대고 하는 게 아니니까 현실감이 떨어졌는데 그렇게 제대로 일도 하고, 나이도 먹은 사람한테 직접적으로 들으니까 또 느낌이 달랐어요.”
“…그랬냐.”
이단비가 이렇게나 솔직하게 본인의 심경을 털어놓는 것을 보니 아직까지는 녀석이 건강한 방식으로 안 좋은 감정을 해소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이 밀려 들어왔다.
“힘들어지면 꼭 말해라. 부끄러운 거 아니니까. 네가 원하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어.”
나는 이단비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당부의 말을 건넸다.
프리즘 시절 미숙했던 서유태가 조인찬에게 해 주지 못했던 말을. 그래서 그 후로 몇백, 몇천 번이나 후회했던 그 말을.
그러자 이단비의 눈동자에 반짝 이채가 서리더니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리고 녀석의 얼굴에 행복감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분명하게 떠올랐다.
“네.”
나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눈치챌 수 있었다.
이단비는 나를 향해 끝없는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실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도 녀석은 내가 건넨 짧은 한마디로 아주 큰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 저 형한테 감사한 일 있었어요. 그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정말 막막했는데 승범 형이 너무 화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순간 긴장감이 탁 풀리더라고요. 형 아셨어요?”
“아니, 그건 몰랐는데.”
기분이 한결 나아졌는지 나를 향해 재잘거리기 시작한 이단비의 머리를 넘겨 주면서도, 어쩐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 믿고 있어, 형.
나를 믿어 준 건 조인찬도 마찬가지였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