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본투비 센터, 경국지색 슈퍼스타 한승범의 팬 김하연 씨는 죽어라 베개에 관절기를 걸고 있었다.
이유는 터무니없다.
RH인지 뭔지 하는 잡것들이 감히 판테이온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용해 먹었기 때문이다.
‘소리 소문 없이 묻어 버리면 되지 않을까?’
김하연 씨는 원래 그녀의 아기 예수 한승범 씨의 앞이 아니고서야 타고난 난폭함을 모조리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찌 사랑해 마지않는 한승범의 위광에 감히 손을 대려는 작자들을 보고도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이미 사건이 벌어진 후로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그냥 죽어.”
이건 신성모독이었다.
숱한 이교도들을 마주해 왔지만, 이 정도로 불쾌함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팔로워가 늘어나면서 뭔 말만 해도 인용 창이 난리가 나는지라 공개적으로 그것을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짜증 나는 건 짜증 나는 거였다. 분명 판테이온과 비슷한 시기에 COMA-1도 활동을 하게 될 텐데 활동기 동안 도대체 몇 번을 마주치고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될지를 생각하면 아주 뇌를 쪼개는 것 같은 두통이 느껴졌다.
분명 관절이라는 게 없을 베개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날 즈음, 다행히 그녀는 스스로 분을 삭이고 베개를 놓아주었다.
“그만 봐야 하는데에! 이런 미친, 미친!”
그리고 분노를 잠재우자마자 그녀가 습관처럼 손에 든 것은 핸드폰이었다.
분명 스트레스를 받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내 새끼 욕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서치를 돌려 확인하는 것은 고도로 발달된 아이돌 팬들의 숙명 같은 것이었다.
“하아…….”
비공개 계정으로 서치를 해 보니 이미 대다수의 악플은 PDF를 따서 SU 엔터테인먼트와 POX 엔터테인먼트에 전달하고 계정을 차단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보이는 것은 RH 엔터테인먼트의 언플에 불쾌감을 토로하는 뮤즈들의 반응이었다.
[아니 진짜 생각할 수록 괘씸하네 뭐? 판테이온과 견주어도? ㅋㅋㅋㅋㅋ 다 죽어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살려내서 역대급 히트시키고 데뷔하기도 전에 1군 취급받는 애들한테 도대체 뭔 생각으로 얼굴도 모르는 애들 데려와서 비비는 거임] [나 진심 내새끼만 빨고 나머지 애들은 그냥 신경 끄고 덕질하려고 했는데 기어코 그룹 전체를 건드리네 이 미친 놈들이 ヲヲヲ] [남의 그룹에 이렇다 저렇다 말할 시간 있으면 그냥 지네 애들이나 잘 돌보길 ㅜㅜ… 지금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진 주제에 ㅈㄴ 건방짐] [프리즘 sbn들이 루머 다 뚫고 성공했다고 노이즈 마케팅에 맛들렸나 봐용 그냥 될놈될 안될안인데ㅎ]‘요상한데.’
아이돌 덕질 짬바가 꽤 되는 김하연은 그 반응들을 보며 뭔가 팬덤의 분위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평범한 포지션의 멤버를 최애로 잡았다면 그냥 별생각도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리더를 잡아 버린 이상 그녀는 그룹 전체의 그림을 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룹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고생하는 건 그녀가 사랑하는 리더 한승범이었으니까.
“…이거 RH가 약간 죽 쑨 거 아냐?”
원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그룹의 경우 어떻게든 최종 데뷔 멤버 명단에 내 새끼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서로를 까 내리며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이 모여 팬덤이 형성되기 때문에 개인 팬의 성향이 강하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개인 팬은 무슨 다들 ‘판테이온은 하나다.’를 구호처럼 외치며 똘똘 뭉치고 있지 않은가.
RH 엔터테인턴트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 버린 것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살았던 사람들을 단번에 모으기 위한 방법은 공동의 적을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판테이온, 나의 사랑.판테이온, 나의 빛.
판테이온, 나의 어둠.
판테이온, 나의 삶.
판테이온, 나의 기쁨.
판테이온, 나의 슬픔.
판테이온, 나의 안식.
판테이온, 나의 영혼.
판테이온, 나.] [% 안 바꿔줘 돌아가~ 아무리 발악해봤자 김새명은 표 부족해서 판테이온 합류 못했어~ 누가 뭐라고 해도 판테이온 막내는 이단비임 다 꺼져] [올괜 아니었는데 이번 일 계기로 마음 싹 고쳐먹음 판테이온은 하나다. 판테이온을 건들 시 다 죽여버리겠다.] [ㄹㅇ 나는 내가 그룹 자체에는 큰 흥미 못 가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막내 얻어맞으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짜증나더라 ㅋㅋ;; 나 판테이온 사랑하나 봄 강제 자각] [솔직히 애 데리고 장난질 한 건 선 넘었지 정신차려]
RH 엔터테인먼트는 뿔뿔이 흩어져 있던 뮤즈들이 난데없이 얻어맞은 것을 계기로 단단한 결속력을 가지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김하연은 똘똘 뭉치고 있는 뮤즈들을 보며 약간의 통쾌함과 뿌듯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니까.
“…승범이가 막내 많이 아끼는 것 같던데. 승범이랑 단비 둘 다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승범은 남들을 상처 입혔으면 입혔지, 상처받지는 않는 쌈닭 성깔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당장 조용한 것은 그저 킬 각을 재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추호도 모르는 김하연 씨는 오늘도 의미 없는 걱정을 하며 눈물을 훔쳤다.
* * *
그렇게 걱정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앨범 구매를 위해 열심히 지갑을 준비하다 보니 어느샌가 뮤비 공개일과 쇼케이스가 다가왔다.
‘드디어 아폴론 스타일링 가려지는 부분 없이 다 볼 수 있다!’
신화 중 일부분을 가져와 새롭게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정보를 듣고, 그 첫 시작을 어떻게 끊을지 아주 기대가 됐던 그녀는 두 손을 꼭 쥐고 경건한 마음으로 뮤비를 감상할 준비를 마쳤다.
‘이 콘셉트 너무 무리수 아닌가요’ 하며 딴지를 거는 놈들은 이미 머릿속으로 사천 번 암살했다. 원래 K-POP 세계에서 아이돌은 때때로 손에서 불도 뿜고 갑자기 공중 부양 하며 등에서 천사 날개를 뽑아도 ‘우리 애들은 회사 말을 잘 듣는 착한 애들이구나.’ 하고 이해해 주는 게 매너이거늘, 고작 이 정도로 나약한 소리를 해서는 안 됐다.
세대를 탓할 것인가?
아니, 그런 콘셉트는 어느 시기든 과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신화 콘셉트를 정당화한 김하연은 곧바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정보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단비 콘셉트는 승범이가 보기 드물게 떼를 써서 강행했다고 하던데, 뭔가 생각이 있었던 건가.’
유일하게 콘셉트가 공개되지 않았던 이단비의 티저를 떠올리며 의문을 느낄 새도 없이, 미리 맞춰 둔 알람이 울렸다. 이제 곧 뮤비가 공개된다는 뜻이었다.
“3, 2, 1…….”
그리고 카운트다운이 끝난 순간, 그녀는 공식 판테이온 너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을 클릭했다.
처음으로 들린 것은 맑은 물소리와 풀이 밟히며 나는 신비로운 소리였다.
그리고 화면에 밝은 달빛과 대비되는 어두운 밤, 새하얀 의복과 금발을 길게 늘어트리고 거대한 황금 뿔을 가진 사슴과 함께 푸른 숲속을 걷는 남자가 나타났다. 김하연은 실루엣만을 보고도 그가 한승범임을 눈치채고 숨을 집어삼켰다.
‘…아폴론이 아니라 아프로디테 아니야?’
사슴이 걸음을 천천히 멈추자 한승범의 얼굴로 화면이 전환되고 달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이 온몸을 휘감는 것 같은 바람에 흩날렸다. 그리고 녹안이 화면에 가득 찰 정도로 클로즈업된 후,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반주와 함께 도입부가 시작되었다.
[- 위대한 영웅의 탄생을 기도하라오직 그만이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 줄 수 있으니]
그 파트가 끝나자마자 멤버들이 대형을 맞추어 서 있는 퍼포먼스 비디오가 짧게 스쳐 지나갔다. 멤버들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복식에 조금 더 현대적인 느낌을 더해 어레인지한 의상을 입고 있었다.
‘이건… 얼굴이 개연성인데?’
내심 갖고 있었던 콘셉트와 멤버들의 매치에 대한 걱정이 아예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콘셉트를 다들 어떻게 아무 무리 없이 소화하는 건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원래 얼굴의 분위기 때문에 한승범과 니콜라스가 잘 어울릴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다른 멤버들까지 이렇게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니, 어깨가 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훅훅 지나간 그 장면을 되돌려 볼까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일단 첫 번째 감상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고, 다시 뮤비에 집중했다.
한승범의 옆에 있던 사슴이 홀로 숲속을 달아나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비춰지고 누군가가 그 뒤를 쫓는 것 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그리고 퍼포먼스 비디오에서 한승범과 이단비가 노래를 주고받았다.
[- 놀아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손을 움직여서는 안 돼] [-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1년의 세월을 지새우더라도
초조해져서는 안 돼] [- 그건 네게 곧 독이 될 거야]
끝없이 달리는 다리와 흔들리는 시야가 카메라로 비춰진 후, 이윽고 사슴을 품에 안은 손이 보였다. 마치 어떤 인물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처럼.
[- 조종당하는 것조차 모르고함부로 절망해서는 안 돼] [- 반드시 헤쳐 나갈 방법이 있을 거야
지금부터 너의 시간이 찾아올 거거든]
한 명의 인간을 내려다보는 6명의 신들이 그려진 그림이 움직이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를 든 젠이 항아리 안의 포도주를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그러자 검은 포도주가 화면을 꽉 채우고, 화면이 전환되었다.
그리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카메라 시점에는 황금 사과를 든 손이 있었다.
[- 용기를 가져라, 영웅이여]다시 퍼포먼스 비디오가 재생되며 이어진 것은 우강원의 파트였다.
포인트 안무와 함께 나온 것을 보니 아마 이것이 후렴구인 것 같았다.
[- 일어서라, 영웅이여]첫 번째에는 우강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홀로 울렸지만, 이번에는 도유다가 화음을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백기량까지 합류하여 훨씬 더 풍부한 음이 울렸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우강원의 목소리를 베이스로 나머지 보컬 라인 멤버들의 음색이 돋보이는 구간이었다.
귀에 꽂히는 그 파트가 끝나자마자 바로 이어진 것은 도유다의 파트였다.
[-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하게 될 거야부디 겁먹지 말아
‘보이지 않는 것’이 널 지켜 줄 테니까]
단번에 곡의 분의기를 고조해 주는 파트와 함께 손을 잡고 이끄는 도유다의 모습이 지나가고, 새카만 옥좌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니콜라스로 바로 화면이 연결되었다.
니콜라스의 흰 얼굴에 날카로운 이를 가진 괴물의 새카만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납게 이를 드러내던 그것은 니콜라스가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올리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 sh, 고작 이만한 일에 떠들썩해질 필요는 없지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추태는 부디 보이지 말아
그저 저들의 더러운 본능일 뿐이니 말이야] [- 두려운가? 영웅이여]
뒤이어 보컬 라인의 고음 파트로 곡이 점점 더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댄스 브레이크가 시작되었다.
“와…….”
군무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프로젝트를 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댄서들의 손이 넝쿨처럼 얽히고, 그 수많은 사람의 관절이 걸려 있는 넓고 얇은 실크 천이 바람에 흩날려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꼭 현실이 아니라 정말 신화 속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모든 움직임을 가운데에서 통제하고 있는 이는 한승범이었다.
‘이거, 승범이가 짠 거구나.’
리얼리티에서 한승범이 댄서들에게 설명을 했던 대형과 아주 비슷했다. 0.5초 나온 그 장면을 기억해 낸 김하연은 입을 틀어막고 잔뜩 뽕이 찬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애쓰며 뮤비를 마저 감상했다.
우강원과 젠의 저음를 살린 파트와 한승범과 이화영의 후렴구 파트가 지나가고, 현대무용을 결합한 것처럼 정돈된 움직임으로 댄서들의 팔과 다리가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춤과 함께 복잡하게 얽힌 천이 엉키지 않게 끝부분부터 빠른 속도로 천을 풀어내고 댄서들이 하나둘 천을 일자로 늘어트리며 앵글 밖으로 벗어나자 멤버들 사이에 가려져 있던 이단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 슬슬 곡이 마무리되려는 것이다.
한계까지 고조된 상태에서 돌연 고요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다시 화면이 전환되었다.
새카만 밤하늘에 사람이 거꾸로 서 있는 것 같은 모양으로 별들이 빛나는 것이 보였다. 위압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빛나는 그것들을 등지고 서 있던 이단비를 향해 카메라가 다가갔다.
이단비는 스파클라의 불빛처럼 잘게 흩어지는 불꽃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장면이 눈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클로즈업된 화면 속에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지던 머리카락 사이로 밤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는 이단비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정면을 흔들림 없이 고요하게 응시하던 소년은 완벽하게 정돈된 목소리로 청아하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 수많은 시련을 넘어 이름을 남길 영웅이 되리라]그녀는 그 가사를 듣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1인칭 시점으로 보여졌던 그 장면들은 모두 이단비의 시점이었다는 것을.
한승범은 자신이 아끼는 아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이들에게 보란 듯이 과시하기 위해 이 노래를 쓴 것이었다.
[- 나의 존재를 증명하리라]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대로.
정말이지 한승범답다면 한승범다운 방식이었다.
[- 나 이곳에, 저들의 일원임을 알리리라]한승범이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던 이단비의 콘셉트는 어떤 인간 영웅이었다.
수많은 시련을 넘어, 결국에는 신들을 위협하는 이들을 무너트리고 신의 자리에 오르는 영웅.
[Pantheion (판테이온) ‘Heracles’ OFFICIAL M/V]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