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뮤비와 음원이 공개된 이후로 SNS와 커뮤니티는 발칵 뒤집어지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쇼케이스를 위한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핸드폰으로 그것을 살펴보고 있던 참이었다.
[(한승범 뮤비 보정짤) 한승범 컨셉 아폴론 연막이고 아프로디테가 찐이라더니 ㄹㅇ 맞말인듯] [┗ 아름답다……] [┗ 아름답다……] [┗ 킹름답다……] [┗┗ 다들 정신을 좀 차려보세요] [┗┗ 다 홀려서 걍 정신 놓고 있네 ㅋㅋㅋ] [한승범 스타일링 해준 사람 누구임 진짜 계신 방향으로 절 오천번 할게요 사는동안 돈 많이 버시고 건강하시고 하는 일마다 잘되소서] [나 솔직히 판테이온 이름 들었을 때 아 조졌다 개에바다 이생각 했는데 걍 인트로 교주 걷는 거 보자마자 마빡 존아 때림 네 당신은 태양의 신, 미의 신, 모든 신들의 왕, 우리의 신입니다 영원히 섬기겠습니다]가장 먼저 아주 격하게 콘셉트를 좋아하는 팬들의 반응을 확인한 나는 작게 숨을 내쉬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스타일링 반응이 꽤 좋군.’
나는 원래 외모에 관한 칭찬은 한승범을 향한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으스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콘셉트나 스타일링에 관한 칭찬이 많으면 꽤 뿌듯함이 느껴지곤 했다. 콘셉트 연출이나 스타일링은 내가 상당 부분 개입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서유태인데 어디 얼토당토 않은 콘셉트를 그냥 열심히 준비해 왔다고 수락하겠는가.
다 제대로 소화할 자신이 있어서 오케이 한 거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크롤을 내리자 이번에는 내가 작곡을 했다는 사실에 대한 반응이 나왔다.
[이게 어떻게 신인에 연습기간도 얼마 안 되는 사람이 쓴 노래임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와] [┗ 한승범 노래 공개될 때마다 이 얘기 똑같이 나오는 거 너무 웃김 이제 슬슬 인정하자 한승범 노래 ㅈㄴ 잘씀]‘아…….’
그 게시글을 보자 따끔따끔 양심이 아려 왔다.
신인도 아니고 연습 기간이 얼마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거의 차트 위의 나그네 수준으로 노래를 써 재꼈던 내가 이런 소리를 듣다니.
[심지어 노래만 잘 쓰는 것도 아님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고 진짜 천재같아 뭘 해도 될 사람인듯 나는 그냥 가끔 드는 생각인데 교주가 아이돌 안하고 그냥 작곡가나 프로듀서로 먹고 살겠다고 할까봐 좀 무서움ㄷㄷ ] [┗ 근데 한승범은 아이돌 하려고 태어난 사람임 걱정 ㄴㄴ] [┗┗ 그건 ㅇㅈ] [콘셉트 보면 일반 대중보다는 팬덤 노리고 낸 것 같긴 한데 띵곡이라서 일반 대중들 반응도 좀 기대돼요 탑라인 너무 좋아서 계속 반복해서 듣는 중입니다! ^^d] [멤버 특혜 안 받고 블라인드 테스트 꾸역꾸역 통과해서 타이틀곡 따낸 것까지도 너무 너무 한승범임 한승범이 한승범했다] [대중: 요즘은 이지리스닝이 인기 많음한승범: 어쩔판테이온 나 쓰고 싶은 노래 쓸 거임]
‘…어쩔판테이온?’
좋다는 소리인지 별로라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팬들이 하트를 많이 찍어 놓은 것을 보니 욕은 아닌 것 같았다. 합격.
[뮤비 해석 1-1 원래 헤라클레스의 탄생에 관한 예언을 내리는 건 운명의 세 여신인데, 아폴론이 예언의 신이라서 대장이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대장 옆에 있었던 사슴은 황금 뿔을 가진 거로 봐서는 헤라클레스의 12과업에서 등장했던 타이게테로 보이지요. 헤라클레스의 과업 중 여신의 소유물을 함부로 건드리는 (타래로 이어서)] [┗ 뭔말인지 모르게떠염] [대장은 진짜 존나 멋진 사람이다…… 막내한테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너는 판테이온 멤버고 그걸 증명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는 얘기를 이렇게 해주네 내가 만약 막냉이였으면 감동폭격 먹어서 그자리에서 앙앙 울엇듬 최고의 리더야] [┗ 워매 알티탄다 머글들한테도 퍼지고 있는데?] [남돌은 원래 팬덤장사라서 팬들 뽕차게 만들어주는 게 제일 중요한데 이번에 그걸 제대로 해줌 저런 글 알티타고 유튜브 동영상 몇개 뜨면 완전 입덕파티 벌어질듯] [- 최고의 리더가 멤버를 지키는 방법 -]그리고 뮤비와 노래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도 슬슬 거론되고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뮤즈는 이단비가 여러 구설수에 휘말려 마음고생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번 노래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단번에 파악한 모양이었다.
[공주 이번에 대장 밀착케어 받더니 엄청 늘어서 깜짝 놀랐음 ㅠ 연습하느라 잠 못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다크서클 달고 있을 때마다 맘 아팠는데 이거 보여주려고 그랬던 거구나 ㅠㅠ 너무 기특해 ㅜㅜㅜ]반응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의도했던 것처럼 점차 이단비를 향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실감났다. 또, 각 멤버들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이었던지라 나는 뿌듯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윾다 너무 똑똑해보여서 지금 갑자기 마음의 거리 팔천미터 생김 우리집 바부개 어디가고 지혜의 신 계심 ㅇㄴ] [┗ 젠도 걍 미쳤어요 무슨 딩가딩가 인간이라서 디오니소스라면서!! 대장 연막 그만쳐!!! 음기 작렬이잖아!!! 너때문에흥이다깨졌으니책임져 이런 거 예상하고 있었는데 스타일링 엄청 힘줬잖아!! 음기 작렬이라 나올 때마다 화면 온도 -5도 되는 거 킹받고 너무 좋음] [니화리는 걍 뭐라고 말 얹기도 입아프다 ㅋㅋ 저번에 조직 컨셉 했을 때부터 느낀 건데 이런 과한 컨셉 참 잘 어울리는듯] [우강원도 컨셉 잘 고른 듯 저거는 우강원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의상이여….] [청기는 상대적으로 뮤비 분량이 적었던 것 같아서 속상함 ㅜ 헤라클레스랑 접점이 적은 신이라 어쩔 수 없긴 한데 ㅠㅠ 다음 앨범 존버한다]삐롱!
그렇게 한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던 중,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그에 의아하여 알림창을 터치한 나는 도착한 메시지의 내용을 읽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사진) 쇼케이스 잘하고 와. ^^.]메시지에 첨부된 것은 에이전트 워 무편집본을 틀어 둔 거대한 스크린과 와인 잔을 든 손이 함께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나는 그 사진만을 보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XX, 최적현.’
내가 이 자식을 보며 소름 끼친다는 생각을 도대체 몇 번 했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안 날 지경이었다. 이놈은 내가 싫어할 걸 알면서도 꼭 이딴 식으로 티를 내곤 했다. 꼭 내 기분을 족치는 것에 맛이라도 들린 사람처럼.
쇼케이스를 한다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응원의 말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아마 곧 이루어질 데뷔 쇼케이스도 저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하실 예정인 것 같았다.
대놓고 질색을 하며 읽씹을 시전하고 있자 뭔가 뒤통수가 따끔따끔했다.
“…….”
그놈의 조카가 시퍼런 눈동자를 깜빡이지도 않은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와도 같은 기백에 아차 싶었던 나는 눈깔을 사선으로 치켜뜨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화영은 그런 내가 보이지도 않았는지 곧장 내게 걸어와 물었다.
“누구야?”
“친구.”
윽박지르는 것처럼 건네진 질문에 태연함을 가장하며 대답하자 이화영이 비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거짓말하지 마. 너 나밖에 친구 없잖아.”
얘는 또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조카뻘이 뭔 친구냐고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 딱 그 부분에 관련해서 저놈이 의심을 하고 있으니 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평소에는 잘만 나불거리면서 왜 이럴 때만 입을 다무는 거지?”
“…….”
놈의 압박 수사가 점점 심해질 즈음, 정말 기적의 타이밍으로 매니저로부터 관심을 돌릴 수 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곧 TOP 100차트 반영될 거예요!”
매니저의 말에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벌써 시침이 7을 향하고 있었다.
6시에 음원이 공개된 후로 한 시간이 지나 차트 반영이 이루어질 예정인 것 같았다.
‘월요일 6시 공개는 또 오랜만이군.’
프리즘은 국내 순위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그룹이었기 때문에 해외 차트의 집계 기간을 고려하여 금요일 오후 1시에 음원을 공개했었다. 하지만 판테이온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성 그룹이라 장기적으로 해외를 노릴 수 없고, 국내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과 멤버들이 음악 방송 1위나 음원 차트 1위 경험이 아직 없는 병아리들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월요일 오후 6시로 음원 공개일을 결정했다.
월요일에 음원을 공개해야 음악 프로그램 순위 집계에서 손해 없이 모든 성적을 반영할 수 있고, 6시가 퇴근하는 직장인이나 하교하는 학생들의 음원 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8시부터 쇼케이스를 잡은 것도 거기에 맞춘 거고.’
가만히 일정을 짚고 있자 초조하게 손톱을 잘근잘근 씹던 도유다가 초연하게 앉아 있는 나를 보며 경악했다.
“형이 쓴 노래인데 왜 그렇게 덤덤해요! 긴장 안 돼요?”
“내가 발광한다고 해서 결과가 변하지는 않으니까.”
‘손톱 가만히 둬라.’라는 말을 짧게 하고 무뚝뚝한 투로 대답하자 도유다가 지긋지긋하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저 형 너무 이성적이라 이제 슬슬 무섭다니까! 나는 미치겠는데!”
“반영됐어요!”
쩌렁쩌렁한 비명 사이로 들린 매니저의 목소리에 젠이 도유다의 입을 틀어막고, 나머지 멤버들이 숨을 멈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쇼케이스가 코앞인 순간이라 해도 차트가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멤버들의 시선에 응하듯 핸드폰을 몇 번 터치한 매니저는 화면을 보고 놀란 듯 입을 벌렸다.
그리고 떨리는 시선을 든 후 말했다.
“진입 순위가… 13위예요.”
“…….”
“에?”
멤버들은 매니저의 말을 듣고 아예 벙찐 상태로 맹한 소리를 내었다.
“탑 백이요? 실시간 아니고요?”
“네.”
그도 그럴게, 아무리 시기를 잘 골랐고 이미 팬덤이 상당히 구축된 상태라도 신인 남자 아이돌이 TOP 100 차트의 상위권에 진입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원 공개 한 시간 만에 모든 차트 1위 정복하고 이건 다 라떼 얘기지.’
실시간 차트의 팬덤 스트리밍을 통한 줄 세우기에 불만을 가진 대중들의 지적으로 개편된 TOP 100 차트는 최근 24시간 이용량과 1시간 이용량을 50% 반영하여 ‘머글픽’, 즉 일반 대중의 이용이 없으면 좋은 순위를 보이기가 어려웠다.
24시간 이용량을 100% 반영하는 24Hits 차트보다는 팬덤 스트리밍의 영향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남자 아이돌은 고전을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거의 콘크리트처럼 변동이 없어서 차트인만 해도 박수를 치며 감격에 빠져야 하는 차트에 신인 남자 아이돌이 상위권으로 진입을 했다니. 이것은 팬덤의 규모가 이미 매우 크고, 일반 대중들도 우리 그룹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뭐, 서바이벌 프로그램 오픈빨이나 이단비 관련 이슈의 화제성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곧 실시간 차트도 1위에 오르겠군. 탑 백은 유지가 관건이고.’
“와!”
“뭐야! 뭐야!”
“우리 대박입니까?”
기쁨과 놀람에 가득 찬 멤버들의 반응을 뒤로하고 보기 드물게 얼굴이 발갛게 익은 이단비가 손을 꽉 지고 나를 향해 외쳤다.
“형, 우리 엄청 잘될 것 같아요!”
순간 도유다인 줄 착각할 뻔했을 정도로 밝은 목소리에 나는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그래,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다 형 덕분이에요.”
내 반응에 자신이 너무 들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이단비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서 흐뭇하게 우리 둘을 지켜보던 멤버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나와 이단비를 으스러질 것처럼 껴안았다.
“우리도 껴 주십시오. 두 명이 기쁨 가지는 행위 치졸합니다.”
“저 약간 서운해요? 막 토라져요?”
“시작이 좋으니까 우리 이번 활동 한번 잘해 보자.”
“아프, 아파…….”
그렇게 떠들썩하게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멤버들에게 휘둘리고 있던 중, 매니저가 내 등을 두드렸다.
“승범 씨, 손님이요.”
그에 겨우 멤버들의 품에서 빠져나와 매니저를 따라가자 눈에 들어온 것은 대기실 앞에 찾아온 제이였다. 아마 오늘 쇼케이스를 보러 온 것 같았다.
“…….”
Survive IDOL 때와는 뭔가 달랐다.
제이는 판테이온 멤버들과 맞추어 입은, 프리즘이 했던 콘셉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빼앗긴 사람처럼 서 있었다.
화가 난 듯, 슬픈 듯 이를 악물고 있는 얼굴을 보고 순간 가슴이 울렁거려 억지로 말을 꺼내려 하자 제이는 본인이 실수했다는 듯 고개를 저어 나를 저지했다. 그리고 굳게 닫혀 있던 입을 겨우 열어 말했다.
“잘하고 와요, 승범 씨.”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