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그게 왜 궁금한데?]나는 최적현의 그 질문에 이유 모를 쎄한 느낌을 받아 잠시 뜸을 들였다가 두루뭉술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냥, 그랬던 적이 있는데 기억이 잘 안 나는 것 같아서.”
그러자 최적현은 다시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나긋한 투로 대답했다.
[나한테는 그런 적 없었는데……. 사람을 착각한 거 아니야? 프리즘 멤버들이라든가. 그 친구들 연락은 안 받으려고 했던 시기가 있었으니까 그쪽이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그냥 꿈을 현실로 착각한 걸 수도 있고.]“…그래?”
[응, 나는 아닌 것 같아.]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들린 최적현의 평온한 대답에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니란 말이지…….’
원래부터 얄팍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 그런 연락을 할 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말투와 분위기를 보고 가장 그럴 듯한 상대를 감으로 찍어 봤는데,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마냥 우길 수도 없었다.
“…….”
나는 핸드폰을 쥐지 않은 손으로 테이블을 일정한 박자에 맞춰 툭, 툭, 건드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적현이 뱉은 말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언짢은 기분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최적현의 말대로 문자를 보낸 사람은 따로 있을 수도, 내가 본 그 장면이 아예 꿈처럼 허황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객관적인 사실을 앞질러 최적현을 알고 지냈던 세월이 내게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았다.
[유태야, 미안한데 나 일하던 중이라 잠깐 가 봐야 할 것 같아.]“…알았다. 끊어.”
[응, 연락할게.]“그래.”
그가 내게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 * *
최적현과 통화를 마치고 멤버들을 거실에 모은 나는 ‘놀라지 말고 들어라’라는 의미 없는 경고와 함께 덤덤한 투로 사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라이브를 진행하는 동안 전화가 150번 정도 왔어. 아마 사생이겠지.”
어쨌든 같은 숙소에 살고 있었고, 라이브 중 끝없이 연락했던 그 사생이 멤버들을 향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여 이번 일에 대해서 말은 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라이브 방송 도중 전화가 오는 것을 직접 목격한 도유다와 어제 사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이화영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쏟아질 것처럼 커진 눈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뭐, 뭐라고?”
“…150번?”
나는 놈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마저 설명을 이어 갔다.
“발신 번호 표시 제한도 있었고 그냥 모르는 번호도 있었던 걸 보면 아마 한 명은 아닐 거야.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독 문자로 나한테 계속 연락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가 지금 굳이 멤버들을 모아서 사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 사람 때문이야. 정말 유난히 우리 멤버들에게 이상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거든. 사고 나지 않도록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
그러자 내 말을 듣고 있던 젠이 정말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멤버는 친구,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를 싫어하는 것 정상 아닙니다.”
“바보야, 애초에 사고방식이 정상이 아니니까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자기 외에는 다 싫은 거야. 너는 그것도 모르냐!”
“바보라고 하는 쪽이 바보입니다, 바보 도유다.”
“아니? 바보 아닌데? 아닌뒈? 아닌뒈?”
“그렇게 말할수록 젠의 발언에 신뢰가 생기다.”
유치하기 짝이 없게 투닥거리는 젠과 도유다를 보며 가만히 내려다보며 서 있자 내 얼굴을 발견하고 몸을 흠칫 떤 백기량이 두 사람을 급히 말렸다.
“얘들아, 승범이 얘기 듣자……. 떠드는 건 나중에 하면 되잖아, 응? 위에 좀 봐…….”
그러자 뒤늦게 내 얼굴을 올려다본 패X와 매X가 꽁 얼더니 재빠르게 무릎을 꿇고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너무 나댔다.”
단숨에 조용해진 멤버들을 확인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회사한테 상황 전달해서 대략적인 조치는 해 뒀어.”
“설마 저거 말하는 거야?”
‘대략적인 조치’라는 단어를 입에 담자 우강원은 벌써 예상 가는 게 있었는지 새롭게 바꾼 문을 한번 바라보더니 말했다. 나는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 갔다.
“현관문에 CCTV 설치하고, 문 열림 센서 설치하고, 도어 록은 지문 인식으로 바꿨어. 이동할 때 경호원 인력 추가도 요청했고. 당장 할 수 있는 짓은 다 한 거지.”
“그걸 혼자 다 한 거예요? 말씀해 주시지…….”
나는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눈썹 끝을 축 늘어트린 이단비의 머리를 꽉꽉 짓누르며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문에 덕지덕지 붙은 장치들을 보며 생각했다.
‘좀 과하긴 하지. 다른 아이돌 그룹은 이 정도로 안 할 테니까.’
과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사생들 중 유난히 멤버들을 향한 적개심을 보이며 내게 문자를 했던 사람이 있어서 자칫하면 멤버들을 휘말리게 만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 혼자만 걸린 일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직접 만나서 따뜻하게 대화 한번 할 수 있으면 편할 텐데.’
직접 그 사생을 만나서 조치를 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연예인들은 사생의 신원조차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해도 그저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 정보 보호법으로 인해 통신사는 일반 개인에게 발신자의 정보를 함부로 알려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상대를 알아내고 싶다면 경찰에 연락하여 ‘실질적인 범죄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수밖에 없었다.
‘귀신 사진처럼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이나 욕설을 보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끈질기게 연락을 하는 정도로 범죄 피해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결국 당사자가 아무리 불안감을 호소하고 사고를 예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은 사고가 나야만 조치를 취해 준다는 소리였다. 이건 프리즘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기 때문에 애초에 실망도 안 했다.
덤덤하게 한숨을 쉬고 있을 즈음, 우강원이 내게 말을 꺼냈다.
“너희 어머님이랑 아버님도 상황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지 않아, 승범아?”
그러자 도유다와 젠이 옳거니 하며 말을 얹었다.
“맞아요! 부모님한테 연락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 진짜 걱정된단 말이에요.”
“스토커 같은 것, 함부로 방치하면 안 됩니다. 큰 사고 날 수도 있습니다. 보호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도유다와 우강원, 나기 젠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붙잡고 열변을 토했다. 셋 다 말하는 건 ‘부모님께 연락을 하자’로 동일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입장이지 않던가. 방송에서는 그렇게까지 적대적인 관계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멤버들은 잘 모르겠지만.
평소라면 빠르게 결정을 내렸을 내가 부모에 관한 이야기에 명확하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자 계속 무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단비가 나서서 말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 승범이 형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에게 지속적으로 일어날 거예요. 지금까지만 해도 우리 스케줄 나갔을 때 따라오는 사람들이나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있었잖아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는 없지 않을까요?”
“…맞아. 지금 우리는 일을 하는 거니까 회사 차원에서 제대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
항상 소극적이던 백기량까지 나서서 그렇게 말하자 맹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세 사람은 맞는 말인 것 같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그렇게 쉬워도 되는 거냐, 너희들.
사생의 존재를 알았을 때보다 더 심란한 마음으로 단순 삼총사를 지켜보던 나는 다시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부모님께 알리는 거는 각자 판단에 맡긴다. 나는 어차피 부모님께서 오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말씀드리지는 않을 거지만, 사고는 항상 예민하게 대처해서 나쁠 게 없으니까.”
그러자 ‘부모님께서 오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말에 의문을 느꼈는지 도유다가 내게 물었다.
“승범 형 부모님 많이 바쁘세요?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마지막 방송 때를 제외하면 승범 형네 부모님 뵌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 바쁘셔.”
참 순진하고 곤란한 질문이었다. 그에 미묘하게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자 우강원이 심각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그래도 승범이 안전보다 중요한 일은 없잖아. 말씀만 드리면 제쳐 두고 와 주시지 않을까?”
탁!
그 순간, 이화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구김 없는 얼굴로 멤버들을 돌아본 후 조용히 말했다.
“각자 판단에 맡긴다고 했어. 그거로 대화 끝났으니까 이제 가서 식사나 해.”
항상 이럴 때마다 고양이처럼 가만히 앉아 있던 놈이 갑자기 말을 한 게 적잖이 놀라웠는지 모든 멤버가 벙찐 채 녀석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이화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무를 뽑듯 내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워 부엌으로 끌고 나갔다.
나는 그에 질질 끌려 나가며 생각했다.
…설마 나 도와준다고 이러는 건가?
저 철부지 도련님이? 나를?
뭘… 안다고?
* * *
그렇게 이화영에게 잡혀서 후식까지 꼭꼭 씹어 먹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바로 노트북을 열고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저번에 우리 숙소 위치가 공개되었던 그 음지 커뮤니티, ‘ㅃㅃㅁ’ 말이다.
‘경찰이 안 도와주면 알아서 해야지, XX.’
원래 쓰레기 새끼를 잡으려면 구정물을 뒤져 봐야 하는 법이다.
스토킹 같은 짓을 저지르는 놈들은 대개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온갖 이상한 놈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며 자기 위안을 하는 커뮤니티에 중독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숙소의 위치가 이 커뮤니티에 유포된 것을 보면 이 커뮤니티의 이용자 중에 사생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이 커뮤니티를 위주로 사생에 대한 정보를 얻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NEW) 요즘 달리 안 보인다? 나만 못 봄?]‘…달리?’
검색 창에 내 써방 이름을 검색하고, 최신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는 게시글에 들어가자 유저들이 ‘달리’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유혈 사진 자꾸 올려서 밴 당한 듯 ㅇㅇ 커뮤 중독자인데 요즘 아예 안 보이는 거 보면 백퍼 밴임] [┗ 엥 여기 영자들 밴 안 때려 그래서 쓰레기 집합소 됐자나] [┗┗ ㅇ? 아냐 나 저번에 코마 애들 패다가 차단 당햇다는 글 봣서] [┗┗┗ 뭐야 밴 기준이 도대체 뭐임] [솔직히 좀 쫓아내야 하긴 했음 그런 새끼들이 꼭 사고쳐서 커뮤 양지로 끌어올리잖아 ㅋㅋ 사람 한번 찌르고 뉴스 떠서 커뮤 폐쇄되면 내 도파민은 누가 책임져줌] [달리가 ㄴㄱ] [┗ 달리(ㄹㅇㅈ 사생질 할 때 닉) = 밤곰 = 제비꽃 = 유나린] [┗ 달리좌 ㄹㅇㅈ 공성화 팔 때 멤버한테 질투하는 버릇 못 고치고 다른 멤버 패다가 거기 팬들한테 개털려서 전설되심 ㄷ] [┗ 좀 옆동네에서 유명했던 사생 있음 그룹에서 제일 인기 많고 얼굴 잘난 애들한테만 닉네임 바꿔 가면서 들러붙는 또라이…… 용케 안 들키고 매번 연예인들 사생활 사진 찍어서 올리더라 이번에는 옆옆동네 교주로 갈아탄 것 같던데 갑자기 이번 달부터 접속을 안함] [┗ 나 구오빠 팔 때 채팅 딱 한번 해본 적 있었는데 얘가 진짜 정병 레전드임 이런 애들이 꼭 사고친다]이 커뮤니티에 있는 내 사생은 한둘이 아니겠지만,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유저들이 써 놓은 설명도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설마.’
멤버들에게 적개심을 드러내고, 최근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사생.
어쩐지 내게 문자를 보냈던 그 사생과 비슷한 것 같지 않은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