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커뮤니티의 그 글을 본 이후로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던 나는 음악 방송의 대기 시간 동안 ‘달리’가 지금까지 다른 커뮤니티에서 작성했던 글과 ‘ㅃㅃㅁ’ 커뮤니티 사람들이 그를 언급하는 글들을 하나씩 찾아보기 시작했다.
[ㅈㅂ 1.0 에눌가능 #전번 #정보 #ㅈㅂㅍㅁ # 번호판매 #ㄹㅇㅈ #레이즈 #ㄱㅅㅎ #ㅍㄹㅈ #프리즘] [┗ 사기꾼새끼사기꾼새끼사기꾼새끼돈받아가고거짓정보판매하면서남등쳐먹으면기분좋냐내돈내놔너길가다마주치면멀쩡하게는못돌아갈줄알아라니집주소랑전화번호털어서찾아갈거야]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으레 있는 온갖 초성 해시태그로 도배된 SNS 판매 글을 캡처한 사진과 흥분한 게 역력히 보이는 말들이 가득한 몇 년 전의 게시글이었다. 아마 정보를 사려고 하다가 사기를 당한 게 어지간히도 화가 났던 모양이다.
‘아…….’
판매하는 사람도 등신 같고 사는 사람도 등신 같은 저 행위에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띄어쓰기 없이 빽빽하게 쓰여진 글을 본 나는 정신이 아찔하여 눈가를 손바닥으로 벅벅 문질렀다.
‘XX, 병원을 가라. 제발 좀.’
정신 상태가 온전치 않으면 병원에 가야지 왜 애꿎은 아이돌을 괴롭히며 병증을 내보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굳이 이딴 짓이 아니라도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취미는 얼마든지 있을 텐데, 꿋꿋이 저 짓거리를 반복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ㄹㅇㅈ 숙소 정보 삼 사기 사절ㅡㅡ]‘멍청하게 계속 사기당하면서 정보는 왜 자꾸 사는 건데. 한번 당했으면 배우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냐.’
그 사생이 써 놓은 글을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내 지능이 공격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 스토킹이나 하며 본인 인생을 망치고 있는 사람이 똑똑할 거라는 기대는 안했지만, 인간으로서 도달하지 말아야 할 최저점이란 게 있지 않은가.
[성화네 옆집으로 이사가기 D-100]…난 모르겠다.
이 사람의 문제가 뭔지 나는 모르겠다.
‘왜… 이러고 사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며 경멸이 담긴 시선으로 게시글을 내려다보고 있자 칫솔을 물고 대기실 안을 서성거리던 젠이 핸드폰으로 나를 찍으며 입을 열었다.
“리다 경멸 모드 100%입니다. 자주 볼 수 없어서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뭐?”
“하등 생물을 보며 스트레스 받을 때 그런 표정 짓습니다. 참고로 20%는 나기 젠이 안무를 바보처럼 틀렸을 때 나와.”
아.
나기 젠의 주둥이가 새벽부터 폭주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 안무를 틀린 정도로 이 경멸의 5분의 1을 느끼지는 않을 거다.
…아마도.
젠의 자폭 개그를 속으로 부정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던 중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도유다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를 들고 말을 거들었다.
“25%는 제가 가사를 까먹었을 때 나오죠. 내가 이겼다.”
저걸 당당하게 말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이미 나의 90%를 끌어낸 최적현 씨가 아직도 내 옆에 붙어 있으니 저 정도야 약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웩.”
“아, 디러!”
양치질을 하고 있던 젠이 헛구역질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이 바보 같은 대화는 마무리되었고, 나는 다시 홀로 남아 100%의 인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다음에 퍼포먼스 위주 활동 해라고 말했는데 말 잘 들엇내 뿌듯 ㅎㅎ 나 덕분에 1등 한 거야]“하…….”
‘그럼 레이즈가 발라드 가수도 아닌데 퍼포먼스 위주 활동 하지 뭐 하냐.’
가만히 보고 있으니 이 사람은 뭔가 내가 지금까지 봤던 이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이런 추한 인간들의 본성을 읽는 것에 도가 튼 사람이다.
그런 내가 이 사람을 보고 다른 사생들과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것은 분명 단순한 지레짐작으로 넘겨서는 안 될 내용일 터였다.
“…….”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마주했던 사생을 떠올려 보면 다들 나를 향한 비뚤어진 사랑, 애정 욕구를 느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한 자기애와 인정욕뿐이었다.
잘나가는 아이돌을 함부로 휘두를 수 있는,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를 만드는 것에 취해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한테 보냈던 문자도 마찬가지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말을 걸면 동문서답을 하고, 조금만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으면 확대 해석하여 불같이 화를 내는 걸 보면 이미 사회성이 바닥인 건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커뮤니티에 본인이 겪은 일을 전부 올리며 억지로든 소속감을 느끼려 했던 사람이 도대체 왜 갑자기 커뮤니티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을까.
‘중독된 것처럼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온갖 욕을 들어도 버티고 있던 사람이 아무 사건도 없었는데 그걸 손에서 놓을 수가 있나?’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어떤 가설을 세웠다.
‘…누군가와 새로운 접촉을 했을 가능성이 있겠군.’
그 사생은 총 다섯 명의 아이돌의 정보를 살 때마다 번번이 사기를 당할 정도로 미숙하고,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아무 소리 소문 없이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을 할 수 있었겠는가.
꼭 커뮤니티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상호 작용을 해 주고 정보를 제공해 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았다. 끼리끼리 논다고 저랑 똑같은 친구를 사귀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하지만 그런 식으로 관계를 유지하기에는 이 사생은 너무나도 뒤틀어진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 ‘누군가’도 아무런 이득 없이 이 사생과 어울려 줄 리가 없으니 그는 어떤 목적이 있어 의도적으로 달리에게 접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사생이 붙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지?’
그런 생각을 하자 차갑게 식은 머릿속에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와 RH 엔터테인먼트 신인 그룹에 서유태 짝퉁 있음 ㄷㄷ]‘극성 사생의 존재는 그것만으로도 연예인의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이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밀고 있는, 어떻게든 판테이온을 방해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이미 있지 않던가.
‘설마…….’
익숙한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라 순식간에 불쾌감이 치솟아 올랐다.
* * *
[Pet Talk>의 콘셉트는 판테이온 멤버들이 뮤즈들의 집에서 살고 있는 동물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각 멤버들은 Survive IDOL 1차 경연에서 했던 것과는 다르게 반려동물로 자주 볼 수 있는 종을 맡게 되었다.크게 강아지, 고양이, 토끼로 나누어서 말이다.
그리고 Survive IDOL 1차 경연에서는 정말 학예회 연극처럼 동물 탈을 입었다면, 이번 [Pet Talk>의 의상은 귀여운 느낌의 일상복에 동물 귀를 붙인 헤드밴드나 머리띠, 후드 등을 착용하여 훨씬 더 캐주얼한 느낌이 나는 의상이었다.
가장 먼저 의상을 갈아입고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자 곧이어 반쯤 접혀 있는 새카만 강아지 귀가 달린 헤드밴드를 착용한 도유다가 와다닥 뛰어 나왔다.
“형, 엄청 빨리 나오셨네요?
“너희가 느린 거야.”
내 무뚝뚝한 대답에 푸, 하고 입술을 부르르 턴 도유다는 내 의상을 쭉 내려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형은 진짜 예민해서 콘셉트도 엄청 가릴 줄 알았는데 안 그러는 게 진짜 신기해요. 편식은 엄청 심하면서.”
“일할 때는 안 가려.”
“우리 형 진짜 아이돌에 진심이네.”
아이돌로 살아가는 자, 콘셉트에 이게 별로네 저게 별로네 말 얹지 말 것.
팬들이 좋아하면 그냥 입 다물고 해야 한다. 그게 내 지론이었다.
물론 걱정되는 멤버가 몇몇 있기는 했다.
이를테면 이화영이라든가.
하지만 상관없었다.
– 니콜라스 형이 이 콘셉트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금 걱정이네요.
– 못 받아들이면 뭐 어쩔 건데. 하면 하는 거야.
– …….
고도의 프로듀서는 이화영마저 멍멍 냥냥에 담가 버리는 법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중, 어느샌가 고양이 귀가 달린 치즈색 후드로 갈아입은 젠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리다, 우리 같은 팀입니다. 냐.”
그리고 멤버 전원에게 나누어진 발바닥 젤리가 붙어 있는 팔 토시로 내 볼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어리석은 바보 개의 속셈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방심하지 마십시오.”
“우리 지금 팀 나눠서 하는 거 아니거든?”
평소처럼 투닥거리기 시작한 패X와 매X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던 사이, 우강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나만 의상 느낌이 다른 것 같은데 맞게 입은 걸까?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
녀석은 나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절절매고 있었다.
탈의 나머지 멤버들은 오버 사이즈의 부들부들한 파스텔 톤 의상을 위주로 입었는데 혼자 블랙 컬러의 목줄에 레더 진 의상이 지급되어서 이게 맞나 싶었던 모양이다.
“도베르만 콘셉트인데 우리 같은 의상 입으면 안 되지. 그리고 안 귀여운 옷 입은 애 하나 더 있잖아.”
그렇게 대답한 나는 바로 이화영이 있는 쪽을 손가락을 가리켰다.
손가락 끝이 향한 곳에는 화려한 프릴이 목까지 올라오는 흰 포엣 셔츠, 검은 리본을 착용한 채 스타일리스트의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이화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화영의 머리 위에는 크림색에 끝으로 갈수록 까매지는 샴고양이의 귀가 올라오게 되었다.
전부 세팅을 해 놓으니 꼭 어디 부잣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같은 모습에 나는 이를 꽉 악물 수밖에 없었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콘셉트 가리면 가만 안 두겠다고 내 입으로 말했는데 이화영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조금 웃음이 나왔다. 이화영이 어렸을 때 놀이공원에 데려가 머리띠를 씌워 줬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했고.
“파하학.”
내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는 와중에 옆에서 도유다가 냅다 폭소를 터트려 버렸다.
그에 공명하듯 더욱 웃음을 참는 게 힘들어진 나는 아예 혀끝을 어금니로 깨문 채 핸드폰을 들어 이화영의 사진을 찍었다.
‘최적현한테 보내 줘야지.’
최적현도 잭잭 20세의 사진을 보면 미친 듯이 웃음을 흘릴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을 즈음, 젠이 쌍따봉을 들며 이화영에게 칭찬을 건넸다.
“미스터 리, 제법 귀엽습니다.”
“조용히 해.”
젠의 귀엽다 발언에 이화영은 예민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더니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러자 이제 이화영의 짜증 따위는 그냥 무시할 수 있게 된 도유다가 태평하게 놈의 옆으로 다가가 찰칵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같이 단체 사진 찍고 싶은데 기량 형이 안 나오네요. 옷 갈아입다가 기절했나.”
나는 도유다의 말을 듣자마자 탈의 부스의 모서리에 튀어나와 있는 백기량의 목덜미를 낚아채 밖으로 끌고 나왔다.
“빨리 안 나오고 뭐 해.”
“아, 으!”
그러자 채 인간의 언어로 끝맺지 못한 새된 비명 소리가 대기실에 아련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회색 롭이어 토끼 귀가 붙어 있는 헤드밴드를 착용한 백기량이 멤버들의 앞에 나타났다.
놈은 몸을 웅크린 채 움찔거리다가 절망적인 얼굴로 미친 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옷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귀엽지 않은데 사람들이 추하다고 욕하면 어떡하지. SNS에서 토끼 서치했다가 내 얼굴 나와서 짜증 난다고 죽으라고 하는 사람들 생기면 어떡하지. 혼자 음침해서 멤버들 사이에 못 섞여서 탈퇴하라는 소리 들으면 어떡하지.”
“쓸데없는 생각.”
울보의 헛소리를 냉담하게 무시하자 놈은 코를 킁 훌쩍이더니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그러자 발갛게 부어오른 눈가 위로 속눈썹에 물기가 스며들었다.
축 늘어진 토끼 귀가 백기량이 훌쩍거릴 때마다 움찔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언젠가 안경을 쓴 직원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 기량 씨가 자주 우는 거에 대해서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승범 씨.
– 승범 씨는 모르겠지만, 미남이 훌쩍거리는 거… 생각보다 수요가 아주 많답니다.
…나는 모르겠다, 이런 울보 자식.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