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한번 가볍게 장난을 치자 미친 듯이 함성을 지르던 팬들은 한참이 지난 뒤에야 한두 마디씩 칭찬을 뱉었다.
“너무 예뻐!”
“잘생겼다!”
한승범의 얼굴에 대한 칭찬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저 느슨하게 미소 지으며 허리를 꾸벅 숙인 후, 무대를 위한 준비를 마저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 가운데에서 또렷한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누가 우리 집 고양이 저기 갖다 놨냐! 나 부르잖아 지금!”
혼자 확성기라도 사용하는 것 같은 목소리 크기에 주변에 있던 뮤즈들이 다 함께 폭소를 터트렸다. 그러자 나도 결국 참지 못하고 그만 푸스스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방송국 제작진들은 개인 발언을 하는 팬이 못마땅한 듯한 시선을 하고 있었지만, 스탠딩석에서 내보내지는 않았다. 이렇게 재미있는 발언의 경우에는 비하인드 신으로 내보낼 수 있으니 한 번 정도는 용인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에 안심하며 숨을 쭉 내쉬다가 바뀐 내 머리카락을 반짝반짝 빛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팬들을 향해 말했다.
“이건 보색 샴푸로 만든 머리인데 한번 목욕하면 푸른 기가 다 빠져요. 헤라클레스 무대를 하려면 다시 금발로 돌아와야 하니까 오늘부터는 보색 샴푸 안 쓰려고요.”
“아아아아!”
혹시나 기대라도 하고 있을까 봐 한 말에 팬들은 역시나 매우 아쉬운 듯 탄성을 흘렸다. 그러나 뮤비 속의 아폴론 스타일링을 떠올리며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강 나와 뮤즈들의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타이밍을 간보고 있던 도유다가 외쳤다.
“아까 기량 형 울었어요! 뮤뮤들이 안 좋아할까 봐 무서워서 불안하대요!”
“아, 으아! 그런 거 말하면 안 돼!”
도유다의 갑작스러운 폭로에 백기량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쩔 줄을 모르는 채 도유다를 말리려 들었다. 하지만 뮤즈들은 백기량이 그런 이유로 불안해했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났는지 ‘아아아!’ 하며 화를 냈다.
그리고 다시 가운데에서 누군가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며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안 좋아한대! 없어서 못 먹어!”
“하하하!”
“개인적인 발언 자제해 주세요.”
“넴…….”
그 말에 멤버들과 나머지 팬들까지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지만, 결국에는 제작진에게 주의를 받은 팬은 우는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점차 쭈그러들었다.
“여러분 [Pet Talk> 콘셉트 알아요? 우리 멤버들이 뮤즈 여러분의 집에 사는 동물이 되는 거예요.”
팬들이 더 이상 주눅 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인지, 우강원이 서둘러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팬들이 소리를 지르며 알고 있다는 표현을 하자 옆에 멀뚱멀뚱 서 있던 젠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리다는 코코입니다. 강원 형은 쿠키, 밤비는 밤비. 미스터 리는 나비. 유짱은 바둑이입니다. 한국 이름 이단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대기실에서부터 줄곧 이단비와 함께 짓고 있던 웃기지도 않은 이름이었다.
‘코코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쭉 거론된 말도 안 되는 동물 이름에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즈음, 이화영은 팬클럽석을 등진 채 혀를 쯧 찼다. 바로 팬들이 코앞에 있어서인지 평소에 자주 하던 ‘조용히 해.’, ‘시끄러워.’는 생략한 듯했다.
우리의 미묘한 반응에 꺄르르 웃음을 흘리던 팬들은 제작진들이 슬슬 녹화를 진행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자 마음이 조급해졌는지 간절한 투로 젠에게 ‘젠은?’, ‘젠도 알려 줘!’라며 물었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 진지한 얼굴을 한 젠은 팔을 쭉 펼친 채 뮤지컬 같은 발성으로 대답했다.
“젠 안데르센 루팽 알렉산더 4세.”
“…….”
“리허설 들어가겠습니다, 스탠바이 해 주세요.”
그렇게 얄짤없는 스태프의 헛소리 커트와 함께 리허설이 바로 시작되었다.
따뜻하고 귀여운 느낌이 드는 조명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방처럼 세팅된 무대 위에 MR이 재생되었다.
“와아아아아!”
팬들이 큰 함성 소리와 함께 응원봉을 흔들고, 사전에 안내된 응원법에 따라 본격적인 응원이 시작되었다.
“강원 기량 니키 승범 유다 젠 단비 멍멍뿅뿅냥냥 펫톡! 펫톡!”
똑딱똑딱.
장난감 시계 같은 발랄한 초침 소리가 흘러나오자 카메라가 둥글게 모여 오른손을 겹쳐 두고 있던 멤버들을 차례대로 비췄다.
그리고 ‘yeah!’ 하는 외침과 함께 다 같이 위를 향해 손을 번쩍 들고, 일사분란하게 흩어졌다.
– 오후 일곱 시
네가 올 시간만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뛰어
첫 도입부는 대부분의 판테이온 곡이 그렇듯, 나였다.
토시에 붙어 있는 발바닥 젤리가 앞으로 보이도록 팔을 뻗은 나는 안무에 따라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노래를 불렀다.
‘유제이 최적현 웃다가 기절하는 거 아냐?’
내 깜찍한 안무에 팬들은 소리를 지르며 매우 기뻐했으니 다행이었지만, 내 정체를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조금 신경 쓰였던 것은 사실이었다.
– 오늘은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이 벌어질까
너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하루종일 너를 기다려
다음은 도유다의 파트였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통통 튀는 스텝으로 센터까지 뛰어나온 녀석은 내 등쪽에 와락 업히며 능숙하게 파트를 소화했다. 나는 그것을 들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속이 싹 내려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도유다는 역시 이런 발랄하고 키치한 노래가 잘 어울려. 예상했던 대로 이놈이 가장 잘하는군.’
예상했던 것처럼 [Pet Talk>의 콘셉트를 가장 완벽하게 소화하는 멤버는 도유다였다. 팔랑거리는 강아지 귀나 꼬리 같은 소품을 사용하여 카메라 어필을 하는 것도 자연스러웠고, 곡의 분위기를 내가 의도했던 대로 100% 연출해 주고 있었다.
‘도유다에게 파트를 많이 주길 잘했어.’
두근두근 콩닥콩닥 이런 가사가 난무하는 깜찍 발랄 노래였던지라 나머지 멤버들보다는 도유다나 이단비 같은 놈들이 훨씬 더 잘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마 다들 잘하고 싶어도 마음처럼 잘 안 될 것이다. 외형부터 어느 정도 한계는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내게 별로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뮤즈들이 이런 게 좋다는데 그럼 해야지.’
안 되면 되게 하라.
끝까지 안 되는 놈은 갖다 버리고 나는 앞으로 가겠다. 이런 나약한 놈들.
– 빨리 내게 돌아와 줘
참을성 없어 보여도 좋아
나는 네 얼굴만 보면 행복한걸
아니나 다를까 약간 고장난 듯한 이화영이 센터에 나가 제 파트를 부르고 꾸물꾸물 뒤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부끄러워하네.’
그것을 보며 비죽 웃음을 흘리고 있을 즈음, 우강원의 파트가 이어졌다.
– 너를 품에 안으면
세상을 얻은 것처럼 행복한걸
어서 내게 돌아와 줘
그리고 그 뒤의 일부러 귀에 꽂히도록 중독성 있게 짠 후렴구는 이단비의 몫이었다.
– 당신만의 Pet
“Pet!”
다른 멤버들에 비해 아직은 훨씬 앳되게 들리는 목소리가 통통 튀며 후렴구를 부르자 팬들은 이단비를 응원하듯 큰 소리로 응원법을 외쳤다.
– 만나러 와 줘 Only one
“Only one!”
이단비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콩콩 뛰는 스텝을 밟는 포인트 안무를 추자 녀석의 곱슬거리는 갈색 털이 박힌 토끼 귀의 틈이 점점 벌어졌다. 그 모습을 본 팬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 You are my muse
“You are my star!”
– I’m your happiness
“I’m your Love!”
그리고 젠이 팬들과 빠르게 주고받는 파트가 끝난 후, 도유다와 이화영이 고음 애드립을 부르며 곡의 분위기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했다. 그러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뮤즈들이 입을 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네가 오며어언.”
‘어?’
– 행복해 날아갈 것 같아
그것을 들은 나는 표정으로는 전혀 동요를 드러내지 않은 채 이어지는 파트를 불렀지만, 나는 순간 귀를 의심하며 내가 뭔가 잘못 듣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우, 우우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뮤즈?
함께 외치기만 하는 파트까지는 틀림없이 괜찮았다.
그런데 합창으로 구성해 둔 응원법이 시작되자마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주로 음정과 관련하여.
“네가 항사아앙.”
“…….”
엄청난 불협화음에 백기량의 동공이 마구 흔들렸다. 딱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읽히는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뮤즈들의 노래를 듣고 적잖이 놀란 듯했다. 나는 서둘러 놈에게 눈짓을 주며 일단은 무대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내 곁에 있어 줬으면 해
“워어어. 나나나나나.”
‘…세상에.’
하지만 그렇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합창은 점점 파국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느낀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뮤즈들이 서로를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건 한두 명의 문제가 아닌데 어째서 다들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걸까.
– [세계 최초 응원법 악보 나눠주는 아이돌]
– [구역 나눠서 화음 쌓는데 이거 가능할까요?ㅜㅜㅋㅋㅋ]
– [우리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닌가여 대장]
응원법을 처음 공개했을 때부터 다들 자신이 없는 것처럼 반응하기에 조금 불안함을 가지고는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 [ㅈ됏네]
그중 가장 추천수가 높았던 댓글을 떠올린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죄가 크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쓰레기 새끼다.
저 뮤즈들 표정 봐라.
다들 너무 열심히 부르려고 하는데 그래서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었다.
차라리 열심히 부르지 않았으면 일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이 세상에는 노래가 조금 미숙한 사람도 있는데 내가 그들의 존재를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프리즘이나 판테이온 멤버들을 죽어라 굴리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일반인들의 입장에 대해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
– 이 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팬덤마다 분위기나 실력 차이가 있긴 한데요. 이건 정말 기본적인 노래 실력만 되면 부를 수 있는 거니까요. 가이드도 친절하게 잘 찍었고요.
회사 직원에게 컨펌을 받을 때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지만, 나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머릿속에서 지워 냈다.
안 들린다. 안 들려.
우리 뮤즈들은 저런 나쁜 말 듣지 말고 좋은 말만 들어라. 우리 뮤즈는 노래 잘한다.
“…….”
…사전 녹화라 정말 다행이었다.
.
.
.
“…뮤즈들.”
그렇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무대를 마친 후, 엄청난 망설임 끝에 무겁게 입을 열자 팬클럽석에서 민망한 듯 기어갈 것 같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와중에도 해맑은 도유다는 연기라는 게 티가 나도록 심각한 척을 하며 장난을 쳤다.
“뮤뮤… 괜찮은 거 맞죠? 무슨 일이야!”
그러자 뮤즈들은 머쓱하게 다시 웃음을 흘리다가 필사적으로 내 시선을 회피했다.
그 모습이 상당히 귀여워 보이긴 했지만, 이 상태로는 안 됐다.
어쨌든 무대는 지금 당장 해야 하는데 응원법이 없으면 안 된단 말이다.
대략적인 계산을 마친 나는 따뜻한 눈으로 뮤즈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방금까지만 해도 미소를 머금고 있던 도유다의 얼굴에서 혈색이 모조리 빠져나가고, 젠이 ‘오, 저런.’ 하고 중얼거렸다.
“괜찮아요. 우리 뮤즈들 하면 할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한번 해 볼까요?”
그렇게 지옥의 연습 시간이 시작되었다.
* * *
“…….”
불태웠다.
새하얗게 불태웠다.
최대한 부족한 점은 가리고 고칠 수 있도록 짧고 굵게 족집게 과외를 한 나는 결국에는 방송에 내보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뮤즈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후, 무대를 진행했다.
– 형, 이제 그만 뮤즈들을 용서해 주세요. 뮤즈들의 HP는 0이에요.
거의 끝날 즈음에는 제작진마저 내게 경외에 가득찬 박수를 보낼 정도였으니 그 광경이 얼마나 진풍경이었을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젠 안데르센 루팽 알렉산더 4세 화장실 가겠습니다.”
“어, 다녀와라.”
그렇게 성공적으로 녹화를 마치고 드디어 휴게 시간을 얻은 나는 고생한 뮤즈들을 떠올리며 핸드폰을 들었다. 팬 커뮤니티 앱에 들어가 다들 수고했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기 위함이었다.
삐롱!
하지만 앱을 터치하려는 순간, 발신인 불명의 문자가 또다시 도착했다.
[내가 멤버들이랑 친하게 지내지 마라고 햇는데 왜 말 안들어? 내 말이 우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