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달리가 활동하던 음지 커뮤니티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인적 사항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내 사이트조차 IP를 우회하여 게시글을 작성했을 경우 아무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와중 경찰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내게 수차례 도착했던 전화와 문자 내역을 보고도 경찰은 ‘실질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통신사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여 달리의 신원을 파악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당했는데 또 기대하면 등신이지.’
원래 삶이든, 지금 삶이든 경찰은 내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절망에 빠트리기만 한 그들에게 기대를 품는 것 따위는 내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소속사는 내게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회사가 일반 개인에게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강경 대응을 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큰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멤버들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냈던 ‘달리’에 대처하기 위해 경호원 인원을 늘리고, 갑작스럽게 돌진하는 사람들을 강경하게 막은 것만으로도 이미 온갖 이야기를 다 듣고 있지 않았던가.
– [(백기량에게 접근하는 팬들을 막는 경호원의 이미지) 와ㅋㅋㅋ 판테이온 경호원 에바네 팬들이 멤버들 조금만 건드려도 다 밀어냄 이거 뭐 깡패 새끼들도 아니고;; 폭스 정신차려]
-[┗ 조금만?? ㅋㅋㅋㅋ 저거 붙수니가 갑자기 뛰어들어서 청기 몸 만지려고 하니까 제지한 거임 정신차려]
– [왜 저렇게 과민반응하는지 이해는 되는데 한승범 팬 엄청 아낀다는 이미지 메이킹으로 ㅈㄴ 팔아먹었으면서 막상 이런 일 생기면 사람 취급도 안 해주는 거 깨긴 함]
– [┗ 오… 경호원이 지킨 건 백기량인데 갑자기 한승범을 패네]
– [┗ 나는 솔직히 한승범이 나서서 경호원들 말려줄 줄 알았음 ㅠ 실망이당…]
심지어는 판테이온이 신인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경호 인력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2~3명의 경호원과 함께 있는 레이즈의 사진 5명의 경호원과 함께 있는 한승범의 사진을 나란히 붙여둔 이미지) 와 대선배님 ㄹㅇㅈ도 경호원 저렇게는 안 달고 다녔는데 지가 뭐라고 저러는 거임? 자의식 과잉 ㄹㅈㄷ다 그냥 돌아다녀도 아무도 안 건드려요 ㅅㅂ ㅋㅋㅋ]
– [┗ 우리 애들도 저만큼 달고 다녀요 저 사진은 사적인 스케줄 나갈 때라서 몇 명 없는 거임… 내새끼들 달리 붙고 엄청 스트레스 받았던 거 아직도 못잊겠는데 어디서 팬도 아닌 사람이 뇌피셜로 레이즈 이름을 들먹여요]
– [┗ 사진 붙어놓은 꼬라지 봐라 ㅈㄴ 악의적이네
팩트 체크: 저 사진에 있는 일반인 중 한명은 매니저고요 경호원 4명은 한승범 이화영 젠 세명분 경호원임 걔네가 한승범 옆에만 붙어 다니니까 우연히 한승범 옆에서 찍힌 거
한승범보다 팬 적은 ㅂㄱㄹ 붙수니들한테 탈탈 털리는 사진 올라온지 얼마나 됐다고 뇌 리셋시켰냐]
벌써부터 이렇게 욕을 먹고 별의별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데 회사가 적극적인 대처를 해 봤자 얼마나 더 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회사는 경찰처럼 정식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나는 그들의 도움이 없어도 괜찮았다.
지금의 나는 이미 타인을 향한 신뢰를 모두 버린 상태였으며, 내게 벌어진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각오를 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아무도 못 믿으면 내가 해결할 수밖에.’
그 사생의 정체를 알아내는 건 반드시 오늘이어야만 했다.
방송국이라는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곳에서, 촬영 시간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도촬 사진을 업로드한 오늘이야말로 그를 특정할 수 있는 얼마 없는 기회였으니까.
멤버들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놈의 얼굴조차 모르고 있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심지어 강혁우의 지시를 받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놈은 더더욱. 법적인 처벌은 기대할 수 없을지라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나는 오늘 달리의 실체를 잡아야만 했다.
내가 그 사생의 게시글들을 쭉 읽어 봤을 때 느꼈던 것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특징은 나를 향한 연애 감정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 [유태는 원래 사람 되게 시러하는데 나한테는 안 그런다? ㅎㅎ 다른 수니들 부러워서 어떠케?]
– [헐헐 ㅠㅠ 내가 유태 보고 싶다구 했더니 회사까지 왔어 ㅠ 너무 스윗 ㅠ]
지금까지 내게 큰 고난을 안겨 줬던 사생들은 본인이 나와 비밀 연애, 혹은 그에 준하는 관계에 있다는 망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같은 팬들을 견제하면 견제했지 멤버들에게는 질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친구나 동료의 위치에 해당하는 멤버들보다 더 위의, 더 특별한 취급이었으니까.
하지만 달리는 그렇지 않았다.
– [내가 다음에 퍼포먼스 위주 활동 해라고 말했는데 말 잘 들엇내 뿌듯 ㅎㅎ 나 덕분에 1등 한 거야]
그 사생은 이상할 정도로 아이돌에게 사랑받는 것 자체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들이 이루어 낸 결과에 더 큰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커뮤니티에 과할 정도로 본인의 이야기를 적어 두고, 아이돌들의 행동에 무의미한 말을 얹으며 그들의 성공에 일조했다는 착각을 하며, 어떤 애착도 없이 유난히 능력이 좋은 아이돌들에게만 옮겨 다니는 모습을 보면 뻔하지 않은가.
달리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성공한 아이돌들의 인생이 부러웠던 것이다.
멤버들을 향해 이상할 정도로 적개심을 품고 있었던 것은 내게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본인 외에도 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화려한 아이돌의 인생에 본인을 대입하고 그들의 성취를 훔쳐 초라한 본인의 인생을 덮어씌우는 버러지. 그게 달리의 정체였다.
나는 그것을 파악하자마자 1차적으로 달리의 성별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여자가 남자 아이돌에게 본인의 인생을 대입하려 드는 경우는 흔치 않을 테니까.
그리고 오늘, 도촬 사진이 인터넷에 업로드되는 사건이 터졌다.
커뮤니티의 글을 봤을 때 달리는 그다지 영리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하필이면 CCTV가 없는 날에 방송국 내부에 침입하여 우리에게 접근한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었다. 심지어 방송국은 출입 카드를 찍지 않으면 출입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을 텐데 그걸 어떻게 통과하고 잠입할 수 있었을지, 그것을 고민하던 나는 어떤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방송국을 자주 오가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만 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 생각을 한 순간, 나는 강혁우가 이번 일에 개입되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강혁우의 도움으로 CCTV가 없는 날, 방송국에 문제없이 출입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멀뚱멀뚱 돌아다니는 일반인을 보며 다른 사람들이 이상을 못 느낄 리가 없고, 강혁우 또한 그것을 짐작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달리를 직접 본 적은 없을지라도 강혁우는 질릴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놈은 사람을 이용하는 것에 아주 익숙한 놈이었다. 분명 ‘달리’의 미숙함을 눈치챘을 것이고, 그냥 방송국에 들여보내 주기만 하는 식으로 끝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외부인으로 보이는 사람만 무작정 찾아다니는 건 의미가 없어. 오히려 자연스러운 사람들을 의심해야 해.’
직원들과 일면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송국 내부를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 의심해야 할 것은 그것이었다.
내가 그에 가장 합당하다고 추측한 인물은 청소 노동자였고 나는 그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굳이 그에게 접근하여 질문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 잠깐만 물어보고 바로 대기실로 간다. 약속.
젠은 아마 모르고 있었겠지만, 내 목적은 처음부터 그 청소 노동자 하나였다. 그게 아니고서야 내가 미쳤다고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런 약속을 하겠는가.
“어디서 개수작이지?”
내가 그렇게 묻자 남자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일견 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표정에 나는 웃음을 흘리며 일을 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 외부인의 침입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남자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여자가 있었는데 아무런 이야기도 안 돌 리가 없죠.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은 짐작도 못 하겠지만 말입니다.”
“…….”
“‘이상한 짓을 하려다가 사람이 들어와서 도망갔다.’ 그건 본인 이야기 아닙니까? 젠을 해치러 화장실에 들어왔다가 내가 와서 멈춘 거잖아.”
강혁우는 분명 달리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와서 의심해도 시치미를 떼거나 그냥 도망쳐라.’라고.
하지만 강혁우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달리가 강혁우의 지시를 어기고 본인의 정체를 인정할 만한 순간이 딱 하나 있지 않은가.
“당신이 달리지?”
과연 달리는 그렇게 집착하던 한승범이 본인의 정체를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는 순간,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가 본인을 알아봐 줬다는 희열과 나와 무언가가 ‘통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흥분 속에서도 강혁우의 지시를 계속 따를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기에 여기까지 위험을 감수하고 온 것이었다.
“역시! 너라면 나를 알아봐 줄 거라고 믿고 있었어!”
아니나 다를까 바로 얼굴을 화색으로 물들인 놈이 나를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나 SU 엔터테인먼트에 오디션도 보고 왔어! 지금 그룹 끝나면 너랑 같이 데뷔하려고. 첫 활동에서는 네가 했던 것처럼 금발로 바꾸면 사람들 반응이 좋을 것 같아서 미용실도 예약했다?”
“…….”
“데뷔곡은 네가 1차 경연에서 했던 것처럼 동물 콘셉트로 하고 싶었는데 네가 자꾸 그 콘셉트를 써먹어서 나 사실 좀 서운했어. 점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줄어들잖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처음 실수한 거는 용서해 주는 사람이거든. 리더는 포용력이 있어야 하잖아.”
잔뜩 흥분하여 물어보지도 않은 말들을 쏟아 내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으니 아주 가관이었다. 나의 성격부터 행동까지 모든 것을 따라 하고, 혼자 머릿속으로 온갖 망상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심하게 내게 몰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놓으십시오.”
“아, 당연히 노래는 네가 써 줄 거지? 나를 위해서! 너무 기대된다!”
나를 억지로 껴안고 있는 몸을 밀어내며 불쾌감을 표현해도 놈은 여전히 나를 세게 붙잡은 채 제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었다. 놈의 가쁜 숨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나는 눈을 천장으로 치켜뜨며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이 또라이 새끼, 어디까지 봐줘야 하냐?’
한번 쓱 훑어본 결과 CCTV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기습적으로 찾아온 상태이기 때문에 놈은 녹음도, 촬영도 하고 있지 않을 터였다. 아까 핸드폰을 쥔 쪽의 손목을 잡았을 때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은 화면을 확인했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은 넓어지지.’
이런 거머리들을 떨어트릴 수 있는 행동은 간단했다.
깨트려 주면 됐다.
달리가 내게 기대하고 있는, 본인을 대입하고 있는 이미지를.
나는 한 손으로 주머니 속의 핸드폰 마이크 부분을 막고 다른 한 손으로 놈의 얼굴을 강하게 움켜쥐어 내 몸에서 떨어트렸다. 그리고 손아귀 속의 얼굴을 다시 내 쪽으로 끌어당겨 똑바로 마주한 채 낮게 말했다.
“자꾸 뭐라고 씨불거리는 거야, 거슬리게…….”
그러자 기대감과 반가움에 들떠 있던 얼굴에서 단번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는 시선을 조용히 마주 보던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설마 여기까지 쫓아와서 내 새끼들 건드려 놓고 사람 취급 받고 싶은 건 아니지? 스토커 주제에.”
아, 무심코 또 원래 성깔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