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설마 여기까지 쫓아와서 내 새끼들 건드려 놓고 사람 취급 받고 싶은 건 아니지? 스토커 주제에.”
내 거친 어투와 행동에 동요를 드러내던 달리는 급기야 스토커라는 호칭이 본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고개를 돌려 보아도 이곳에 있는 사람은 나와 놈, 둘뿐이었기 때문에 놈은 귀를 의심하며 다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마주 보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아니면 도대체 누구겠어. 여긴 나랑 당신밖에 없는데.”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도록 분명히 짚어 말하자 놈은 갑자기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숨을 거칠게 내쉬기 시작했다. 그에 으, 소리를 내며 놈의 얼굴을 쥐고 있던 손을 떼고 털고 있을 즈음, 돌연 녀석이 눈물을 질질 짜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못되게 말해? 너는 내 친구인데.”
“…….”
“너 나한테 원래는 이렇게 못되게 안 굴었잖아, 승범아……. 그 멤버들이 너한테 이상한 소리를 해서 그런 거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널뛰는 감정 상태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놈이 쓴 게시글을 보고 감정 조절을 전혀 못 하는 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보고 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그러니까 그 그룹 하지 말라고 했잖아! 너는 원래 나한테 정말 다정했는데 판테이온에 들어가더니 이상해졌어.”
‘…뭔 소리야.’
자랑할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멤버 외의 다른 인간에게 다정하게 굴어 본 역사가 없다. 어쩌면 멤버에게도 별로 다정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고.
하도 저지른 짓으로 욕을 많이 듣고 살아서 이제는 ‘싸가지 없다’는 말도 ‘굿모닝’처럼 흘려 넘기는 수준인데 도대체 저놈의 머릿속에 있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싶었다. 심지어 나는 팬 미팅이나 여러 스케줄에서 저놈을 본 적도 없단 말이다.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가 내가 시간을 쏟을 가치조차 없는 놈이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느낀 나는 그저 건조하게 마른 눈으로 놈을 내려다봤다. 녀석이 그런 내 표정을 보며 초조함에 입을 달싹거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다시 말했다.
“이상해진 게 아니라 한승범은 지금 당신이 눈앞에 두고 있는 게 진짜야. 진짜 한승범은 너 같은 스토커는 같은 인간으로 보지도 않을 정도로 멸시하는 인성 파탄자에, 네가 무엇보다 싫어하는 멤버들을 죽도록 싸고도는 줏대 없는 내로남불 이기주의자라고. 그래서 당신이 감히 우리 멤버들을 입에 담을 때마다 어떻게든 해 버리고 싶으니까 적당히 해.”
“…지금 일부러 그 쓸모없는 멤버들 감싸느라 그렇게 말하는…….”
“입 다물어. 나는 우리 애들 험담 들어 줄 생각 전혀 없으니까.”
냉랭한 태도로 헛소리를 잘라 내자 놈은 상상과 완전히 다른 내 언행에 크게 충격을 받았는지 멍하니 서서 나를 멀거니 올려다봤다. 그럴 만도 했다. 달리는 나라는 개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얻은 결과와 인기, 능력이 부러워 훔치고 싶었을 뿐이니 무엇 하나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을 터였다.
아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지.’
내가 이놈의 게시글을 보며 느꼈던 것에 따르면, 놈은 스토킹을 하고 있는 연예인이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를 벗어나 버리면 아예 미련을 두지 않고 깔끔하게 다른 연예인을 찾아 떠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난 이미 그쪽 같은 놈들을 지금까지 질릴 정도로 많이 봤어. 당신은 그냥 사방에 널려 있는 사생 중 하나에 불과한 거라고.”
나는 지금 그걸 유도하기 위해 저놈의 머릿속에 있는 ‘한승범’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뭐, 나를 하도 이상하게 상상하고 있어서 그냥 내 원래 성격을 조금만 드러내기만 해도 충분하기는 했다.
“너도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니까 내 닉네임도 기억하고 있었고 나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거잖아!”
“내가 당신이라는 인간 자체를 특별하게 여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당신이 오늘 벌인 행동이 범상치 않아서 눈여겨봤던 건 맞지. 도대체 어느 일반인이 방송국에 CCTV가 돌아가지 않는 날을 알아내서 청소부로 잠입할 수 있겠어.”
“…그러면!”
“그런데 그게 당신이 한 일이 맞긴 한가? 나는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을 뿐이라는 걸 100% 확신하고 있는데.”
“…….”
“내 관심을 끈 유일한 요소마저 스스로 일궈 낸 것이 아니면 이걸 뭐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어차피 이놈은 말로는 절대 갱생 안 돼. 그건 정신과 의사가 해야 하는 일이고, 내가 할 일은 아니야.’
만약 일반적인 사생이었다면 이런 소리를 해 봤자 오히려 내 관심을 샀다며 기뻐하기만 하므로 별 소용이 없었겠지만, 이놈은 달랐다. 이상할 정도로 자기애에 똘똘 뭉쳐 있는 이놈은 아주 작은 비난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고 금방 나를 적으로 간주하게 될 테니까.
“내 인생에 무능한 주제에 내 옆에 붙어서 콩고물 하나라도 얻어먹으려고 했던 날파리 새끼가 지금까지 고작 당신 하나 있었을까. 꼭 그렇게 특별하다고 말해 주길 바란다면 해 줄 수야 있겠지. 당신은 그중에서도 특출나게 불쾌해서 내 비위를 상하게 만들거든.”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사람 정떨어지게 만드는 거에는 기가 막힌 재주를 가지고 있었고, 저 사생의 말을 모두 논파할 자신이 있었다.
‘판테이온 멤버들이 지금 이 모습을 보면 기절하겠군. 프리즘 놈들은 부추기기만 하겠지만.’
물론 이 방법에도 아예 부작용이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무섭지도 않아? 분명 사람들은 네가 팬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 알면 충격받을걸? 내가 인터넷에 올리면 네 연예인 인생 끝나는 거야. 매장되기 싫으면 눈치도 좀 봐야지.”
봐라. 자기 마음대로 일이 흘러가질 않으니 벌써 저렇게 날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괜찮았다. 놈이 저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녀석이 나를 향한 집착을 조금씩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이 정도쯤은 이미 예상을 하고 온 상태였다.
“해 봐, 그럼.”
고개를 까딱 기울이며 가볍게 대꾸하자 놈은 내가 겁을 먹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는지, 예상 외의 상황에 말문이 막힌 듯 주춤거렸다. 나는 그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 이어 말했다.
“누가 믿어 주겠어, 망상에 빠져서 사는 스토커 말을.”
“…뭐?”
“본인의 말에 무게가 생기기를 바랐으면 커뮤니티에 헛소리나 지껄이면서 인생 허비하지 말았어야지. 당신이 허언증 환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떠벌리고 다닌 거나 다름없는데 뭐.”
“나는 그런 적 없어!”
이제는 완전히 화가 난 달리가 멱살을 잡고 나를 벽으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위협적인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경고하듯 말했다.
“멍청한 건 내가 아니라 넌 것 같은데. 내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이렇게 내 기분을 더럽게 만드는 거야?”
“…….”
‘…슬슬 올 때 된 것 같은데.’
멱살을 잡힌 채 시간을 재던 나는 놈이 가방에 손을 넣고 무언가를 꺼내려는 순간, 다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말해 두겠지만, 나는 합의 같은 거 안 해. 그냥 그것만 알아 두라고. 전과 생기는 줄은 알아야 하니까.”
“뭐?”
그러자 아까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달리는 무슨 헛소리를 하는 사람을 보듯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놈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어 말했다.
“당신 같이 연예인 괴롭히는 재미로 사는 인간은 전과가 생기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쾅!
그리고 그 말에 달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문이 거칠게 열리고 경호원들이 들이닥쳤다.
“잡아!”
그들은 내 멱살을 잡고 있는 사생을 발견하더니 쏜살같이 튀어나와 나와 달리 사이에 거리를 만들었다.
“놔! 놓으라고! 너희 뭐야!”
‘딱 알맞게 왔군.’
나는 달리와 접촉하기 전, 주머니 속의 핸드폰으로 미리 달리가 곁에 있다는 사실과 장소, 시간을 적어 둔 문자를 매니저에게 보냈다.
첫 번째 목적은 증인을 확보하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 목적은 한승범의 몸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내가 미쳤다고 남의 몸 가지고 아무 생각 없이 스토커를 만나러 오겠는가.
나는 지금 심상치 않게 비실거리는 몸에 빙의했기 때문에 몸싸움에서 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내 몸을 대신 지켜 줄 수 있는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면 되니까.
원래 현대 사회는 아이템전인 법이다.
“승범 씨! 다친 곳 없어요?”
급하게 뒤따라온 매니저가 또 경악에 빠진 채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를 향해 팔을 벌려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쭉 보여 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매니저는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저 진짜 승범 씨랑 같이 일하다가 수명 다 깎일 것 같아요. 갑자기 문자로 사생을 만났다고 연락을 하다니요!”
“이미 잘 해결됐으니 괜찮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미칠 것 같다고요! 회사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을! 왜 자꾸 혼자 해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는 거예요!”
‘저러다가 기절하는 거 아닌가.’
내 표정을 모두 빼앗아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드라마틱한 표정 변화에 나는 속으로 감탄을 흘리다가 다시 내 할 말을 뱉었다.
“경찰 부르죠. 그리고 가해자 신상 파악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려 주세요. 인상착의까지 모두 다 회사 내부에서 공유되도록 해 주시고요.”
“…….”
당신은 극한 직업 서유태 매니저다.
하루빨리 익숙해지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 * *
달리가 저지른 폭행은 단순히 멱살을 잡은 것에 불과하므로 약식 처벌로 벌금형이 내려지는 정도로 끝나게 될 것이다.
처벌은 전혀 기대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달리의 신상을 파악하여 블랙리스트에 놈의 이름과 인적 사항을 올려 두고, 인상착의를 눈에 익혀 두어 혹시나의 사태에 경호원들이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등의 수확을 얻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달리가 판테이온의 첫 번째 팬 사인회에 당첨이 되어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멤버들은 기겁을 하며 완전히 뒤집어졌다.
“만약 오늘 승범 형이 달리를 못 잡았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팬 사인회 현장에서 그 인간을 만났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완전 소름 끼쳐요!”
“오늘 젠 형의 뒤를 따라서 화장실에 들어갔던 것도 분명 해코지하려고 그랬던 걸 거예요.”
극도로 흥분한 멤버들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잠깐 자리를 피했다. 혹시라도 쓸데없는 이야기가 새어 나가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들고, SNS 실시간 키워드의 글자를 읽던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벌어진 것을 보고 그만 숨을 들이켤 수밖에 없었다.
[달리 얼굴] [사생 직업] [부모 교사] [자식 교육] [한승범 사생] [김영기] [달리 밤곰]온 인터넷에 달리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있었고, 놈을 향한 엄청난 비난이 난무하고 있었다.
원래도 달리는 욕을 많이 먹는 유명 사생이었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너무 빠른 속도로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의 인신공격과 개인 정보가 퍼지고 있어 도저히 수습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은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전화 화면을 터치했다.
그러자 언제나 그렇듯 통화 연결음이 여러 번 반복되기도 전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나는 상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윽박지르듯 물었다.
“…너야?”
[…….]“대답해. 그 사생 신상 유포한 거 너냐고, 최적현!”
그리고 나직한 웃음소리와 함께 그의 대답이 들렸다.
[응, 내가 했어.] [그 사생 때문에 힘들어했잖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