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미련곰탱이가 하나.
그리고 입을 잘못 놀려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는 똥개가 하나.
“형, 아니, 그게 아니라…….”
“별거 아니야. 정말 특별히 말하기에도 민망한 정도라 말 안 했던 것뿐이었어.”
다급하게 수습을 하려 하는 놈들을 가만히 보고 있던 나는 짧게 말했다.
“별거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
“…….”
“….”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열심히 떠들고 있던 두 사람의 얼굴에 혈색이 드라마틱하게 빠져나갔다.
옆에서 줄곧 눈치를 보고 있던 백기량이 내 표정을 보고 급기야 헛구역질을 하고 있을 즈음, 두 놈은 얌전히 이실직고하기 시작했다.
“김새명 형이 연습생들을 이래저래 많이 도와줬다는 식으로 방송에 나가서 그 형 별명이 천사잖아요. 이걸 알고 있죠?”
“아니.”
“……”
도유다는 내 당당한 대답에 잠깐 할말을 잃었는지 맹한 표정으로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심각하게 물었다.
“진심이에요? 그래도 몇 달 동안 같이 촬영했던 사이잖아요.”
그 질문에도 그저 심드렁하게 앉아 있자 도유다는 ‘아, 이 형 이런 사람이었지.’라고 중얼거리며 이마를 탁 쳤다.
이치세는 언젠가 나를 두고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 저 형은 인간을 딱 세 종류로밖에 못 봐. ‘쓸 만한데’, ‘죽여 버린다’, ‘그 외 나머지’. 그리고 ‘그 외 나머지’ 사람들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이름도 기억 못 하고 얼굴도 기억 못 하잖아. 내가 만약에 그 나머지에 들어갔으면 엄청 상처받았을 거야, 으으.
과장스레 몸을 두 손으로 껴안는 액션과 함께 뱉어진 ‘상처받았을걸’이라는 말에 멤버들이 모두 정색을 하며 부정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 ‘쓸 만한데’에 너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기만하지 마.
– 애초에 치세 형을 보고도 기억 못 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
마치 공격처럼 퍼부어진 단호한 반응들을 정면에서 마주한 이치세는 능청스레 윙크를 하며 ‘그렇긴 하지!’ 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재롱을 부리는 이치세를 보고 폭소를 흘리던 조인찬은 곧이어 나를 향해 손짓을 하며 속닥거렸다.
– 치세 형한테 그럴 일이 없는 거랑은 별개로 유태 형이 심각할 정도로 무관심한 건 맞지. 봐, 우리가 이렇게 떠드는데 쳐다보지도 않는 거. 어떻게 저렇게까지 남의 일에 관심을 끄고 살 수가 있지?
그 말에 이치세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옆으로 약간 기울이고 있다가 이내 미소 지으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 아니야. 저 형, 우리 얘기만큼은 항상 듣고 있어.
그리고 제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조인찬의 볼을 주물럭거리더니 능청스레 말했다.
– 인찬이는 우리 유태 형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잘 모르는구나아. 눈치 없어도 괜찮아! 순진해서 귀여우니까!
– 아아! 볼 떨어져! 살살해, 살살!
이치세의 말대로 나는 사실 그 대화를 포함하여 놈들이 나누는 모든 대화를 듣고 있는 게 맞았다. 적어도 내 옆에서 프리즘 멤버들이 겪는 일들은 내가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
뭐, 이치세는 내가 멤버들을 항상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고, 조인찬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그 당시의 나는 굳이 귀찮게 해명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놈들이 마음대로 떠들도록 내버려 뒀었던 기억이 있었다. 별 볼 일 없는 놈들에게 전혀 관심을 못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 않던가.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김새명 형이랑 대화 나눠 본 적 있어요?”
“없어.”
“…그 형에 대해 알고 있는 건요?”
“없어.”
“관심은요?”
“없어.”
소수의 인간을 제외한 나의 대쪽 같은 무관심은 프리즘 시절 이후로도 쭉 이어졌고, 나이를 꽤 먹고 다른 사람의 몸에서 눈을 뜨는 순간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나는 김새명에 관해서 아무런 기억도,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개허접한테까지 신경 쓰기에는 내 인생에 일이 너무 많다.’
나도 바보는 아니니 당연히 몇 번 들은 이름이라는 것 정도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놈에게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꼈던 적은 전혀 없었다. 분명 RH 엔터테인먼트에서 신인 그룹에 김새명을 영입하고 이단비를 엮어 언플에 이용하지 않았다면 이름조차 잊어버렸겠지.
“…나도 저렇게 대쪽같이 좀 살아 보고 싶다. 그러면 좀 스트레스가 덜할 텐데.”
김새명에 관한 질문에 칼같이 똑같은 답을 내놓자 도유다는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그런 도유다를 미동도 없이 뚱한 얼굴로 응시하며 말했다.
“나야 멤버들만 피해 안 보면 다 상관없으니까 그러지.”
“허엉, 저 울리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죠, 형.”
“뭔 소리야. 메이크업했으니까 울지 마라.”
“눈물 나게 하든가 눈물 마르게 하든가 둘 중 하나만 해 줄래요?”
도유다의 감정 상태를 전혀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녀석은 내게서 김새명에 대한 기억을 끌어내는 것을 포기했는지 한숨을 푹 쉬고 김새명에 대한 이야기를 조잘조잘 늘어놓았다.
“강원 형이 연습생들 도와줄 때 잠깐 와서 도와줘 놓고 본인이 다 한 것처럼 인터뷰해서 방송 내보내는 일이 엄청 많았거든요. 조금만 불리한 일이 있어도 다 강원 형한테 미루고요. 그렇게 행동해도 참아 줄 사람이라고 다 계산 끝났던 거죠. 근데! 저는 강원 형이 했던 일인 거 알고 있었으니까! 속이! 터져서요! 트레이너 쌤들 앞에서도 자꾸 지가 연습 주도했다고 하고! 아! 근데 또 쌤들은 촬영장에 오래 안 있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채 그걸 또 믿고 칭찬해 주잖아요!”
“유, 유다야, 진정해. 나는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애들은 도와준 게 아니니까 괜찮아.”
“이 형은 맨날 이렇게 참기만 하잖아요! 보고 있는 제가 다 미칠 것 같다니까요!”
처음에는 분명 평범하게 이야기했는데 어째 뒤로 갈수록 점점 그라데이션으로 역정이 섞인 느낌이었다. 우강원은 절절매며 그런 도유다를 말리려 했지만, 그럴수록 녀석의 분노는 점점 커질 뿐이었다.
내가 볼 때는 우강원이나 도유다나 별 차이는 없는데 말이다.
“목 상하니까 소리 그렇게 내지 마라.”
“녱.”
그에 짧은 말을 뱉어 놈을 조용히 만든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이 선배님 앞에서도 그랬어?”
제이가 그딴 수작에 속아 넘어갈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그러자 도유다는 지금까지 그걸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지 턱을 괴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더듬더듬 대답했다.
“네에……. 그때 제이 선배님 약간 코웃음 쳤던 것 같기도……. 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고 눈치챈 건데 제이 선배님 앞에서 그렇게 한번 하고 나서부터 그 형 방송 분량 엄청 줄어든 느낌 아니었어요? 그리고 단비 분량이 엄청 늘었잖아요.”
‘꼴값 떨다가 제이한테 찍혔군.’
나는 도유다의 말을 듣자마자 제이가 놈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제작진들에게 무슨 수를 썼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이단비한테 밀려서 데뷔권에 못 들어간 건가.’
대충 상황이 어떻게 흘러 갔을지 감을 잡은 나는 도유다의 머리를 동네 개 만지듯 문지르며 칭찬했다.
“똑똑하네. 그런 것도 알고.”
“당연하죠. 저 아이큐 500이라니까요?”
“유짱, 저번보다 떨어진 것 아닙니까?”
도유다 같은 바보가 그걸 눈치채다니 용썼네 싶은 마음에서 한 칭찬이었다.
과부하 오기 전에 머리를 식혀 줘야겠다는 생각에 아이스크림을 내밀자 놈은 다시 말끔하게 비워진 눈동자를 빛내더니 덥썩 그것을 입에 쑤셔 넣었다.
“왁, 맛있는 거.”
식혀 주기도 전에 뇌가 리셋된 모양이었다.
나는 보고 있기만 해도 긴장감이 사라질 정도로 맑은 도유다와 이 와중에도 내가 김새명을 조져 버릴까 봐 걱정을 하고 있는 우강원을 번갈아 가며 보다가 딱 한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복잡하게도 사네.’
요약하면 김새명은 얌생이 개허접이고, 우강원은 우강원 했다 이 말 아닌가.
나는 이런 복잡스러운 신경전이 세상에서 제일 귀찮다.
그냥 이딴 쓸데없는 헛짓거리하지 말고 실력으로 정면 승부 해라.
그리고 패배자 새끼는 이 업계에서 흔적도 남기지 말고 꺼지자.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 형은 뮤즈들 사이에서도 말이 좀 나오고 있어요. 아무리 숨겨도 이상한 부분은 조금씩 새어 나오는 거죠.”
쥐여 준 지 30초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스크림을 모두 해치운 도유다는 손가락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으며 내게 제 핸드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화면 속에 있는 것은 팬들의 비공계 계정이 몇 개씩 있는 타임라인이었다.
[김새명은 도대체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 저런 언플이나 하게 해주려고 RH 들어간 거임? 써아사 내내 겁나 착한 이미지 쌓더니 저걸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ㅋㅋ 지금 배신감 장난아님] [┗ 긍데 우리 애들 중에 걔랑 친한 애 한 명도 없지 않아여?] [┗ ┗ ┗ 아… 벌써 감오네] [(방송 장면 일부를 확대하여 슬로우를 건 영상) 저는 뭐 날개 잃은 천사니 뭐니 하면서 인성 어필로 올려치기 해줄 때도 샘프들 말 안 들었어요 방송 정신 똑바로 붙잡고 보면 뭐든 다 퍼줄 것처럼 말은 꺼내는데 정작 보면 실제로 다른 연습생들 도와준 거 하나도 없잖아] [┗ 헐 진짜네 고길동 엄청 도와준 것처럼 방송 나갔는데 정작 연습 타입랩스에는 한 번도 안 찍혔네요 아니 뭐 도와주는 이미지로 어필할 거면 교주 정도는 해야 할 거 아닌가 교주는 자기가 챙겨주는 애들 옆에서 하루종일 잠도 안 자고 춤 가르쳐줬는데…] [┗ ┗ 고길동도 딱히 프로그램 끝나고 김새명 언급 안 하더라고요 둘이서 인하트그램 팔로우도 안함 고길동이 팔로우한 건 교주랑 강원이밖에 없어요] [┗ ┗ 대장은 제발 생색 좀 내주라 이 상남자 어칼 거임 맨날 도와줘놓고 저벅저벅 자기 갈 길 감 써아사 출연자들 인터뷰 볼 때마다 미담 우수수 나오는 거 정말 당황스럽다;;;]‘뮤즈들은 이미 조금씩 낌새를 눈치챌 정도였나.’
나는 뮤즈들이 서로를 향한 기묘한 신뢰감으로 서치 방지조차 하지 않는 채 김새명에 대해 써 둔 글들을 잠깐 내려다보며 차분히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리고 적당히 결론을 내린 후 도유다에게 말했다.
“네가 이렇게 잠입해 있는 거 알면 뮤즈들 기절하니까 슬슬 적당히 해.”
“제가 원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에요. 제가 처음에 구독할 때만 해도 다들 공개 계정이었는데요……. 자꾸 비공개 걸고 심연으로 들어가시더라고요. 괜찮아요. 저는 그래도 뮤뮤 사랑하니까요. 근데 형은 웬만하면 제가 보여 줄 때 빼고는 그냥 보지 마세요. 여긴 암흑이야.”
“…….”
…골때리네.
* * *
그대로 방송국으로 이동한 우리는 바로 무대를 위해 메이크업과 의상을 갈아입으며 대략적인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대부분의 음악 방송 스케줄이 그렇듯, 미친 듯이 지루한 대기 시간이 찾아왔다.
“저희 MC 대기실 갔다올게요! 챌린지 우리도 열심히 찍어야죠!”
“조금 있다가 가.”
나는 챌린지를 찍겠다는 기대감으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놈들을 앉혀 두고 잠시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영문도 모르는 채 붙잡힌 패X와 매X트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걸 간신히 억누르고 있던 사이, 대기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낯선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아, 강원 형! 다들 너무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새명아.”
“우리 챌린지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왔어. 그런데 단비는 어디 갔지? 나 꼭 단비랑 찍고 싶었는데.”
그에 고개를 들어 올려 보자 김새명을 필두로 COMA-1 멤버들과 이미 돌아가고 있는 카메라가 줄줄이 대기실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나는 카메라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단비를 언급하는 김새명을 보며 입꼬리 한쪽을 끌어 올렸다.
‘그 외 나머지’에서 ‘죽여 버린다’로 승급된 걸 축하한다, 새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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