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제가 하겠습니다.”
녀석을 인터넷으로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아류작들 특유의 기묘한 불쾌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지금의 놈은 나를 따라 하던 스타일링을 모두 지워 내고 전형적인 남자 아이돌처럼 가꾼 상태였다.
처음 사진이 공개됐을 때와 비교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법한 변화는 일반적인 남자 아이돌처럼 꽤 짧아진 머리카락이었다. 아마 나와 최적현이 그 영상을 공개한 이후로 대중들에게 큰 질타를 받고, 가장 먼저 머리카락부터 싹둑 자른 모양이었다.
‘내가 저놈의 머리카락을 항상 치렁치렁 달고 다녔으니까… 그것만 고쳐도 서유태 아류작 이미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었겠지.’
쯧, 혀를 차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누른 나는 시선을 옮겨 놈의 얼굴을 살펴봤다.
‘이렇게 보니까 닮은 구석이 거의 없군. 전부 스타일링으로 연출한 거였나.’
커버 사진을 봤을 때는 나를 닮은 부분이 한두 개 정도야 있는 것 같기도 했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니 그것조차 알쏭달쏭했다.
‘…전보다 지금이 훨씬 나은데?’
놈은 내가 하고 다녔던 스타일링을 똑같이 따라 했을 때보다 훨씬 훤칠해진 외관을 하고 있었다. 꼭 억지로 끼워 맞추어 억압되었던 것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인터넷에 하도 스타일링을 잘 바꿨다는 반응이 많길래 도대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저 모습을 보고 있으니 단번에 이해가 갔다.
– [아니 태의 잘생겻는데? 비주얼 센터할 만한데 도대체 왜 굳이굳이 ㅅㅇㅌ 스타일을 베낀 거임 나 RH를 이해할 수가 없다… 정신차려 그 sbn은 팬들이 재규어 늑대 흑표로 모에화하던 사람이야 절대 못따라해ㅋㅋㅋㅋ ㅜㅜ]
– [┗ ㅇㅈ 햇병아리들이 맹수인 척 크와앙 하는 것 같음 맘마 더 먹고 온나]
– [서유태 따라하기 준비물이다. 문짝만한 키 하나. 역삼각형 몸 하나. 만나면 눈 깔아야 하는 냉미남 페이스 하나. 미쳐버린 본업 능력치 ∞개. 말하다 보니 끝이 없네 그냥 서유태 본인이 아닌 이상 절대 충족 안 된다 이상!]
– [그 머리랑 옷은 서유태라서 어울리는 거임 안 따라해도 충분히 멋있으니까 제발 하지마 아니 그냥 하지 말라면 하지마 진심 개빡쳐서 남돌들 서유태 영상 시청 금지 때리고 싶다]
어째 다들 COMA-1 센터의 바뀐 스타일링을 칭찬하면서 나에 대한 언급을 더 많이 하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뭐 욕은 하나도 없었으니 굳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겠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카메라에 보이게 각도를 틀어 선 후, 한승범의 얼굴에 어울리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한승범의 외모 탓인지 녀석은 꽤 놀란 듯 조금 커진 눈으로 넋을 놓고 한승범의 얼굴을 바라봤다.
“…….”
그 순간, COMA-1 멤버들의 뒤쪽에 있던 RH 엔터테인먼트 측의 인물 하나가 눈에 힘을 주고 태의를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퍼뜩 정신을 차린 태의가 얼굴을 굳히고 서둘러 제 활동명을 입에 담았다.
“…태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뭐지?’
워낙 사람이 많은 대기실이었기 때문에 나처럼 피곤할 정도로 예민한 사람이 아닌 이상 감지하기 어려운 작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태의는 그것을 바로 눈치채고 상대의 지시에 따르고 있었다.
나는 태연하게 멤버들과 눈을 마주치는 척을 하며 태의에게 눈치를 준 인물을 확인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야.’
고가의 시계, 불편한 구두와 정장을 봐서는 매니저는 아닌 것 같았다.
보아하니 내가 죽은 이후로 새로 기용된 놈이거나 아니면 내가 깊게는 파악하지 못했던 강혁우의 뒷사업 관련 인물인 것 같았다. 그리고 아마 더 가능성이 높은 쪽은 후자일 것이다. 강혁우는 새로운 사람을 별로 신용하지 않으니까.
‘도대체 저놈들 매니저는 또 어디 간 거지?’
그런 의문을 가진 채 다시 태의를 돌아보자 무뚝뚝한 얼굴에 긴장감이 서린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보며 녀석이 어떻게 RH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의 작은 눈짓에도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인지 깨달았다.
‘눈치를 보는 게 완전히 습관이 됐군.’
사실 태의에 대한 나의 인상은 그닥 좋지 않았다.
나는 차운의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절대 잊을 수 없었고, 저놈은 그 웃기지도 않은 만행의 수혜자였으니까. 하지만 저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강혁우와 놈 사이에 뭔가 다른 일이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김새명처럼 이득만 쫓아다니는 얌생이일 줄 알았는데 그런 성격은 또 아닌 것 같고.’
생각보다 정중하고 유순한 태도에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나를 향해 꾸벅 머리를 숙였던 놈의 행동을 떠올리며 눈을 잠시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리고 가볍게 숨을 내쉰 후, 말갛게 웃었다.
‘관심 없어. 내 새끼 일도 아닌데.’
일단 인성이 괜찮은지 별로인지, 사정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내가 취할 행동에는 변화가 없는데.
‘내 옆에 알짱거리는 놈들은 모두 박살 낸다. 그게 착한 놈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내 신조에 따라 옆에 있는 놈들은 한 놈도 빠짐없이 다 제끼고 정상을 지키겠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 각박한 아이돌 업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번뜩이는 안광으로 놈을 바라본 나는 최대한 내면의 공격력이 느껴지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하하, 그러면 COMA-1 안무 카피부터 할까요?”
최적현 30%, 우강원 70% 정도의 기가 막히는 비율로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우리 멤버들이 침을 꿀떡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것을 짚을 새도 없이 챌린지는 바로 시작되었다.
* * *
“와, 어떻게 저래요?”
“잘 춘다 잘 춘다 얘기는 들었는데 설마 저 정도일 줄은…….”
우리의 주변에 서 있던 관계자들이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소리는 모두 끄고 음원으로 다시 편집하여 영상을 업로드할 것이기 때문에 굳이 쥐 죽은 듯이 침묵을 지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너무 적나라하게 그 대화 소리가 들려 강혁우 수족의 얼굴이 점점 뭐라도 씹은 것처럼 썩어 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한쪽으로 치중된, 끊이질 않는 칭찬은 모두 나를 향해 던져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쿵쿵! 쿵!
“우리는 언제 저렇게 저렇게 춰 볼까요?”
“으음, 글쎄…….”
능숙하게 춤을 추고 있으니 이제는 외부인들에 이어 도유다와 백기량의 목소리까지 들렸다. 도유다의 질문에 뜸을 들이던 백기량은 멍하니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저건 아마 재능의 영역이지 않을까…….”
챌린지는 내 아이돌이 남의 노래에 맞추어 각 잡고 춤을 추는 모습을 기회가 흔치 않은 커버 무대 외에도 제대로 볼 수 있고, 사람들이 익히 궁금해 하는 아이돌끼리의 친목을 볼 수 있는 꽤 괜찮은 컨텐츠였다.
물론 팬들도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돌에게 챌린지를 부탁하는 것일 테고.
하지만 언제나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 것이 문제였다.
평가질과 비교를 멈추지를 못하는 대중들은 선의로 찍은 챌린지 영상에서마저 누가 누구보다 잘생겼다든가, 누가 비율이 안 좋다든가, 누가 압도적으로 춤을 잘 춰서 누구는 하나도 안 보인다는 말들을 늘어놓곤 했다.
‘평소에는 다른 그룹의 놈들과 엮일 일이 거의 없지만, 챌린지는 딱 비교되기 쉽게 옆에서 춤을 춰야 하니까.’
대가리 빼놓고 막 하다가는 제 목을 조르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큭!”
그리고 내 옆에서 춤을 추고 있는 이놈은 그걸 절찬리에 체감하고 계시는 중일 거다.
“어떡해……. 승범 씨밖에 안 보여. 안무가님이랑 완전히 똑같이 추는데?”
“이거 판테이온 안무 아니죠?”
그리고 챌린지는 내 노래의 안무가 아닌, 충분히 연습하고 준비하지 못한 남의 안무를 짧은 시간 동안 습득해야 하는 컨텐츠다. 당연히 더 오랜 시간을 들여, 안무가의 설명과 함께 안무를 배운 원작자가 더 잘 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적인 이야기였다.
‘내가 김새명의 지목을 피하기 위해 이단비를 미리 빼놓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
하지만 그 상식이 언제나 통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간혹 보이는 몇몇 챌린지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말 잔인하게도 세상에는 일반 사람들이 한 달, 두 달 동안 연습을 해서 일궈 놓은 결과를 고작 몇 분 만에 이뤄 내는 사람들이 존재했으니까.
원래 노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다듬을 수 없는, 오로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 하나만으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이런 촉박한 상황이야말로 재능의 차이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춤이야 뭐, 그냥 보고 추면 되지.’
COMA-1은 아직 첫 무대도 하지 못한 그룹이었고, 퍼포먼스 비디오는 따로 업로드되지 않았으며 뮤비는 춤을 추는 장면이 띄엄띄엄 편집되어 있는 데다가 조명이 워낙 어두워 정확한 안무를 미리 습득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챌린지를 찍기 위해서는 오늘 바로 놈들에게 안무 설명을 받고 카피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Panic>의 안무가 프리즘의 느낌을 주기 위해서 아주 어렵고,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태의는 내게 상세히 설명을 해 주려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마음은 RH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의 눈짓에 의해 바로 저지되었고, 녀석은 죄책감이 느껴지는 듯 그 무뚝뚝한 얼굴을 조금 구긴 채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나는 그런 놈을 보며 짧은 말을 뱉었다.
– 상관없습니다. 이미 카피 끝났으니까요.
그 시점에 나는 이미 놈들이 대강 춰 준 시범을 한번 보고, 모든 카피를 끝냈던 것이다.
COMA-1의 메인 댄서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으로.
‘정말 웃기지. 그룹에서도 월등하게 눈에 띄는 놈을 천생 센터라면서 떠받들어 줘도 또 그놈들끼리만 모아 두면 그 안에서도 눈에 띄는 놈들이 있다는 게.’
직접 옆에 두고 춰 보니 태의는 당장 근 몇 년 사이에 데뷔한 그룹의 센터를 모두 모아 둬도 태의를 옆에 두고는 존재감을 잃을 정도로 괜찮은 놈이었다. 이전에 말했듯 지금 1군 자리에 있는 프리즘과 레이즈 멤버들에 비할 수는 없었지만, 신인치고는 아주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있다는 소리였다.
강혁우가 무슨 생각으로 녀석을 이 그룹의 센터로 내세웠는지, 실제로 마주하고 있다 보면 점점 더 체감이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놈의 옆에 있는 건 나였다.
‘이제 이 녀석도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날 때가 됐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나는 놈들 대가리 밟고 덤블링하는 놈이 있다. 원래 사회란 그런 법 아니겠나.
“후…….”
간단하게 안무를 마치고 나니 연신 한숨을 내쉬는 RH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들과 허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COMA-1 멤버들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뒤이어 내가 아주 자랑스러운 듯 어깨가 천장을 뚫을 듯 올라간 우리 멤버들을 발견하고 픽 웃음을 흘릴 즈음, 내가 사전에 부탁해 둔 대로 매니저가 외쳤다.
“판테이온 20분 뒤에 이동해야 합니다!”
나는 그를 향해 화사하게 웃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괜찮습니다. 20분 정도면 시간 아주 넉넉하죠. 우리 안무가 쉬운 편이라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끼이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승범 형, 저 왔어요.”
타이밍 맞춰 대기실 문을 열고 이단비가 돌아온 것이었다. 나는 놈에게 바로 손짓을 하여 옆으로 오도록 부르고 김새명을 마주 보며 웃는 낯으로 말했다.
“아, 다행히 마침 이단비가 돌아왔네요. 단비랑 하고 싶다고 하셨으니 헤라클레스 챌린지는 이단비와 함께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나는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이단비야말로 판테이온의 일원으로 존재하기에 합당한 놈이며, 사람들이 그렇게 올려치기 해 주는 김새명은 이단비의 발끝조차 쫓아갈 수 없는 놈이라고.
내 옆에 쪼르르 다가온 이단비의 등을 팍 쳐서 기운을 불어넣은 나는 녀석을 비스듬히 내려다보며 물었다.
“할 수 있지, 이단비?”
와서 밟아라, 막내야.
곱게 찍어 눌러 놨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