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팬 사인회가 진행되고 며칠이 지난 이후 얻은 소득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1차적으로는 각 멤버들의 직캠 영상이 너튜브 채널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게 되었고, SNS에 팬 사인회 후기 글이 엄청나게 공유되며 크게 화제가 되었다.
주로 많이 거론되었던 건 한승범의 얼굴과 나의 대응이었다.
[핝읏범 실물 돌았음 그냥 얼굴이 혼자 8K임 그리고 내 손 잡으면서 뭐라고 다정하게 얘기해줬는데 그쯤부터 기억이 안 남] [┗ 너도……? 나도……] [┗ 22 중간부터 기억 날아감 행복했던 것만 기억남] [┗ ┗ 팬싸 갔다가 단체로 능지 잃어버리고 온 거 실화냐] [ㅍㅌㅇㅇ 팬싸 후기: 지금까지 팠던 아진짜요 동태눈깔 오백명 말끔하게 잊어버림. 한승범 좋은 향기 남. 이상.]나는 그냥 하던 대로 했고, 그리 새로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좋아해 줄 거라고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다들 그간 팬을 기만하는 아이돌들에게 상처를 받은 탓이겠지.
그놈들을 모두 잡아다가 족치면 아이돌 팬들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커뮤니티의 스크롤을 쭉 내렸다.
[대장 팬들 너무 사랑하는 거 아님? 나 써아사 미니 팬싸 갔다왔는데 기억하고 있더라…… 진심 이 스윗남한테 무뚝뚝하고 무섭다고 한 빡대가리 새끼들 누구냐] [┗ 판테이온이요] [┗ ┗ 죄송합니다]내가 지금까지 방송에서 보여 줬던 이미지나 멤버들의 평가와 다소 다른 태도에 놀란 팬들도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하게 태도를 바꾸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팬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무슨 이중인격자라도 보는 것처럼 공포에 질렸던 판테이온 멤버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무작정 부정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 나는 저 형 팬 서비스 하는 거만 보면 신기하다니까. 우리 형, 팬들한테 하는 거의 절반만큼이라도 우리 예뻐해 해 주면 얼마나 좋아, 응?
– 가서 연습이나 해라, 예쁜 놈아.
– 이잉, 그런 거 말고!
– 꺼져.
이치세와 언젠가 그런 대화를 했던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 성격을 고쳐먹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덜썩 커서는…….’
나름 성공적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고 팬 사인회를 마친 것은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다 닥쳐 팬싸 후기 올리지 마 팬싸컷 높아지면 어떡하려고 ㅇㄴ 나 진짜 더 높아지는 거 감당 못함 이번에도 엄청 빡셌다고 ㅠㅠ] [ㅍㅌ8 이번에 ㄹㅇㅈ보다 팬싸컷 높았다는 거 실화임?] [┗ ㄴㄴ 선넘지 마셈 머글들이 프레판 ㅇㅈㄹ해주니까 좋아서 정신을 못차리네] [┗ ┗ 뭘 선넘지 말래 ㅋㅋㅋ 머글들이 보는 게 찐임; 그리고 나 선.샤인에서 뮤.즈로 넘어왔는데 팬싸컷 관Eㅔoi온이 더 높음 이게 팩트다] [어차피 기간제 그룹이라 얼마 못 보니까 짧게 불태우는 거지 어카냐 이제 쫑나면 못 볼 텐데 ㅋㅋ 너무 무리하지 마라 뮺들~] [┗ 자리 뺏길까봐 벌써부터 똥줄 타죠? 진짜 현역시절 프리즘 sbn님들처럼 어나더 레벨이었으면 이렇게 기싸움할 필요 없는데 ㅎㅎ]레이즈의 팬덤 선샤인과 뮤즈들이 본격적으로 마찰을 빚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날이 선 선샤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끝내고 전투력이 무르익은 뮤즈, 그리고 다 됐고 그냥 완전체 컴백이나 해 달라며 드러누운 세라의 기가 막힌 콜라보로 얼렁뚱땅 보이 그룹 판이 굴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아니 대장 나보다 한참 어린데 왤케…… 왤케 오빠 같은지 모르겟듬 부끄러워서 머리카락으로 얼굴 숨기고 있었는데 손으로 머리카락 넘겨줬다…… 그때 나 얼굴 개뜨거워짐 절대 스무살 신인이 할 수 있는 짓거리가 아님] [┗ 진짜 오빠는 안 그래요] [┗ ┗ 그런가요? 별로 궁금하지 않군요.] [아기오빠… 할미가… 할미가… 오빠라고 불러도 되것수?] [승떤남자에게서 연상의 향기를 느껴버린 것이야]“하…….”
팬들이 내 나이에 관해 조금씩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냐, 서유태.
스무 쟐 한승범을 완벽하게 연기하는 것 아니었냐.
내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팬들이 그런 느낌을 받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한승범도 서유태 따라하려고 하네 ㅋ’ 같은 소리를 듣지 않도록 얼마나 노력했는데 은연중에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니, 정말 구라 같았다.
그리고 나보다 어린 팬들이 자기 자신을 ‘할미’라고 칭하는 모습이나 ‘아기’라는 호칭을 보기만 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찜찜함이 느껴지곤 했다. 고작 스물 초중반밖에 먹지 않았으면서 본인을 할미라고 칭하는 이 기묘한 문화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나도 양심이 있지.’
내 눈에는 다 한참 어리게 보이는데 무슨 할미인가.
아기는 그쪽이다, 그쪽.
세라는 뮤즈보다 평균 연령대가 조금 더 높은 편이었다.
당연했다. 프리즘은 고참 아이돌이었고, 팬들은 우리와 함께 나이를 먹었으니까.
그런 세라들에게도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말들을 이 나이에 그 나이의 팬들에게 듣고 있는 게…… 마음이 상당히 무거웠다. 물론 뮤즈들이 즐겁다면 상관없었다. 다만 양심이 매우 찔리고 내 정체를 알고 있는 놈들이 가끔 헛소리를 할 뿐이었다.
– [7: 아기 ㅋ]
– [도련님 1: 재미있네]
내가 범죄를 저질러 버리면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일단 저지르고 생각해 볼까.
끓어오르는 살의를 갈무리하고 있을 즈음, 옆에서 바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잇, 바보야! 너 때문에 뮤뮤들이 아직도 혼란스러워하잖아!”
“나의 잘못 아니다.”
“…….”
아,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있었다.
팬 사인회가 끝나고 화제가 되었던 것.
[한승범 P] [어떻게 인팁] [캐해 실패] [나기 젠 I]나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로 점령됐던 실시간 검색어를 떠올리며 눈가를 손등으로 꾹 눌렀다.
‘알파벳 4개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길래 하루 종일 그 얘기만 하는 거지.’
어쩌다가 대한민국이 성격 테스트에 점령된 것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인간 놈들 성격에 왜 관심을 갖는 건가. 왜 고찰을 하고 싶어 하는 건가.
열심히 연구해도 나오는 결론은 ‘하나같이 다 X같다’밖에 없을 텐데.
아, 사랑하는 우리 팬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해 못하겠다. 못하는 대로 그냥 살자.’
“아직도 그래?”
“네, 해명이 조금 필요한 것 같아요.”
나기 젠의 머리를 꽉 쥐어짜고 있던 도유다는 나의 물음에 한숨을 내쉬며 SNS의 타임라인을 보여 줬다.
[나기 젠이 INTP라고… 아직도 이해가 안 됨 올해 들은 얘기 중에 제일 어이없다] [한승범이 P? 저기요 같은 취급하지 말아주실래요? 저는 저렇게 안 부지런해요] [내가 나기 젠이랑 도유다가 내향인 인간 하나 잡아다가 산 채로 삶아 먹는 거 다 봤는데 뭔 개소리야]“네가 어떻게 I야, 이 자식아! 우리 팀에 I는 기량 형이랑 승범 형밖에 없는데!”
그냥 못 본 척하고 방치해도 되지 않나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타임라인을 쭉 읽어봐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단 말이다. 하지만 숙소에는 이미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주 참한 표정을 지으며 상냥한 투로 물었다.
“뭐가 문제인데.”
“쟤가 검사를 이상하게 해서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어요. 형 눈에는 쟤가 내향적인 사람으로 보여요?”
나는 도유다의 말에 젠을 돌아봤다.
그러자 젠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대답했다.
“한국어로 승부보다.”
“저럴 줄 알았어. 일본어로 멀쩡하게 번역된 검사가 있는데 왜 하필 한국어로 하는 거냐고!”
“3분 걸렸습니다. 사진 저장하면 INTP 나왔습니다.”
‘3분? 사진 저장?’
도유다가 내게 줬던 테스트는 3분으로 끝날 만한 게 아니었고,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젠이라면 더더욱 오래 걸렸을 터였다. 그런데 3분이라니. 그리고 결과를 사진으로 저장한다니. 뭔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뭘 한 거야.”
젠은 나의 질문에 냅다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 줬다.
그 속에는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사이트가 있었다.
[두근두근 회사원 유형 테스트! 당신은 어떤 유형의 회사원일까? 일잘러? 꼰대?] [1. 상사에게 먼저 다가가 기운차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한다! / ☞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않는다.]이상할 정도로 극단적인 선택지 중 젠이 선택한 것은 뒤의 것이었다.
나는 그에 눈썹을 삐딱하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너 아무한테나 가서 인사하잖아.”
“저는 인사하다 상사 없습니다.”
그러니까 왜 인사할 상사도 없는 놈이 하필이면 저 테스트를 고른 거냐.
골치가 아팠다.
‘……몰라, 난.’
리얼리티 방송에 이 장면이 흘러나가면 어떻게든 해명이 되겠지, 싶은 생각에 그저 젠을 방치하고 있자 도유다가 가자미눈을 뜨며 나를 흘겨봤다.
“형도 남 말 할 처지 아니에요. 뮤뮤들은 형이 P 나온 것도 이상하게 생각하니까요. 웃기죠. 사람들이 형이 엄청 계획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형은 그냥 계획 없이 무작정 일만 하는 사람인데요. 사람들이 형의 실체를 빨리 알아야 하는데. 챙겨 주는 사람 없으면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시계도 안 보고 일만 하는 사람이 어떻게 계획형 인간이죠?”
나는 와다다다 잔소리를 늘어놓는 도유다를 가만히 바라보다 물었다.
“…너 NBCI 중독이야?”
“MBTI거든요? 그리고 중독이 아니라 과몰입이고요. 스케줄이랑 연습 시간은 시간 딱딱 맞춰서 오면서 식사 약속, 놀러가는 약속에는 매번 지각하는 거 진짜 킹받아요. 답장은 왜 그렇게 귀찮아하는 거죠?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형 메신저에 메시지 999+ 되어 있었는데 아직도 그러잖아요! 그 ‘7’이라는 사람 맨날 메시지 무시당해서 이제 슬슬 불쌍하다고요! ‘도련님 1’은 받을 때까지 전화해서 무섭고요! 저한테는 또 어떻고요. 하다못해 ‘ㅇ’을 두 번 붙여 주기라도 하면 어디 덧나나요? 저는 이모티콘에 물결표까지 매번 붙이는데! 형은 연애하면 한 달 만에 차일 거예요.”
뒤에서 뭐가 뭐라고 왁왁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둑이 터진 것처럼 불만을 마구 늘어놓는 도유다를 못 본 척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새로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RH 엔터테인먼트 임승훈 님: 승범 씨,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대화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네요. 장소는 어느 쪽이 편하실까요?]그러던 중 등뒤로 성큼 다가온 도유다가 내게 비장하게 속삭였다.
“대답.”
나는 그 말에 눈동자만 도륵 굴려 녀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말 놓네?”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방금까지 내게 따지고 들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순식간에 꼬리를 말아 버린 도유다는 우강원의 뒤로 가서 숨었다. 그리고 난처한 듯 미소 짓고 있는 우강원의 보호를 받는 게 퍽 안심이 됐는지 용감무쌍하게 외쳤다.
“밈인 줄도 모르고! 형 바보!”
어쩐지 눈꼬리에 눈물이 맺힌 것 같기도 했지만, 신경은 안 쓰였다.
‘리얼리티 분량 뽑았으면 됐지, 뭐.’
* * *
늦은 밤, 스케줄을 마치고 차를 탄 나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바에 홀로 내렸다.
그리고 아까와는 다르게 깊게 가라앉은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
바로 내부로 들어가 프라이빗 룸의 문을 노크한 후 열자 주변의 분위기에 긴장한 듯 몸을 움츠리고 있던 남자가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나는 그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안녕하세요. 승범 씨…….”
– 그 사람, 우리 매니저 아닙니다. 강혁우 이사의 수족입니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태의가 했던 말을 떠올린 나는 이를 악물었다.
눈앞의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쌓여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요?”
왜냐하면 프리즘의 매니저, 임승훈은 내가 죽기 전 유서를 맡긴 사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