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 나는 몇 번이고 대중들의 앞에서 나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행동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대중의 적나라한 뒷면을 발견하는 것뿐이었다.
– [유태야 그냥 연예인 인생 쫑난거 인정하고 대중 앞에 두 번다시 나오지 말라고 몇 번 말해줘야 함?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는 거 추하다]
– [무혐의 같은 소리 하네 돈 많은 친구 하나 잘 사겨서 인생 존나 편하겠다 패륜 저질러도 그냥 풀려나는 거 보면…]
– [지금 프리즘 멤버들 심정: 휴 쟤 나갈 때 붙잡았으면 ㅈ될뻔 ㅋㅋㅋㅋ]
– [프리즘 멤버들도 가담한 거 아님? 그렇게 붙어다녔는데 아무것도 모를 리가 없자나]
– [┗ 오 돈 빌려가고 안 돌려줘서 ㄴㅇㅎ이랑 같이 죽였나 분석 미쳤다]
‘강혁우가 특별히 더 수를 쓸 필요도 없었지.’
욕할 거리를 대충 던져 주면 사람들은 멋대로 정의구현을 하며 죽도록 욕하기 시작한다. 정상에 있던 사람들을 끌어내려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욕하는 것은 꽤 재미있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니까.
노력 끝에 ‘혐의 없음’ 처분은 얻을 수 있었지만, 대중들에게는 그게 그리 중요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수사기관을 향한 불신 탓인지, 아니면 그저 유흥거리가 사라지는 것이 싫었던 탓인지, 아니면 지금껏 실컷 욕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던 탓인지는 모르겠다.
10명에게 바른 글을 적어 주면 다섯은 읽는 것조차 하지 않은 채 입을 놀렸고, 셋은 잘못 읽었으며, 그 셋 중 둘은 귀를 막고 계속해서 나를 비난했고, 다른 하나는 오독한 글을 그대로 퍼트리고 다니니, 남은 둘은 납득하지만 뱉었던 말과 의심을 반성하지 않거나 나의 편을 들다가 나머지의 비난에 지쳐 점차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멍청한 사람이 싫다.’
그런 생각이 분명해진 것은 그쯤이었던 것 같다.
무지와 무식으로 무장한 무례가 싫어졌다.
내 주변 인물이 그딴 식으로 멍청하게 행동한다면 뒤통수를 쳐 버렸겠지만, 눈에 보이지를 않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정말 납득하기 어렵게도 입을 열 때마다 대중들의 의견은 갈렸고, 이야기는 점점 부풀어 올랐다.
전형적이지 않은가.
인터넷에 떠도는 악플과 소문은 언제나 그런 법이었고, 그렇기에 무서운 것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는 이미 탈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관련된 문제에 프리즘 멤버들이 끊임없이 거론되었다는 것이었다.
– [서유태는 프리즘 아니라고요 제발!!!!! >>>프리즘은 6명[[[ 그새끼가 하는 짓에 프리즘 멤버들 거론하지 마세요 진짜 역겨우니까]
– [프리즘 멤버들만 계속 거론되고 힘들 뿐이잖아 다 거짓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세라나 프리즘을 조금이라도 아낀다면 제발 가만히 있어줘]
– [유제이 서유태 집에 그만 찾아가 다 알고 있으니까 너 서유태가 한 짓 옹호하는 거야? 걔랑 연 끊으라고 팬들은 멤버들은 잘못 없다고 감싸느라 매일매일 고생하고 사람들이랑 싸우고 있는데 자꾸 이렇게 배신하는 건 아니지 너 지금까지 키워준 건 서유태가 아니라 세라라고 배은망덕하게 굴지 말고 정신차려]
– [유태야 동생 생각은 안하니? 존나 이기적이다 내가 지금까지 좋아했던 네 모습이 다 그냥 연기였던 것 같아 지금 프리즘 멤버들 욕먹는 거 다 너 때문이니까 人ㅔ己ㅏ들 죽는 꼴 보기 싫으면 책임져 너 보라고 써방 안 하는 거니까 매일매일 읽고 반성해 서유태 유태 증거인멸 아버지 살해 패륜아 프리즘 무혐의 오수희]
당연히 세라는 그에 엄청난 분노를 터트리며 나를 원망했고, 그쯤부터 나는 진통제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그 말들을 무시하고 못 본 척할 수 있었을까?
아니, 불가능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세라가 하는 말들을 결코 흘려들을 수 없었다.
사랑받았던 시절이든, 미움받았던 시절이든.
‘…강혁우도 참 머리를 잘 썼어.’
강혁우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다, 나의 약점이 무엇인지.
프리즘과 팬들. 양쪽을 한꺼번에 건드리는 재주를 보고 있자면 박수라도 쳐 주고 싶었다.
– …….
분명 내가 읽었던 것은 문자였는데 귓속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끊임없이 원망의 목소리가 들렸다. 건조하게 마른 사고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버석버석 흩어져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시종일관 나를 갉아먹는 것 같기도 했다.
적당히 피웠던 담배를 습관적으로 물고 있으면 그게 좀 사라지는 것 같기도 했으나 팬들이 해 준 말들을 이렇게 회피해도 되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 없이는 일상생활이 유지되질 않을 것 같아 멈출 수가 없었다.
– 형, 우리랑 얘기 좀 해 줘!
그 미련한 놈들이 계속 찾아오는데 그나마 멀쩡한 척 내쫓을 정신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멤버들이 도대체 무슨 깡으로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혹시라도 내가 아닌 녀석들을 욕하는 글이 나올까 녀석들의 이름을 검색하는 것조차 거의 못했는데.
‘…누가 찾아가 보라고 부추기기라도 한 건가.’
그러나 멤버들에 관한 글을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나의 이름이 거론된 게시글들에는 항상 놈들이 언급되었다. 그것을 볼 때마다 곱절이 되어 불어나기만 하는 죄책감에 짓눌리던 나는 상황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조바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길가의 쓰레기 조각만도 못한 가치를 가진 나의 말에 무게를 실어 줄 수 있는 방법, 더 이상 프리즘 멤버들이 함께 욕을 먹지 않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나는 흰 종이와 펜을 잡았다.
그리고 유서를 적기 시작했다.
글을 쓰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이 글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완벽하게’ 죽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내게 무슨 말을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진짜 죽을 생각도 없으면서 목숨 가지고 협박한다’, ‘관심 끌려고 쇼하는 거다.’ 같은 말들이었다.
‘지금이야 정말 죽어 버려서 다들 찝찝해졌으니까 말을 아끼지만, 죽기 전까지는 정말 별소리를 다 들었으니까.’
내가 어정쩡하게 살아 버리면 일이 복잡해질 게 뻔했다.
따라서 나는 내가 완전히 죽음을 맞이한 후에, 즉 의사가 사망 선고를 내린 후에 모든 진실을 적어 둔 유서가 공개되길 바랐다.
내가 직접 유서를 SNS에 올리지 않고 임승훈에게 맡겼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 사고 과정을 지금에 와서 되짚어 보면 무언가 어설픈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가끔 충동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나를 멈출 수 있었던 사람은 서유성이 유일했다. 그런 서유성이 당시 내 곁에 없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하지만 기억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스치듯 흘려보냈던 생각과 기억을 끌고와 누더기처럼 조각조각 꿰매어 억지로 그럴듯하게 꾸려 놓은 이야기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내게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려면 종이 몇 장으로는 부족할 텐데, 왜 내 기억 속의 그 장면은 그렇게 종이가 적었던 거지? 애초에 쓴 게 유서가 맞긴 한 건가?’
갑자기 선명하게 떠오른 장면에 이상을 느끼고 있던 중, 앞에 앉아 있는 상대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승범 씨는 술을 좋아하는 편이세요? 승범 씨 나이대의 사람들이 이용할 만한 곳이 아닌데 신기하네요.”
약간의 의심이 섞인 말이었다.
당연히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최적현이 예전에 자주 방문했던 바 중 하나로 갓 스무 살이 된 사회 초년생이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가격대가 높았다. 한마디로 최적현처럼 돈 많은 아저씨들이나 애용하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원래 몸이었다면 저런 질문 따위는 듣지도 않았겠지만, 새파란 애송이의 몸을 들고 있으니 변명거리는 이미 다 생각해 온 참이었다.
“술은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저희 멤버가 소개해 준 곳입니다. 양주를 즐겨 마시는 멤버가 있어서요.”
“아, 니콜라스 씨군요!”
돈 많은 집 아드님의 이름이 거론되자 임승훈은 바로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행동에 안도감을 느끼며 천연덕스레 대꾸를 했다.
“네, 맞습니다. 잘 아시네요.”
갑자기 이용당한 이화영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녀석은 실제로도 본인의 삼촌을 닮아 판테이온에서 술을 가장 많이 즐기는 멤버였으니 이 정도 거짓말은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조만간 진짜로 최적현이 데려올지도 모르고.
묘하게 양심이 찔리는 느낌이 들었던 나는 숨을 훅 내쉬었다.
그리고 그 행동에 임승훈이 이상을 느낄 새도 없이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 갔다.
“그래도 어린 분들은 이런 독한 술을 많이 어려워하던데 승범 씨는 아닌가 봐요.”
“하하, 주변 어른께 제대로 배웠죠.”
물론 구라다.
주변 어른은 개뿔. 내게 술을 가르쳐 준 건 최적현이었다.
– 유태야, 술은 훌륭한 현실도피 수단 중 하나야. 머리가 잘 안 굴러가서 복잡한 생각도 비울 수 있고 운 좋으면 기억도 날아가거든.
– …너 그만 처먹어. 내놔! 이 알코올 중독자 새끼가!
‘그 새끼는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나한테 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 거지?’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정신이 아찔했다.
훌륭한 반면교사가 되어 준 최적현 덕분에 나는 술이라면 완전히 질색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단 말이다.
그렇게 술 따위는 입에도 대지 않은 내가 굳이 이런 바를 약속 장소로 정한 이유는 하나였다.
‘또라이 돈지랄도 정도껏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도움이 되기는 되네.’
이곳은 최적현이 방황하던 시절, 최적현의 가족들이나 기자들에게 녀석의 행방이나 사생활을 흘리지 않은 몇 안 되는 가게 중 하나였다. 요컨대 최적현이 돈을 꽤 먹이고 두터운 신뢰 관계를 구축한 곳이라는 뜻이었다. 혹은 최적현이 오너의 목숨 줄을 쥐고 있든가.
“가게가 한적하네요.”
“그러게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절대로 외부에 발설되지 않을 것이다.
CCTV는 이미 작동을 멈춘 지 오래였으며, 마스터는 우리가 아닌 다른 손님은 앞으로도 쭉 받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 가게의 문 앞에는 ‘CLOSE’ 간판이 걸렸을 수도 있었다.
물론 임승훈은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테지만.
“아, 제가 승범 씨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던 건 다름이 아니라…….”
나는 임승훈이 주절주절 강혁우가 시킨 대로 말을 늘어놓는 것에 적당히 리액션을 하며 대화를 흘려보냈다. RH 엔터테인먼트를 어필하는 말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죽어도 그 회사는 안 갈 건데 뭐 하러 귀담아 듣겠는가.
내가 노리고 있는 것은 임승훈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캐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걸 이룰 수 있는 수작질은 이미 시작되었다.
“하하, 그러셨군요. 영광입니다.”
‘그 술버릇은 여전한지 모르겠네.’
강혁우 옆에서는 항상 긴장해서 술을 거의 못 마셨기 때문에 강혁우는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임승훈은 술버릇이 준수한 편은 아니었다. 술에 취하면 과하게 감정적으로 변하거나 말실수를 하거나 금방 필름이 끊겨 버리는, 그런 몹쓸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 내게 그 부분을 주의받았던 적이 있었던 만큼 열심히 경계는 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것도 큰 의미는 없을 터였다.
앞으로 임승훈이 앉은 쪽에 놓일 술들은 모두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맛있지만, 도수는 매우 높은 그런 것들뿐이었으니까. 그리고 내쪽에 놓일 것들은 모두 알코올이라고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음료고.
‘설마 술버릇까지 전부 알고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람과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술맛이 거의 나지 않는 칵테일을 찔끔 입에 댄 후, 경계심을 푼 듯 조금 여유롭게 마시기 시작하는 임승훈을 보며 억지로 미소 지었다.
자, 묵힌 이야기가 너무 많으니 이성 따위는 던져 버리자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