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강혁우가 죽인 거야.”
임승훈의 외침에 현실감이 사라져 몸이 공중에 붕 뜬 것 같았다.
“강혁우가 죽였어, 강혁우가……. 내가 죽인 거 아니야!”
이렇게 짧은 시간 사이에 나를 이렇게까지 충격에 빠트릴 수 있는 말이 있다니, 그 사실마저 거짓말 같았다.
‘나는 분명 자살로 죽었을 텐데, 강혁우가 죽였다고? 임승훈은 거기에 연관되어 있고?’
마음속의 외침과 동화되어 입을 벌리자 치아와 입술 끝을 스쳐 지나가는 호흡이 떨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자각했다.
지금 나는 무언가 상태가 이상했다.
충격에 빠졌든, 당황했든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것을 자각하자 한시라도 빨리 둔해진 머리를 추슬러 다시 제 기능을 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혼란에 빠진 임승훈이 정신을 추스르기 전, 빠르게 사고가 전개되었다.
‘임승훈이 말하는 그 강혁우가 죽인 사람이 꼭 나일 거라고는 확신할 수 없어.’
나는 유서의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을 이유로 나의 죽음과 관련하여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고 있다. 그 유서를 남기고 내 말에 무게를 싣기 위해 죽으려고 했던 것인데, 그것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되어 버려 나의 죽음에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강혁우가 죽였다’는 말을 들어서 너무 무의식적으로 단정지어 버렸어.’
임승훈이 내지른 비명에는 ‘누구를’ 죽였는지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즉, 강혁우가 죽인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혁우가 조폭과 연관되어 있고 더러운 사업에 몸을 담고 있는 만큼 놈의 주변에서 죽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으며, 때문에 ‘서유태’를 언급했을 때 임승훈이 지레 겁을 먹고 몸을 움츠릴 수 있을 만한 관계의 인물은 또 있었다.
예를 들면 아버지라든가.
아버지는 바다에서 나와 심하게 말다툼을 한 이후로 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 아버지, …이쯤 되면 그냥 죽는 게 낫지 않겠어?
그래, 바로 그날 말이다.
물론 나는 말을 그렇게 했을지라도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 그것은 아버지가 저지른 잘못들에 대한 감정적인 책망이었을 뿐이지, 나로서는 아버지에게 해를 끼칠 수 없었다.
세상에 자기 부모를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자식이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설령 그런 인간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도 나는 절대로 그렇게 될 수는 없었다.
서유성이 아버지를 아무리 저버리려 해도 나는 끝까지 우리 가족을 지키려 했었단 말이다.
하지만 그날 내가 아버지와 다투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속속들이 등장하며 나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로 의심받게 되었다.
‘…웃기지도 않지. 자기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몰리다니.’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진실은 이것이었다.
아버지는 말다툼을 벌이던 도중 나를 뿌리치고 멋대로 떠나 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전혀 연락이 되질 않았다.
아버지는 며칠 뒤에 시체가 되어 발견되었고, 나는 다툼 이후로 다시는 살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당시 아버지는 술에 이미 상당히 취해 있는 상태였으며, 원래부터도 위험한 행동을 자주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가 발을 헛디뎌 사고로 죽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에 성공했고, 아버지의 시체는 이미 바다의 물살에 꽤 훼손된 상태였던지라 추가적인 타살의 정황은 찾지 못한 채 사건은 종결되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을 해 보면 실제로는 다른 누군가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강혁우가 죽인 사람이 내가 아닌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내 아버지였기 때문에 임승훈이 내 이름이 거론된 순간 겁에 질렸던 것도 설명이 가능했고 말이다. 임승훈은 패닉에 빠져 가장 두려운 일을 부정부터 하고 본 것이었기 때문에 그 말이 나온 맥락 자체는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르지만.
‘임승훈이 말하는 게 아버지일 가능성도 배제하면 안 돼.’
하지만 이 감정은 무엇인가.
이성적인 사고 아래 생각해 낸 가설이 자꾸만 사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 임승훈의 부채감이 향하는 대상이 아버지가 아닌 것만 같았다.
이성이 아닌 마음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임승훈이 말하는 것은 그게 아니라고.
‘도망치지 말라’고.
“…….”
그리고 그 위화감을 감지한 순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서유태’라는 사람의 인격을 모두 무너트릴 정도로, 내 성격과 입장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분노에 잡아먹히는 것 같았다.
‘강혁우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아도 지금의 나는 예전처럼 동요하지는 않을 텐데.’
내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이렇게까지 분노할 수 있는 사람이던가?
나는 이제 아버지를 떠올려도 더 이상 애달픈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버지를 향한 내 마음이 상당히 무뎌졌음은 이미 자각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지금은 과분할 정도로 격한 감정에 정신이 침범되는 것 같은데, 이게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모든 게 의문투성이였다.
종착역도 모르는 채 빠르게 굴러가던 실타래가 귀퉁이에 부딪히고 엉망진창으로 꼬여 모든 게 다 엉망이 된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거짓일지,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오류가 있었을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유서는 확실히 존재할 거야. 그게 아니라면 내가 유서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임승훈이 저렇게 동요할 리가 없으니까.’
내가 빌딩 위에서 스스로 떨어져 죽은 것 또한 확실했다.
그 장면만큼은 기억이 너무나도 선명했으니 분명 거짓은 없을 터였다.
그건 진실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무의식중에 깊게 각인될 정도의 공포였다.
놀이 기구에서 떨어졌을 때의 그 감각. 추락하는 그 서늘한 느낌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그 기억이 거짓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마음속의 질문이 턱끝까지 차올랐다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일말의 이성에 억지로 막혔다.
“…….”
내가 느끼고 있는 동요를 임승훈은 몰랐어야 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몰아붙여 놓고 이제 와서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해 꼬치꼬치 캐묻는 모습을 보여 버리면 앞으로 임승훈에게서 더 이상의 정보를 캐는 게 어려워진다.
지금의 나는 임승훈을 향해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가 배신당한 ‘서유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렇기에 임승훈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한승범’으로 존재해야만 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그런 계산이 이루어지면서도 마음의 독이 가득 차 입구가 찰랑거리는 것 같은 감각이 자꾸만 이성을 덮는 것 같았다.
나는 이미 한계였다.
‘한승범’의 자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만들어 주는 다른 존재들이 없이 임승훈의 얼굴을 마주한 그 시점부터 이미 한계였단 말이다.
답지 않게 멍청하게 굴었다.
내가 나를 배신한 임승훈을 보고도, 진실을 듣고도 평온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착각하다니. 오만도 그런 오만이 없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는 전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뇌로 가는 혈류가 점점 빨라져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머리 아파.’
눈알이 시큰거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건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분노 때문인가?
아니면 눈을 깜빡이는 걸 아예 잊어버려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
그리고 표정을 제어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나는 스스로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채 자리에서 일어나 임승훈을 내려다봤다.
쿠당탕!
그러자 술기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휘청거리는 임승훈의 몸이 그대로 바닥이 엎어졌다.
건장한 성인 남성의 몸이 충돌하자 주변 사물들이 큰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아아, 으……. 으아아!”
몇 번이고 헛발질을 하며 추하게,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뛰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어딜 가는 거야, 아직 이야기가 안 끝났잖아.”
임승훈이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잡아야 했다.
“어차피 아무리 도망쳐도 내가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당신은 이제 끝장이야. 영원히 못 벗어나.”
잡아서… 잡아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진실을 불게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아, 죽으면 끝나겠지. 그걸 잊고 있었네.”
팔다리를 분질러 놓으면 바른대로 입을 놀릴까.
아니면 눈알이 뒤집히고 거품이 올라올 때까지 목을 조르면 될까.
“내가 지키려고 했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는 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야 하고. 내가 죽어야만 이 모든 일이 끝날 것 같고.”
불이 붙은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늘어지는 팔다리를 강제로 끌어 그 뒤를 쫓아 걷기 시작했다. 속도를 내 바로 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꺾고 싶은 기분이었으나 왠지 좀처럼 속도가 나지를 않았다.
그러나 차라리 잡지 못하는 게 다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스스로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느낌인지 당신이 알기나 할까?”
“으, 아아!”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임승훈을 천천히 쫓아가자 흘끔 뒤를 돌아본 녀석이 공포에 빠진 비명 소리를 내더니 더 급하게 다리를 움직여 문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그 뒤를 쫓아 걷던 중 팔뚝이 잡혔다.
임승훈은 이미 가게 밖으로 뛰쳐나간 후였기에 나를 제외한 사람이라고는 단 한사람밖에 없었다.
“손님, 괜찮으세요?”
이 가게의 오너였다.
그는 걱정을 한가득 담은 표정으로 늘어지는 몸을 부축하듯 강하게 붙들고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 부탁하신 대로 손님 쪽에는 술 안 뒀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나요? 이상하다. 술 냄새는 하나도 안 나는데.”
…안색이 안 좋다고?
누가?
상대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질문을 속으로 중얼거린 찰나, 무릎이 훅 꺾였다. 그리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격한 구역감이 치밀어 올랐다.
‘술이라곤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 왜.’
“손님!”
오너의 말에 대답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화장실에 뛰어 들어가 가장 가까운 칸의 변기에 머리를 처박았다. 그리고 위가 울렁거리는 대로 모든 것을 다 토해 냈다. 더는 뱉어 낼 게 없어 초록빛의 멀건 액체가 나올 때까지.
“우욱!”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더는 토할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숨을 쉴 때마다 위가 꿀렁거리며 더욱 심하게 구역감이 몰려왔다. 생리적인 반응으로 눈물샘에서 흘러나온 물이 콧날을 가로질러 뚝 뚝 변기 속으로 떨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임승훈을 잡으러 가야 하는데.
물어봐야 하는 것들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리고 의식하지 못한 사이 그 자리에 주저앉은 순간,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얗게 점멸되는 시야를 억지로 들어 화장실 입구를 바라보자 데자뷔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아, 이화영이 우강원을 데리고 왔을 때와 아주 비슷한 광경이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내 코앞까지 다가온 인물이 이화영과 다르게 새카만 머리카락과 속눈썹, 그리고 붉은빛이 도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등급이 적힌 연습생 티셔츠가 아닌 수트와 구두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유…….”
먹먹한 고막에 언뜻 내 원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정신…….”
가물가물 감기는 시야 사이로 검은색과 붉은색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색들이었다.
화장실의 방향제 냄새가 익숙한 퍼퓸의 향으로 덮인 후에야 나는 뛰어 들어온 인물이 내 몸을 붙들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적현.”
그리고 앞에 있는 인물의 이름을 입에 담자마자 시야가 암전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