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9)
19화
“허어어엉! 으윽, 끄흑! 으흐으허엉… 흐어어엉!”
[Overture 메인 댄서 프릭, 또다시 방송에서 실언, 이번에야말로 사과하나?] [Overture 프릭, Survive IDOL 연습생에게 인신공격]“다 때려칠 거야…. 몇만 팔로워,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는데! 자꾸 얘가 사고 칠 때마다 팔로워가 줄어들잖아! 다들 나를 두고 어딜 가는 거냐고… 허어엉!”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는 20대 여성, 김하연은 Overture의 멤버, 프릭의 극성 팬이었다.
6년 전 갓 데뷔한 프릭과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시작된 덕질은 어느샌가 그가 중견 아이돌이 되는 지금까지 이어졌다.
“내가 너를 얼마나 아껴 줬는데 이럴 수가 있어… 허으으!”
1군 아이돌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직캠과 고화질 사진에 혹시라도 우리 애 혹시라도 기죽을까 시작한 ‘홈마’ 짓도 어언 5년째였다.
다소 인지도가 부족하던 프릭을 어느 정도 뜨게 한 것에는 그녀가 찍은 레전드 직캠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뜻밖의 재능을 찾은 그녀는 학과마저 사진 관련 학과로 진학하고, 인생의 황금기를 모두 프릭에게 썼다고 해도 무방했다.
“아직도 욕 먹네… 써방하라고, 이 미친 놈들아! 이건 다 방송국의 수작이라고!”
Survive IDOL의 트레이너로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아, 우리 애가 드디어 실력을 인정받아서 트레이너 자리까지 얻어냈구나 싶어 정말 기뻤다.
하지만 막상 방영이 시작되고 나서는 지옥 같은 나날이 이어질 뿐이었다.
[아 프릭 ㅈㄴ 거슬려서 써아사 못 보겠음. 누가 쟤 좀 하차시켜 ㅋㅋㅋㅋ. 나머지 트레이너들하고 급도 안 맞는데 와서 애들 인신공격이나 하잖아.] [연예인 말빨로 발라버리는 연습생 실화냐. 한승범 기존쎄ㅋㅋㅋ. 프릭은 어떻게 방송을 6년이나 했는데 아직도 저렇게 경솔하냐고. 쟤 입으로 망할 줄 알았다 ㅋ.] [탑 배우 양하준이 MC 보고 있는데 그으냥 앞에서 배우 비하해버리죠. 대가리 수준 ㄹㅈㄷ.]“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닐 거라고오!”
실시간으로 달리는 건 무서워서 미뤄 두고 있었는데, 프릭이 욕을 엄청 먹고 있다며 지인들이 왈칵 뒤집어지는 걸 보고 급히 영상 클립을 찾아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근데 내가 볼 때 친구는 얼굴 좀 잘났으니까 ‘나는 뭐 어떻게든 데뷔하겠지.’ 이런 느낌으로 나온 것 같아서. 아이돌이 만만하죠?]원래도 말을 조금 경솔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 입을 열 때마다 마음 졸이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설마 팬들 앞에서 하던 말버릇을 카메라 앞에서도 똑같이 할 줄은 몰랐다.
[배우나 모델 하지. 여기 뭐 하러 나왔어요.]“왜 그랬어어… 진짜 왜 그랬어.”
프릭이 카메라에 잡힐 때마다 심장이 철렁 가라앉았다. 프릭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연습생이 상처받아 울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저는 현재 활동하고 계신 선배님들께서 쏟으신 노력을 알고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입에 담아도 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막힘없이 차분하게 쏟아지는 연습생의 대답에 그녀는 직감했다.
‘망했다.’
연습생은 선배를 향한 예의는 분명히 지키되, 프릭의 평가에 대한 신뢰성을 단번에 낮추고, 배우와 모델의 팬들을 자극해 책임을 묻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100점짜리 대답이었다.
‘얼굴 진짜 잘생겼는데 배우 할 생각 없냐. 이 정도는 다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 아닌가? 쟤가 저렇게 지적하지만 않았으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무슨 연습생이 이렇게 정치질을 잘하는 거야!’
6년 동안 함께한 정 때문인지 프릭이 잘못한 걸 알면서도 인정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말실수를 하나하나 짚어 가며 받아친 연습생을 자꾸만 원망하게 되었다.
“…얼굴은 잘생겼네.”
저 정도면 고화질 사진을 찍어도 거의 보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고화질 사진을 찍으면 피부 톤과 잡티 보정은 기본이었는데, 저 새하얀 눈밭 같은 피부는 보정할 게 없었다. 이목구비야 뭐, 말할 것도 없이 완벽했다.
“헉, 직업병이!”
보정 프로그램을 열어 보지 않은 지 한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년간의 찍덕 경력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는지 자연스럽게 보정 견적이나 내고 있었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인지 보기라도 해야지. 건수만 잡히면 역관광해 주마.’
침을 꿀꺽 삼키고, 미뤄 뒀던 방송을 보기로 결심했다.
절대 얼굴에 혹한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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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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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 보니 Survive IDOL의 모든 방영분을 보고, 최신회 예고편을 50번 반복하여 본 뒤였다.
‘…생태계 교란종이다. 나 미남 좋아했네. 그걸 이제 알았네.’
본인의 실력에 가진 프라이드와 시원시원한 성격 때문에 프릭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미친 실력에 얼굴까지 미쳐 버린 아이를 보니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미친… 방금 예고편에 나온 거 동물 잠옷 아니야?”
김하연은 머리를 부여잡고 예고편에 잠깐 나왔던 한승범을 떠올렸다. 전체 샷에 아주 작게 잡혔지만, 직감할 수 있었다. 그 둔탁한 곡선과 보들보들한 소재는 분명 동물 잠옷이었다.
“아니, 클로즈업에서는 평범한 연습복 입고 있더니 왜 갑자기 전체 샷에서는 동물 잠옷이야? 설마 1차 경연 의상이 그건가?”
서둘러 방송국의 SNS 계정을 살펴보니 1차 경연의 현장 평가단 모집이 오늘 마감이었다. 그녀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신청을 꾹 눌렀다.
‘그래도 절대 환승은 아니야. 우리 프릭이 나오는 방송이 흥행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응원차 신청하는 거야.’
그녀는 이미 SNS에 한승범을 서치하고, 습관적으로 새로 고침을 하고 있었지만, 입덕은 아니라 굳게 믿고 있었다.
[제이가 한승범 많이 아끼는 것 같더라 ㅋㅋ. 나 같아도 연습생이 그렇게 독기 올라서 열심히 하는데 또 잘하면 아껴주고 싶을 듯 ㅠㅠ] [고작 연습생 주제에 트레이너들 앞에서 잘난 척하는 것만 보면 ㅈㄴ 꼬와. 솔직히 SU 엔터 애들 다 잡았다는 얘기도 걍 똥군기 잡은 것 같음. 군대도 안 갔다 온 놈이 어디서 군기를 잡냐~ㅋㅋ.] [└ 뇌피셜 필요 없고요. 그냥 연습생이었으면 연차 높은 애들한테 밀려서 출연도 못했겠쥬? 프릭 빼고 다른 트레이너들은 한승범 예뻐 죽으려고 하던데 왜 아무 상관도 없는 네가 ㅈㄹ. 너 프릭 팬이냐? 아기한테 어퍼컷 맞고 머리가 어질어질하지?] [└└ 한승범 팬들 전투력 미쳤네. 사랑하면 닮는 거냐.]“보니까 완전 애기던데, 뭔 군기…….”
프릭 팬덤이 얻어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예전처럼 화가 안 났다. 오히려 한승범에게 붙은 말도 안 되는 악플에 마음이 아파 반박하는 답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헛! 아니야, 아니야! 이성을 잃지 말자. 나는 프릭 팬이다. 나는 프릭 팬이다.”
* * *
“안녕하세요, 현장 투표를 위해 모여 주신 현장 평가단 여러분! 저는 Survive IDOL의 MC를 맡은 배우 양하준입니다.”
‘…설마 진짜 당첨될 줄이야.’
설마 하는 마음으로 신청한 현장 평가에 당첨되어 버렸다.
사실 그녀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지만, 몸은 착실히 경연이 이루어지는 체육관에 도착한 상태였다.
“지금부터 벌어질 경연은 바로! Survive IDOL 의 첫 번째 경연! 커버곡 그룹 배틀입니다.”
“꺄아아!”
MC인 양하준의 멘트에 현장 평가단이 환호를 지르며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대략 플래카드를 살펴보니 한승범의 것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이화영의 것이 많아 보였다. 세 번째로 많은 것은 아마 도유다인 것 같았다.
‘순위와 플래카드의 숫자가 거의 비슷하네…….’
그룹 내에서 개개인의 인지도는 콘서트에서 플래카드의 개수로 티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말을 증명하듯 현장에는 거의 팬덤이 견고한 순서대로 플래카드의 개수가 많았다.
‘이번 시즌은 다른 시즌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출연하는 연습생들의 개성이 강렬해서 팬덤 형성이 빨랐던 것 같아.’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히트곡을 커버하는 경연인데요. 한 곡당 두 팀이 배정되어 차례로 무대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 경연곡으로 선정된 곡들과 각각 배정된 연습생들이 표시되었다.
“멤버별 득표수를 총합하여 더 높은 득표수를 얻은 쪽이 경연에서 이기게 되며, 이긴 팀에게는 현장 득표수 곱하기 천 표의 베네핏이 주어집니다.”
이미 현장 평가단은 고일 대로 고여 Survive IDOL의 경연 방식에 대해 줄줄이 꿰고 있겠지만, 형식상 방송에 구색을 갖추기 위한 대본처럼 보였다.
“가장 먼저 공개될 무대는 몽환적인 콘셉트로 아주 유명한 노래죠, 포레스트 걸 A조와 B조입니다!”
“와!”
박수 소리와 함께 포레스트 걸 노래에 배정된 연습생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우리 B조에는 동물 친구들이 있는데요! 다들 담당한 동물에 맞춰서 자기소개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음악 프로그램 MC 경험이 있었던 양하준이 경쾌하게 멘트를 했다. 대본에 없던 멘트였는지 한승범의 왕방울만 한 눈이 더욱 벌어졌다.
‘그러고 보니 방송분 보면 별로 애교가 없는 것 같던데.’
빨간 교관 모자를 쓰고, 언제나 독기에 가득 차 눈을 희번덕거리는 아이가 애교를 부린다? 이건 봐야 한다. 김하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한승범의 차례를 기다렸다.
“저는 깡총 토끼, 단비!”
“저는 멍멍 강아지, 지원!”
“저는 짹짹 병아리, 호준!”
“저는 쉭쉭 비얌, 젠.”
“저는 어흥 사자, 상중!”
순조롭게 멤버들이 깜찍한 포즈와 함께 자기소개를 마치는 동안 혼자 불안한 듯 꿈지럭거리던 한승범이 이내 결심한 듯 주먹을 호기롭게 들고 우뚝 섰다.
“저, 저는 야, 야옹 고양이, 승버험!”
목이 멘 것인지 애매하게 목소리가 꺾였다.
“…….”
“…….”
한승범은 왕발 고양이 손으로 묵묵히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렸다.
“가려 줘. 우리 리더 가려 줘.”
“가려 주자.”
“어우 창피해. 창피해. 우리가 지켜 주자.”
나머지 멤버들이 한승범을 빙 둘러싸고 껴안자 현장 평가단이 박수를 치며 까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아! 귀여워!”
“아아, 우리 불쌍한 고양이가 새빨갛게 익었어요. 안타까운데 귀엽습니다.”
양하준이 능청스럽게 멘트를 쳤다.
“형, 얼굴 터질 것 같은데요? 열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승범아악!”
아이들의 대화를 듣기 위해 비교적 조용해진 체육관 안에 우렁찬 팬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경국지색 한승범]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팬이었다.
“이쁜아악! 사랑해애액! 널 위해서라면 나라도 버릴 수 있다아악!”
확성기라도 들고 온 것처럼 큰 목청에 현장 평가단이 와하학 웃음을 터트렸다.
“…감사합니다.”
한승범이 고개를 꾸벅 숙이자 솜이 빵빵하게 들어간 고양이 귀가 덜퍽 앞으로 쏟아졌다. 그것을 본 현장 평가단이 까마귀 떼처럼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비명 소리를 듣고 어안이 벙벙하여 조금 멈칫한 한승범이 곰곰이 생각하는 듯 턱을 괴었다. 그리고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한승범의 행동에 따라 말랑말랑한 고양이 귀가 자연스레 옆으로 풀썩 누웠다.
“으아아아아아악! 귀여워!”
그 믿을 수 없을 만큼 깜찍한 모습에 냅다 고함을 지르자 한승범과 눈이 마주쳤다.
복숭아처럼 분홍빛으로 물든 얼굴이 짐짓 놀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곱게 휘었다.
그리고 고양이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나? 나? 나! 나? 나! 나?”
앵무새처럼 자기에게 인사한 것이냐며 묻자 한승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하연이 손에 쥔 플래카드를 향해 콕 손가락질을 했다.
제 품을 내려다보니 어제 급하게 만든 플래카드가 보였다.
[승범아, 손 인사 해 줘!]꽃처럼 화사한 미소가 온전히 자신을 향한 것이라 생각한 김하연은 숨을 들이켰다. 무어 무어라 무대 소개를 하고, 포레스트 A조의 소개가 이어진 것 같았지만 들리지 않았다.
“자, 현장 평가단 여러분의 반응이 아주 뜨거운데요. 연습생들은 이만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이동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대 인사를 마친 연습생들이 다시 무대 뒤로 이동하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호흡을 잊은 듯 돌처럼 굳어 있었다.
함께 왔던 친구가 팔을 잡고 흔들었다.
“너, 괜찮아?”
“…응.”
“얼굴 엄청 빨개. 어디 아파?”
“아니야. 괜찮아. 나 잠깐만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도망치듯 화장실에 들어온 김하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심호흡을 하며 톡톡톡 자판을 쳤다.
“하아, 하아… 후.”
그리고 프릭 찍덕 계정에 게시글 하나를 올렸다.
[Rest.]사랑은 항상 예기치 못한 순간에.
허리케인처럼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