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나는 그 이후로도 최적현과 조금 더 길게 임승훈과 강혁우에 대한 대화를 나눈 후, 강혁우와 임승훈이 나눈 대화의 캡처 이미지를 우선 메신저로 일부 전달받았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하나하나 읽어 보며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하아.”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아마 이 몸이 한승범의 것만 아니었다면 벌써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을 것이다.
바닥까지 가라앉는 듯한 느낌에 눈을 감고 있던 중, 곧 숙소로 이동할 테니 준비를 해 달라는 매니저의 말이 들렸다. 나는 그에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최적현과의 통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슬슬 가 봐야겠다, 멤버들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잠깐만, 유태야.]하지만 최적현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고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졌다.
[카밀라가 너한테 이상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
나는 그 질문을 듣고 상당히 의아하여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최적현이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다니, 참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평소와 다른 행동에 나는 찰나의 순간 동안 고민에 빠졌다.
카밀라가 이화영과의 대화 중 흘렸던 ‘이사를 간 후, 잠적했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어볼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을 할지.
그리고 곧바로 짧은 답을 내놓았다.
“…안 했는데.”
나는 카밀라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게 아니라 몰래 두 모자의 대화를 엿들은 것일 뿐이었다. 따라서 이 말은 거짓말은 아닐 터였다. 속으로 그렇게 자기 세뇌를 하자 내가 생각해도 꽤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나왔다.
“자기 아들이랑 얘기하느라 바빴어. 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
내가 최적현에게 ‘이사를 갔었냐’고 직접적으로 묻지 않는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어차피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최적현이다. 바른 대로 불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애초에 내게 숨기지도 않았을 놈이었기 때문에 아마 내가 추궁을 해도 큰 의미는 없을 터였다.
‘아마 적당히 농담 따 먹기나 하면서 대답을 회피하겠지.’
그리고 두 번째. 섣불리 물어보면 오히려 카밀라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었다. 어쨌든 죄 없는 그녀를 모르는 타인에게 정보를 흘린 입 가벼운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
또 마지막으로는 나는 최적현의 질문을 들은 순간부터 카밀라가 한 말에 대한 진실 여부를 이미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까 의문스럽게 생각했던 것처럼, 최적현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내게 먼저 물어보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최적현이 형수에게 이상한 호감을 가졌다는 얼토당토않은 가능성을 배제했을 때, 그 이유로 가장 그럴듯한 것은 녀석이 카밀라가 ‘내게 무슨 말을 흘렸을지’ 매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설이 맞다면 최적현은 카밀라가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해서든 내게 숨기고 싶다는 것일 터였고 그렇다면 그녀의 말은 오해가 아닌, 진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역시 최적현은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군.’
[그래? 알았어.]최적현은 내 말에 의중이 읽히지 않는 건조한 투로 짧게 대답했다.
“승범 씨! 빨리요! 멤버들 다 나왔어요.”
그리고 재차 매니저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에 ‘들어가 봐라’는 말을 짧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 * *
그렇게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멤버들과 매니저는 온갖 배달 음식을 식탁에 가득 차도록 늘어놓기 시작했다.
“형들, 법카로 제대로 계산하셨어요?”
“당연하지! 그 정도는 우리도 제대로 하거든? 우리가 너보다 형인 걸 잊지 말거라, 막내야.”
“형들이 좀 더 철들어 주면요.”
“와, 얘 말하는 것 좀 보라요.”
“애면 애답게 구십시오, 이단비.”
바로 첫 번째 활동기 종료 기념 회식을 하기 위함이었다.
보통이라면 밖에 나가서 회식을 했겠지만, 다같이 얼굴을 드러내고 편하게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기에는 아무래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고, 멤버 간의 식성이 너무 달라 한 식당으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가 없어 내린 결정이었다.
어린 멤버들이 투닥거리는 소리에 기가 빨려 공허한 눈빛을 하고 있는 매니저까지 착석하자, 멤버들은 각자 쥐고 있는 잔으로 건배를 하며 외쳤다.
“수고하셨습니다!”
“형들, 수고 많으셨어요. 사건 사고 없이 활동 잘 마무리되어서 다행이네요.”
“승범아, 고생 많았어. 리더 노릇 하느라 많이 힘들었지?”
나는 우강원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다들 수고 많았다. 연습 게을리하지 말고 다음 활동도 성공적으로 잘 준비해 보자’는 말을 적당히 뱉었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는 것처럼 손발을 꼼질거리던 도유다가 성인 멤버들의 앞에 놓인 와인 잔을 보며 찡얼거렸다.
“저도 빨리 어른 돼서 형들이랑 술 마시고 싶어요.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요! 내년! 헉, 그러면 형들한테 술 배울 수 있는 건가?”
“아, 그러네. 유다랑 젠은 내년에 성인이구나. 우리 그룹에 술 잘 마시는 사람이 누가 있지?”
“형은 식단 하느라 자제 중이고, 기량 형은 위가 안 좋아서 많이 못 마시고, 승범 형은 술을 안 마시네요. 제대로 마시는 건 니콜라스 형밖에 없어요.”
“강제로 미스터 리를 배정받다. 하지만 제법 마음에 듭니다. 이게 운명?”
“시끄러워.”
이화영은 젠의 윙크를 무시하며 묵묵히 잔에 담긴 와인으로 입술을 적셨다. 그러자 그 딱딱하기 그지없으며 정석적인 음주를 감상하던 도유다가 혓바닥을 비죽 내밀며 툴툴거렸다.
“하……. 소주병으로 회오리도 못 만드는 사람이 우리 팀 음주 서열 1위라니. 안주도 맛없는 거만 먹잖아요. 저는 찌개가 좋아요.”
“유다야, 원래 술은 점잖게 마시는 사람한테 배워야 하는 거야. 내 생각에는 니콜라스가 잘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으엥, 저는 개처럼 마시고 싶은데요.”
“어허.”
“유짱은 지금도 개입니다. 굳이 또 개 될 이유 있습니까?”
“…….”
술을 앞에 두고 떠들썩하게 떠들고 있는 멤버들을 보고 있자 언젠가 프리즘 멤버들과 콘서트를 마치고 뒤풀이를 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치세에게 휘둘려 잔뜩 취한 채 끙끙 앓고 있는 차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취하게 만든 주제에 혼자 끄떡없이 도수가 높은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이치세, 알딸딸하게 반쯤 취해 새빨개진 얼굴로 헤프게 웃고 있는 남이훤, 시끄러운 분위기를 싫어해 얼굴을 비추지도 않은 채 먼저 호텔 방으로 돌아간 서유성, 테이블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는 제이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리고 나는 항상 그렇듯, 콘서트의 여운으로 상기된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멤버들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프리즘 멤버들이 함께 술을 마실 때마다 비슷하게 펼쳐지는 광경이었다.
그런 술자리가 몇 번 반복될 즈음, 어느 날 상당히 취한 조인찬이 내게 말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 형은 왜 술 안 마셔?
조인찬은 술에 취할 때마다 나를 찾아와 어물어물 여러 질문을 하곤 했다.
지금에 와서는 조인찬은 그냥 평소부터 나에 관해 궁금했던 게 많았고, 그저 술기운을 빌려 그것을 솔직하게 쏟아 낸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처음에 그것이 술버릇의 일종인 줄 알았다.
– 취해서 헤롱거리면 일을 못 하잖아.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전부 다 제정신 아니면 너희들은 어떡하라고.
주정뱅이의 술주정을 받아 주기 위한 적당한 대답이었다.
별 무게 없이 습관처럼 뱉던 말을 또 반복한 것이었는데, 조인찬은 그 이야기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조용히 귀담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고개를 무릎 위에 올린 채 이렇게 말했다.
– 그러면 나도 앞으로 그렇게 할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위해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조인찬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나는 놈의 턱끝을 툭툭 건드리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그냥 내 생각일 뿐이지, 다른 사람도 나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야. 나 하나 있으면 충분하니까 너는 가서 애들이랑 놀아라.
하지만 조인찬은 그 말을 듣고도 여전히 단호하게 본인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 아니야. 안 마실 거야.
– …왜 굳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인찬은 술을 먹는 것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고 몹쓸 술버릇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바로 직전까지 멤버들과 함께 놀고 있을 때 상당히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는데, 그걸 굳이 포기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 혼자만 있어도 멤버들은 모두 케어할 수 있었으니까.
그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자 조인찬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 멤버들 다 취해 있는데 형만 혼자 있으면 좀 외롭잖아.
그 말은 술김에 뱉은 말이 아니었는지 조인찬은 그 뒤로 정말 피치 못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강혁우가 협박에 사용한 영상을 보고도 조인찬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다.
‘조인찬은 유흥업소를 그렇게 익숙하게 드나드는 놈이 아니야. 평범한 술집조차 멤버들과 함께 가는 게 아닌 이상 발을 들이지 않았으니까.’
내가 아는 한 조인찬은 프리즘 활동 기간 동안 클럽 같은 곳에는 단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고, 그를 대신하듯 항상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 인찬이 또 연습실이야?
– 걔도 참 대단하다.
조인찬을 찾아야 할 때 멤버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곳이 연습실일 정도로 조인찬은 연습실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매일같이 연습, 연습, 연습.
정말 진부하지만 성실한, 다른 사람들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포기할 나날을 당연하다는 듯 보냈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져도 그렇게 쉽게 유흥이나 범죄 행위에 손을 댈 만한 녀석이 아니란 말이다. 따라서 무언가 내가 알지 못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조인찬을 그곳에 끌고 간 게 임승훈이었다는 것은 꽤 충격적이었지만.
‘만약 내가 멍청하게 임승훈을 믿지 않았다면……. 먼저 알아채고 임승훈을 밀어냈다면 프리즘 멤버들은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몰라.’
나는 등을 의자에 기대고, 멤버들에게 보이지 않을 각도로 핸드폰을 기울인 채 최적현이 내게 보내준 임승훈의 메신저 캡처 이미지를 내려다봤다.
[이사님: 준비 끝났으니까 바로 조인찬 데리고 와] [나: 저번에 가볍게 이야기를 꺼내 봤을 때 너무 확고하게 거절해서 원만하게 데려가는 건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사님: 꽐라로 만들어서 끌고 오든 속여서 데리고 오든 상관없어. 어차피 영상만 제대로 나오면 상관없으니까.]“…….”
한참을 그 사진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자 나의 옆에 앉아 있던 이단비가 걱정스럽게 입을 뗐다.
“승범 형, 눈이 너무 충혈됐는데 이만 들어가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늘 열도 있었잖아요.”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했던 나는 이단비의 배려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그래야겠다. 난 좀 잘 테니까 멤버들은 나 신경 쓰지 말고 재미있게 놀아.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니까.”
멤버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뒤로한 나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눈을 감자 이전에 제이가 내게 해 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 인찬 형은 형 탈퇴한 다음부터 스케줄 외에 멤버들하고 연락이 잘 안 돼. 치세 형이랑 차운 형이 계속 불러내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조인찬의 얼굴이 떠올랐다.
– 혼자 있으면 좀 외롭잖아.
그리고 최적현과 나누었던 대화가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되었다.
– …조인찬을 어떻게 거기까지 끌고 간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남아 있었어?
– [아무래도 속여서 데리고 간 모양이야. 둘이서 말을 맞춘 기록이 남아 있었어.]
– …….
– [서유태와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