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 형, 도대체 왜 나를 이 그룹에 넣은 거야? 괴롭히려고?
그 시기의 조인찬은 상태가 이상했다.
강박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헐뜯고 있는 글을 찾아보며 불안감에 휩싸인 채 손톱과 입술을 물어뜯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재능’이라는 말에 과하게 연연하기 시작했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 니콜라스는 가만히 있어도 귀티가 나는데 나는 싼, 싼티가 나잖아. 분명 그런 역할로 나오면 엄청 비교돼서 사람들이 무대에 집중하지 못할 거야.
마치 프릭에게 들었던 특정 단어들을 세뇌라도 받은 양 계속해서 반복했던 백기량과 아주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깨닫자 아차 싶었다.
‘…왜 그걸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한 거야!’
백기량에게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그것을 바로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은 프리즘 멤버들이나 아버지의 일처럼 내가 당장 우선해서 해결해야 했던 문제가 없어 백기량에게 내 모든 신경을 쏟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프리즘 시절보다 좀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인격적으로 훨씬 더 안정되어 있었던 것도 한몫했고 말이다.
만약 프리즘으로 활동했을 적의 내가 지금의 나처럼 대처를 할 수 있었다면 상황은 이 정도의 수준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 조인찬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바로 알려 줘. 사소한 일이라도 괜찮으니까. 나한테는 말을 잘 안 하려고 하네.
– 형도 매니저로서 많이 신경 써 줘, 스트레스 덜 받게.
나는 여러 악플로 인해 정신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었던 조인찬을 걱정하며 임승훈에게 그런 부탁을 했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조인찬은 자연스레 임승훈과 붙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가장 큰 실책이었다.
만약 임승훈이 그때부터 이미 강혁우의 수하에 있었다면 나의 부탁은 오히려 조인찬을 사지에 밀어 넣은 것이나 다름없는 짓 아니던가.
‘설마, 조인찬이 멤버들 중에서도 유독 악플에 타격을 많이 받았던 건…….’
조인찬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강혁우의 집중적인 가스라이팅에 노출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잘못이었다.
모든 멤버의 동향과 상태를 항상 철저하게 파악하려 노력했는데, 아버지에 관한 일들을 해결하는 동안 강혁우가 빠져나갈 구명이 생겼던 것 같았다.
정말 멍청하게도.
이제는 강혁우가 나의 정신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스캔들을 터트린 건가 하는 의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바로 내 보호하에 있는 프리즘 멤버들에게 손을 뻗기 위해서 말이다.
가스라이팅은 단순히 상대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끌어내려 현실을 왜곡하고 판단 능력을 잃게 만들어 최종적으로는 상대를 본인의 지배하에 두며 조종,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모르겠어. 그때 조인찬이 내게 쏟아 냈던 말들이 정말 그놈의 머리에서 나온 게 맞기는 한 건가?’
– 어딜 가겠다는 건데. 내내 입 다물고 있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거냐고!
– 형, 나 다리 아파. 그런데도 두고 갈 거야?
수술을 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까지 위태롭게 나를 쫓아오는 조인찬의 마지막 모습이 불쑥 눈앞에 아른거려 얼굴을 손바닥으로 거칠게 쓸어내렸다.
‘아니, 아니야.’
조인찬은 내가 사라지길 바라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떠나려 하자 녀석은 울고불고 매달리며, 의료진들이 자신의 몸을 붙들고 내가 모진 말로 저를 밀어내는 순간까지 나를 쫓아왔다.
아마 조인찬의 본심은 그것이었을 터였다.
“…….”
나는 본인의 성취보다는 멤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겼던 차운,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이치세와 서유성, 아이돌 외의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남이훤 그리고 무대에 관련된 재능은 없을지언정 타고난 요령으로 무섭게 성장하는 제이를 보며 조인찬이 조바심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무의식중에 단정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조인찬이 가장 성장이 더딘 멤버였다는 것을 이유로 그것이 타인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감정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 나는 형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을 것 같다! 우리 같이 평생 프리즘 하자!
– 믿고 있어, 형.
– 형만 혼자 있으면 좀 외롭잖아.
조인찬은 그저 멤버들 중 가장 마음이 여린 녀석이었기에 강혁우가 파고들 틈이 있었던 것뿐이었다.
– [둘이서 말을 맞춘 기록이 남아 있었어. 서유태와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망할…….’
조인찬은 그 말을 듣고 동아줄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그곳에 향했을 것이다.
고작 나를 만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
그것을 되새기자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그에 눈을 질끈 감고 있자 방의 문이 열리고 이화영이 들어왔다. 아마 젠과 도유다에게 붙잡혀 파티가 끝나는 순간까지 시달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피곤한 듯 한숨을 쉬며 느린 발걸음으로 걸어온 녀석은 내 침대 근처까지 다가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내가 잠에 들었는지 확인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 눈을 감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화영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한 기분이 아니었다.
그러자 녀석은 다시 문을 닫고 제 침대로 돌아가 조용히 몸을 눕혔다.
나는 이화영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들으며 차차 안정을 되찾아 갔다.
.
.
.
감고 있던 눈을 뜨니 방금까지 보고 있었던 숙소의 천장이 아닌 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구름에 가려져 달빛조차 보이지 않는 흐린 밤하늘에 이상하게도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장소는 RH 엔터테인먼트 근처의 사람이 자주 오가지 않는 외진 거리였다.
‘…꿈인가?’
예전에 아버지와 다투었던 기억을 그대로 꿈꿨을 때와 아주 비슷한 감각이었다.
아무래도 스케줄과 여러 일들로 지쳤던 몸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까무룩 잠에 들었던 모양이다.
몸을 내려다보니 내 예상과 다르게 원래 장미와 국화 문신이 없는, 깨끗하고 흰 피부가 시야에 들어왔다.
내것이 아닌 한승범의 손이었다.
지금까지 꿈에서 한승범의 몸을 하고 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참 희한한 일이었다.
‘뭐지?’
그에 의아하여 의문이 담긴 말을 뱉으려 했으나 입이 움직이질 않았다.
입뿐만이 아니었다. 내 몸의 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저번에 꿈을 꿨을 때처럼 이미 기록된 장면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 같았다.
‘한승범의 기억은 아닌 것 같은데…….’
입고 있는 의복이 한승범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한승범이 가지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의복은 모두 수수하고 흐릿한 느낌의 평범한 옷밖에 없었는데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것은 모두 내 취향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에 당황할 새도 없이 갑자기 끝을 알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
나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정신없이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중, 구석진 곳에 홀로 서 있는 어떤 익숙한 인영을 발견했다.
그러자 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였다.
폐가 터지기 직전까지 숨 가쁘게 달려 구석진 곳에 누군가에게 달려들어 목을 움켜쥐었다.
– …한승범?
당황스러운 듯한 얼굴의 주인은 강혁우였다.
한승범의 몸으로 강혁우를 마주한 것은 한승범의 몸에서 처음으로 눈을 떴던 그날뿐이었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 뭐 하는 거…… 컥!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혁우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피부에 바로 맞닿은 왼손의 감각이 생생했다.
발악하는 몸을 찍어 누르고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했다.
– …죽어, 죽어!
이게 한승범의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거칠게 뒤집힌 목소리가 절박하게 울려 퍼졌다. 마치 짐승의 비명 같았다. 이성을 모조리 잃어버린 채 그저 부아가 뒤집혀 되는 대로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강혁우의 숨통을 조이자 마음 한구석이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 주제에 내가 저지른 죄의 무게가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야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무치게 슬펐다.
내 영혼이 당장 바닥으로 꺼져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아뭉갠 강혁우의 얼굴 옆으로 투명한 물이 떨어졌다.
점막에 묵직하게 매달려 있던 것들의 무게가 줄어드는 느낌이 나는 걸 보니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 같다.
– 아아, 아아아!
제대로 된 언어를 갖추지 못한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는 강혁우의 얼굴에는 그저 당혹감과 공포만이 서려 있었다. ‘살려 달라’며 애걸하는 추한 목소리가 채 끝을 맺기도 전에 강혁우의 사지가 덜덜 떨리고 눈동자가 흰자를 드러내며 뒤집히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 …범!
그리고 몸이 거칠게 흔들리며 강제적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한승범!”
“헉, 허억! 헉…….”
사람을 죽일 뻔한 생생한 감각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그에 넘어갈 듯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애써 고개를 들어 올리자 내 멱살을 쥔 채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화영이 눈에 들어왔다.
몸을 움직인 기억도 없었는데 이미 상반신이 일어나 있는 걸 보니 이화영이 억지로 나를 일으켜 세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내가 ‘악몽을 꿨다. 깨워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이화영이 다급하게 날카로운 소리를 뱉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
처음에는 깜짝 카메라인가 싶었다.
나는 아직 꿈에서 깬 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나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시야를 다잡기 위해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눈동자를 굴려 봤지만, 카메라나 마이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깜짝 카메라도 아니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일단 나를 단단하게 붙들고 있는 이화영 팔을 밀어내려 했지만, 잠에서 바로 깬 탓인지 몸에 이상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리고 손이 축축해서 이화영의 팔을 제대로 잡기도 전에 미끄러져 버렸다.
전신이 땀으로 축축해진 상태였던 것이다.
‘…땀?’
이상했다.
원래 몸에서나 한승범의 몸에서나 나는 거의 땀을 흘리는 경우가 없었는데, 심지어 방의 온도는 그리 높지도 않았는데 땀이 났다니 조금 위화감이 느껴졌다.
‘악몽을 꿔서 그런 건가?’
하지만 그것에 대해 더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이화영의 파란 눈이 곧장 앞에 다가왔다. 그에 나는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야. 일단 나와 봐.”
피곤에 전 목소리가 거칠게 긁히며 나왔지만, 이화영은 그런 것따위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듯, 재차 윽박질렀다.
“너 방금 뭐라고 말했냐고!”
아무래도 제대로 대답을 하기 전까지는 놓아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에 나는 차분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했어. 꿈이라도 꾼 거 아냐?”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도망치지 마. 나는 아직 잠에 들지도 않았으니까.”
나와는 정반대로 잠기운 하나 없이 멀끔한 얼굴과 단정한 차림새를 보니 녀석의 말은 진실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이 도통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를 못했기에 의아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러면 네가 착각한 거겠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냐?”
그러자 이화영의 희멀건 얼굴에 절망이 선명하게 퍼져 나갔다.
원래부터 피부가 하얀 편이기는 했지만, 저렇게까지 혈색 없이 창백하게 질린 모습은 처음이었다. 녀석은 크게 벌어진 채 요동치는 눈동자로 내 표정을 내려다보다가 내게 멀거니 물었다.
“기억을, 못 하는 거야?”
“…뭐를?”
그리고 멱살을 쥔 손을 스르륵 놓은 채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서유성의 이름을 불렀잖아, 서유태처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