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어릴 적 이웃집에 살고 있던 내 또래 아이들이 유괴된 적이 있었다.
런던의 부촌에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일이었으니 그들의 목적은 당연히 금전이었고, 어머니의 집안은 대중에게 구성원의 이름이 모두 알려졌을 정도로 유명했기에 가장 먼저 타깃이 될 게 뻔한 상황이었다.
결국 아주 어렸던 나를 걱정한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잠시 해외로 몸을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 총이 없고 안전한, 아버지가 나고 자란 나라로.
그렇게 한국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나라에서 생활을 이어 가고 있던 중, 어머니의 회사에 큰 사고가 나 버렸다. 당연히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쏟아야 했고, 영국과 한국을 바쁘게 오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에 따라 부모님 모두 나를 도저히 돌봐 주지 못하는 시간이 찾아왔을 때, 나는 아버지의 이복동생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베스트까지 완벽하게 수트를 갖춰 입고 포마드 스타일로 정갈하게 머리카락을 넘긴 그 남자는 흐트러진 부분을 찾을 수가 없어 꼭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 같았다.
그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눈으로 나를 훑어보다가 중얼거렸다.
– …곤란하네. 이걸 어떡하지.
전혀 곤란하지 않은 것 같은 건조한 표정과 함께 깊게 가라앉은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자마자 나는 겁을 먹어 딱딱하게 굳어 버렸던 것 같다.
어린 나이였기에 더욱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저 인간은 정상이 아니라고.
그는 내게 무작정 애정을 안겨 주었던 어머니의 가족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였다.
그 후에 나이를 먹고 아버지에게 왜 나를 그 인간성이 결여된 인간에게 맡겼던 것이냐 물었을 때, 아버지는 이렇게 답했다.
– [적어도 그 사람은 욕심을 부려서 너를 위험에 빠트리지는 않을 것 같았거든.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말이야. 고용된 사람들은 애초부터 신뢰할 수 없었고.]
– […….]
– [닉,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무서운 거야.]
나의 안전을 위해 내게 가장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했다. 그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이해한 것은 최적현을 제외한 아버지의 나머지 가족들을 만난 이후의 이야기였다.
아버지의 의도 따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나는 최적현을 눈앞에 두고 인생 처음으로 공포에 빠져 있었고, 최적현과 나 사이에는 싸늘한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최적현은 당연하게도 걸음이 뒤처지고 어려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마치 미지의 생물을 관찰하는 것처럼 바라보다가 결국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어, 유태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낯선 남자가 나타났다.
– …너 애 안는 법은 아냐?
– 왜 안아 줘야 하는 건데?
최적현의 대답에 꺼질듯한 한숨을 쉰 그 남자는 어머니보다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지만, 웨이브를 넣어 구불거리는 어머니의 머리카락과 다르게 완벽한 직모로 실크처럼 몸의 굴곡에 따라 부드럽게 흩어지는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생명줄처럼 절박하게 움켜쥐며 그에게 매달렸다.
나를 저 인간에게서 빨리 떨어트리라는 뜻이었다.
– 너 애한테 무슨 짓 했냐?
– 글쎄,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러자 그는 조금 놀란 듯하다가 아주 익숙하게 내 몸을 안아 올렸다.
‘분명 서유성을 오랜 기간 돌봤던 경험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겠지.’
내 기억 속의 서유태는 항상 차가운 향수의 향기가 나고,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꼭 부서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를 소중하게 안아드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 …아기 냄새 난다.
내 볼 옆에 얼굴을 파묻고 천천히 숨을 쉴 때 고개를 들어 보면 자수정 같은 깊은 색채가 도는 눈동자가 나를 마주봤다. 그리고 옷 밖으로 드러난 팔과 목에는 검은 그림이 있었는데 어머니와 동생의 탄생화를 새긴 것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는 것을 좋아했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그가 나타나 내게 애정을 주기 시작한 이후로 내가 그렇게 두려워했던 최적현은 ‘평범한 사람’처럼 웃고, 일상을 보내며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그걸 보고 있으면 사람 손을 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내가 서유태라는 인간에게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정을 준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 [니키는 유태를 엄청 좋아하네. 그렇지?]
어머니가 내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모두가 그랬다.
모든 사람이 그가 가진 다정함과 특별함에 끌려 속절없이 그의 곁에 머물게 되었다. 정작 본인은 둔해 빠져서 아무런 자각도 없을 텐데,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
– [잭, 무대 위에 서면 관중석에 있는 팬들이 별처럼 빛나 보여.]
– [그러면 나는 그 사람들을 받쳐 주는 하늘이 되는 거야.]
콘서트장에 나를 데려갔을 때 서유태는 내게 종종 그런 말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 빛이 나는 사람이었다.
연예인이라며 이름을 날리는 이들이 한가득 있는 곳에서도 홀로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그런 존재였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더라도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 [잭, 아무런 설명 없이 상대방에게 무작정 이해를 바라면 안 돼. 다들 나처럼 네 마음을 바로 알아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조금만 잘 설명해 주면 다들 너를 이해해 줄 거야. 그러니까 계속 노력해 봐.]
– [나는 네가 많은 사람한테 사랑받으면서 자랐으면 좋겠다.]
서유태는 내게 특별한 존재였다.
– 니콜라스 화영 리 연습생은 서유태 씨랑 되게 비슷한 느낌이네요. 독보적인 스타성을 타고난 게 느껴져요.
– 성격이나 한국어 말투도 좀 비슷한 것 같죠? 팬이라 그런 건가.
삶의 지침이 되어 주는 존재였다.
– 빌딩에서 떨어져서 죽었대.
그런 그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 버렸다니,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진심을 터놓자면 믿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서유태 본인조차 모르는 어떤 비밀을 알고 있었기 떄문이다.
서유태를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서는 꽤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2차 성징이 시작되지 않아 외관이 성숙해지기 전의 어느 날, 평소처럼 서유태가 최적현의 집에 찾아왔다.
– 수고했어. 요즘 많이 피곤한 것 같은데 스케줄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 …몰라. 갑자기 엄청 늘어났어. 작업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 잠깐 눈 좀 붙여.
– 어, 바로 잘래.
최적현과 나누었던 대화와 눈 아래에 짙게 내려앉은 그늘을 떠올려 보면 서유태는 바쁜 스케줄로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아마 숙소보다 환경이 쾌적하고 익숙하며, 가까운 최적현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온 것이었겠지.
피로에 절어 멍하니 서 있던 그는 바로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조용히 서 있던 나를 뒤늦게 발견하고 ‘잭 왔냐.’하고 인사를 하며 옅게 웃었다. 그리고 익숙하게 손을 뻗어 나를 안아 들려다가 멈칫하고 내게서 멀어졌다.
– [아, 지금은 안 돼. 너 오는 줄 모르고 담배 피웠으니까 목욕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최적현은 다소 걱정을 담은 투로 이렇게 말했다.
– 조금이라도 자고 일어나서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 됐어. 보이는 것만큼 심하지 않으니까.
그는 최적현의 당부를 가볍게 흘려넘기며 답한 후, 바로 등을 돌려 욕실이 붙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닌 것 같은 상태를 보며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던 나는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그의 뒤를 쫓아갔었다. 하지만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기에 나는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 날카로운 소리를 뱉었다.
– …서유태!
바닥에는 새빨간 피가 흩어져 있었으며, 서유태는 피가 흘러나오는 코를 손으로 막은 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바로 서유태에게 다가가려고 했으나 그는 그 와중에도 내게 괜찮다며 나가 있으라는 말을 했다.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은 그 말을 들은 나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최적현을 불러오려고 했다. 그러나 등을 돌린 순간, 뒤에서 섬짓한 느낌이 들었다.
– …….
천천히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자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완전히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서유태와.
– [뭐야, 이게…….]
‘흰 털을 가진 거대한 짐승’이었다.
평범한 동물이 아니었다.
넒은 방을 꽉 채울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그 짐승은 색소가 옅어 앰버처럼 보이는 커다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희고 윤이 나는 털을 가지고 있었다.
소리 하나 없이 나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던 ‘그것’은 마치 보물을 지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천천히, 서유태를 제 몸으로 빙 둘러싸 앉았다. 그리고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 상태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자 서유태의 눈가에 생겼던 그늘과 부르튼 입술의 상처 같은 피로의 흔적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전히 기운을 회복한 서유태가 깜빡 눈을 뜬 순간 그 짐승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서유태는 본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평온하게 말했다.
– [잭, 나 튼튼해서 진짜 괜찮으니까 최적현한테 가서 잠깐만 놀아 달라고 해. 거기에서 기다리지 말고.]
– […방금 그거 뭐야?]
– [뭐가?]
꿈이라도 꾼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그날 본 광경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짐승이 내가 언제, 어디에 있든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가지고 있었고.
하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했다.
‘그것’은 분명 서유태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유태를 지키고 있었다.
‘과연 그 짐승은 서유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가만히 두고 봤을까?’
나는 그런 의문을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반복하며 현실을 부정해 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다시 한국에 찾아와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 운명이 그를 이끄는 장소인 무대에 서기 위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던 중, 한승범을 만났다.
앰버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동갑내기 연습생은 서유태와 외견은 정반대였지만, 내면이 소름 끼칠 정도로 서유태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천재적인 작곡 능력과 춤 실력, 리더십.
한승범은 서유태를 대표하는 세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또 생각에 깊게 잠기면 무의식적으로 손을 올렸다가 허전한 목덜미를 뒤늦게 눈치채고 멋쩍은 듯 목을 긁었다. 원래는 더 큰 몸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움직임에 위화감이 느껴졌고, 서유태와 비슷한 영어 발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서유태처럼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밤이 깊어지면 망연히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일정하게 움직이는 시계의 초침을 바라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 너, 계속 이렇게…….
‘잠을 못 자고 있는 거냐’고.
끝맺지 못한 말이 항상 혀끝에 아른거렸다.
한승범은 매번 간신히 잠에 들고 나면 항상 악몽을 꾸는 것처럼 억눌린 신음 소리를 뱉었다.
그런데 오늘은 명확한 단어를 뱉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유성아, 서유성. 유성아…….”
프리즘의 서유성을 말하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프리즘은 애초에 우리와 연령대가 꽤 떨어져 있었고, 대선배였기 때문에 한승범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를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를 그리워하듯 부르다니. 뭔가 이상했다.
나는 그에 몸을 벌떡 일으켜세워 한승범을 나지막이 불렀다.
“…한승범.”
“…….”
하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식은땀에 흠뻑 젖은 몸을 작게 흔들며 다시 차근히 그를 불렀다.
“한승범.”
그러자 한승범은 눈을 뜨더니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 ■■ ■■ ■■■■■■.”
“…뭐?”
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았다.
눈동자에는 초점이 잡히지 않았고, 손을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 ■■■ ■■ ■■ ■■.”
패닉에 빠진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최적현이 얼마 전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 그리운 감정이 드는 순간일수록 주변을 잘 돌아봐야 해, 닉.
…서유태?
오